와일드 - 4285km, 가장 어두운 길 위에서 발견한 뜨거운 희망의 기록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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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길을 통해 내 인생을 다시 반추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나를 무너뜨린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스스로 다시 새로 태어나는 기회가 될 줄 알았어.

그렇지만 현실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고작해야 바로 눈앞에 놓인 육신의 고통에 급급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내 인생의 고통들은 해결되기는커녕 마음속을 왔다 갔다 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P.161

십 년 전, 일주일의 한 권 책을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몰랐던 나는, 그 책을 통해 책을 소개받는 걸 좋아했는데 그때 마주했던 책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와일드였다. 그리고 내 위시리스트 속에 담겨있다가 몇 번 나올 뻔했지만 책의 두께 때문에 늘 다시 들어가는 처지에 있었던 와일드를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다. 두께만큼이나 그녀의 고통과 성장 그리고 진심이 담겨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20대 초반에 어머니를 잃는다. 갑작스러운 진단을 받은 엄마는 1년 정도 남았다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채 2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재는 큰 딸인 셰릴에게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한다. 집안의 구심점이었던 엄마의 부재는 결국 동생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있던 셰릴은 결국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사이좋았던 남편과도 이혼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우울함 속에서 술과 섹스에 빠져 살던 셰릴은 결국 마약에까지 손을 대게 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마주하게 된 PCT를 소개하는 책자를 보고 그녀는 여행을 결심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3년이 되는 해였다. 참고로 PCT는 Pacific Crest Trail의 약자로 미국 서부 4,300km에 달하는 트래킹을 말한다. 그녀는 서점에서 마주한 PCT 책자를 토대로 여행을 계획한다. 엄마를 잃은 후, 삶을 포기하고 살았던 셰릴에서 벗어나 과거의 셰릴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우선 짐부터 난관이었다. 물만 12L(무게로 따지면 12kg)에다가 각가지 짐으로 배낭은 그녀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덕분에 그 무거운 짐을 가지고 한 걸음을 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첫 장면부터 그녀는 등산화 한쪽을 잃어버린다. 이미 그녀의 몸은 여기저기는 근육통과 쓸리고 찔린 상처들, 발바닥에 가득 잡힌 물집들로 이미 만신창이인 상황이었다. 중간중간 히치하이킹을 통해 차에 탈 때마다 혹시나 위협이 되는 사람일까 봐 고민이 가득하다. 그뿐만 아니라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지자 느려진 걸음과 산길 여기저기서 만나게 되는 짐승들은 그녀를 더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다행이라면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PCT를 함께 걷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을 순 없었다. 상처가 되는 만남도 있었고, 그녀의 트래킹에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셰릴은 길을 걸으며, 서로의 상황과 삶을 나누는 동료들을 만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한다.

PCT에 대한 준비 시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고, 하필 그가 트래킹을 시작한 해는 폭설이 내려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그는 초보 중의 초보였고, 짐은 너무너무 많았다. 당연히 며칠 만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들이 수도 없이 들었다. 발톱이 빠지고, 넷째 손가락 살이 다 날아가고, 온 발이 물집투성이에다가, 각종 상처들로 몸 어느 곳도 성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몸의 아픔 보다 마음의 아픔이 더 컸을 셰릴. 그럼에도 그녀는 그 길을 완성했고, PCT에 대한 그녀의 서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믿게 되었다.

더는 무언가를 잡으려 텅 빈손을 물속에서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지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알게 되었다.

다른 모든 이의 인생처럼 나의 인생 역시 신비로우면서도 돌이킬 수 없이 고귀하다는 것을.

P. 575

셰릴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머리가 무겁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면 어딘가를 걸었던 것 같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문제보다 현재 내가 걷는 길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괴로움이 조금은 지워지는 경험을 했다. 셰릴 역시 그 경험을 통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 역시 그녀의 여정을 눈으로나마 동행하며 그녀의 감정과 상황들을 같이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작과 끝의 글의 온도차가 있다. 3개월 간의 트래킹을 통해 그녀의 마음 또한 변화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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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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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서사를 만들어갈 고유한 무대에 대한 고민에서 '나의 이름'으로 살아갈 출발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p.286

시대 예보의 두 번째 주제는 바로 호명 사회다. 호명? 이름을 부른다는 뜻의 호명이 어떻게 우리가 마주할 사회일까? 첫 번째 책은 제목부터 확실히 이해가 되었지만 이번 책은 그가 어떤 서사를 가지고 호명 사회를 접목해 이해시킬지 사뭇 궁금했다.

첫 장인 시뮬레이션 과잉에서부터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선 나는 시뮬레이션을 즐긴다. 행동으로 하는 시뮬레이션이 아닌 머리로 하는 시뮬레이션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안정성을 즐긴다는 말이고, 나쁘게 말하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머릿속으로 일어날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고, 또 해서 긍정적인 답이 나오게 되면 비로소 행동에 옮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생각에 갇혀 폐기되고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상태가 된다. 책에 등장한 시뮬레이션 과잉을 통한 현재의 우리 모습 중 하나는 의대 준비반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생을 늘리는 발표와 함께 발 빠른 학부모들은 지방으로 주소를 이전하고 전학을 보냈다고 한다. 지방 의대가 자기 지역 인재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을 노린 조치다. 물론 주중에는 지방 학교를 다니고,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와 의대 준비반 수업을 듣는다. 고등학생이 아닌 초등학생들이 말이다. 더 나아가 유치원에도 의대 준비반이 있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나 역시 대학에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다. 물론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까지 하면서 시험에 매달렸지만, 합격 커트라인과 내 점수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기에 그때를 마지막으로 공부를 접고 취업 준비를 했다. 내가 시험을 준비할 당시에도 커트라인은 90점에 육박했다. 결국 2문제 이상 틀리면 합격하기 힘든 상태였다. 문제는 실제 시험과목이 실무를 하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잉된 경쟁 속에서 뽑기 위한 시험을 보다 보니, 모두가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것에 의의를 두고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물론 문제 역시 더 난해해진다. 비단 이것은 공무원 시험뿐 아니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시뮬레이션의 과잉은 결국 모두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 준비나 취업 준비, 돌잔치 준비, 출산 준비 등 각종 준비를 위한 체크리스트도 결을 같이 한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초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인 체크리스트가 실제 경험을 하고 보면 과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초보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적인 영역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더 과하고 과한, 시뮬레이션의 과잉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실제 경험을 제공받는 것은 어떨까? 선배들의 경험이 과거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세대가 도래했다. 과거와 현재 시대 사이에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지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그렇기에 기성세대들의 경험은 현 세대에게 과거만큼의 능력이나 존경이 아닌 꼰대의 이야기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그런 얹어지는 이야기들이 현 세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 삶도 감당이 안 되는데, 타인의 삶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현 세대들은 결혼도, 회식도, 매일 마주하는 직원들과의 식사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부장이 같이 밥 먹자고 할 때, 도시락을 싸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점심시간에 부장과 같이 앉아 밥을 먹으며 나눌 대화거리나 밥을 같이 먹는 시간조차 불편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있는 말일 수 있다. 반대로, 같이 한 끼 먹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같은 취미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식사는 어떨까? 바로 그들끼리 새로운 동반자(여기서 반은 반려자 할 때의 반(伴)이 아닌 밥을 뜻하는 반(飯)이다.) 관계가 생성된다. 피가 섞였기 때문에 와 같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의 관계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만드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명 사회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장 쉬운 예는 바로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회사라는, 사회라는,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서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던 사회가 점차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충주시의 공무원인 그가 전국구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튜브 때문이었다. 그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충주시 유튜브를 관리하고 만드는 사람이었다. 충주시의 공무원이 아닌 김선태라는 이름 역시 우리의 기억 속에 박혔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노력과 열정과 성과를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호명 사회는 유동화와 극소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유동화는 한 조직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을 말하고, 극소화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로(충주맨도 영상 제작부터 편집, 업로드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한다고 한다.) 기술발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타인에게 부탁하는 일이 줄어들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상황을 말한다.)

조직 속에 갇힌 개인이 아닌, 개인의 능력을 토대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호명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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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악어의 멋진 연설
파브리지오 실레이 지음, 음경훈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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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어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말더듬이 악어가 어떻게 멋진 연설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제목을 읽고 나서, 말더듬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서 반성했다. 말더듬이 악어가 자신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가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사우리가 9번기 고층 빌딩 맨 꼭대기 층에는 코코 바로코라는 악어가 살고 있다. 코코 바로코는 다른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어느 정도냐면, 주위의 동물들과 이야기를 하는 상황을 생각하기만 해도 진땀이 나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하지만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코코 바로코는 혼자 있는 게 편하다. 그런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당연히 코코 바로코를 찾는 동물들도 많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올 사람이 없는데... 코코 바로코는 바로 그 순간부터 또 긴장을 하기 시작한다. 누구일까를 생각하던 코코 바로코는 문을 열고 나간다. 우체부인 하마 핍포가 온 것이다. 그리고 코코 바로코는 우편물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 우편물은 악어 클럽에서 보낸 것인데, 30주년 국제 악어 회의 만찬에서 연례 연설을 해야 한다는 우편물이었다.

세상에나...!코코 바로코는 패닉에 빠진다. 동물 한 마리 앞에서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데, 악어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하라고?! 하지만 코코 바로코는 그냥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도움을 얻기 위해 그는 주변에 조언을 구한다. 우선 코코 바로코의 엄마는 악어들은 먹는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장황하게 내용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해 준다. 사실 악어들은 늘 먹는 이야기만 하긴 한다. 하지만, 코코 바로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코코 바로코는 여러 동물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기린은 멀리 보기를, 거북이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걷기를, 독수리는 높이 날라고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코코 바로코의 연설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장 많은 악어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을 더듬지 않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멀리 보고, 천천히 걷고, 높이 나는 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일까? 결국 코코 바로코는 카프로니스 교수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라면 코코 바로코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과연 코코 바로코는 국제 악어 회의에서 말을 더듬지 않고 연례 연설을 잘 해냈을까?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을 해야 할 때 어른도 패닉 상태에 빠진다. 코코 바로코처럼 처음에는 하지 않을 방법들을 계속 생각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린 어떻게 할까? 사실 코코 바로코가 자신의 부족함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동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만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 조언들이 당장에는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글쎄... 결국은 그 모든 게 하나가 되어 코코 바로코를 바로 세워줬으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내 단점이나 내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어른들도 충분히 도전의 의미와 그를 위한 노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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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퀴즈 백과 100 - 풀수록 똑똑해지는 바이킹 어린이 퀴즈 백과 시리즈
장희서 지음, 은옥 그림 / 바이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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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퀴즈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시험과 퀴즈는 다르긴 하지만, 시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경우 어느 정도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퀴즈 역시 어느 정도 정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재미가 있어 하는 것 같다. 큰 아이 역시 본인이 잘 아는 분야를 비롯하여 퀴즈 내고 맞추기를 좋아한다. 바이킹 출판사에서 나온 퀴즈 백과는 이번이 3번째 만나는 건데, 앞의 두 권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다. 문제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를 끝낸 아니라서 "과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려움 때문에 아예 기피하게 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책 속개 페이지에 등장한 퀴즈들을 보니 꽤 익숙한 문제들도 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우리 아이 역시 제목을 보는 순간 "나 과학 잘 모르는데..." 이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번 풀어봐."라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가지고 첫 장을 넘겼다. 다행이라면 낯선 문제도 있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나 이거 알아."라는 반응을 하는 것도 꽤 되었기에 미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당수가 모르는 문제 투성이었다면, 아마 한 장 보고 바로 접었거나,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지레 포기했을 테지만 다행히 익숙한 문제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서 모르는 문제는 덤으로 알고 가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덕분에 제대로 학습과 상식을 알아가는 효과를 맛볼 수 있었다. 바이킹 퀴즈 백과 시리즈의 강점이라면 문제는 간단하고 짧지만, 삽화나 사진을 통해 궁금증과 홍미를 돋운다. 단지 문제은행식으로 문제와 답만 외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답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기에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사실 과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상당수 성인들은 "어렵다."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책 안에는 우리의 실생활에서 등장하는 내용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나 식물에 관한 퀴즈, 세계지리나 역사와 관련된 퀴즈도 나온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한 분야에만 얽혀있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 또 배우게 된다.) 가령 소의 위는 몇 개일까?(동물 퀴즈 백과에 나올 것 같지만, 생물 분야이기도 하다.) 인류의 복지에 큰 힘을 쓴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이 상은 어떤 과학자의 유언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과학자는 누구일까?(세계사에 나올 것 같지만, 과학자가 등장, 시상 분야에 물리학과 화학이 있으므로 과학 분야인 것도 맞다.)처럼 말이다.

아이와 함께 퀴즈를 맞히면서 나 역시 상식이 늘어난 것 같다. 가장 놀라웠던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미국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에 관련된 문제였다.

Q. 뉴욕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이 금속으로 만들어졌어요. 원래 황동색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녹색이 되었지요. 이 금속은 무엇일까요?

1. 구리 2. 철 3. 은

자유의 여신상의 연녹색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산화되었다는 생각은 1도 못하고(그냥 페인트칠 한 거라 생각했다.) 있었는데, 원래는 황동색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답을 맞히는 것과 함께 산화라는 개념까지 함께 알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과학 분야의 100문제를 맞히다 보면 자연스레 과학도 그리 어렵지 않구나!라는 마음이 생기며 앞으로 배울 과학에 대해서도 기대가 늘어날 것 같아서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물론 어른이라고 모든 답을 아는 것은 아니듯, 아이와 함께 문제를 풀며 부모의 상식도 챙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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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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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릭스 라이더 시리즈의 작가이자, 유명 추리소설가인 앤서니 호로위츠. 촉박한 환경에서 촬영을 하는 중에 촬영장으로 들어서는 택시를 마주한다. 모두가 패닉 상태인데,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내리는 한 남자. 바로 전직 형사이자 현직 탐정인 호손이다. 호손과 호로위츠는 호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을 협업하고 있다. 그리고 방금 벌어진 사건을 꺼내는 호손.

이혼 전문 변호사인 리처드 프라이스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녀를 죽인 흉기는 고급 와인병이다. 와인병에 머리를 강타당하고, 깨진 병에 의해 온몸을 심하게 찔린 상태로 발견된 그녀의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사람은 안노 아키라라는 작가다.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리처드가 남편인 스티븐 스펜서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키라는 조금 남아있던 와인을 그녀에게 끼얹으며 와인병으로 혼내주겠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그러고 나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마치 예언처럼 말이다. 호손의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된 호로위츠는 다음 작품을 위해 그가 가는 곳에 동석을 하게 된다.

우선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있는 안노 아키라는 리처드가 변호를 맡았던 에이드리언 록우드의 전 부인이다. 아키라가 리처드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이유는 에이드리언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끌고 가서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리처드의 유언장에서 데이비나 리처드슨과 콜린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는 호손과 호로위츠는 데이비나를 찾아간다. 리처드는 이들 모자에게 큰돈을 남겼는데, 그 이유는 과거 데이비나의 찰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과거 찰스와 리처드, 그레고리 테일러는 함께 동굴 탐사를 하는 멤버였다. 이들은 롱 웨이 홀 동굴 탐사를 함께 떠났는데, 큰 비가 내렸고 이 사고로 찰스는 사망한다. 실제적으로 이들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함께 간 탐사에서 찰스가 사망했기 때문에 리처드와 그레고리는 도의적인 죄책감을 가진다. 리처드는 그랬기에 찰스의 가족들을 부양하며 대신 아빠의 자리를 채워줬던 것이다.

이상한 것은 리처드가 사망하기 하루 전, 그레고리가 킹스크로스역 선로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사망했다는 데 있다. 요크셔에 거주하던 그레고리가 왜 데이비나가 사는 곳까지 왔고, 그곳에서 사망한 것일까? 이들의 죽음에서 석연치 않음을 느끼는 호손과 호로위츠. 또한 리처드가 사망한 곳에 쓰여있는 초록 페인트 182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건이 하나 둘 풀어지고 관련 인물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조금씩이 사건은 과거 롱 웨이 홀 사건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진다. 과연 이들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이 된다. 물론 겉 보기에는 사건을 풀어나간 것이 탐정인 호손같이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호로위츠는 사건을 풀어갈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번 책이 호손과 호로위츠 콤비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 작인 숨겨진 건 살인이 슬쩍 언급되다 보니 궁금해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호로위츠와 이 책의 저자가 동명이라는 데 흥미롭고, 그녀가 셜록 홈스 시리즈의 속편을 쓴 작가라는 설정도 꽤 매력적이다.(셜록 홈스는 작품 안에서도 꽤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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