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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차 오빠차 아니고 언니차 - 여성 운전 독립 가이드북
이연지 지음 / 들녘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면허증을 두 번 갱신했다. 어렵게 따놓고는 장롱행이었던 면허증을, 운전도 안 하고 두 번이나 말이다. 20대 중반에 면허를 땄는데, 이유는 하나였다. 퇴근길 아이 셋과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탄 아이 엄마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결혼은커녕 남자친구도 없던 때였음에도, 그 모습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미래를 위해 동네에 있던 운전면허학원에 등록을 했다. 타고난 겁쟁이인지라, 역시나 면허를 취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회사에 시험 때마다 반차를 낼 수 없어서, 늘 새벽 첫 타임에 시험을 보았다. 눈이 엄청 내리던 날, 그렇게 몇 수를 거듭하고 드디어 면허증을 받았다. 만약 그때 바로 운전을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을 두 번의 면허증을 갱신하고, 눈치 보여 반차도 못 내던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야 마음이 동했다. 이미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후였다. 지인이 소개해 준 운전 연수 강사로부터 연수를 받은 첫날, 다리가 후들거려서 수업이 마친 후 차에서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다섯 번의 수업을 마친 후, 겨우 차를 끌고 나갔다. 물론 그것도 다시 도로 아미타불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친정과 교회는 갈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엄마의 SOS나, 남편의 출타 시 한 번씩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나름 뿌듯함이 있었다. 물론 차를 몰고 가는 게 딱 그 두 군데라는 사실이 안타깝긴 했지만, 그럼에도 운전을 하는 게 이렇게 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운전 연수 첫날, 선생님은 차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계기판 보는 법, 오른쪽 왼쪽 레버, 사이드 미러 맞추는 법 등에 대한 설명이었고 한 번씩 해보긴 했지만 도무지 뭐가 뭔지... 배우긴 배웠는데, 기억이 1도 안 났다. 이후 운전을 할 때 대부분 남편이 옆좌석에 타고 있었기에, 남편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아직도 밤에 운전을 하게 된다면 무슨 등을 켜야 하는 건지 헷갈리고, 비가 올 때 와이퍼를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 지도 헷갈린다. 여성 운전 독립 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두껍다. 350페이지 가량 되는 두께인지라, 웬만한 소설책 버금간다. 여성이 혼자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책이기에 좀 더 디테일한 지식들이 담겨있다. 가령 자동차의 각 명칭이라던가, 내가 어려워하는 등화에 관한 것들, 표지판과 운전 시 주의사항들이 꼼꼼하게 담겨있다.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했다면, 본격적인 운전을 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실례가 나온다.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나 자동차 보험에 대한 것, 사고 유형별 과실이나 과태료, 여러 차량의 이상 증상 등 한 번 이상은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책 안에 담긴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여성 운전자를 돕기 위한 책이지 두려움을 주기 위한 책은 아니라는 사실. 전부를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알고 나면 도움이 되는 지식들이다. 원래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게 되어있으니 말이다. 사실 운전을 안한 지 2~3개월이 되었다. 주된 이유는 차를 몰고 나가서 발생하게 될 다양한 상황들에 내게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크다. 그럼에도 운전을 해야 할 이유는 참 많은데 말이다.
답답할 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든든한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쫄지 말고 당당하게 멋진 드라이버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