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게
제니 재거펠드 지음, 황덕령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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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엄마의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제목만큼이나 가슴 아프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주인공 사샤는 얼마 전 엄마를 잃고, 아빠와 둘이 사는 여자 아이다.

학교를 다니고 있고, 짝인 멜타와 친하다.

사샤에게 엄마의 부재는 덤덤한 척하지만 상당히 큰 상처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사샤는 엄마처럼 되지 않기 위해(사샤는 죽음이 삶에 실패라고 생각한다.) 슬픔이 사샤를 삼키는 걸 막기 위해 자신만의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어가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성공하기 위해) 사샤는 7가지의 목표를 정한다.

머리카락 다 잘라버리기, 살아있는 것 키우지 말기, 책 읽지 않기, 밝고 화려한 색깔의 옷만 입기,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기, 산책 피하기 그리고 코미디 퀸 되기.

엄마와 반대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지만, 사샤는 모든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오히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하다 보니 엄마를 더 이해하고 닮아갔다고 할까?

어쩌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무엇보다 엄마의 죽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사실이 사샤에게 다가오는 여파가 상당히 큰 것 같다.

특히 주위에서 사샤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을 건네오는 것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더 큰 충격이고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자살을 반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물론 자신의 인생이고, 자신의 결정이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이 받게 될 상처와 아픔은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설령 그게 우울증 같은 병에 의한 것이라도 말이다.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사샤이지만,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만은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참 가슴 아팠다. 물론 그런 딸을 두고 떠나 앞으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없는 엄마 또한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의 성장과 엄마의 부재 그리고 죽음.

많이 무거운 주제지만 그럼에도 사샤라는 아이 특유의 밝은 기운이 가득하기에 그리 무겁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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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어요 -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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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그리고 과부가 홀아비 사정 안다는 속담도 있다.

저자인 김윤나는 전 작인 말 그릇에서 만난 기억이 있다.

당시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함께, 참 예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녀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과거 이야기들에 대한 내용들이 사실 말 그릇 안에 담겨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의 제목과 속담이 떠올랐다.

너무나 곱게 자라서 그 어떤 상처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생각보다 상당히 많고 큰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역시 상처가 있는 사람이 상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에게 적절한 위로를 건넨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한 듯이 그녀의 글은 언제 읽어도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느 장을 펴도 그녀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어쩌면 너무나 숨기고 싶고 창피할 수 있는 과거의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는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나 역시 학창시절 왕따의 기억이 깊이 자리 잡고 있고, 담임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기억, 엄마가 촌지를 안 줬다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차별과 냉대를 경험했다.

그 모든 기억은 내 나이 10살이 되기 전의 경험들이었다.

생각보다 그 상처들이 상당히 오래갔고, 밝은 척 상처받지 않은 척 가면을 쓰고 꽤 오랜 시간을 버텼다.

결국 그 상처는 어느 순간 곪아 터졌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상처에서 조금은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자신의 아프고 괴로운 기억들을 책에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나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녀가 그 기억들에서 놓였기에 상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고맙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말이다.

그녀의 글을 통해 또 다른 위로를 경험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그리고 나 또한 조금씩 조금씩 내 상처와 연결된 고리를 끊어내고, 잘라내고, 새살이 나도록 다독이고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하다.

늘 상처 속에서 모든 잘못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듯 스스로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녀의 책 제목만 보더라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위로. 덤덤하지만 진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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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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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왠지 모를 페미니즘의 냄새(?)가 풍긴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봤을 때,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그렇기에 당연히 같은 대우를 받고 누려야 하는 것인데 유독 여자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

그에 대한 반감으로 생긴 단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반감도 싫고, 일방적 희생도 싫기에 나는 그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나 역시 내 딸아이에게 여자답게를 요구하고 있었기에(너무 체화되어 버려서 그런지, 인식하지 못했었다.) 거기서 오는 충격과 함께, 굳이 이렇게까지...?라고 할 정도로 조금은 격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반감이 든 것 또한 사실이다.

여자가 여자의 적이라는 말. 씁쓸하지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

나름 깨어있는 시어머니라고 하는 우리 시어머니도 손녀인 우리 아이를 보고 "예쁘게","여자답게"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시고, 출근 준비에 아이케어에 물 한잔 마실 틈도 없이 출근하는 나를 향해 그래도 남편(본인의 아들) 밥은 챙겨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신다.

물론 시어머니뿐 아니라 우리 엄마의 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근데 문제는... 나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30년 넘게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와서 그런지(집안일은 엄마가, 근데 엄마도 워킹맘이셨다.), 약간의 죄책감(?)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면 아이를 향해 여자아이답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

아이 옷은 늘 핑크나 노란색으로 사는 편이고, 장난감도 인형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에 놀이터에서 만난 반 친구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있는 걸 본 아이가 말했다.

"나도 자동차 가지고 올래".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라고 해봐야 병원에서 받은 작은 구급차와 당근 모양 자동차가 전부였다. 한 번도 아이에게 자동차를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구나 하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어쩌면 아이를 교육하는 엄마조차 그렇기 싫다고 하면서 아이에게 성별에 따른 행동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내가 그런 말을 쓰고 있다면 아마 아이 또한 후에 엄마가 되었을 때 나와 그리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고민이 된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고 가 아닌 사람은 이렇고라는 생각과 말로 고치는 게 쉽지 않기에 말이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강요가 아닌 아이가 진정 좋아하는 것,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내가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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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시선 - 슈퍼리치는 어디에 눈길이 가는가
박수호.나건웅.김기진 지음 / 예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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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아마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재벌 2세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옷차림새나 타고 다니는 차, 말투와 행동에 이르기까지 나 부자임을 드러내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그런 부류 말이다.

물론 나는 그들을 실제로 만나본 적도, 실제 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궁금하긴 했다. 바로 이 책. 부의 시선을 통해 부자 중에서도 더 부자인 상위 1%의 부자들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슈퍼리치는 누구일까? 어디까지가 슈퍼리치일까?

물론 업체마다 슈퍼리치의 기준이 있다고 한다. 집값 기준, 자산기준, 주식부자 순위...

아마 우리가 손에 꼽는 부자들이 그들일 것이다.

이 책은 4가지 면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취향과 소유, 공간과 일상, 쉼과 여행, 삶과 남다름.

이렇게 4가지 면에서 그들이 선택하는 것들에 주목해 그 특징과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를 알아봤다.

백화점에서는 무조건 비싼 제품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는데, 그들은 슈퍼리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슈퍼리치는 같은 돈을 쓰더라도 희소성과 함께 스토리를 중시한다.

물론 비싼 제품을 사기는 하지만, 가격이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폐가 있긴 하지만 희소성과 스토리를 가진 제품들은 가격 면에서 월등히 비싸긴 하지만...^^;;)

그렇다 보니 그들이 찾는 상품들의 경우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그에 맞는 서비스 또한 최상으로 주어진다.

덕분에 조금은 까다롭기도 하고, 자신만의 스타일과 주관이 확실하다.

(그런 면에서 선택 장애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단지 그들의 선택에만 주목하지는 않았다.

성향이라던가, 태도에 대한 부분이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워낙 매체에서 그려지는 부자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갑질하고 돈*랄하는 모습들 말이다.)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취재를 위해 만나본 슈퍼리치들은 정중하고 예의 바르고 배려가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또한 슈퍼리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짠돌이, 명품족, 학구파??) 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원하는 제품들에 실사(실제 사진)가 있기에, 슈퍼리치에 대한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제품들이나 장소들은 실제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범인(凡人)인지라 책으로나마 접해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가격에 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누구나 한번 즈음은 부자를 꿈꾼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슈퍼리치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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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 임신.출산.육아의 전지적 엄마 시점
홍현진 외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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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결혼. 임신. 출산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다들 결혼을 안 한다고 하는 요즘 같은 때에 나는 결혼은 필수! 임신과 출산도 당근 필수!!라고 외치는 여자였으니 말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직접 경험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까지 경험해본 지금... 엄마는 그저 대단하고 위대하고 그 어떤 일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입이 닳도록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워킹맘으로 살고 있어서 더더욱 그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우아한 입덧, 예쁜 태교, 소리 몇 번 지르면 아기 울음소리가 나오는 출산은 없다.

임신 5개월까지 입덧을 했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왜 임신이 이렇게 힘든 건지 얘기 안 했냐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쏟아내야 했던 일명 "토덧"과 "양치덧"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특히 임당(임신성당뇨)이었기에, 산부인과 담당 의사는 자연분만만을 권하기도 했고, 나 역시 출산 후 꼭 밥을 먹고 싶었기에(혈당관리하느라 태어나서 가장 빡빡한 다이어트를 했다.) 자연분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물론 그 자연분만을 이루기까지 엄청난 고통과 반강제 출산이 있었긴 하지만...

그리고 조리원 입성부터 시작된 모유 수유 교육.

조리원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은 모유가 콸콸 나오는 엄마였다.

그 어떤 것도 그 이상이 아니었기에... (나보다 하루 늦게 들어온 엄마는 모유가 너무 많아서 아이가 숨을 못 쉴 정도였다.) ㅠ

엄마로 산 지 만 2년이 넘었다.

칼퇴와 동시에 지하철과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집으로 간다.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 뛰고 또 뛰어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동시에 다시금 시작되는 하루.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책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지 도무지 구별이 안되었다.

책과 내가 하나, 내 이야기를 쓴 듯한 글 하나하나에 웃고 울었다.

아직도 여전히 사회에서 요구하는 엄마에 대한 모습이 있다.

과거에 비해 좀 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육아에 대부분은 엄마의 차지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화 안 내는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엄마는 늘 일을 하셨기 때문에, 집에 오면 반겨주는 엄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 역시 내 엄마처럼 아이에게 그런 모습의 엄마가 될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은 나에게 원망이나 책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엄마로 잘 살고 있다고, 엄마는 절대 쉽지 않은 것이 맞는다고 다독여주는 기분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엄마도 돌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예쁘지만 예쁨과 힘듦은 상쇄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나 또한 공감한다.

엄마라면, 엄마가 되고 싶다면, 엄마가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경험이 없다면 100% 공감은 안 될 수 있지만, 적어도 내 엄마에 고마움에 100% 눈물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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