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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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며칠 전, 큰아이와 큰아이의 절친을 데리고 같이 키카를 간 적이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터라, 막내까지 총 5명의 여자아이를 태웠다. 그중 3명은 동갑이었다. 아이들은 참 빨리 친해진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깨닫게 된 것이,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또 한 명의 동갑내기와 오늘 처음 만난 큰 아이의 친구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차를 타고 이동한 40분 남짓 시간에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제쿠라 카논과 고타키 유즈 역시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상황이 참 다르면서도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7살인 초등학교 2학년(일본 소설이라서 나이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유즈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한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선다. 엄마는 평소 봉사활동을 잘 하는 사람이다. 유즈에게 어디로 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엄마를 따라나선 길. 엄마는 어디 가지 말고 30분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다. 그 아파트에는 이상한 눈빛의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심심했던 유즈는 집 앞을 서성인다. 그러다 아파트 위에서 한 여자아이가 밖으로 떨어질 거 같은 상황을 목격한다. 위험해 보이던 찰나 유즈의 이마 위로 뭔가가 떨어진다. 피처럼 빨간 액체다. 아이가 떨어진 걸까? 아파트 그 자리에는 누구도 없었다. 그리고 숨 가쁘게 뛰어나온 한 아이를 마주한다. 아제쿠라 카논이라고 자기 이름을 설명한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유즈의 엄마는 유즈를 데리고 그 아파트로 와서 30분을 머물다 갔다. 그리고 유즈에게 수요일은 카논을 만날 수 있는 날이었다. 30분 밖에 안되지만, 유즈와 카논은 조금씩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카논이 위험하게 서 있었던 것이 옆집 언니(치사씨)가 키우는 앵무새 황록이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유즈. 하지만 엄마와의 관계는 힘들다. 무섭고 냉랭한 엄마 덕분에 어린 유즈는 엄마의 눈치 보는 법을 먼저 터득했으니 말이다. 결핍은 카논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논을 통해 묘사된 그녀의 엄마는 안아키 같이 보였다. 자연치유, 자연식 등 인공적인 것을 삶에서 배제하다보니 카논은 평범한 일상이나 음식들을 누려본 적이 없다. 당연히 주변과 교류 역시 끊어진 상태다. 가정 형편이 어렵기도 했지만, 이런 극단적인 일상의 배제는 결국 카논에게도 결핍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유즈와 카논은 다르게 보이지만 많이 닮아있는 아이였다. 황록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논은 유즈와 함께 황녹이를 묻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즈의 엄마는 볼일이 일찍 끝났고, 그날 이후 유즈와 카논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시간이 흘러 15살이 된 유즈.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교복에 배지를 깜박해서 급하게 달고 있던 중에 멀리서 뛰어오는 짧은 커트 머리의 아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를 불러 세우는 순간, 8년간의 기억이 순식간에 재생된다. 그 아이의 이름 아제쿠라 카논을 들었기 때문이다. 카논은 입학 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아이였다. 전액 장학금을 받는 아이, 연예인급 외모를 가진 아이로 말이다. 도대체 8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카논이 유즈가 다니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유즈는 카논이 반갑지만 섣부르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카논과 다시 가까워지면,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재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카논의 집안 형편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과 저녁에 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듣게 된다. 유즈 역시 냉담한 엄마의 그늘에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유즈에게는 그때처럼 카논이 유일한 안심처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둘은 헤어지게 된다.

유즈와 카논은 세 번째 재회를 한다. 14년이 흘러 29살이 된 유즈와 카논. 이미 유즈는 결혼을 한 상태이다. 과연 세 번째 만남은 이들에게 또 어떤 기억을 선사하게 될까?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초반에 이 말이 등장했다. 황록이를 묻어주기 위해 삽을 찾던 카논이 유즈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책 안에 여러 번 등장한다. 단지 한 문장일 뿐인데, 그 의미는 책을 읽으며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 둘 다 마음이나 환경이 밝고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자신들의 괴로움을 벗어나 밝고 희망차고 행복한 곳으로 나가고 싶은 바람이 만들어 낸 한 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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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퀴즈 알고 싶은 한국사 - 77가지 퀴즈로 만나는 초등 교과 개념 사전 풀고 싶은 퀴즈 알고 싶은 퀴즈
이승원 지음, 유남영 그림 / 키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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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영향 때문인지, 큰 아이는 역사를 참 좋아한다. 6살 때부터 부르기 시작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 어느 순간 역사에 대한 지식이 더해져 관심도나 이해도가 좀 더 깊어졌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방과 후 수업 중 역사체험 논술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평소 역사를 좋아하니, 이래저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1분기를 신청해 주었는데 너무 재미있어했다. 덕분에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듣고 있다. 방과 후 말고도 매주 월요일 돌봄 교실에서도 역사를 배우니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당연히 월요일과 역사체험 논술 수업이 있는 목요일!

뭔 지도 모르고 흥얼대던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수업을 통해 실제 어느 시대의, 어떤 일을 했던 인물인 지를 배우고 나니 요즘은 엄마에게 곧잘 역사에 대한 질문도 한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역사를 꽤 공부했던 터라, 한 번씩 퀴즈를 내고 받아주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어서 한 번씩 놀라기도 한다.

덕분에 내게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고 해야 할까?

가끔 퀴즈를 내달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연대나 인물이 한 일이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 퀴즈 맛을 들인 아이인지라, 한국사에 대한 퀴즈집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풀고 싶은 퀴즈 알고 싶은 한국사라는 책이었다. 한국사 말고도 국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과목들이 교과서와 연계되어 나온다. 그중에서 내 선택은 바로 한국사! 다.



한국사의 각 시대별로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퀴즈 형식으로 등장한다. 4지 선다이고, 그림이 같이 곁들여져 있기에 공부보다는 퀴즈나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총 77개의 퀴즈가 등장하는데, 이 말은 77개 이상의 한국사 속 내용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1장은 고대(~삼국시대, 발해), 2장은 중세(고려), 3장은 근세(조선), 4장은 근대(~일제강점기)이다. 참고로 퀴즈 안에는 현대는 빠져있다.

우선 각 시대별 퀴즈가 한 문제 등장한다. 퀴즈 자체가 해당 내용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절대 바른생활 형식의 답장 너는 아니다.) 간혹 헷갈리는 문제도 있다. 퀴즈의 정답은 다음 장 제일 위에 등장한다. 단지 답만 알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에 대한 해설이 자세히 쓰여있기 때문에 퀴즈로 궁금증을 자극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맛볼 수 있는 구성이 꽤 마음에 든다.



중요한 것은 문제와 답만 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출제된 이유나 그 시대의 구체적인 키워드를 잡아가면서 한국사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해설 말미에는 그림도 등장하기에, 이래저래 흥미롭게 한국사를 접할 수 있겠다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퀴즈들이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다. 각 시대의 말미에는 연표가 등장한다. 연표를 통해 각 시대에 벌어진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개념을 잡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받은 첫날부터 표지 외에는 책을 살펴볼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밥 먹을 때도, 숙제할 때도, TV를 보면서도 옆에 끼고 읽고 또 읽기 때문이다. 아직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지 않지만, 본인의 관심에 따라 먼저 공부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사가 단편적인 지식의 습득을 넘어서 먼저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혜를 반추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 역시 교과목이기 때문에, 공부식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배웠으면 했는데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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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글댕글~ 왜일까요? - 꾸밈으로 보는 세계 문화 댕글댕글 8
이원중 엮음, 김희영 감수 / 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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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구촌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앉아서 30분가량 나오는 방송을 보다 보면 똑같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았다. 한편으로는 왜일까? 하는 궁금증이 많았지만, 까닭을 모르고 지나갈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같이 보였지만, 차례에 담긴 질문들을 읽으며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문화의 답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선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어도 좋을 만큼 풍부한 그림과 사진이 돋보인다. 사용되는 단어들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아이들과 같이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초등학생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성인들도 충분히 흥미로울 내용들이 상당하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나 역시 궁금했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대답들이 속시원히 담겨있다. 물론 저자는 책에 담긴 여러 자료들을 통해 도출해낸 답이 모든 것을 충분히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화라는 것 자체가 단편적인 하나의 사건이나 환경 등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통한 세계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고, 그를 통해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주기를 당부한다. 이 책에 앞서 저자는 타 문화권의 모습에 대한 판단은 내려놓기를 강권한다. 어느 문화도 자연환경과 지역에 적응하면서 생겨난 것이지,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가지고 타 문화를 재단하거나 판단하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자.

이 책의 주제는 "꾸밈"이다. "꾸밈"이라는 단어 안에서 파생된 각 문화들이 이렇게나 많은 지 솔직히 놀라웠다. 예를 들자면 유럽 사람들은 왜 가발을 썼을까요? 나 중국인들은 왜 작은 발을 좋아했을까요? 스코틀랜드 남성들은 왜 치마를 입을까요?, 레게 머리는 어떻게 손질할까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등장한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왜?라는 질문을 할 법한 내용들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문화들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과거의 이집트의 단발머리와 유럽의 가발이 연계된다. 물론 시대상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이는 또 조선의 가체와도 연결된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명제로 점철되기도 한다. 우선 머리숱 혹은 가발과 관련된 부분은 다분히 위생과 관련이 된다. 지금처럼 세제가 발명되기 전이고, 씻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던 시기인 고대 이집트는 기후의 영향도 더해져 감염병이 많았다고 한다. 머리에 생기는 여러 질병 때문에 삭발을 하지만, 그 또한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두피를 지켜내기 쉽지 않았다. 결국 가발은 두피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단발머리 역시 긴 머리에 비해 관리가 편하다는 점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길고 풍성한 머리는 자신감으로 표현된다. 유럽의 가발이나 조선의 가체 역시 풍족함이나 우월함의 상징이었다. 여기서 신기한 것은 영국의 법관들의 가발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가발이 오래될수록 연륜과 경험이 많은 것을 의미하기에, 오래된 가발은 그만큼 존경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미얀마의 카얀족의 목에 긴 고리의 의미나 에티오피아 무르시족, 브라질 원주민인 카야포 부족도 입술의 판을 끼우는데 이들은 왜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답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설명했듯이 단편적인 이류로 그들의 문화를 재단하거나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그 행위에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배경들이 퇴적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문화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 행위에는 그 문화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들이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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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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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다섯 번째 이야기다. 벌써 다섯 번째 시리즈라니 놀랍다. 구미호 식당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1권부터 4권까지의 내용은 각자의 스토리와 주인공을 가지고 있다. 연결되는 부분은 없기에 어떤 권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단, 구미호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큰 줄기가 있을 뿐이다. 바로 죽음이다. 전 편에서의 이야기에는 특히 "자살"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리고 그 일이 "후회"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꽤 여러 번 다뤄졌던 것 같다. 이번 편 역시 그 "죽음"과 "후회"의 연결선상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번 편에도 등장하는 구미호는 증호와 달호다. 과연 이 둘 중 누가 등장인물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켜내는 구미호일까?

매일 같이 미리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시연. 시연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미리는 누구일까? 그러던 어느 날, 미리의 번호로 온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혹시 당신의 선택 중에 되돌리고 싶은 게 있나요?

당신이 뭔가 선택했던 그날로 돌아갈 수 있는데요.

p. 7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너무 미리가 그리웠던 시연은 달호와 거래를 하기로 한다. 시연의 삶 중 하루를 달호에게 주는 대가로 시연은 후회했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날 기차역으로 가게 된 시연. 그곳에서 시연은 다른 사연을 지닌 둘을 만나게 된다. 아들을 잃은 정수리가 훤한 아저씨와 반려견을 잃은 연수 언니. 기차역에 도착하기 전, 달호는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끊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구미호 증호. 삶이 얼마 남지 않아서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다는 증호는 달호가 이들에게 사기를 쳤다고 이야기한다. 증호는 자신이 줄 수 있는 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뭔지는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달호의 말을 믿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증호는 달호가 파는 표를 사지 말고, 그 직원이 사라진 후에 나타난 역무원의 표를 사라는 말을 남긴다. 순간 헷갈리기 시작한 셋. 결국 아저씨는 달호가 말한 직원의 표를 하고, 연수와 시연은 증호가 말한 직원의 표를 산다.

시연은 중학생이다. 얼마 전부터 시연은 같은 반의 이온에게 시달리고 있다. 협박이라면 협박일 것이다. 사실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시연은 우연히, 이온이 같은 반이자 학교 전체 회장인 유재의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 일로 이온은 시연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그날도 톡을 보내서 음악실에서 만나게 된 이온과 시연. 이온은 이 일을 빌미로 유재의 핸드폰을 자신에게 갖다주고, 다시 돌려놓는 일을 해달라고 반 협박을 한다. 유재와 이온은 비밀 연애 중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한편, 이온 옆에 있는 미리의 존재도 부담스러웠던 시연. 도대체 자신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거듭되는 독촉에 시연은 유재의 핸드폰을 몰래 가져다 이온에게 준다. 임원방에 뭔가 말을 남기는 이온.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하고 유재의 핸드폰을 돌려놓는 시연. 이 일로 시연은 이온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다시는 같은 심부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일이 문제가 되는 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월요일 학교에서는 큰 소란이 벌어진다. 유재가 회장단 방에 글을 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걷은 벌금으로 햄버거를 사서 근처 생활이 어려운 곳을 방문해서 전달하기로 하겠다는 말과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톡을 남긴 유재. 하지만 유재는 토요일에 나타나지 않는다. 금요일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하지만, 부회장인 동주를 비롯하여 임원들은 유재의 책임감 없는 행동을 거론한다. 유재는 당황한다. 자신은 그런 톡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자란 70여만 원을 동주의 엄마 카드로 낸 사실까지 밝혀지자, 학교는 유재를 향한 비난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유재는 병을 핑계로 등교하지 않게 된다.

이 사건에 관여했던 시연은 가시방석이다. 자신의 잘못과 이온이 시킨 일이라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지만, 이온은 극구 반대한다. 결국 계속 결석하는 유재를 보고, 여론은 돌아서기 시작한다. 정말 유재가 그런 톡을 남긴 것이 아니라면, 누가 유재의 핸드폰으로 톡을 쓴 것일까? 억울하게 모함을 받게 된 동주는 눈에 불을 켜고 유재 사건의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해당 사건과 존재감이 드문 미리가 어떻게 연결된 걸까를 찾는 것도 흥미로웠다. 과거 미리는 시연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었고, 그 일을 기억하고 시연을 돕고 싶어 했다. 증호와 달호와의 거래로 시연은 과거의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4월 28일. 그날 과연 미리와 시연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 속에서는 후회가 되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과연 결과까지 바꿀 수는 있었을까? 소설이니까 가능한 설정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회가 되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은 후회와 다행히 섞여서 돌아간다. 내 선택과 결정은 결국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증호와 달호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가를 찾는 것, 시연와 연수가 그토록 후회했던 그날의 일을 마주하면서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되돌릴 수 없는 삶에서 우린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회를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답이 최선이라면 선택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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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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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그런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함부로 쉽게 무시하지 않을 거야.

특히 오빠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더.

왜냐면 그들을 알거든.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그 일을 해 온 사람의 삶은 꽉 차 있다는걸.

배달 라이더 온종일. GS 편의점 사장 정정석. 만년 공시족 진순경. 이들이 사고를 쳤다.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사고였는데, 결국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다. 진정한 영웅이지만, 지질하기 그지없는 삼 인방의 코믹 추적 활극.

연애 3년 차 온종일과 한다정.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정말 깊은 이들은 정말 사랑할 줄 아는 인물들이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다정이지만,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엄마 혼자 힘으로 두 딸을 건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다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립한다. 그리고 자기 혼자 힘으로 대학에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하고 돈을 모은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와 다른 "성실함"이다. 그렇게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사장의 친구인 종일을 소개받은 다정. 정말 성실한 종일과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오랜만에 종일과 노래방을 찾은 다정은 그날 종일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한다. 드디어 청약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일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다정은 종일과 헤어진다.

종일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종일은 평생을 같이 하고픈 유일한 사람인 다정을 좀 더 제대로 갖춘 곳에서 대접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종일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겨우 청약에 넣어 집을 마련하기 직전, 아버지가 발목을 잡았다. 무주택자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버지는 어머니와 친구의 공동명의의 집을 마련해둔 것이다. 그동안 월세라 생각하고 냈던 돈은 이자였다니....!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차마 먼저 프러포즈를 한 다정에게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헤어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ㅠ

그렇게 헤어진 다음 날. 다정이 보고 싶다는 바다로 향하던 종일에게 콜이 들어온다. 다정의 집이다. 무조건 내가 간다는 생각에 콜을 잡은 종일은, 무조건 속력을 내서 가게로 향한다. 너무 늦은 터라, 주인은 화가 났지만 자신이 다 변상하겠다는 말로 다정이 주문한 음식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메모부터 이상했는데, 문을 열고 나온 팔이 다정의 것이 아니다. 남자의 팔이었다. 도대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답답한 종일은 결국 정석의 편의점으로 향하고, 정석과 종일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독서실의 순경까지 들이닥친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아는 터라, 정석과 종일, 순경은 다정의 집을 감시하기로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살펴볼수록 심증이 굳어진다. 다정이 납치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다정을 되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데...

이들은 엉뚱한 추리와 생각을 통해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몇 년 전 큰 이슈가 된 깡통전세 사건이 교묘히 섞여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단순하지만, 결국 순간순간의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일을 담당한 순경, 결단력과 자금력으로 사건 해결의 해결사가 된 정석, 그리고 오로지 다정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다정을 놓지 않는 종일. 이들의 우정은 참 눈물겹다. 이런 친구라면 인생 정말 잘 산 게 아닐까?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일을 시작했지만, 그의 상황과 진심은 이해가 간다. 가해자지만, 그 역시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경찰보다 대단한 열심과 추리력을 가진 삼 인방의 이야기는 거창하고 멋진 탐정은 아닌, 소시민적이고 때론 찌질하기도 했지만 그 어떤 탐정보다 제대로 된 흡입력을 지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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