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어게인: 변화를 만드는 힘 - 스테디셀러 《넛지》 후속작
캐스 선스타인.탈리 샤롯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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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은 욕망이 불완전하고 간헐적으로만 만족될 때 생성된다.

동 저자의 베스트셀러인 넛지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핵심 내용은 여러 매체와 서평을 통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작은 개입 하나로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행위를 바로 넛지라고 부른다. 그 사실을 보고 놀랐고, 조금은 무서웠다. 타인의 개입이 내 행동을 타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신작에서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궁금했다.

사실 책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기억할 것이다. 극도로 목이 마른 상태에서의 생수 한 잔이 주는 감동은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근데, 한 잔을 마신 후 두 번째 잔을 마실 때의 감동은 첫 잔 보다 덜하다. 비단 생수뿐 아니라, 모든 음식이나 경험도 마찬가지다. 책 안에는 마카로니 치즈로 한 실험이 등장한다. 한 팀은 매일 마카로니 치즈를 먹는다. 다른 한 팀은 일주일에 한번 마카로니 치즈를 먹는다. 과연 두 그룹 중 누가 마ㅏ로니 치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을까? 결과는 두 번째 팀이다. 처음 마카로니 치즈를 먹을 때는 맛있고 만족스러웠지만, 매일 같이 마카로니 치즈를 먹으니 만족도가 점점 내려갔다. 당연히 마카로니 치즈는 맛이 있지만, 처음 먹었을 때만큼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반면, 일주일에 한 번 마카로니 치즈를 먹었던 그룹은 매주 먹어도 마카로니 치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오히려 적당한 결핍이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는 결핍으로 해석해도 좋지만, 자극이라는 측면으로도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을 때의 행복과 여러 번의 노력 끝에 얻었을 때의 행복은 다르다. 부족함 없이 늘 공급되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 같지만, 결과는 앞에서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텀을 두었을 때 사람의 행복도는 더 올라갔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습이나 경험도 마찬가지다. 학습은 습관화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배울 때 늘 새롭게 느끼고 그것이 자극이 되어 좋은 기억을 가지게 한다고 한다. 비단 학습뿐 아니라 이는 인간관계나 우리의 경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

결혼한 지 만 8년이 되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모 연예인 커플은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늘 설레고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부럽기보다는 놀라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책에는 그 비법이 등장한다. 배우자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익숙한 모습이 아닌, 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위치에서 배우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이 행동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새로움과 낯섬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한번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습관화를 부정적으로 이용한 예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나치 치하에서 반유대주의와 관련된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선호 위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사회의 방식을 묵인하는 것인데, 이는 다수로 하여금 사회의 방식에 동조하는 것 같이 보이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나치가 하는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옳다고 믿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다수의 독일인들의 행동은 나치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인식으로 보이게 된다. 결국 그런 방식은 나치 정권을 유지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나치즘뿐 아니라 독재 정권도 같은 의미로 설명할 수 있겠다.

습관화와 탈 습관화는 넛지만큼 우리의 삶에 꽤 짙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알고 활용하는 기업 혹은 집단들은 넛지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이를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타인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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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역사신문 : 삼국 시대 편 - 삼국 시대와 오늘을 연결한 최초의 신문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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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 부부가 한국사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 자체도 관심이 많다. 시작은 어린이집에서 배웠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책이나 유적지나 박물관 등에 관심이 생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방과 후 역사 교실을 꾸준히 신청할 정도로 역사 사랑은 점점 커져간다. 아이의 눈 높이에서 역사를 좀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었는데, 책 안에 소제목을 보니 어른인 나 역시 궁금해졌다. 


 조선보다는 고려, 고려보다는 삼국시대가 먼 과거이기에 실제 연구 자료나 관련 내용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삼국시대는 내게도 좀 낯선 부분이 있었는데 같이 책을 읽으며 참 흥미롭게 구성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번 4분기 역사 방과후 수업에서 삼국시대를 배운다는 선생님의 문자를 받고 보니 타이밍 굿!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장부터 신라시대의 토기에 새겨진 이모티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모티콘은 요 몇 년 사이의 산물인데, 신라시대의 이모티콘이라니!!! 그러고 나서 보니 낯이 익다. 


 나도 가지고 있는 이 이모티콘. 무료라서 받아서 한 번씩 사용 중인데, 이 모양이 바로 신라의 토기의 얼굴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어디를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실제 토기 안에서 다양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K-패션과 뷰티의 원조 이야기, 삼국시대에도 있었던 가짜 뉴스 인 의자왕과 삼천궁녀, 통일신라 시대의 핫 탬이었던 양모와 놋그릇, 신문왕이 왕비에게 보냈던 혼수품 된장! 등 제목만 읽어도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사실 내용을 읽는 것만큼 기억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담겨있다. 각 페이지의 진한 글씨로 적혀있는 것은 마지막 장에 용어 정리를 통해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해당 내용에 대한 빈칸에 들어갈 답을 찾는 문제도 나온다. 주제와 같은 내용은 역사 지식이라는 페이를 통해 한 번 더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역사신문을 통해 배웠던 내용들을 오롯이 자신의 것을 만들려면 해당 내용에 대한 요약이 필요한데, 역사 문해력 키우기를 통해 방금 읽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암기과목이라고만 알려진 한국사를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만족스럽고, 앞으로 고려와 조선, 근현대사 역사신문도 출간되면 좋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이 정말 많이 담겨있는데 해상도가 좀 떨어지는 사진들이 있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더욱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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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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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영 백서 사건에 연루되어 한양으로 압송되는 다산. 역사책에서만 보던 황사영 백서 사건을 덕분에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황사영이 다산의 가장 큰 형이자, 이복형인 정약현의 사위였기 때문이다. 이미 눈 밖에 나있는 다산을 어떻게든 끌어내려는 노론 파는 이번에도 황사영 사건에 다산을 끌어들인다. 결국 무죄임이 밝혀지지만, 다산을 호락호락 놔주지 않는 서용보를 비롯한 인물들은 정순왕후의 의견과는 달리 다산의 석방을 막는다. 결국 다산은 강진으로 다시 유배된다. 다산뿐 아니라 둘째 형인 약전 역시 유배길에 오른다. 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었다. 눈물의 이별을 하는 다산과 약전. 이게 그와 형의 마지막일 테지...라는 생각에 두 형제 모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유배지에 도착했지만 다산은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관아에서 비밀리에 서울에서 오는 유배자에게 집을 내주지 말라는 명령이 집집마다 전해진 것이다. 결국 가는 곳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산을 거부한다. 결국 길에서 이불을 펴고 자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다산에게 한 줄기 빛이 든다.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주막에 모셔도 되겠냐는 한 여인의 말에 다산과 몸종은 같이 주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산 앞에 정성이 담긴 밥상이 들여진다. 그들의 도움에 목이 메는 다산. 그가 안내된 방에는 특이한 것이 있었다. 벽 한편에 세워진 거문고와 책상에 놓여있는 주역 책과 엽전 6개. 도대체 이것의 주인은 누구이고, 어떤 사연이 담겨있는 것일까?

주막 부녀의 도움으로 다산은 유배생활에 어려움을 조금씩이겨낸다. 하지만 또 다산을 얽어매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방을 비롯한 관아에 속한 아전들의 아들들이 다산에게 학문을 배우겠다고 온 것이다. 근데 그게 빌미가 될 줄이야... 맹자를 가르치던 어느 날, 다산은 반역죄로 관아로 끌려간다. 유배 온 죄인이 나라와 임금을 욕했다는 죄명이었다. 그리고 증인으로 나온 아이는 이방의 아들로, 맹자의 내용을 읊으며 다산이 반역을 꾀했다고 증언한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저 다산은 맹자를 그대로 풀어서 설명할 뿐이었는데 말이다. 다산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주역의 이치를 깨달은 다산과 강진에서는 모든 학문을 통달했다고 소문이 난 혜장 스님. 주막에서 절로 거처를 옮긴 다산은 이 소문을 듣고 머무는 절의 주지와 함께 혜장을 만나러 간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잠을 청하러 비좁은 방으로 옮기게 되는 다산을 다시 찾아오는 혜장. 그가 다산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혜장은 다산으로부터 주역의 가르침을 받게 되는데...

쉽지 않은 유배의 길에서 다산은 후세에 도움이 될만한 많은 글을 남긴다. 여전히 다산을 죽이려는 서용보를 비롯한 반대파들이 득실거렸지만, 그럼에도 다산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폐족으로 벼슬길이 막힌 아들들에게 쓴 편지와 약전의 아들이었던 학초와 약용의 막내아들 농장의 죽음에 애끓는 심경을 시로 쓰기도 한다. 또한 군정의 문란으로 인해 사망한 시아버지, 남편,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에게도 군포를 내라는 말에 남편이 거세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그 상황을 지켜본 다산은 답답한 현실을 시로 남기기도 한다.

역사서처럼 촘촘하게 서술 된 다산을 통해 정약용의 삶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덕분에 다산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반가움이 교차한다. 딱딱한 역사 안에 나름의 로맨스나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겹쳐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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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는 삶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불온한 자유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2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용준 옮김, 박혜윤 기획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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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빛이 내면의 새벽을 비추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밤의 장막이 걷혀도 아침이 영혼에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지 화려하고 눈부실 뿐이다.

월든 호수에서 자연과 벗하며 사는 삶을 그린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에세이를 만났다. 원칙 없는 삶을 통해 만난 소로는 뭔가 좀 달랐다. 그래서 꽤 신선했다. 물론 그동안의 만났던 그의 글을 통해 소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청년이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만든 이미지에 소로를 가둬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을 통해 마주한 소로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아마 그런 충격에 대비해 추천의 글을 쓴 이는 소로를 그렇게 설명했나 보다 싶다.

월든을 통해 만난 소로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친화적인 이미지였다. 월든 호수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면서 때론 금욕적이고(금욕적이라기보다는 가난 때문이었겠지만), 당장의 편리와 편함보다는 자연은 생각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근데 숲에 불을 지른(물론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후의 모습은 좀 다르게 보였다. 나름의 노력을 하긴 했지만, 결국 번져가는 불 앞에서 그는 주저앉았다. 당연히 뛰어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했기에(그리고 초반의 몇 명은 도움을 거절했기에) 그랬겠지만, 자신의 실수로 엄연히 자연의 상당수가 불타버렸는데 그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본다니...! 불로 인해 100에이커(약 12만 평)이 타버린 상황에서 많은 어린 나무를 비롯하여 다람쥐와 같은 동물들도 삶의 터전을 잃었다. 불이 난 후 물고기가 타 죽어 있는 장면까지 봤지만 그는 생각보다 평온했다. "오히려 번개 때문에도 불이 날 수 있지 않은가? 이 불은 자연의 먹이를 먹어 치우고 있을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자세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떤 상황이든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었던 소로의 모습은 책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생활에 여러 도움을 받은 스승이자 철학자 에머슨에게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비판을 가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특출난 가치관과 기행을 지켜보며 때론 거리 두기를 하긴 했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는 에머슨이 쓴 추도사도 담겨 있다.

특이한 행동이나 기행을 하긴 했지만, 소로가 가진 가치관은 굳건한 뼈대가 되기도 했다. 그중 노동에 대한 그의 생각을 표현한 글을 발췌해 본다.

미국 의회가 보호해야 하는 노동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정직하고 인간다운 노동, 하루 내내 이어지는 정직한 노동,

빵 맛을 맛있게 하고 사회를 잘 돌아가게 만드는 노동,

모든 이가 존중하고 신성시하는 노동, 고되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하는 노동 말이다.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던 소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자유"다. 근데 그 자유의 성격이 또한 특이하다. 보통은 나를 지키기 위한 자유를 꿈꾸는 데 비해, 소로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로부터의 자유까지로 자유의 역역을 확장한다. 나까지도 넘어서는 자유... 이 표현을 마주하고 보니, 소로의 기행에 가까운 행동들과 글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때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소로의 모습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자유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자유에 대한 표현이 200년이 넘게 흐른 현시대에도 낯선데, 그 당시는 얼마나 낯설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소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괴짜 혹은 자유로운 영혼이 아닐까 싶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는 똥(?) 고집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 헨리 데이비드 소로. 덕분에 소로에 대한 이미지가 철저히 깨지긴 했지만 한결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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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에 관하여 - 몽테뉴의 철학을 통해 배우는 삶의 가치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1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박효은 옮김, 정재찬 기획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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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에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16세기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미셸 에컴 드 몽테뉴의 글 에쎄 중 일부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부제는 좋은 죽음에 관하여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하지만, 왠지 입 밖으로 내기에는 거북하고 불편하다. 과거에 비해 웰다잉에 대한 생각들이 나누어지고, 관련 서적이나 강의들도 많지만 여전히 죽음은 무거운 주제임이 틀림없다. 물론 몽테뉴가 살던 16세기에 비해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이 상당히 늘어났으며,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그럼에도 죽음은 누구에게나 한번은 꼭 마주해야 할 경험이다.

보통 죽음에 관한 책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분노의 5단계를 통해 죽음을 설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일 것이다. 근데, 그보다도 400년 전에 몽테뉴는 죽음에 대한 글이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의 임종 연구분야의 전문가나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사람들의 글과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전문서적이 아닌 에세이다.)

사실 몽테뉴는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단어를 꺼내고 있지만, 책 안에서 만난 죽음이 그렇게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죽음을 통해 현실과 현재의 삶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의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 바로 죽음이라고 말이다.

그대의 삶이 언제 끝나든, 그 삶은 이미 완전하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는 가로 결정된다.......

삶이 그대 안에 있을 때 온전히 그 삶에 집중하라.

물론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우리의 삶이 언제 끝날지 장담하지 못한다. 기대수명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내 앞으로의 여생에 대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내 삶이 좀 더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래서 몽테뉴의 글 중에는 너무 긴 호흡(15년)의 계획은 세우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이 글은 그가 39세 때 썼는데, 그는 당시에도 자신이 20년은 더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는 59세의 후두염으로 사망한다.) 불투명한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현실에 더 집중하는 것. 현재 우리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기 계발서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기획자에 말에 의하면, 그가 에쎄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때문이었다. 소울메이트였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와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자발적인 교육을 시켰던 아버지, 그리고 군인이었던 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법관을 그만두고 몽테뉴 성으로 돌아온 그는 사색과 독서, 집필에만 집중한다. 바로 그 시간에 나온 책이 에쎄인 것이다.

몽테뉴는 이야기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죽음은 누구가 가야 하는 길이지만, 우리 모두 한 번의 경험만 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랬기에 먼저 경험해 볼 수 없는 게 바로 죽음이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덜 수 있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 죽음이 엄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몸 사리지는 않아도 된다. 질병에 걸린다고 무조건 죽는 것도 아니고, 사고가 일어난다고 무조건 죽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죽음을 잊지는 말자. 그리고 죽음이 이르기 전까지 주어진 내 삶을 차분하게 살아가자.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한 경주를 하게 된다.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는 경주 말이다. 결승선에 이르러야 경주가 끝나듯, 죽음에 이르러야 삶은 완성된다. 그러니 죽음도 삶의 하나라고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과연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몽테뉴의 에쎄를 통해 좋은 죽음을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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