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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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한참 이 책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로 유명했을 때 책을 읽어봤다. 유능한 의사가 갑자기 폐암 4기 환자가 되었을 때의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할 수 없어서 좀 힘들었던 기억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이 책은 그 사이 100쇄를 찍었고, 나는 그 사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그의 이야기 곳곳에 밑줄이 그어졌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룰 정도로 천재적인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한 후, 그는 다시 스탠퍼드로 돌아가 의학을 공부한다. 이름만 들어도 우와! 가 절로 나오는 대학들에 그는 세 번이나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다 다른 전공을 가지고 말이다. 의사로의 능력도 참 탁월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바로 의사로 그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판단의 기준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 길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이 출간된 지 8년이 되었는데(아쉽게도 저자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책 안에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추천한 인물 중에 외상외과의 이국종 교수도 있는데, 그래서 더 이 책이 와닿았던 것 같다.(그의 책 골든아워는 완독을 한 후에도 다시 구입을 했었다.) 동료들은 좀 더 삶의 질을 찾을 수 있는 과(돈은 많이 벌고, 일은 힘들지 않은 과)를 찾지만 그는 고민하다 결국은 신경외과를 선택한다. 솔직히 사람이라면 누구나 3D는 피하고 싶지 않을까? 그렇다고 누가 그런 선택을 한 의사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폴과 같은 선택을 해준 의사들에게 지극한 감사를 표한다.

내가 입학했을 때는 의과 대학원의 방침이 변경되어 학생이 눌랜드처럼 행동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흉부를 절개하는 건 고사하고 환자를 만지는 것도 잘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심폐 소생에 실패하고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끝까지 환자를 살리려는 영웅적인 책임감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이 여전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그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의사이기 전에 가슴이 따뜻한 의사였기 때문이리라... 그는 환자들을 대할 때, 업무적으로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의사였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남겨지길 원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의사였다.

메스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면, 외과의가 선택할 수 있는 도구는 따뜻한 말뿐이다.

불치병을 진단받고 나서 나는 두 가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죽음을 의사와 환자 모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과거에 읽었던 상처받은 치료자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만약 그가 완쾌되어서 의사로 계속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병에 걸리기 전에도 그는 환자의 마음을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의사였는데, 실제 그가 병을 경험했기에 더 공감하고 따뜻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아쉬움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의사였기에 자신의 몸 상태나 치료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이기에 치료의 시간이 쉽지 않았을 것도 같다.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의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 앞에 죽음이 와 있음에도 나는 과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고민할 수 있을까? 폴과 그의 아내 루시가 얼마나 삶에 대한 생각이 깊은 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느낌으로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다. 8년의 시간 동안 나 역시 엄마가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어져서일까? 복직 후 다시 의사로 열심 있는 나날을 살던 폴에게 다시금 재발이 찾아왔을 때. 그리고 그게 그의 삶에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알았을 때 폴과 가족들이 겪은 상처는 정말 컸을 것이다. 과연 폴이 빡빡한 스케줄의 신경 외과의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는 삶을 더 영위할 수 있었을까? 1~2장은 폴이, 3장은 폴이 떠나기 직전부터 그의 죽음 이후에 얘기들이 아내 루시의 글로 엮여있었다. 아내 역시 의사였기에 폴의 상태를 조금 더 의학적으로 그렸던 것 같다. 마지막 장에 담긴 폴의 가족의 사진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사진이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생명의 모습일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숨결이 바람 될 때를 통해 삶의 깊이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루시와 케이디가 아무쪼록 폴의 부재에 너무 마음을 쓰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루시는 같은 환경에 처한- 아내를 불치병으로 잃은- 남자를 만나서 재혼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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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가장 쉬운 한국사 2 - 역사를 이끈 인물 편 설민석의 가장 쉬운 한국사 2
김지균 지음, 김창호 그림, 단꿈아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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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난 설민석의 가장 쉬운 한국사는 역사를 이끈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3개의 주제 안에서 한국사의 인물들이 4명씩 등장한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의 주인공인 고구려 태학박사 설쌤과 고구려 공주인 평강, 그리고 온달이 등장한다. 이들은 설쌤에 의해 한국사 곳곳을 여행하며 이 땅에 살았던 과거의 주인공들을 만나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목격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알아간다. 한국사 대모험이 만화로 되어 있는데 비해, 이 책은 글 밥이 꽤 된다. 한 단원의 말미에 만화가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적은 페이지만 등장하기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보기에 더 좋을 듯싶다.

이번 2권의 주제는 굳은 마음과 잘못된 판단/진취적인 기상을 품은 인물/시련을 두려워하지 않은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이 되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낙랑공주, 묘청, 정몽주, 인조다. 넷 모두 굳은 마음으로 일을 도모했지만, 결국은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한 인물들이다. 책을 통해 좀 더 색다르게 만난 인물들 중 하나가 처음에 등장한 낙랑공주였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는 러브스토리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 지나 자명고에 관한 이야기는 어렴풋하게 들었었는데, 책을 통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결국 자명고를 찢어서 고구려에 멸망당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낙랑공주인데, 결국 그녀는 아버지인 낙랑왕 최리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호동왕자 역시 왕이 되지 못하고 계모에 의해 모함을 받아 자결하였다고 하니, 또 다른 모습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가 싶다. 책 안에는 자신의 결심에 비해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만약 이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도모되었다면, 과연 역사책에 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기록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역사는 승자들의 입장에 기록되니 말이다.

얼마 전 읽었던 다산의 이야기도 책 안에 등장한다. 초점은 수원 화성을 설계하는 데 기중기를 발명한 이야기다.

백성들이 편하게 사는 나라로 만들어야지요.

부자의 것을 덜어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게 하고, 힘들게 사는 이들을 나라가 돌보아 줘야 할 것이오.

p. 101

왠지 이 대목을 읽으며 울컥했다. 현실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백성에서 국민으로 바뀌긴 했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도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는 편중되어 있고, 힘들게 사는 국민들도 상당하다. 적어도 국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다산의 한 마디가 200년이 지난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이 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안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각 소단원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역사 지식이었다. 꽤 역사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신선한 내용도 상당했다. 임진왜란 때 귀순한 일본인 사야가(김충선이라는 이름은 낯이 익었는데, 그의 본명이 사야가였는지는 이번에 알았다.), 유관순과 함께 한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 윤희순 등, 임진왜란 때 사용된 연 등 흥미를 돋우는 역사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어서 12명의 인물뿐 아니라 좀 더 가지를 뻗어서 역사 지식을 맛볼 수 있었다. 책에 말미에는 앞에서 배운 내용들을 중심으로 퀴즈도 나와있기에, 한 번 더 정리하는 식으로 역사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학년의 교과서에서 어떻게 연계되는지도 별도로 정리되어 있기에, 실제 학습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재미와 교훈 그리고 교육에 3가지 효과를 다 잡을 수 있는 설민석의 가장 쉬운 한국사. 3편도 너무 기대된다. 역사가 낯선 아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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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 - 실존주의 철학자가 말하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삶의 연금술
쓰쓰미 구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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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이미 끝났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순간부터 자기만의 삶을 시작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 상담하고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p. 84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이번에도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저 실존주의라는 이미지가 왠지 모르게 니체를 떠올리게 했고, 니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하...니체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음에도 워낙 선명한 첫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ㅠ), 그런지 키르케고르 역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게 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나마 윤리시간에 철학자들의 이름을 들었으니 이마저라도 희미하게 알고 있는 거지 싶기도 하다.

책 안에는 시작부터 테스트가 등장한다. 일명 "당신의 절망은 어떤 타입일까?"다. 절망에도 타입이 있다니...!

꽤 흥미로웠다. 원래 심리테스트를 비롯하여 테스트는 해봐야 맛이 아닌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누구나 해볼 수 있다.

저자가 심심해서 테스트를 만든 건 아니고, 테스트를 하고 나면 내가 어떤 절망의 타입인 지가 확인된다.

참고로 절망의 타입은 총 4가지가 있다. 무한성의 절망, 유한성의 절망, 가능성의 절망, 필연성의 절망이다.



테스트가 끝난 후 옆 장을 보면, 해당 타입에 대한 내용이 어디에 쓰여있는 지 안내가 되어 있다. 내 테스트 결과는 3번째인 가능성의 절망이었다.

우선 각 장에는 키르케고르와 내담자가 등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인지라, 등장인물들 역시 일본 이름이다.) 그들은 각자 다른 상황의 절망에 처해있다. 내가 마주한 가능성의 절망의 주인공은 남편과 이혼을 생각하는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보통의 상담자와는 확연히 다른 키르케고르만의 대화가 진행된다. 내담자를 내쫓으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참고로 저자는 키르케고르의 죽음의 이르는 병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구성하였는데, 내담자만큼이나 나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도 펼쳐진다.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뭐라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같은 대사가 등장해서 순간 당황했다.) 각 상황 속에서 키르케고르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길 강조한다. 모든 상황의 시작은 나다. 내가 아닌 타인을 보기 시작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책은 절망에 관한 책이니, 절망에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절망의 원인도, 벗어나는 법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까도 말했듯이 자신과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약점과 마주하고, 드러내서,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계가 그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p. 184

도망치거나 눈을 가려보이는 방식으로는 내 안에 절망과 마주설 수 없다. 당연히 그렇게 살아왔기에 낯설기도 하고, 진실에 가 닿을 자신이 생기지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마주하지 않는다면, 절망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책 속에 여러 내담자들은 각자 절망의 모습이 다르다. 그럼에도 키르케고르는 한결같은 어조로 나와 타인을 분리하길 요청한다. 8가지 사례 속에서 우리는 절망을 향해 다가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키르케고르다. 각 상담을 마친 후 내담자들의 이후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에 대한 키르케고르의 한줄평이 등장한다. 소설 같은 느낌으로 구성되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중간 중간 아리송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철학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려움이 한결 상쇄된 느낌이다. 마치 철학자와 내담자의 대화 형식의 구성 덕분에 아들러 심리학 미움받을 용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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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드는 책 읽기의 기적
김현주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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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바로 독서습관이다. 나 역시 올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맞벌이라서 집에 와서 아이와 따로 시간을 가지는 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방과 후 숙제와 2학기부터 시작한 받아쓰기 연습, 일일학습 등 아이가 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일일학습은 6개월 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아이가 주도해서 하지만 받아쓰기나 방과 후 녹음 숙제 등은 엄마가 주도하지 않으면 제날짜에 숙제를 해 갈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고민이 많다.

다행이라면, 우리 부부 모두 책을 좋아하기에 아이 역시 책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생후 6개월부터 유모차에 앉아서 어린이 도서관 나들이를 시작해서인지 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다. 학교에서도 매일 1교시 전 10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정해놓고, 일주일에 1교시는 도서관을 가는 시간으로 시간표에 들어있는 등 독서 분위기 마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럼에도 문해력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나 역시 고민이 많이 된다. 특히 일일학습을 하다가 한 번씩 "엄마! 이게 무슨 뜻이야?"를 묻는 아이를 보면서 정말 덧셈. 뺄셈을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답을 맞히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현실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17년 차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현직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느낀 바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특히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 그림책만 읽는 아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아이, 만화책만 읽는 아이 등 실제 부모 입장에서 고민되는 상황 속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이 가득 담겨있다.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지 않는 이유 중에는 영상의 영향이 가장 크다. 책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다면 아이가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아이가 심심해할 틈이 있어야 비로소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 아이가 심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자. 그뿐만 아니라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확실히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처럼 맞벌이 부모의 경우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함께 책을 읽는 활동 자체가 시간적이나 육체적으로 쉽지 않다. 저자는 그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책을 통해 조언해 준다. 중요한 것은 절대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각 학년에 맞는 로드맵도 꽤 도움이 되었다. 이제 시작인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인지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꾸준히 엄마표 책 읽기를 통해 아이와 소통하고 아이의 부족함을 같이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 담겨있기에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에 노출될 수 있는 분위기다. 부모는 핸드폰을 하면서, 아이 보고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다고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지 않는다. 핸드폰을 내려놓고(물론 내 경우는 전자책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함정이 있어서 가능하면 아이들 앞에서는 종이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읽어보자. 아이의 손이 닿는 어디에도 쉽게 책을 꺼낼 수 있도록 책을 가까이 두자. 그리고 아이가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자.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엄마의 책 읽기 습관은 분명 아이에게도 영향을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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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365 : 매일 복음 묵상 3 매일 복음 묵상 3
김석년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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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을 가는 것이다.

만약 가야 할 길이 없다면 그는 살았으나 죽은 자다.

산다는 것은 저마다의 길을 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기다리던 로마서 365 매일 복음 묵상 3권이 출간되었다. 이로써 1년 동안 꾸준히 로마서를 묵상할 수 있는 묵상집이 완성되었다. 3권은 9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4개월간 로마서 12장 1절부터 16장 27절까지가 담겨있다. 신약 성경 중 유난히 읽기가 어려운 성경을 꼽자면 나는 로마서를 꼽을 것이다. 마치 구약의 레위기~신명기까지가 규례와 법도가 빼곡히 등장해 소위 노잼인 성경이라고 한다면, 로마서는 각종 교리와 용어들로 진이 빠진다. 읽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잼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로마서 365 시리즈를 접했을 때, 드디어! 로마서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이 묵상집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같이 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매일 묵상해야 할 구절은 1~2절 정도였고 말씀과 저자의 삶 혹은 여러 믿음의 선배들이나 목회에서의 경험 등이 매일의 묵상 속에 녹아있어서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해하고 나니 이 또한 부담이 되었다. 머리로만 아는 신앙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으로 살아야 진정한 신앙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자를 통해 풀어지는 로마서의 뜻이 삶으로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오래전 청년부 담당 목사님이셨던(지금은 우리 교회의 담임목사님인) 목사님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사명은 곧 부담이고, 부담은 곧 사명이다.

사명은 결코 쉽지 않다. 매 순간 사명은 부담이다. 하지만 그 부담이 바로 사명이다. 내 사명이기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꾸준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사무실 내 자리에 두었다.(결국 주 5일 묵상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 책을 매일 아침 출근해서 읽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이 쉽지만 또 어렵다. 매일 아침마다 나를 옭아매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꼭 오늘 아침 읽어야겠다는 부담이 든다. 두 페이지 밖에 안되는 분량 속의 말씀과 묵상과 실천의 목표들이 담겨있다. 이 두 페이지에 담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부단히 힘이 든다. 정말 쉽지 않다. 아침에 읽은 내용을 순간순간 떠올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래도 꾸준히 해보고자 한다.

12월 말씀 중에는 유난히 누군가에게 문안한다는 말씀이 여럿 눈에 띈다. 하... 도대체 이 구절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묵상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치 마태복음의 낳고 낳고를 보고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 또 은혜가 있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가문과 출신을 가진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핍박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인물들을 형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동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의 연장선상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박해하고 고통을 주는 사람들 속에 복음이 들어가자 그들의 삶이 변화되어 동역자가 된다. 마치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바울 자신이 그랬기에, 이들에 대한 마음이 더 컸던 것일까?

누구나 저 사람하고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껴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삶 자체가 신앙이다. 나하고 잘 맞고, 내게 선을 베푸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예수를 믿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고 내가 올무가 되는 그들과 동역하는 것은 뼈를 깎아내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그들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진정한 크리스천의 모습이다. 바로 이런 게 부담이다. 바로 이런 게 곧 사명이다.

로마서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 15일이 지나면 2024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2025년이 밝아온다. 1월 1일이 되면 나는 다시 1권을 손에 잡을 것이다. 꾸준히 묵묵히 말씀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 시작은 매일 꾸준히 말씀을 묵상하고 이해하고 곱씹어서 삶의 순간순간 말씀을 펼치는 것이다. 복음의 가치가 말씀을 통해 내 삶에 깊이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구원은 내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 친히 길이 되시고, 길을 여시고, 그 길에 함께하신다.

나는 그 길에 은혜로 동행하는 것이다.

날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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