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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안중근
박삼중.고수산나 지음, 이남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23/pimg_7469231614580721.jpg)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현빈 주연의 영화 하얼빈 덕분에 안중근 의사의 삶이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일본 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하여 사망케 한 큰일을 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 그의 삶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참 적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영웅 안중근을 읽으며 나 또한 안중근 의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입학하면서 빠지지 않고 1년 동안 방과 후 역사 수업을 들은 아이는 자신이 배운 것을 꼭 내게 이야기해 준다. 소담 주니어 출판사에서 영웅 안중근이라는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흥분한 이유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안중근 의사에 대해 배웠기 때문이다. 아이가 물어오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차역(하얼빈 역인지도 기억이 안 났다. 책을 읽고 나니 왜 영화 제목이 하얼빈인 줄 알게 되었다;;)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는 것과 손도장 정도가 전부였기에 민망하긴 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룬 안중근 의사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위인전과는 달리, 이 책은 안중근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있다. 놀랍게도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나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담당 간수였던 지바 도시치를 비롯하여 교화승인 쓰다 가이준, 만철 이사인 다나카 세이지로, 관동도독부 고등법원장 히라이시 우지히토가 그들이다. 총 7명 중 4명이 일본인이고, 그들은 대부분 안중근을 뤼순 감옥에서 만난다. 그들의 시작은 자신들의 영웅인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원수로 안중근을 대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안중근을 만난 그들의 생각은 달라진다. 안중근이 한 일에 대해 이해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안중근의 사형집행을 가슴 아파하는 일도 있었다. 왜일까? 왜 그들은 안중근을 만난 후, 생각이 변하게 된 것일까?
나조차도 책을 읽으며 그의 매력에 빠졌다. 사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안중근은 원수 중의 원수일 거라 생각했고, 당연히 사형! 을 집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정황들이 담겨있다. 당시 일본의 국제적인 상황을 토대로 보자면, 안중근은 일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심각한 피해를 본 나라의 국민으로 상대국의 원수(元首)를 향해 총을 겨누고 살해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정당방위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랬기에 일본은 이 상황을 빨리 덮고자 노력을 한다. 특히 고등법원장 히라이시 우지히토는 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안중근을 독대해서 항소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항소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안중근의 한마디에 그는 자신의 나라가 지고 말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책 안에 인물들이 만난 안중근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민족애와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이 한 잘못과 일본인들을 다르게 생각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일본이 밉지, 일본인이 미운 것은 아니라는 안중근의 말은 정말 웬만한 배포를 가진 인물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에게도 보인다. 어떻게든 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게 어미의 마음 아닌가? 엄마로서는 가슴이 찢어지지만,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한 것이니 비굴하게 항소하여 일본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는 편지를 읽으며 손이 떨렸다. 내가 조마리아 여사였으면 절대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역시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30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나라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그렇게 큰일을 해낼 수 있었던 그의 모습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 역시 독립유공자의 자손으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