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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라는 문장이 부러움 반, 대단한 반으로 와닿았다. 언제가 되면 미술관과 그림들이 익숙해질까? 내 고민이다. 음악회는 가도, 미술관은 부담스럽다. 낯선 상황을 넘어서보기 위해 미술과 관련된 책을 자주 접하려고 노력한다. 과거에 비해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명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계속 마주하면, 언젠가는 편안하게 다가갈 날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있어서 손에서 놓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극찬하는 서평을 마주했다. 내가 읽을 책이어서 서평을 읽지는 않고, 제목만 봤는데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었다.
도슨트의 활용(?)에 대해 나 역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술관에서 만나진 못했고, 미술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도슨트가 출연해서 미술관에 있는 그림들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에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나 특징에 대한 부분도 있었고,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작품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배경지식과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같이 듣고 나니, 한결 편안하고 좀 더 깊이 있게 작품을 볼 수 있어서 그때부터 도슨트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서두가 장황했는데, 이 책 역시 현직 도슨트가 쓴 책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총 11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물론 화가와 연결되는 다른 작품들도 종종 등장하기에, 실제로는 11명의 화가 그 이상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저자와 나는 구면이었다. 홀리데이 인 뮤지엄을 통해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조금은 낯선 한국 작가를 소개해 줘서 꽤나 깊은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저자의 이름은 잊혔지만 책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전에 썼던 서평을 찾아봤더니 그 사람이 맞았다.
책 안에는 꽤 유명하고, 익숙한 이름들이 많았다. 모네나 클림트, 반 고흐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제일 낯선 사람을 꼽자면 툴루즈 로트렉이라는 화가였는데, 저자 역시 이 인물을 통해 도슨트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슨트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만난 툴루즈 로트렉전을 통해 그는 도슨트로 계속 살 수 있었고, 전시 흥행과 더불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의 그림은 내게 이름만큼이나 낯설긴 했다. 그럼에도 그의 삶은 그림만큼 매력적이었다. 부유한 남프랑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로트렉은 어린시절 두 번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의 성장이 멈춘다. 가까운 친족끼리 결혼을 하면서 유전적 결함으로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병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몸이 약한 로트렉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려서부터 대상을 빠르게 파악하고 특징을 잡아내는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장애를 가진 아들을 숨기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체화시켜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랬기에 그는 인싸로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반 고흐와도 함께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아싸인 고흐와 인싸인 로트렉의 접점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는 고흐의 그림을 인정하고 좋은 평가를 해주었는데, 어머니와 주고받은 편지에 그런 부분이 드러난다. 로트렉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저자는 포스터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그린 물랭루주 카바레의 포스터 덕분에 가게는 물론 그의 명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지금이야 익숙한 포스터지만, 인물과 상황이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여러 가지 효과를 나타내서 그에게 포스터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대상을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기에 포스터를 통해서도 그의 재능이 드러난 것 같다. 물론 그의 마지막은 가슴 아프게 끝났지만,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도 그의 그림은 여러 감정들을 품고 있다.
그림과 화가들의 삶, 그리고 같은 장면을 그린 다른 화가들의 그림이 비교되며 좀 더 편안하게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가들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 낯선 그림 안에 살아있는 그들의 감정들을 찾아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