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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극단의 몰린 상황 속에서 개개인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재해와 같은 극단적인 위기 상황이 담긴 소설 속에서 그런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 작품 버넘 숲은 극단적인 자연재해가 아님에도 개개인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서 꽤 흥미로웠던 것 같다. 물론 초반에는 뭔가 복잡하고 상황을 만들어가는 데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어서 집중을 좀 해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부분을 넘어서면 정말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뉴질랜드의 버려진 땅을 가꾸는 가드닝 단체 버넘 숲을 이끄는 29살의 미라 번팅. 그의 친구인 셸리 노크스는 버려진 땅을 가꾸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버려진 땅을 찾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기에, 가상인물인 60대의 크로서 부인으로 분해 땅을 찾고 있던 미라의 눈에 띄었던 땅은 손다이크 지역이었다. 그 땅이 얼마 전 산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땅 주인인 오언 다비시가 그 땅을 구조의 여러 가지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기사와 그가 뉴질랜드 공로 기사 작위를 받는다는 기사를 발견하게 된다. 미라는 이 땅을 몰래 사용하고자 한다. 여러 식물을 키워 파는 일로 단체를 이끌어가는 자금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미라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토니가 돌아온다. 미라 보다 그를 먼저 마주한 셸리는 사실 토니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보다는 미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미라와 너무 가까워서였을까? 사실 미라가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았던 셸리는 토니에게 접근한다. 그와 밤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미라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라는 몰래 손다이크 지역을 보러 갔다가 드론 제조업체의 대표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르모인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투자를 제안받은 미라. 그 사실을 버넘 숲 회원들에게 알리며, 회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토니는 격렬하게 반대하며 결국 탈퇴까지 선언한다. 과연 토니는 로버트 르모인과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책 안에는 서로에게 숨기고 자신의 것을 취하려는 인물들의 속내가 하나 둘 펼쳐진다. 식물을 키우고 자연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단체를 이끌고 있는 미라는 몰래 타인의 땅에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과연 이게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미라에게 고액의 투자를 하겠다는 로버트 르모인 또한 미라 몰래 감추고 있는 속내가 있다. 그 일을 미라의 단체를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일부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회유를 한 것이다. 그리고 토니도, 셸리도,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진전되어 갈수록 그런 모습들은 속속들이 드러나게 되고, 그 안에 사건이 가미되면서 꽤 색다른 맛을 선사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