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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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라는 시간은 손으로는 도저히 꼽을 수 없는 시간이다.

올해가 2019년이니, 천년전이면 1019년, 바로 고려 현종 때이다.

물론 천년의 질문이라는 제목은 아마도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부터 줄곧 문제가 되어버린 그 "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 "돈"을 자기에게 머무르고, 더 많이 머무르게 하기 위한 욕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결국 끝난다는 의미가 아닐까?

단지 돈 뿐 아니라 돈을 매개로 이어지는 권력, 인정 그리고 부정부패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은 아닐까?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당신(= 국민)에게 대한민국(=국가)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대답을 바로 이 책에 담고 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뉴스에서 심심치않게 봐왔던 우리시대의 그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생운동을 했던 깨어있는 지식인인 기자 장우진. 시간강사지만 아내의 직장생활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고석민.

아무런 빽 없이 재벌가의 딸 안서림과의 결혼으로 재벌사위가 된 김태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국회의원 윤현기. 등과 같이 뉴스를 틀면 한번 이상 접했던 그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1권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여럿 있었는데...

이 문장이 잊혀지지 않는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이런 잊히지 않는 문장들이 만나 바로 이 한권의 책이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우리의 시대를 너무나 빼다박았기 때문에 씁쓸하면서도 손이가게 되는 것 같다.

2권과 3권에서는 어떤 뼈를 때리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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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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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진다.

당연히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것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것까지 말이다.

아마 저자에게 로마가 그런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로망"이라는 단어에 어원에서부터 저자는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한 번도 로마와 로망을 같이 묶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막상 저자의 설명을 보고 나니, 너무나 닮아있는 단어였는데^^;;), 역시 애정(로망 혹은 동경 등)의 힘이란 놀랍다!

이 책은 저자가 정말 좋아하는(후에 가능하다면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로마에 대한 이야기다.

로마 여행기라기보다는 로마의 고전, 로마의 문명, 로마의 문화를 아우르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의 프롤로그의 다짐(?)과 같이 복잡하고 방대하고 어려운 주제들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지만 재미있게 쓰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프롤로그를 지나면 한 장의 지도가 나온다.

바로 로마의 지도이다. 그리고 그 지도에 등장하는 문화유산들의 이름과 함께 페이지가 적혀있다.

지도가 색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까? 덕분에 더 관심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유산들이 적힌 페이지부터 읽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로마의 역사를 중심으로 문화유산과 예술작품들을 연결해서 설명한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있기만 한 옛 로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로마가 현재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기에(여행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의 정보는 담고 있다. 저자의 장담(?) 덕분에 기대가 없어서 더 눈에 띄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ㅋ), 과거에만 멈춰있는 로마가 아니라 현대 우리와 소통하는 로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의 로마와 과거에 만들어진 로마를 한 권에서 같이 만날 수 있어서 참 독특했다.

과거의 로마만 이야기했다면 조금은 지루할 수 있을 텐데(나는 저자처럼 로마에 애정이 큰 사람은 아니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면서(글이든 사진이든 말이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진짜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에 인문학, 역사, 예술에 이르기까지 애정이 가득한 로마를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쉴 틈 없이 자신만의 로마를 이야기하기에 누구라도 이 책을 보면 그 애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는 참 오래되었고, 세계사를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큰 영향력을 지닌 나라이자 도시였음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조금 더 깊이 있게 로마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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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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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물론 그동안에 만났던 작품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지만 말이다.

그동안 내가 만난 작품은 단편보다는 장편이 대부분이었고, 살인사건을 가지고 범인을 쫓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형사가 나타나서 사건을 풀어가는 형식이 대부분이었고 말이다.

우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동안 내가 만났던 책들과는 좀 달랐다.

우선 주인공 A코(하야세 에이코)와 B코(후지 마미코)는 여 승무원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그녀들이 근무하는 여객기(비행기) 안에서나 그곳에서 만난 승객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단편이 여러 개 모여있다고 보면 된다.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다.

A코는 대학을 중퇴했지만 모든 승무원 시험에서 올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외모도 승무원을 떠올리면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반면 B코는 학벌이나 승무원 시험에서 턱걸이로 합격하였고, 밝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성격만큼 조금은 통통한 체형에 오지랖도 넓다.

A코와 B코는 너무나 다른 모습과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참 잘 어울린다.

둘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비행 때도 같은 비행기를 탈 정도로 절친이다.

각 에피에는 둘 다 연결되어 있지만, 문제를 제공하는 사람은 B코이고, 그 문제에 접근해서

범인을 추적하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일은 A코 담당이다.

다행히 잔혹하고 잔인한 내용들보다는 유쾌하고 때론 웃음 나는 이야기들이 상당하다.

아마 그래서 엉뚱 발랄한 미스터리 활극이라는 말이 붙은 것 같다.

물론 각 에피가 기억에 남지만, 세 번째 에피인 중매석의 신데렐라가 참 재미있었다.

비행기 중매석(예전에 커플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로 인해 승무원들 사이에서 중매석이라 이야기되는 자리)에 앉았다가 고객인 나카야마로 부터 대시를 받은 B코는 상대 남자가 재력가에다 만남 당일 프러포즈를 받자 상당히 들떠있다.

단, 그의 친척들이 그의 부모가 남긴 유산을 탐낸다는 이야기에 빨리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을 칭찬해주는 역할이 필요해서 A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물론 B코의 결혼은 연극이었다. 하지만 A코와 B코에게 정말 청첩장이 도착하고 둘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나카야마 옆의 신부를 보고 둘은 놀라고 마는데...

이야기 중간중간에 복선이 깔려있었지만, 추리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이야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에피소드들이 간략하고, 잔인하지 않고, A코와 B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둘의 외모를 가지고 비교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동안 만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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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65 - 소곤소곤 들려주면, 새록새록 꿈꾸는 아이
장지혜.최이정 지음, 제딧 그림 / 서사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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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책을 참 좋아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6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어린이 도서관을 다녔다.

자연스레 책을 접하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어린이집을 하원하면 자연스레 책장에서 책을 뽑아 읽어달라고 책을 들고 온다. 하루에도 몇 권씩...

문제는... 여러 번, 자주 읽다 보니 조금은 지루해하는 것 같다는 것!

수십 법씩 본 책이라서 그런지 내용과 제목까지 외우고 있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 책장에는 잘 안 가려고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새 책을 사주자니 그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기도 하다.

그런 우리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을 만났다.

이야기 365.

말 그대로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의 내용도 매일매일 다르다.

이솝우화, 어린이 동화, 전래동화,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매일 새롭게 보는 동화이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한 페이지 분량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내용이 복잡하지도 않다.

물론 글 밥의 양이 좀 되기 때문에, 조금 큰 아이들은 직접 읽으면 좋을 것 같고 아직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읽어주거나(혹은 내용을 축약해서)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꽤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처음 보는 동화도 있었다.

덕분에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나 역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첫 페이지에 달 별로 날짜와 동화의 제목이 적혀있기에 골라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날짜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읽어도 365개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몇 년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겠다.

또한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삽화도 들어있기 때문에, 아직은 글을 모르는 우리 아이는

그림을 보고 동화를 선택하고 있다. 그 또한 넘겨보면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각 동화 페이지를 보면 작가명과 제목, 장르가 윗부분에 있고 제일 아래쪽에는 생각해볼 이야기가 들어있다.

요즘 유대인 하부르타 교육을 상당히 볼 수 있는데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해서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었다.

하드케이스 양장본이고 사이즈도 상당히 큰 편인지라(A4 정도?) 침대 맡에 두고 자기 전에 하나씩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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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L.S. 힐턴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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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이라는 단어에 사실 눈이 먼저 갔다.

얼마나 잔혹하길래? 그리고 얼마나 야하길래?

역시 그 표시만큼이나 진한 진홍색이 앞뒤 가득 수놓아진 페이지를 열어본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

그리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옛 속담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했던 주인공 주디스.

그녀는 좋은 성적으로 미술품 경매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책이나 전시회에도 가면서 하루하루를 지내다 옛 친구 린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쥐꼬리만한 월급에 숨 막혀 하던 즈음 린의 소개로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임스라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가품을 진품으로 오해한 상사에게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 일로 해고를 당한 주디스는 제임스의 여행 제안에 린과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실수로 제임스를 죽인 주디스는 제임스의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게 되고 자신을 해고한 상사에게 복수를 하고자 결심을 하게 된다.

복수를 위한 힘을 모으기 위해 결국 섹스, 술, 향락 등을 이용하며 자신의 본 모습은 잃어가는 주디스.

그녀는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람이 이토록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처음에 주디스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목표에 대한 성취욕은 높았지만 말이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녀의 삶이 결국 해피엔딩이었는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이미 복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주디스는 그동안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실수라도 살인을 하게 되고, 한 번이 또 다른 살인을 부르게 되니 말이다.

그녀 역시 어쩌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예술이라는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끝없는 향락과 퇴폐가 마치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발을 젓는 백조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몰입도는 최고였다.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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