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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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씩 일주일간 찝찝함과 아픔을 참아내야 한다.

생리라는 단어가 나 역시 왜 이리 민망하고 창피한지, 달력(회사 내 자리 탁상달력이 제일 눈에 띄고, 크기에 거기에 작성하는데)에 서평 마감일을 적으면서도 눈치가 보였다.

저자 역시 "생리"라는 단어를 쓰면 민망해지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던지라, 그녀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참 공감이 갔다.

저자가 소환한 첫 생리의 기억에 내 기억이 엎어졌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여행 가다가 엄마가 갑자기 가게에 들러 검은 봉지를 들고 오면서 짜증 냈던 기억이 있다.

생리대를 몰랐던 그 당시 나와 내 여동생은 엄마는 어른인데 왜 기저귀를 하냐고 물었던 기억...

(엄마 미안... ㅠ). 그때마다 엄마는 설명해주기는커녕 짜증을 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를 닮아 나와 내 동생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초경이 상당히 빨랐다.

(나는 5학년이 되는 1월에 초경을 했다.)

초경과 감기와 체하는 게 겹쳤던지라 아직도 내 초경의 기억은 너무나 끔찍했다.

수십 년 생리를 하면서도 여전히 그 주간이 되면 자면서도 불안하고, 외출해서도 불안하다.

인류의 반이 여성이고 그중 반 이상은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들은 상당하다.

여자인 나 역시도 생리는 불결하고, 찝찝하고, 숨기고 싶은 어디 즈음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남자들이야 오죽할까? 내 몸으로 스스로 경험하면서도 내 안에 생리에 대한 생각들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시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또한 그 생각들의 이면에 생리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사회와 여성들의 잘못된 인식이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 책과 같은 책들이 등장했다는 것만 해도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성의 몸, 성기, 생리, 임신과 출산, 성관계...

어쩌면 늘 감춰두고 나조차 내 몸에 대해 무지했던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것이 맞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시발점(始發點)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나와 당신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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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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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의사. 판검사 같은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들에 대한 선망도는 여전히 높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생활을 드라마화하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물론 책으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말이다.

어느 조직이나 높은 자리는 적고, 그 자리를 선망하는 사람은 많다.

그렇기에 줄 서기나 암투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많은 집단의 경우 더욱 그런 현상이 도드라질 것이고...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한 병원과 의사들의 맨 얼굴을 봤다고 할까?

정말 이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놀랍고, 무섭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상당했다.

이 책을 감수한 남궁인(만약은 없다의 저자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줄이 사실 혼란을 조금 더 부추긴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나마 이 소설이 벌어지고 있던 시기가 1970년대이고, 미국이라는 조금 다른 문화 속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어쨌든 실제 의사가 썼지만 소설이기에 과장은 있겠지만, 꽤 적나라한 묘사들이 사실에 어느 정도 걸려있을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병원이라는 곳이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그들이 하는 의료 행위들을 보자면 한숨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특히 많이 언급되는 고머라는 용어가(만성질환이나 치매를 앓는 노인 환자를 일컫는 말) 상당히 거슬리기도 했고,

섹스나 자살 등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그런 충동이 대놓고 묘사되고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병원의 이름(The House of God) 과는 달리 그들의 행위가 이름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한 반전 효과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들만의 세계 속으로의 초대가 읽을수록 달갑지 않았던 것은, 조금은 신성한(생명을 다루기에) 영역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이 짓밟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실제 의사가 다룬 자전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그들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했기에 그만한 수확이 있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하겠다.

그들의 세계로의 초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 보자.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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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 놀이 - 곰손 엄마 아빠를 위한
니즈폼 버드맘 지음 / 싸이클(싸이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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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미술은 젬병이었다. 나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긴 했는데, 점점 자신이 없어지다 보니 그림과 관련된 것은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할까?

아이를 낳고 나니 그 못 그리는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사실이 은근 부담이 되었다.

종이를 들고 와서 엄마 이거 그려줘, 저거 그려줘 하는 요구가 날로 늘어가는데,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그리려고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어서 아이의 그림책을 놓고 그림을 그렸지만 그것도

그리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서 스스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할까?

물론 아직 어린아이라서 엄마 잘 그렸다. 못 그렸다를 판단하진 못하지만 말이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곰손엄마 아빠를 위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 놀이』라는 책.

어찌 보면 제목 그대로 곰손엄마인 나를 위한 친절한 선생님이었다.

선 긋기나 도형 같은 기본적인 설명들과 함께 펜이나 도구들까지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정말 쌩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정말 요긴하다.

그리고 실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면 종류별로 나누어져 있기에 아이가 원하는 그림을 선택하고 보면서 그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는 동물과 공룡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물 위주로 그림을 그렸는데, 과일이나 꽃. 동화 속 캐릭터나 자동차. 음식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이면 웬만한 그림은 가뿐하게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림 그리는 순서가 자세하게 나와있다는 것이다.

그냥 그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번호로 순서가 쓰여있기도 하고, 앞에 나왔던 그림과 비슷한 그림의 경우 그다음 순서가 적혀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응용이 가능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선과 도형 몇 개로 귀여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만족스럽고 기뻤다.

아이 또한 원하는 그림을 선택해서 그려주니 너무 좋아한다.

덕분에 그림 그리기가 진정한 놀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간단한 몇 개는 여러 번 그리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생겨서 보지 않고 그릴 수 있었고, 응용도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도안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어서 가장 편리하다.

아이와 그림 그리는 것이 괴로운 엄마 아빠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저작권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핑크퐁이나 뽀로로 등)을 그릴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페이지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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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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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제목이 이럴까 싶었다. 너무 밋밋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제목만큼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

제목 그대로 전화하지 않는(그리고 받지 않는?) 남자 에디와 사랑에 빠진 여자 사라가 주인공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일주일을 지내며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 에디와 사라.

싱글인 둘은(사라는 막 이혼을 한 이혼녀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큰 호감을 가지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나기로 한다.

에디에게 페이스북과 전화번호를 모두 알려준 사라는 에디가 전화할 거라 생각하지만, 에디의 연락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시간 순서대로 가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있어서 처음에는 사라가 단단히 착각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썸과 실제 사랑을 구별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왜 에디는 사라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물론 사라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답답하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불안하고 그렇겠지만 에디 입장에서는 또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 역시 경험이 있는지라 에디보다는 사라의 편을 들고 싶었다.

소설을 읽다 신랑과의 옛 기억이 소환되는 것은 덤이었다.

신랑과 두 번 정도 만나고 난 저녁에 보낸 문자에 답이 없었다.

(만난 당일도 헤어지기 전 차에서 바로 애프터를 받았는데 말이다ㅋ)

바로바로 답이 오는 사람인지라, 밤늦게까지 연락 없고 아침에도 연락이 없어서... 혼자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가

아무래도 차인 듯해서 그동안 주고받았던 문자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늦게 연락이 왔는데... 집에 와서 핸드폰이 나간 줄도 모르고 잠들었다가 오후 늦게야 기상해서 연락을 했다는 문자... 답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물론 지금은 그 남자와 결혼해서 예쁜 아이도 낳고 살고 있다.

아마 하루였는데도 이렇게 답답하고 별생각이 다 들었는데, 사라의 답답함은 상상초월이었을 것이다.

완전 공감이 가고,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그리고 그 사랑이 한 방향이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상대의 마음을 100% 확신할 수 없다면), 확인할 수 없다면 얼마나 힘든 시간이 될까?

사라의 입장과 에디의 입장을 통해 그 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야기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사라라면, 에디라면 하는 상상은 덤으로 얻게 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과 애틋함과 걱정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과연 사라의 말처럼 에디 또한 사라에게 그런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그 둘은 결국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사랑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번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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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퀴즈 - 아들, 너랑 노니까 너무 좋다. 진짜!
유세윤.유민하 지음 / 미메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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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의 이야기가 참 유쾌하고 때론 찡~하게 펼쳐져 있다.

개그맨 유세윤과 그의 아들 유민하.

제목만큼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다.

아빠 유세윤은 아들 유민하에게 퀴즈를 하나씩 내준다. 물론 주관식이다.

주의사항이 있다. 퀴즈를 낼 때는 민하의 답을 예상하거나, 다른 뜻이 있거나, 뭔가를 예상하고 내면 안된다는 것.

그저 아들의 고민과 그 답에만 집중해야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읽는 내내 참 새로웠다.

우리 아이는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꼬꼬마라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우리 아이와 이런 시간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관계가 긍정적이어야겠지만... 이것이 먼저다!)

중간중간 아이와 아빠(가끔은 엄마의 모습도)의 사진도 담겨 있고, 사진 아래의 해시태그의 센스에 정말 빵~터진 페이지가 상당하다.

(역시 개그맨인지라... 책에도 웃음이 묻어난다.)

그리고 또 그 사이사이에 아빠의 깊이 있는 생각들이 짧은 글로 들어있어서 민하의 아빠는 매체에서 보이는 것처럼 마냥 가벼운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 하게 되었다.

또한 민하의 답변과 그에 대한 아빠의 생각들이 가득한 페이지에서 나 또한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아이의 답변과 그 답변을 해석하는 아빠의 생각이 참 많이 서로를 사랑하고 닮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는 말.

그리고 부모가 돼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

유쾌한 부자의 더 유쾌함이 가득 담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아무쪼록 서로 친밀하고 사랑이 넘치는 이 관계가 사춘기 이후에도 계속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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