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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톱스타 차이한의 애인인 미스터리 소설가 유민. 오랜 시간 친구였던 둘은 10년을 넘게 연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오래 만났지만 유민은 이한을 만날 때면 내심 불안하다. 이한의 상처를 혹시나 기억나게 할까 봐 매사의 조심스럽다. 완벽한 외모에 유민만을 사랑하고, 언제라도 유민을 위해 달려오는 멋진 남자친구를 가졌지만 유민은 균형 속 불균형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알고 있다. 때론 연기처럼 느껴지는 연인의 사랑고백에도,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해 줘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한의 본명은 장재윤. 아역 연기자로 이미 유명했던 그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13년 전 사건 때문이었다. 연쇄살인마 장수혁. 그리고 병원장 장기혁. 장기혁은 이한의 아버지고, 장수혁은 장기혁의 형. 즉 이한의 큰아버지다. 장수혁이 살인사건을 저질렀을 때, 장기혁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죄하며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또 자신의 형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근데 그날 기혁이 큰돈을 찾아 사라졌을 때, 그리고 얼마 후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때, 여론은 급하게 악화되었다. 기혁은 꽤 많은 돈을 직접 찾아서 형 수혁을 만났다. 그리고 경찰이 수혁을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겨 허벅지를 쐈지만 강을 타고 도망을 친다. 결국 수혁은 잡히지 않았고, 수혁을 쏜 신재범경장은 과잉진압으로 옷을 벗어야 했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살인자를 도왔다는 불명예까지 얻게 된 이한은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아버지가 떠나고 오래지 않아 엄마까지 잃게 된 이한. 몇 년 후, 한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이한은 뛰어난 연기 실력으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2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방치된 할머니의 집은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다녀가도 관리가 되지 않았다. 글이 써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딸에게 바람도 쐬고 글도 써보며 할머니의 집 관리를 맡기는 아버지의 조언에 유민은 할머니 집을 향한다. 다행히 사촌이자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한재가 이미 그곳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유민의 아버지 역시 걱정이 덜 되었다. 그렇게 내려온 할머니 집은 한재가 벌여놓은 쓰레기 더미들과 무섭게 자란 마늘밭의 잡초들로 심난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아침 일찍 할머니의 마늘밭으로 향한 유민은 잡초를 뽑다가 이상하게 파헤쳐 진 흙더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5만 원권 다발이 잔뜩 들어있었다. 순간, 이 돈을 가지고 입을 닦을까 싶었지만 양심이 찔렸다. 유민을 찾아온 한재 역시 유민이 발견한 돈다발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유민이 잠든 밤, 한재는 다시 마늘밭을 향한다. 사라진 한재가 마늘 밭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유민 또한 했다. 한재를 잡기 위해 마늘밭으로 향한 유민은 그곳에서 그놈을 만나게 된다. 13년 전, 이한의 아버지 기혁을 살해하고 도주한 연쇄살인범 장수혁 말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유민은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혁에 의해 죽을뻔한 유민은 다행히 다급한 유민의 목소리에 출동한 경찰 사이렌을 듣고 수혁이 도망쳐서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민은 자신이 만난 수혁의 생존 소식을 이한에게 전하게 된다. 그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이한. 근데 이한의 모습이 너무 낯설다. 늘 과거에도 말했듯이 수혁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말과 함께 유민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한다.
다시금 사건 현장을 둘러보다가, 또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 유민과 이한. 그리고 다시금 등장하는 수혁. 수혁을 만난 후로 이한이 이상해진다. 왜 이렇게 수혁에게 집착을 하는 것일까? 불안해진 유민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수혁 사건으로 옷을 벗고 농사를 짓고 있는 재범에게 연락을 한다. 한숨에 달려오는 재범. 이한을 보는 눈빛이 뭔가 이상하다. 이한 역시 재범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유민의 할머니 집으로 내려온 이후, 10년간 만나면서 한 번도 안 하던 행동을 하는 이한. 가방을 잠가두고, 유민의 눈치를 살핀다. 유민 역시 그런 낌새를 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이한의 점퍼에서 접이식 칼을 발견하는 유민.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이한의 과거가 등장하고, 마늘밭에서 돈다발이 발견되는 순간 독자들은 눈치를 챌 것이다. 13년 전 사건이 다시 시작된다고 말이다. 10년간 굳게 믿었던 남자친구 이한의 이상행동이 연인 사이의 신뢰를 조금씩 갉아먹고, 이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검은 그림자는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유민이 알지 못하는 과거가 그렇게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이번에도 무너졌다. 과연 진실을 알게 되어도 유민은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이한을 위해 유민은 이 모든 비밀을 철저하게 감출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바로 그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한 사람의 처절한 사투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