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해방 - 생체 나이를 거꾸로 돌리는 저속노화 프로젝트 프린키피아 3
장 마르크 르메트르 지음, 김모 옮김, 정희원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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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시황이 불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 나선 일은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늘 꿈꾸는 일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일어나는 노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한 평등한 걸음이었다. 이 책은 그런 사실에 대해 발칙한 반기를 든 책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매일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당연히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나이가 같은 것 역시 불변이다. 하지만, 진짜 모두의 시간은 같을까? 같은 해에 태어난 모든 사람의 생체 시간은 같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 역시 같다고 대답했을 테지만, 책을 읽고 나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유난히 동안으로 보이는 사람, 또 반대로 노안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시간이 보기와 달리 같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결을 같이 한다. 그리고 모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감히 말하고 있다. 책 안에는 다양한 실험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왜 저자는 노화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이야기할까? 그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벌어졌다. 이 시간의 상대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인 마크 켈리는 지구에서, 스콧 켈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간 생활을 하는 실험을 했다. 1년 후 다시 만나 쌍둥이 중 누가 더 노화를 겪었을까? 사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지구에 있는 사람보다 더 젊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반대였다. 우주에서 생활한 사람은 지구에서 살던 사람에 비해 생리적, 인지적, 면역적, 유전적 노화가 더 급격히 일어났다. 마치 20년을 더 산 사람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이라면, 6개월 후 스콧은 다시 원래의 수준을 되찾긴 했지만 이 실험의 결과는 노화 분야의 연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연구자들은 우리 몸속에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를 발견하는데, 이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에는 염증 유발 물질이 들어있었다. 이 염증 지표 중 하나는 CXCL9이라는 단백질인데, 이 세포는 혈액을 통해 신체 곳곳을 돌아다니며 염증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세포는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여 면역 체계에 자신을 제거하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세포가 노화되는 경우 그 반응성이 떨어지게 되고 제거되지 않은 세포들이 조직 내에 축적되면서 계속 염증을 퍼뜨리게 된다. 결국 이 염증이 쌓여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는 질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 그리고 노화가 질병의 일종이라면, 일반적인 병처럼 노화 역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과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길게 보자면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상당히 유예시킬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책 안에는 저속 노화를 위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가령 건강검진 등을 통해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상황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염증을 일으키는 상황은 고혈압, 당뇨병, 성인병 같은 질환들이 포함된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과 식이요법도 저속 노화에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실제적인 방법들이 책에 소개되고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그와 함께 세계 각국의 장수하는 지역을 조사하며 그들의 습관들이 저속 노화에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도 소개해 준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노화가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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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시대의 만남 - 시대를 담은 위대한 화가들의 이야기
고동희 지음 / 쉼(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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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낫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이 있다. 물론 내가 사용하기에는 좀 거창한 감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하고 나니 조금씩 보이는 게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미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여러 예술의 장르 중에서 유난히 미술은 친하지 않았다. 음악회는 가도, 미술관은 왠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겠다는 마음이 생긴 후 매년 미술 관련 책을 1권 이상 읽자는 목표를 세웠고 몇 년째 그 목표를 지키고 있다. 근데 신기한 것이, 그렇게 미술이나 명화 관련 책을 꾸준히 읽다 보니 낯익은 화가와 작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던 것이 이제는 곧잘 눈에 들어와서 제목까지는 몰라도 누구의 작품인 지는 기억이 난다. 때론 화가와 관련된 사연이나 그의 생애에 대한 내용도 기억이 난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미술 관련 책을 읽는 게 예전처럼 부담스럽지는 않다.

명화와 시대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이 책 안에는 16명의 화가와 그들의 이야기와 명화들이 담겨있다. 표지 가득 담긴 명화들 속에서 낯선 그림이 3개 있었는데, 그나마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화가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미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단번의 누구의 그림인 지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책 안에는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한 대단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물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구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명화들이 그 자리를 같이 채워준다. 얼마 전에 만났던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보니 앙리 마티스 전에는 얼굴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한 모자를 쓴 여인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두 명의 인물이 있다. 한 명은 너무 유명하지만, 그의 그림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어서 늘 뒤로 미뤄뒀던 파블로 피카소와 이번에 처음 이름을 마주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다.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입체파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가 처음부터 그런 기하학적인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의 예술세계만큼이나 다양했던 여성편력도 책 안에 소개된다. 두 명의 아내와 여러 명의 애인들... 그리고 그들과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피카소의 예술세계도 깊어졌다. 그리고 다양한 여성들과의 사랑은 또 다른 형태의 예술로 승화된다. 피카소의 남성적 매력이 깊었던 것일까? 피카소 사후 자살을 택하는 애인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성공한 예술가가 아니었다면, 그의 사랑 이야기가 지금처럼 미화(?)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 명의 예술가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는 단 한 명의 여성 잔 에뷔테른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의 예술세계는 피카소처럼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속이 상했던 그는 자신의 그림을 판 돈으로 또 술을 마시고 마약까지 한다. 부유한 부르주아 집안에서 자란 잔은 사랑에 빠진다. 잔의 헌신적인 희생에도 모딜리아니는 건실하게 살지 못했다. 오히려 술에 취해 잔에게 폭력을 휘두를 정도가 된다. 결국 잔 과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나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잔의 부모님은 잔과 딸을 데리고 간다. 홀로 남겨진 모딜리아니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에 충격을 받은 잔은 둘째를 뱃속에 품은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 중에는 유달리 잔의 초상화가 많다. 그중 눈동자가 없는 그림이 있었는데,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느냐는 잔의 질문에 모딜리아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게요.

모딜리아니와 잔의 깊은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작품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작품과 시대상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작품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감상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이 남긴 주옥같은 명화들은 여전히 우리 옆에 살아 숨 쉬고 있고 명화들 속에 담긴 의미 역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게요.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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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헌법이다 - 일상을 지키고 내일을 바꾸는 11가지 헌법 이야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3
임지봉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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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헌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수적인 소양이다.

그 어느 때보다 헌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헌법 조문에 대한 필사 책을 비롯하여 헌법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부쩍 많이 접할 수 있다. 몇 달 전, 한밤중 20대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렸다. 사실 한밤중의 난리 속에서 우리 가족은 뭣도 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경악할 수준의 상황이 벌어진 것과 그로 인해 파생된 뉴스들이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일로 20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았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파면이 확정되어 그는 20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왔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몇 차례 미뤄지고, 드디어 판결일! 평소 잔잔한 음악만 틀던 우리 회사 사무실에 판결문을 읽는 현재 소장의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오랜만에 듣는 법조문이었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던 것은 그가 읽는 판결문이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도 어렵지 않은 용어로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에 전필 과목 중 하나로 배운 헌법 전공서적을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헌법은 개정이 잘 안되기도 하고(물론 과거에는 엄청난 개정이 있었고, 그의 배경에는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권력자들의 암투가 대놓고 담겨있었다.), 모든 법 중 최상위 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졸업 후 책을 들여다본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긴 하지만 말이다. 몇 년 전 한 방송인이 자신의 언어로 쓴 헌법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다시금 만난 헌법은 꽤나 감동적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 한 줄을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의 피가 뿌려졌다는 것. 그중에 내 희생은 없었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나는 과거에 비해 민주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책 안에는 헌법 조문 중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로부터 파생된 5가지의 기본권에 집중하여 책을 서술하고 있다. 한밤중 20대 대통령이 벌인 계엄령(계엄령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 전 국민에게 있는데, 왜 하필 그는 계엄령을 선포한 것일까?)에 대해 헌재는 그가 권력을 남용하였다는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권력의 핵심은 바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들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이 헌법 1조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이 헌법 조문을 피부로 체감하며 정치를 하고, 국민을 대하는 공직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오히려 국민을 개. 돼지로 여겼던 한 공직자의 발언이 떠오른다.)

이 책은 바로 권력의 중심인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지키기를 독려하며 쓴 책이다. 곁들여 그동안의 헌법 개헌과 시간을 같이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이야기와 기본권과 관련되어 나온 판례들에 대한 내용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피부로 느낀다. 그동안 법은 늘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무기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헌법이 다르게 보였다. 우리 주변에 많은 법들이 모두 헌법의 지배 아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때문에 헌법에 맞지 않는 법은 개정을 하거나, 폐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왠지 든든해진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헌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수적인 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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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 -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일본 소도시 30
칸코쿠마 지음 / 책밥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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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를 좋아해서일까? 그렇게 투철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일본 여행을 할 기회가 여러 번 있긴 했지만, 애써 일본으로의 여행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일본을 갈 일이 생겼다. 작년 초 칠순을 맞이한 아버지가 가족여행을 이야기하셨다. 솔직히 다른 나라를 가고 싶었지만, 일본을 무척 좋아하는 동생 내외가 강하게 일본으로의 여행을 주장했다. 제부가 본인이 여행 계획을 다 세우겠다고 했고, 우리가 가진 자금과 아직은 어린아이들 그리고 9명의 대가족 여행지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게 가깝지만 (내 마음은 먼) 일본으로의 여행을 가게 되었다. 꽉 채운 3박 4일. 오사카와 교토로의 여행이었다. 비행기와 숙소, 여행지까지 제부가 정말 다 계획을 했다. 물론 계획의 대부분이 본인의 3살배기 딸 위주였어서 우린 거의 매끼를 우동위주로 먹었던 것 같다. (아니 일본에 우동만 파냐고?!!!!)

1년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오히려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까지 더 첨가된 일본 여행을 떠올리면서 나는 이 책 『동화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 』을 읽고 있다. 여행에서 경험하지 못한 동화 같은 일본을 마주하고 싶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루 가득 10시간가량의 강행군 투어보다는 책 한 권을 통해 일본 곳곳을 간접적이지만 마주하다 보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정말 제대로 된 일본을 맛볼 수 있을 같기도 했다.

참 웃긴 게, 여행을 다녀왔다고 또 내가 갔다 온 곳이 눈에 들어온다. 큰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 다니기 바빴던 나라공원의 사슴들을 보면서 평생 볼 사슴을 다 봤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먹을 걸 달라고 엉덩이를 머리로 쿵쿵 받는 사슴들이 책을 보면서 또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책 안에 담긴 곳들은 한곳을 제외하고는 다 낯선 곳이었다. 일본의 문화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신사들과 성, 그 지역의 소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먹거리들, 다양한 공원과 박물관들도 책 안에서 다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저자가 직접 선별한 장소들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어서 혹시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소와 맵코드, 운영시간과 전화번호, 홈페이지, 입장료와 같은 정보와 함께 가까운 역과 도보로 이동했을 때 얼마나 걸리는지까지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동안 읽었던 일본 소설들 덕분에, 처음 보는 일본의 소도시들임에도 낯익은 이름들이 꽤 많아서 괜히 뿌듯하다. 특히 얼마 전 봤던 영화 날씨의 아이가 떠올랐던 스와시의 타테이시 공원(근데 책을 읽고 보니 스와시는 너의 이름은의 장소였다고 한다.)은 정말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하늘과 그 배경을 직접 눈에 담으면 색다른 맛이 있을 것 같아서다.

여행하면 늘 큰 도시의 랜드마크만 떠올리는데, 이 책은 소도시의 힐링할 수 있는 곳곳의 이야기가 세심히 담겨있어서 책을 읽는 것만 해도 여행의 꿈을 부풀게 만든다. 혹시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참고하면 좋겠다. 오히려 책에 소개된 곳들을 여행하면서 인생 여행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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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파괴자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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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달 전 한 영상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해당 화면에는 6살 난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근데 그 영상을 중지한 전문가는 엄마를 향해 지금 아이를 향해 심한 가스라이팅을 하고 계신 걸 아냐는 말을 했다. 이건 엄연히 아동학대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놀랐던 이유는, 그 모습이 내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말투와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늘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피해자라는 걸 인지하게 된 것은 해당 사건들이 마무리된 이후였다. 십수 년 동안 한 회사를 다녔다. 결혼 전부터 다녔던 회사였고, 결혼 후 임신과 출산 그리고 복직의 단계를 거쳤다. 진통을 하면서 회사 대표의 전화를 받았고, 조리원에 들어가서도 조리원에 있는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출근했던 날도 있었다. 물론 그 기간은 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는 그때마다 고마움을 표시하기는커녕 다시는 결혼 안한 여직원은 뽑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내가 급하게 복직을 앞두고 있을 즈음, 대표는 나랑 같이 일하는 직원이 내 복직 때문에 무척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를 본사가 아닌 지점으로 발령을 내겠다고 했다. 당시 지점이 본점보다 집에서 가까웠기에 나는 그 상황을 수궁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애 엄마를 어느 회사에서 쓰겠냐, 우리 회사나 되니 니 사정을 봐주는 것이라는 등의 말과 회사가 어렵다는 말로 내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까지 내려갔다. 14년을 다닌 회사였다.


 10년 넘게 장기근속하던 직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고, 그 틈에 나 역시 사표를 내고 나왔다. 대표는 여러 가지 회유 작전을 폈지만, 나보다 먼저 나갔던 사람들의 조언(?) 덕분에 사표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다른 회사에 입사를 했다. 새로 들어간 곳의 대표와 직원들을 내 능력을 인정해 주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픈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오히려 걱정해 주면서 연차나 재택근무를 하라고 먼저 배려해 주었다. 그리고 이직을 하고 나서야 나는 능력이 없는 것도, 애 엄마라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닌,  내가 아주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책 안에는 4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친밀한 사람들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애인이나 남편, 친구, 어머니, 회사 상사로부터 크다. 사실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스라이터들이 문제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가스라이티들은 지극히 피해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가스라이티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가스라이팅을 외부에서 보면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가혹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관계는 항상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당신이 옳다는 주장을 그만두거나 상대방이 옳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가스라이팅을 끝내는 것이다.

 가스라이티들이 생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자존감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그런 상황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 결정권을 가스라이터들에게 넘기는 가스라이티가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도 가스라이팅을 부추긴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엄마의 경우 6살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여러 가지 협박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한글을 못쓰면 바보가 되고,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으며, 인생을 망치게 된다는 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아이로 하여금 그 상황에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책 안에는 실제 사례를 통해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1,2, 3 단계로 가스라이팅을 이야기하는데 한 단계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3단계에 이르게 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스라이터의 말에 완전히 귀속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책 안에는 가스라이팅을 구별하는 방법도 나온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가스라이티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가스라이터와의 관계가 끊어질까 봐다. 그래서 알면서도 끌려다니는 경우도 벌어진다. 하지만 단호하게 현 상황을 인지하고 이야기했을 때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 만약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관계로부터 멀어질 필요가 있다. 나처럼 직장을 나오거나, 지인과의 거리를 두는 경우가 그 예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에 대해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고, 나 역시 가스라이터이자 가스라이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스스로 가스라이팅으로 벗어나기 위한 인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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