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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업종에서 만 18년째 근무 중이다. 우연한 계기로 해당 자격증을 따고 보니, 결국은 이렇게 눌러앉을 상황이 되어 버렸긴 하지만 한 번씩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박봉이라는 사실이 가장 크다. 아무래도 업무 상 전 직원의 급여를 알 수밖에 없다 보니, 때론 현타가 강하게 오기도 한다. 일명 상대적 박탈감이라고나 할까? 잘 해도 본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타격이 크다. 특히 숫자를 만지기에, 또 보고 또 봐야 한다. 덕분에 직업병이라면 숫자 강박관념과 완벽주의가 생겼다.
한 직종에서 100세까지 일을 했다면... 적어도 70년 이상 근무를 했다는 것인데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다. 100세라는 나이만 해도 놀라운데, 그 나이까지 현직에서 근무를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수의 비결도 궁금하지만, 어떻게 꾸준히 같은 직종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만난 100세 현직 약사 히루마 에이코님은 참 긍정적인 분이었다. 아무래도 약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전부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불편한 환자들이다 보니, 예민해있고 힘들고 지쳐있기도 하다. 그런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있다는 자세로 환자들의 병뿐 아니라 마음까지 다독여주는 따뜻한 할머니 약사였던 것이다.

제목을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반올림해서 20년 차인 나도 일을 하면서 참 힘들고 또 힘들지만, 나는 거의 내부 직원들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사나 약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분위기가 좋다고 해도, 엄연히 어떤 면에서 외부의 환자들을 돌보고 도움을 줘야 하는 서비스적 성격도 강하니 쉽지 않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당장 약이 필요해서 뿐 아니라 할머니 약사로부터 마음의 치료와 위안을 받고 싶은 환자들도 약국을 방문하는 것 같다. 물론 약사인 손자와 싸우기도 하고, 다리를 다친 후로 과거에 비해 거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여전히 약국을 지키며 특유의 따스함을 선물하는 히루마 에이코 약사 덕분에 약국을 찾는 환자들도, 또한 약사 본인도 서로 위로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약에 대한 지식만으로 약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전하는 히루마 에이코 약사의 글 속에서 나 또한 잔잔한 위로를 받았던 시간이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계속 약사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