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일력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일력 붐이 불었다. 덕분에 우리 집에도 한곳에 놓기도 어려울 정도의 일력이 생겼다. 엄마 욕심 때문인지, 이제 1학년이 된 아이가 관심을 갖자마자 한자 일력을 들였다. 요즘 가장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문해력을 위해 어휘와 속담, 사자성어가 들어있는 일력도, 매일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는 일력도 있다. 덕분에 아이의 작은 책꽂이 위에는 각종 일력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는 지경이 되었다. 문제는 하루에 한 장임에도 여러 개가 겹쳐지니 한 장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싹 정리하고 3개만 두었는데도 여전히 지난 날짜에 멈춰 있는 일력을 넘겨주다가 나 역시 포기하고 말았다. 일력이 아까워 그중 하나는 회사 내 서랍장 위에 올려두었는데, 나 역시도 출근해서 일을 하다 보면 한 장 넘기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저 하루에 한 장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비교가 되는 것이 바로 학습지였다. 태블릿으로 학습을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인데, 까먹지 않고 꼬박꼬박 오늘의 공부 분량을 스스로 채운다. 이래저래 퇴근하고 바빠서 아이의 공부를 봐줄 짬이 잘 안 나는데, 오늘의 학습을 마쳤다는 문자가 꾸준히 오고 일주일에 한 번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안 빠지고 잘 했다는 칭찬을 듣는 걸 보니 의구심이 들었다. 한 장이라도 아이 입장에서 재미가 있어야 쳐다본다는 것. 그 생각이 들어 우선 가지고 있던 일력을 정리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아이의 흥미를 돋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게임이 더해진 일력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처음 보는 캐릭터와 제목이었다. 근데 아이는 보자마자 "우와! 무한의 계단이네!"라며 아는 체를 한다. 그다음에 따라온 말은 "재미있겠다!"였다.
가지고 있던 어휘 일력과의 차이점이라면 무한의 계단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 만화나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마치 만화 보듯이 하루의 일력을 훑어본다. 하루 한 단어를 배울 수 있는데, 각 단어의 주제가 오른쪽에 칠판 모양으로 적혀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어 교과서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지도 들어있다. 훑어보니 3학년부터 6학년 국어에 나오는 어휘가 들어있다. 오늘 배울 단어는 크게 적혀있고, 단어의 뜻과 함께 해당 단어를 어떻게 활용하는 자기가 나온다. 물론 만화로 해당 단어의 활용법도 알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사어와 반대말까지 담겨있으니 실제로는 단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단어를 배울 수 있다.
단어를 공부했으면, 당연히 평가가 필요한 법. 배운 단어를 가지고 퀴즈를 푸는 날도 있다. 초등학생 어휘라고 무시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내가 풀어도 헷갈리는 단어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답을 고르진 않아서 엄마 체면은 살았다.
일력의 강점은 한 페이지지만, 꾸준히!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반복해서 어휘를 배우다 보면, 자연스레 문해력이 늘어갈 테니 말이다. 아이들이 익숙한 캐릭터를 통해 흥미와 어휘력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