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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괴물 ㅣ 책고래아이들 53
김경숙 지음, 한담희 그림 / 책고래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나는 어금니 하나를 빼고는 유치를 전부 집에서 뽑았다. 이가 흔들렸을 때 실에 이를 묶어서 부모님이 빼주신 적이 꽤 많았는데, 아직도 그 기억이 참 무서웠다. 사실 유치가 빠지고 흔들리고, 막상 이가 빠지는 것은 아프지 않지만 이가 빠진 자리에서 피가 나서 많이 무서웠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한층 짜리 양옥집이었는데, 엄마로부터 기와로 된 지붕 위에 이를 던지면 까치가 와서 헌 이를 물어가고 새 이를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몇 번을 지붕 위로 동생이랑 같이 이를 던졌던 기억이 있다.
큰 아이가 처음 유치를 뺐던 날이 기억난다. 나와 달리 아이는 몇 개의 이를 빼는 동안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늘 치과를 갔던 것 같다. 흔들리지만 솔직히 내가 빼줄 자신이 없었고, 아이도 많이 무서워하기도 했다. 치과 진료를 간 김에 흔들리는 이를 뺐고, 한 번은 이미 영구치가 나오고 있는데, 이가 많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라서 마취를 하고 생 이를 뺀 적도 있었다. 요즘은 이를 보관하는 함도 있던데, 기념으로 주시는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보관하고 있다가 버리기도 했었다. 그런 걸 보면 과거 내가 했던 까치나 이빨 요정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가 되었겠다 싶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가 고르게 난 사람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도 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교정을 하지 않고 살았다. 특히 나는 토끼이 같은 큰 앞니 사이가 벌어져서 정말 오랫동안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았다. 벌어진 앞니 덕분에 웃을 때면 늘 손으로 가리고 웃기도 했다. 다행히 치과 시술을 통해 지금은 앞니 사이가 메꿔졌지만 책 속 주인공인 강한이 처럼 나 역시 참 오래도록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이가 삐뚤빼뚤 난 강한이는 늘 고민이 많다. 양치를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처음 이를 빼러 간 날, 치과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이 강한이에게는 상처가 되었고 그렇게 자신의 이가 가지런하지 않은 게 치과 선생님의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한이는 고민이 많다. 한편, 이빨 요정 티티는 과거에 비해 이빨요정에게 헌 이를 가져가고 새 이를 달라는 소원이 줄어들자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그 와중에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티티는 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얼마 전 이가 아직 빠지지 않았는데, 먼저 소원을 빈 아이를 찾아갔다가 허탕을 친 티티는 이빨 요정의 일에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빨 괴물들이 차지한다. 아이들의 이를 삐뚤빼뚤하게 만드는 이빨 괴물들. 과연 아이들은 이빨요정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양치하는 걸 즐기지 않는 둘째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 기억이 소환되고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공감되어서 내게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과거에 비해 치과 등의 병원 진료에 대한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이를 아프게 만드는 유해물들 또한 많아진 상황이다. 가지런하지 않은 이 때문에 고민을 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나처럼 위로를 받게 되기를, 또한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이를 관리하는 법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