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을 둔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어느 날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전화를 받는다. 
요는 아들이 공부 못하고 장난꾸러기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고 공부를 소홀히 하니,
그 친구들을 멀리하도록 아들을 단속하시라는 일종의 충고같은 것이었다.
그때 여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전,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행복도요,공부를 잘 해야 행복할 수 있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니,학원은 자상하게도 엄마가 전혀 신경 못 쓰는 아들의 스펙까지 관리해 주고 있었던 듯 하다.

난 한 작가에게 필이 꽂히면,그 작가에 대한 관심이 쭉 이어지는 지라, 
이 책 <우행록>은 어찌어찌하여 읽게된 <통곡>이 너무 좋아서 집어들게 되었다. 

책 표지에 '압도적인 반전,정교한 구성'이라고 적혀있는데... 
정교한 구성이라는 덴 공감하지만, 
압도적인 반전이라고 하기엔 '통곡'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책의 첫장 '3세 여아 영양실조 사망 모친 체포,유아 방기혐의'라는 기사 속의 '다나카 미쓰코'라는 이름을 잘 기억해 뒀던 나는,이 책을 따라 읽어가면서 누가 범인인지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난 어느날,르포라이터처럼 보이는 이가 일가족 주변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첫 시작부터 인터뷰라기보단 이웃집 아줌마의 이런 저런 수다라고 생각되는 얘기들을 읽다가, 
이 아줌마가 너무 미워졌었다. 

어떻게 이사온지 석달 밖에 안된 사람들에 대해,
'아마~','~카더라'식의 수다를 늘어놓을 수가 있는것인지,원.  
이건 친절을 가장한 독선이다 싶어...세상이,사람들이 무서워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인터뷰 내용 중에 '다나카'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이 르포라이터가 범인이라고 짐작했었다. 

이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들로부터 이끌어내는 대답이 '범인이 누구'에 촛점이 맞춰졌다기보다는,
인터뷰이들을 적당히 부추기고 질문에서 대답을 유도하는 품으로 미루어 '왜 살인되었나?'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말해,이웃들,대학동창,회사동료 등 인터뷰이를 통해서,'죽을 만하다'는 대답을 유도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자기가 죽이고 주변의 용인을 통하여 일종의 면죄부를 얻으려 한 것인 줄 알았다. 

책을 읽어 갈수록,'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이 생각나는데,
자신을 높이기 위해서...이웃을,대학동창을,회사동료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바다 건너 일본에서 씌여진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부분들이 우리와 흡사해 섬뜩하였다.

'인간이란 말이죠,항상 자신과 주위를 비교하면서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를 졸렬하리만치 의식하고 판단하는 생물이니까요.자기보다 위에 선 인간이 있으면 재수없어하고,자기보다 밑에 있는 인간은 무시하는 것,그게 인간이죠. (91쪽)'

'연애라는 게 참 어려워요.마음의 추가 서로 평행을 이루면 좋겠는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으니까요.서로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기 마련이죠.감정의 무게가 덜한 쪽은 결국엔 상대방에 질리기 시작할 수 밖에 없어요.함께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걷는 게 귀찮게 느껴지는 거죠.그런 온도차를 서로의 노력으로 메워나가면서 연애를 이어나가는 건데,젊을 때는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어요.그러다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죠.(161쪽)'

'섬세하다고 할까,사소한 영역에서 마음이 안 맞으면 결국 피로를 느끼게 되기 마련입니다.(277쪽)'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얘기를 들어요.말하는 사람이 창피하지 않을 만큼 절묘하게 말이예요.이렇게 지그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죠.전 남의 얘기에 그렇게 진지하게 귀기울여주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278쪽)'

책을 다 읽고,나는 이 인터뷰어가 나중에서야 안됐다고 생각됐는데, 
아기를 키우느라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한 그 여인네를 보면서... 
자신을 충분히 돌이켜볼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인간은 결국 자신이라는 필터를 통해 그것을 보게 된다.그리고 자신이라는 편견을 씌운 평가 밖에 못한다.그 속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평가하는 이의 성격과 사고방식이다.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326쪽)'

책 뒤 서평의 한구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친구와 이웃과 동료는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거울을 보듯...이웃,친구,동료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다잡아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사실,이 책의 겉표지랑 관련하여 이 책의 제목을 愚行錄이 아니라,淚行錄이라고 알고 있었다. 
 어리석은 얘기라기 보다는 눈물나게 슬픈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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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7 17:10   좋아요 0 | URL
어리석어서 눈물나게 슬픈 얘기인가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0-05-18 11:3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눈물나게 슬픈 이유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주변의 또 다른 나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5-17 17:17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 읽으셨네요.
비채 출판사의 블랙앤화이트 시리즈 책이 괜찮더라구요.
양철나무꾼 님의 리뷰를 읽으니 꼭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5-18 11:39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 장르소설 매니아이긴 하지만,일본 것은 잘 안 읽는데...
'누쿠이 도쿠로'는 챙겨 읽게 되더라구요~^^
 

세상에는 태양이나 별처럼 자체발광하는 것도 있지만,달처럼 태양빛을 받아야 빛을 낼 수 있는 것도 있다. 

















난 <이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책으로 먼저 알았다.<내파란  세이버>에 필이 꽂혀 그의 전작을 찾아 읽었었고,'박흥용'이 분의 내공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영화도 그 연장선 상에 있을 것으로 짐작했었다. 

그러나,결론부터 말하면 영화,<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은  전혀 다른 버젼이다.
이준익감독이 그의 시각을 가지고 새롭게 해석해냈다. 

박흥용의 원작에 대한 인상이 깊어서 그런지,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나는 영화가 재미없었다.  

난 영화를 보기 전부터 황정민 분 황정학에 관심이 많았었다. 
언젠가 만화책을 보았을 때 황정학을 놓고 , 
'사암스님이다.','아니다,서산 사명대사다.'해가며 침 튀기는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런 내공있는 역할을 누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까 우려도 했었고, 
그런 역할을 황정민이 한다고 했을 때 내심 안심했었다. 

영화 속에서 황정민은 천연덕스럽게 황정학을 제대로 연기해 냈지만,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실패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황정민의 돋보임 속에서 다른 이들은 하나의 배경 이상의 역활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황정민의 두드러짐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황정민에 감정이입을 해 황정민 주연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만들고 싶었을까? 

영화라는 건 한컷 한컷,한장면 한장면이 돋보이면 그만인 스틸사진은 아니다. 
그들과 잘 어울리고 버무려져 한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가 재미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캐릭터 분석에 실패했거나,
아님 캐릭터에 맞게 배역설정이 되지 못했었다.
(내 생각으로는,황정민을 제외하곤 적절하지 않다.) 

처음 한견주 역할의 백성현을 보았을 때부터 난 불안했다.
저렇게 뽀얀 얼굴에 말알간 눈빛으로 한견주를 연기해 낼 수 있을까? 
망나니 역할일때는 그렇다치더라도,칼을 쓰게 되면서 그의 눈빛이 바뀔 수 있을까?
한견주가 보여주어야 하는 내면적인 갈등과 고뇌들을 그는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내 예상처럼 그는 영화 전반에 걸쳐서 눈에 힘주는 것 하나로 밀어붙인다. 
백성현은 아직도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겠구나 싶었던 건,
배에 칼을 맞고 사경을 해매다가 살아나,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에서 였다.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그는 배가 아프고 땡겨서 걸음을 못 걷는게 아니고 다리를 다쳐서 못걷는 행세를 한다.
'저건 아니데...'하는 마음에,그의 배를 향하여 힘차게 주먹질이라도 한번 해줄까 싶었었다. 

차승원은 표정에서는 그럭저럭 따라가주는데,그의 눈빛도 한가지 표정만을 담고있다.
(혹자는 덧니를 드러내고 묘한 웃음을 날리는 그 장면을 압권이라고 표현하더구만...)
칼잡이의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칼잡이가 보여주어야 할 그런 매서운 눈빛,연인을 바라볼 때 보여주었어야 하는 그런 그윽한 눈빛이 없다. 

영화에서는<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의 심오한 뜻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그냥 칼부림이 난무하는 복수극으로 끝나고 말지만,
책은 견자라는 한 인간의 성장기이다. 
적어도 이몽학과 한견주 사이에 힘의 균형은 보여주었어야,<구르믈 버어난 달처럼>의 심오한 뜻을 짐작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서로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되돌아보고 반성하고,그렇기 때문에 발전하고 빛날 수 있는 것이다. 
태양이 없다면 달은 빛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책의 한구절을 옮겨본다.

   
 

하루살이라도 다 같은 하루살이는 아니다.하루살이가 아무리 날아봐야 하룻길이지만,천리마에 붙어있으면 하루에 천리를 간다.

 
   

시대상과 서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생각난 책,
'김탁환'의<방각본 살인사건><열녀문의 비밀><열하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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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6 15:31   좋아요 0 | URL
크~~원작을 읽은 사람이 쓰는 리뷰라...
역할이 제격인지의 여부도 보시는군요?

갑자기 쌩뚱맞은 얘기지만....양철나무꾼님....
생각의 깊이가 많이 깊으십니다.
ㅎㅎ좋은 이웃 생겨서 기뻐요^^

양철나무꾼 2010-05-17 17:01   좋아요 0 | URL
요 위의 '우행록'리뷰랑 관련하여,
좋은 이웃이라고 해주셔서...제가 더 기뻐요~^^

마녀고양이 2010-05-17 15:3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원작은 견자의 성장기가 초점인가요?
영화는 영 다른 시선인데.. 저런. 영화에서는 견자가 성장하다 말고 죽어버렸네요. ㅡㅡ;;;

양철나무꾼 2010-05-17 17:05   좋아요 0 | URL
네,책에서는 견주(=견자) 아버지에 의해 황정학에게 보내졌었을 걸요.

책의 마지막,한견주와 이몽학이 20합을 겨누어도 승패가 판가름나지 않는 그 팽팽함이 압권인데 말이죠~ㅠ.ㅠ

다이조부 2010-12-31 21:48   좋아요 0 | URL

영화를 먼저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아 이건 정말 별로 라고 생각했거든요~

책도 영 구리구리 하네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책으로 꼽기에는 선택을 잘못 한듯해요 흑

양철나무꾼 2011-01-05 02:55   좋아요 0 | URL
왜요?^^
전 박흥룡 형님 '쫌' 애정해서 책으로는 괜찮았는데요~

떡국 드셨어요?^^
 
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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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이외수'의 책들을 멀리했었다. 

한때 그의 소설을 전작으로 찾아 읽고 다녔으니,그의 안티는 아닐 것 같고...
일종의 식상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외수 특유의 재치있는 문체와 독특한 사고방식에 매료되어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줄거리,전개방식은 다 다른데,같은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것이...내용이나 표현방식은 다 다르지만, 
그안에서 그가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이라는 걸,좀 늦게 깨달았다. 
'변하지 않는 것'을 '진리'라고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我不流 時不流>이 책은 참신하다. 
트위터의 글들로 엮여져 단출한 것도 그렇고,
책에 향기나는 책갈피를 끼워넣어 책향기가 나는 것도 그렇다. 
개인적으론,'정태련'의 그림과 책 뒷부분 그림들에 관한 짧은 코맨트들이 제일 맘에 들었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파리가 먼지에게 물었다.넌 날개도 없는데 어쩜 힘 하나 안 들이고 그토록 우아하게 날 수가 있니?먼지가 대답했다.다 버리고 점 하나로 남으면 돼..." 

이게 이책의 '부제'인 '이외수'의 '비상법'이리라~ 

"고수는 머릿 속이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하수는 머릿 속이 만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살짝 다른데, 
고수는 머릿 속을 말갛게 비워내,아무것도-번뇌 따위는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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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3 12:57   좋아요 0 | URL
저도 어느 순간부터 이외수님을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흙벽 집에 들어가고,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순간부터.. ㅡㅡ;;;
그런데 요즘 TV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니, 다시 좋아졌어요...
머랄까, 참 멋지게 늙으신 분 이예요. 저도 저렇게 나이먹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크랩 글귀 참 좋습니다..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5-14 11:15   좋아요 0 | URL
이외수님이 멋지게 늙으실 수 있도록 사모님의 보이지 않는 내조가 한몫 했다죠~^^
저도 요즘은 앞에 나서는 삶 말고,
누군가의 배경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비로그인 2010-05-15 13:18   좋아요 0 | URL
누군가의 배경이 되는 삶은 일백번 고쳐죽어도 자신없는게 솔직한 심정이구요...대신, 나서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싶습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0-05-16 12:11   좋아요 0 | URL
후,후,마기님~
각자 위치 할 수 있는 곳에서 역할을 다 하면 그것으로 족한 거 아닐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는 거다'란 '어떤날'의 노래가사처럼요.
제가 나이를 먹고,제가 나이를 먹는 만큼 아이가 크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내가 그들의 배경이 되어주어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를 향하여 그렇게 했던 것 처럼요~

비로그인 2010-05-16 15:34   좋아요 0 | URL
ㅎㅎ진짜 자신없지만...그렇게 해야하는 거라는거...잘 알고있죠.
얼른 홀로서기를 시켜야한다...이러믄서 게으름 피우고 있지만...아이들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부모라는 자리...
평생 수양해도 모자른 그 자리.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 투 런/ 크리스토퍼 맥두겔/페이퍼로드>

옛날 <바람피기 좋은 날>이란 영화 도입부에 '윤진서'라는 배우가 전력질주를 하는 장면을 보고,
나는 저렇게 전력질주를 해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봤었는데...그냥 지나갔을 뿐이고,~ㅠ.ㅠ
이책을 읽고도 '나이키'사이트에 들어가서 달리기용 음악이라도 MP3에 다운 받아들고 나가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진진한,빠져들 수 밖에 없는 책이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위험하다.

저자가 얘기하는 것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①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run)
②운동화가 발을 망치고 있다.

근데,우리가 멕시코 산지의 타라우마라족처럼 달리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그곳처럼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안내나 대책없이 맨발로 달리라고 선동을 하고 있다.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다(born to run).” 혹은 달리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달리기를 멈추면서 우리는 땅과의 진정한 접촉을 상실하고,
생존을 위해 달리던 시절에는 없었던 질병들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뿐만 아니라, 두툼한 쿠션으로 발을 감싸면서부터 오래달리기에 최적화된 근육과 힘줄들은 제 기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를 비롯한 거대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끊임없이 더 비싸고 더 첨단인 러닝화를 신으라는 물량공세로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있단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는 우리들의 발과 몸은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든 문화 내지는 문명에 대한 적응으로든 맨발로는 땅을 달릴 수가 없어졌다.
그런 우리들에게 신발을 집어던지고 맨발로 달리라는 것은,우리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또 하나의 오도가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생각난 또 한 권의 책-'이우천'의 <편안한 발 예쁜 발> 

 

 

 

 

 


<편안한 발 예쁜발/이우천/ 교학사>

다소딱딱하고 지루하지만,
적어도 아무 대책없이 맨발로 달리라고 선동하지는 않는다.  
약간 전문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생각난 또 한 권의 책-'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
 

만약 내 묘미명 같은게 있다고 하면,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론 문화인류학적 접근이나 의학적 접근보다는,자아성찰식의 '하루키'식 접근이 제일 읽기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가지,<본 투 런>이 책이 일으킬 반향이 살짝 걱정스럽다. 

그래서 <본투런>,이 책과 '하루키'에 대해서 한마디 거든다면,
인간이 땀으로 열을 내보내는 동물이기 때문에 땀을 흘려야 하는 건 맞지만, 
달리기 말고도 땀을 흘릴 수 있는 방법은 궁리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끝까지 걷기만 해도 괜찮다고-채 걸음마를 배우기 전에 주저앉아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어디까지나 움직이기 엄청 싫어하는 '양철 나무꾼'표 견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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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서영은/문학동네> 
<박기영씨,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박기영/북노마드>

다른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 모르겠지만, 
'서영은'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이 책은 처음 표지가 눈에 띄어 집어들게 되었다. 
그 다음 작가의 이름을 보게 되었는데,'서영은'이 누구시던가?
'서영은'정도의 작가이면 적어도 책값은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나 할까?  

하루하루의 삶이 지난하고 폭폭해서 여행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는 내게,
간접체험과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으론 여행기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이 책은 여행기라기보다는 순례기에 가깝다.   
때문에,작가 '서영은'이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산티아고 순례'를 통하여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종교인으로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서영은'이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작가적 감수성도 뛰어나고 문장들도 하나 같이 수려하다.  
 
하지만,작가라는 직업은 자기가 만들어낸 수많은 자아를 가지고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예순을 훌쩍 넘긴 분이 자기 자신을 놓고 방황하는 모습은 솔직하고 소박하기보다는,약간 고집스럽고 독선적으로 비춰졌다. 

   
  "하나님의 뜻을  이해했다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이땅에 이뤄질 수 있게 바닥에 내 마음을 까는 것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진리 체험을 온 몸으로 하고 난 뒤에는 그 일 이상 중요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지금은 오직 그 분의 뜻이 지나가는 통로가 되겠다는 생각 외에는 없습니다."   
   

나는 동의하기 힘든...어디까지나 그녀의 생각일 뿐이다.(뼛 속 깊이 종교적이다~)

 
이 책이 아쉬워서 골라잡은 박기영의 책 한권,<박기영씨,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표지에서 받는 느낌도 비슷했고,
서영은 만큼은 아니어도 내게는 싱어 송 라이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터라...좋은 비교가 되겠다 싶었다.

   
  "...이성이 아닌 가슴이 외치는 대로 절대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동시에 내 안에 내재한 진정한 자아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신앙이 있듯 없든,혹독한 순례의 길을 이겨낸 순례자라면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기도를 드리게 될 것이다."
 
   


순례의 목적은 '서영은'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박기영',그녀 나이의 '자아찾기'가 오히려 내게는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그런데,그런데,말이다. 
'서영은'보다는 가볍고 '박기영'보다는 진중한 '산티아고'를 찾는다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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