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정지용-문열자 선뜻!먼 산이 이마에 차라.우수(雨水) 들어바로 초하루아침,새삼스레 눈이 덮인 묏부리와서느럽고 빛난 이마받이하다.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아아 꿈같기에 설어라.미나리 파릇한 새순돋고옴짓 아니 하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P49
학문을 좋아하는 이가 요사이 적지만망형 (形)의 벗*도 옛날 역시 드물도다내게 있는 게 무엇이기에자네가 와서 의지했던고깊은 골짜기에서 삼동(冬)을 같이 지내다가봄바람에 하루 사이에 돌아가도다떠나고 머무는 것이 모두가 세상 밖의 일이니눈물로 옷을 적실 필요야 없도다*망형의 벗: 재식(才識)으로 만나서 나이의 차를 잊고 사귀는 친한 벗. - P69
날이 저무니 새소리 푸른 나무에 숨고달이 밝으니 사람의 말소리 고루(高樓)에 오르도다. -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