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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ㅣ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평점 :
1. 책을 읽다 잠이 들었습니다.. 모두 잠든 시각이다보니 어중간하게 잠이 든 모냥입니다.. 가위가 눌렸죠, 간만에 눌린 가위다보니 한결 무서움이 강했습니다.. 반백살이 되어도 무서움은 어릴적과 다르지 않더군요, 잠이 들자마자 거실의 공기가 변한 것 같더라구요, 따뜻하고 편안한 조금 전의 상황과는 다른 축축하고 습기가 가득한 느낌이 후욱하고 느껴지는 뭐 그런 상황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다가옵니다.. 서서히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죠, 숨이 막혀오고 답답함에도 눈조차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은 느껴집니다.. 악의가 가득하고 죽음이 바로 다가설 것 같은 두려움속에서 숨죽여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죠, 몸의 일부분이라도 움직이면 이런 빌어먹을 꿈에서 깨어날 수 있으리란걸 아니까 말이죠, 하지만 맘대로 몸이 움직여주질 않습니다.. 그리곤 알수 없는 악의에 가득찬 무엇인가는 나를 지나쳐 옆자리에 잠든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그 순간 여태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가위눌림의 고통과 공포와는 다른 두려움이 몸 전체에 가득찹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두려움이죠, 꿈속에서 악의가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을 느낌에도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그 감정적 두려움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곤 꿈에서 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아무도 없는 무저갱으로 끝없이 떨어져내리는 것이죠, 그 순간 이 세상에 살아남아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은 나뿐이라는 생각에 극악한 슬픔이 닥칩니다.. 이미 아이들과 가족은 악의에 가득찬 형체의 어둠에게 먹혀버린 것을 인지한 체 슬픔과 고통의 무덤속으로 끝없이 떨어져내리는 것이죠, 그러다 잠이 깹니다.. 헉헉거리며 조금전까지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면서 옆자리에서 잠이 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체온을 느낍니다.. 그렇게 채 10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이 저에겐 지옥보다 더한 두려움의 시간이었습니다..
2. 공포물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습니다.. 대중적 흥미를 자극하는 공포 장르에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죠, 미디어나 소설적인 감성속의 공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저에게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무서움을 많이 타는 성격임에도 이러한 장르의 재미를 거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래들어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웬지 모르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진 않더군요, 조금은 과장되고 과한 설정의 공포물이 주는 거부감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예전에는 있는 그대로 그러려니했던 장치나 설정의 모양새가 이제는 오바스럽고 유치하고 자극적인 부분으로 너무 치우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을 드러내는 그런 감성적 공포는 쉬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국내의 몇몇 작품들이나 일본의 미쓰다 신조 작가의 민속신앙이나 토속적 공포의 감성을 꾸준히 드러내는 작가들의 작품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저의 입맛에 잘 맞습니다.. 특히나 미쓰다 신조의 공포의 집 시리즈는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려내는 공포감을 내세워 그 감성이 무척이나 와닿습니다.. 누구나 어린시절 한번쯤은 경험한 비현실적 두려움에 대한 공포가 떠오르는 것이죠, 전작들인 '흉가'나 '화가'에서도 이러한 작가적 감성은 충분히 즐거웠습니다만 이번 작품 "마가"는 이러한 공포감과 더불어 색다른 반전의 매력이 담긴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읽다가 제가 가위까지 눌렸잖아요, 제법 느낌이 좋은 공포소설이라고 봐야죠, 저로서는
3. 세토 유마는 소설가인 아버지와 엄마와 살다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힘겹게 살아가던 엄마의 재혼으로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사를 옵니다.. 새아빠는 대기업의 임원으로 재직중인 부유한 사람이죠, 유마는 그렇게 도쿄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오고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무뚝뚝하고 정이 없는 새아빠와는 달리 유머스럽고 배려가 많은 새아빠의 동생인 삼촌으로 인해 나름 적응을 하며 살게 되죠, 그런 삼촌이 유마에겐 더 아빠같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아빠의 해외 주재와 관련하여 자신의 거주가 고민이 된 상황에서 삼촌과 함께 여름방학동안 지내기로 하면서 유마는 삼촌의 별장인 가미하큐쇼의 고무로 저택으로 향합니다.. 가는 도중 삼촌에게 고무로 저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유마는 저택의 뒷편 사사 숲과 관련된 과거의 미스터리와 공포감에 사로잡히죠, 그리고 유마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이계의 비현실적 체험을 기억해냅니다.. 어린 시절 현실속에서 순식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공간으로 옮겨간 유마는 현실이 아닌 공간속에서의 미지의 형체에게 쫓기는 두려움을 경험한 바가 있죠, 그리곤 도착한 별장에서 느끼진 공포감과 두려움의 불안은 첫날 밤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을 데리고 온 삼촌은 그의 동겨녀인 사토미와 함께 유마를 두고 다시 사업으로 인해 도쿄로 돌아가버린 것이죠, 유마는 자신이 읮하는 삼촌이 없는 것에 대한 불안과 동시에 늦은 밤 요의를 느껴 깨어난 뒤 어둠속에서 고무로 저택의 공포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유마는 알 수 없는 형체의 무엇인가를 인지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제대로 알 수 없죠, 그리고 침실로 돌아온 유마는 두려움속에서 잠이 들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저택의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죠, 그리고 듣게 된 또다른 사사숲의 비밀은......
4. 공포의 집 시리즈는 대단히 공감가는 공포감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닌 어느정도 감성적 경험이 이루어진 어린 아이라는 점이 공감을 주는 주 요인이죠, 누구나 그 시절 - 보통은 초 5년 이상 - 에 한번 이상은 유령이나 미스터리한 두려움에 휩싸여본 적이 있을테니까요, 그러한 감성과 함께 집이라는 아주 아늑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주는 이율배반적인 공포감을 이끌어내니 이 작품 시리즈의 재미는 기본 이상은 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불안감 외에 지역적 특생과 토속적 신앙의 호러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어 공간적 두려움이 배가되는 느낌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마가"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후반부의 색다른 반전의 매력이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죠, 단순한 공포감을 넘어서는 스릴러적 감성까지 작품은 무척이나 즐거운 마무리까지 이어집니다.. 사실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토속적 호러 괴담속에서 벌어지는 감성이 풍부한 신조 작가의 작품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근래들어서 보다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호러적 감성을 이끌어내는 작품으로 선보여지는 집필작들의 재미가 개인적으로는 좋더군요, 특히나 작품속에서 어떠한 공포적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심리적 불안감을 표현하는 문장들이나 서스펜스적 묘사들이 주는 짜릿함은 작품속의 상황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합니다.. 집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공포적 상황들이 주는 몰입감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죠, 이번 작품 '마가'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선보여집니다.. 특히나 비현실적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적 감성의 불안감을 공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죠, 덕분에 가위도 눌리고 말이죠
5. 이런 일반적 공포의 감성이 가득한 작품이 주는 재미와는 달리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느껴지는 반복적 감성은 또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뭐랄까요, 읽는 동안 충분히 감응하는 두려움임에도 이전에도 느껴봤던 작가적 의도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뭐 그런 무난함같은 것 말이죠, 색다른 공포적 충격이나 극악한 공포감은 없는 편안한 두려움같은 뭐 그런 상황들이 이어지는 아쉬움이 들게 됩디다.. 그러니까 이 작품만의 특출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즐겁고 매력적인 호러가 가득하지만 그 뿐이라는 아쉬움, 전작들과 다른 점을 그렇게 느껴지지 않은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를 끜없이 재탕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자체의 이야기가 읽는 동안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득하긴 했지만 조금 나은 이어짐이 보이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종의 설정 자체가 다르지 않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안타까움이겠죠, 그런 이유로 시리즈의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뭔가 색다름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후반부의 감성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서 느껴지는 반전은 생각보다 깊어서 역시 작가의 밑밥 작업은 끝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았어요, 비현실적인 상황의 연결들이 현실적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관계와 인간의 무서움까지 함께 드러낸다는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마지막 유마의 한마디는 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전이 주는 무게감과 매력을 그 한마디가 뭉개버리는 듯 한 것이 굳이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껄, 아니면 상황의 전개와 대상을 바꾸었더라면 더 좋았을껄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었죠,
6. 이 작품이 이 시리즈으 완결판의 형식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보면 이 작품으로 세 작품은 끝을 맺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작품 "마가"가 주는 재미는 충분하다고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시리즈가 각각의 특성과 설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인 감성적 느낌은 대동소이한 면이 없지않았지만 마지막 '마가'가 보여준 것으로 전작들인 '흉가', '화가'의 매력까지 떠올리게 하는 장점도 있으니 삼부작으로의 마무리는 딱 좋다라고 생각듭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세 작품을 하나의 시리즈로 연결된 방식으로 이어나가셔도 충분히 즐거우실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린 주인공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공포적 상황들의 공감들이 독자들에게는 그동안의 미쓰다 신조의 작품의 설정과 비슷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공포적 불안감을 선사하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상황적 반전의 매력도 충분히 즐거우니 독자의 입장에서 즐기며 만날 수 있는 편안한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 아닐가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어둠이 가득한 생소한 공간속에서 문득 섬짓함과 싸늘함이 느껴지면 그건 당신과 나의 주변에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죠, 미쓰다 신조는 이러한 대중이 가지는 공감적 두려움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뛰어난 공포소설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감성이 니나내나 우리나 모두들이 경험하고 겪는 것이라면 그게 과연 비현실이고 미신이고 비이성적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알지 못하는 실재함이 있는 미지의 존재는 아닐까요, 그게 아주 악의로 가득할 지, 아님 선의로 도움을 줄 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론 결국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우리들 인간이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식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니 비현실이 오리혀 두려운것이겠죠, 암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