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 가(街)는 프로비던스에 있는 한적한 거리다. 이 거리는 상업 지역을 끼고 이어지다가 노리치 가로 불리는 도시 남쪽에 이르러서는 뉴욕 방향으로 빠지는 출구 도로로 이어진다. 제퍼슨 가를 따라 여기저기 가다보면 너도밤나무와 단풍나무가 서 있는 작은 광장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광장 가운데 하나인 웨일런드 스퀘어에는 영국 농가풍의 거대한 건물인 웨일런드 매너 호텔이 있다. 4월 말경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호텔의 문지기가 열쇠 하나와 함께 보관함에 들어 있던 편지를 건네주었다.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인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앞에서 편지 봉투를 열었다. 그렇게 단단히 붙어 있지는 않았다. 편지는 짧고 간명했다.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

-알라딘 eBook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중에서(11/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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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사랑에서 비롯된 결혼도, 포도주에서 비롯된 식초처럼,
시간이 지나면, 밍밍하고 시큼하며 김빠진 음료가 되어
뛰어난 천상의 풍미를 잃고
더없이 소박한 가정의 맛을 풍기게 된다.
-바이런 경(1788~1824)*

*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위는 「돈 후안」이라는 장편 풍자 서사시에서 인용한 구절.

-알라딘 eBook <갈라파고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99-100/4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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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으니까, 모두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이처럼 아팠음을 모두 기억하고 바꾸어나갈 수 있기를."
(298/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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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문학은 ‘행복’보다는 ‘후회’와 어울리는 학문일 것이다.
내가 전공을 선택하던 스무 살 무렵에도 인문학은 배고픈 학문이었고 ‘인문학 위기론’이 있었다. 그때도 경영대학으로 전과하는 문과대학의 동기들이 많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나마 취업이 잘되는 전공으로 모두가 몰렸다.
그들이라고 해서 문학을, 역사를, 철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L도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인문학과 결별하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너희의 ‘꿈’이 있잖니, 하고 싶은 것을 하렴, 하고 말하기에는 이 시대가 너무나 가혹하다. (289/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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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문학

젊어서 아파봐야 성장할 수 있다는 닳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대신 내가 뒤늦게나마 배운 연구실과 거리의 인문학을 함께 전하고 싶다. (271/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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