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가 끝난 후 도도한 스티븐스 두리에이 한 대와 1909년형 맥스웰 두 대가 빅토리아 한 대와 함께 도롯가에 대기 중이었다. 사내아이들은 쾌활한 소녀들을 가득 실은 스티븐스가 부르릉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서너 명씩 짝지어 줄줄이 거리를 걸었다. 왁자지껄한 무리도 있고, 말없이 생각에 잠긴 아이들도 있었다. 남들에게 뒤질세라 숨 가쁘게 주변 세상을 흡수하며 언제나 예기치 않은 일을 경험하는 열 살과 열한 살의 그들에게도 잊지 못할 오후였다.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6
직업을 이야기하자면 배우이자 운동선수이자 학자이자 우표 수집가이자 시가 밴드 수집가인 테런스 R. 팁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온 그를 맞아주던 봄밤의 기운을, 자동차로 걸어가 그를 돌아보던 돌리 바틀릿의 당돌하고 득의양양하며 홍조 띤 얼굴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가 느낀 감정은 흡사 두려움과 비슷했다. 큰 충동 하나가 이제 막 그의 삶에 자리 잡았으니 생뚱맞은 일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테런스는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멀리서 막연히 사랑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불려가서 포옹받고, 가슴 저릿한 즐거움을 맛본 후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중독자가 되어버린 사랑꾼. 집으로 향하는 그의 머릿속에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 감정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으며, 언제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7
집 안에 여자애들을 불러들여서 바깥세상과의 벽을 무참히 무너뜨려 봐야 좋을 것 하나 없었지만, 돌리 바틀릿과 다시 가까워지고픈 욕심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다.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8
10분 후 테런스는 약간 겁먹은 채 교장실로 불려갔고, 그곳에서는 온갖 불의의 세력이 어지러운 대열을 갖추고서 그와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11
"그만해." 테런스는 애원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 달걀은 치료 효과 따위 없었다. 사랑을 위해 희생된 달걀이었다.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15
테런스는 유령을 보듯 물끄러미 돌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야 처음 깨달은 양, 그에게 돌리는 거의 시간과 날씨의 본질로 느껴졌다. 대기에 서리와 기쁨이 감돈다면 그녀가 바로 서리와 기쁨이었고, 여름밤 노란 창문에 어떤 신비가 있다면 그녀가 바로 그 신비였으며, 영감이나 슬픔이나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있다면 그녀가 바로 그 음악이었다. 그녀는 〈붉은 날개Red Wing〉이고, 〈앨리스, 어디 가니?Alice, Where art thou going?〉이며, 〈밝은 달빛에By the Light of the Silvery Moon〉였다.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18
더 이성적으로 보자면, 돌리의 머리칼은 울퉁불퉁하니 양 갈래로 땋은 어린애다운 금발이었고, 얼굴은 고양이처럼 이목구비가 조화롭고 귀여웠으며, 두 다리는 발목을 단정하게 꼬고 있거나 의자에서 속수무책으로 대롱거렸다. 열 살의 나이에 흠잡을 데 없는 데다 자신감과 생기가 넘치는 돌리는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오래도록 한곳에 머무는 시선, 얼굴을 떠날 줄 모르는 미소, 은밀한 목소리, 섬세한 손길,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이런 기교들을 이용하여 벌써부터 남자애들을 쥐락펴락하는 조숙한 소녀.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19
"호수에 확 뛰어들어 버려라."5
충격 어린 정적이 흘렀다. 카펜터는 하반신 불구여서 가상의 호수에 뛰어들 수 없으므로, 누가 들어도 그 말은 조롱처럼 들렸다. 카펜터는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가 슈노버 부인이 들어오자 내렸다.
"무슨 게임 하고 있니?" 부인이 부드럽게 물었다. "클랩 인 앤드 클랩 아웃?"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22
이제야 일이 잘 풀리려나 보다. 단 하루 동안 그는 오만불손과 위조죄를 범하고, 불구자와 맹인을 공격했다. 당연히 이번 생에 벌을 받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래도 좋았다. 축복받은 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 <바질 이야기>,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자 이영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95cb41fdc8e4943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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