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에 관한 기억은 어린 시절부터 생애가 끝나는 순간까지 류드밀라를 지배한 강렬한 이미지였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류드밀라는 평생 그곳의 풍경을 그렸다. 그 세계 자체가 류드밀라의 머릿속에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모든 그림은 매번 다른 풍경을 묘사했지만 부분의 조합은 전체 세계를 생생하고 치밀하게 직조했다.
(97/343p)

아기들은 생후 14개월경부터 일상의 언어들을 습득하기 시작하고 간단한 동작어에 반응한다. 아기들이 어린이가 될 때까지, 그리고 어린이가 청소년으로 자라날 때까지 언어구사력은 그들의 사고력과 함께 발달한다. 상식적으로 아기들의 사고내용은 아기들의 발달 단계를 넘어설 수 없다. 사고는 언어 이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111/343p)

류드밀라는 그들에게 말한 것이다. 떠나지 말라고. 그 아름다운 세계를 가져가지 말라고. 자란 다음에도 계속 곁에 머물러달라고. (141/3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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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의 사용, 상징언어의 존재, 사회적 상호작용…… 분명한 지성의 증거.
(59/329p)

어쩌면 광대한 우주에서 고독한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고, 타자와의 조우를 갈망하는 그 자체가 고도의 자기 인지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일까. (66/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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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구로 떠나기 전, 올리브가 마을에 남긴 마지막 흔적이 바로 이 순례의 관습인지도 몰라. 우리는 자라면서 바깥세계에 관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 평화로운 마을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기를 갈망하게 돼. 그리고 마침내 순례의 길에 오르지. (48/343p)

그리고 그들이 맞서는 세계를 보겠지. 우리의 원죄. 우리를 너무 사랑했던 릴리가 만든 또 다른 세계. 가장 아름다운 마을과 가장 비참한 시초지의 간극. 그 세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함께 완전한 행복을 찾을 수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순례자들은 알게 되겠지.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50-51/3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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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연에 의한 온실효과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초래한 온실효과는 극한 날씨 현상을 발생시키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온실가스는 지구환경에서 소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에 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81/349p)

대표적인 기후 강제력인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계속 누적되므로, 산업혁명 이후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마다 높아졌다. 가장 오래 관측한 하와이 마우나로아산 이산화탄소 농도는 1959년 316.0ppm에서 2017년에는 406.5ppm까지 상승했다. (84/349p)

대기는 바다 3.5미터 깊이에 포함된 열용량만을 가지고 있어 평균 깊이 3,800미터인 바다에 비해 열용량이 매우 적다. 바다 전체 열용량이 대기의 1,000배가량이므로 지구 전체의 에너지 균형을 이루는 데 바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86/349p)

이 모든 영향을 함께 고려하면, 기후계의 반응 시간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양에서 표층 열이 바람으로 섞이는 층까지 퍼지는 시간으로 결정된다. 이 반응 시간 때문에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직 기온 상승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를 ‘이미 저질러진commitment 온난화’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해 지금 나타난 지구온난화는 수십 년 전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반응이다.
(87/349p)

제트기류는 북극권의 공기와 중위도의 공기를 분리하는 역할도 한다. 여름철 도심 상가에서 볼 수 있는 ‘에어 커튼’과 같은 이치다. 에어 커튼은 문을 열어놓고서도 위에서 아래로 강한 바람을 불게 해서 상점 안쪽 공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에어커튼 바람이 약해지면 상점 안쪽 시원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에 따라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권에 고립돼 있던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아무리 북극 지방이 따뜻해졌다 해도 겨울철의 북극 공기는 우리에게 한파로 느껴진다. (94/349p)

온실가스가 증가해 기온이 상승하면 그 열이 바다에 흡수되어 수온을 상승시킨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수면 온도는 0.5도 상승했다. 더 따뜻해진 바다는 더 많이 증발되며 더 많은 수증기를 대기에 공급한다. 게다가 따뜻한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담을 수 있다. 더 많아진 수증기는 더 강력한 태풍을 만든다.
(99/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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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빙하기 그린란드에서 펼쳐진 바이킹의 ‘소멸’과 이누이트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해준다.
(47/361p)

1788년에서 1789년에 걸친 매우 추운 겨울,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어 재정 위기가 찾아왔다. 루이 16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삼부회의를 소집했다. 그런데 삼부회의를 구성하는 성직자와 귀족은 특별과세를 거부하고 이를 평민에게 전가하려 했다. 평민들은 이에 반발해 국민의회를 발족했다. 국왕이 무력으로 국민의회를 해산시키려 하자 파리 시민들이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다. 이날 곡물 가격이 가장 높았다. (54/349p)

한편 정치·사회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소빙하기 유럽에서는 나무 장작 수요가 늘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난방과 건축, 초기 산업에 필요한 목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이 어려워졌다. 목재 가격이 1540년에서 1640년 사이 약 여덟 배나 올랐다. 이 때문에 목재를 대신해 석탄에 의존하게 되었다. 런던과 같은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석탄 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석탄 생산을 늘리기 위한 혁신 과정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소빙하기에 영국은 근대 산업을 태동시키는 기회를 마련했다.
(55/349p)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 이전 사회 경제의 발전을 저해했던 수많은 제약을 없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이른바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 일어났다. (60/349p)

지질시대는 지질학적 큰 변동이나 특정 생물의 멸종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오늘날 지질시대 구분은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주도된다. 즉, 인류(그리스어로 ‘Anthropos’)는 자신의 시대cene, 인류세Anthropocene를 열어젖힌 것이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 교수가 2000년도에 처음 제안했다.
(61/349p)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이 더는 인류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현대의 종말을 뜻한다. (65/349p)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지속해야 할 것은 지속해야 한다. 즉, 날씨는 변해야 하고 기후는 지속해야 한다. 날씨가 변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고 기후가 변하면 우리는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70/349p)

온실가스는 공기 중에 약 0.04퍼센트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오늘날 지구 위기인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다. (73/349p)

반면 공기에 섞여 있는 온실가스인 소량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프레온(CFC)처럼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는 적외선 복사의 진동수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 에너지를 흡수한 온실가스는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이때 주변에 있던 질소와 산소를 함께 움직여서 전체 공기 운동에너지가 커져 기온이 상승한다.
(74/349p)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양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약 74퍼센트에 기여한다. 그러나 전체 공기 중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1만 개의 공기 분자 중에서 이산화탄소 분자의 수는 약 네 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능력은 덩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에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 기온이 100도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효과를 품고 있다.
(75/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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