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작가나 조연출이 모여 회의할 때, 잘 듣는 사람이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결정하는 사람이 피디다. 피디에게 아이디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회의 시간에 작가나 스태프가 입을 다문다.
(27/317p)

유럽에서는 선행학습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공부머리 독서법》에도 나온다. 부모의 재력으로 아이들의 성적에 격차를 벌리는 시도를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비난한다. 유럽에서는 굳이 사교육으로 격차를 벌리지 않아도 누구나 먹고살 수 있으니까. 유럽의 교육제도가 지금처럼 자리 잡은 것은 노동운동 덕분이다. 대부분 직종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학력과 저학력,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른 임금 차별이 거의 없다.
(79/317p)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야마구치 슈, 김윤경 옮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다산초당, 69쪽.
(94/31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새 큰 종소리가 나더니, 총소리와 남자들의 외침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올리버는 울퉁불퉁한 땅 위를 빠르게 업혀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음이 멀어지면서 차가운 죽음의 느낌이 가슴속에 스며들었고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었다.
(359/883p)

엄청나게 추운 밤이었다. 눈이 땅에 겹겹이 쌓여 두껍게 얼어 있어서 골목이나 모퉁이에 쌓인 눈더미만이 날카로운 바람에 울부짖듯 흩날렸다. 손아귀에 걸려든 먹이에 더욱 세차게 노여움을 쏟아내듯 바람은 눈을 거칠게 사로잡아 구름 속에서 안개 소용돌이를 만들어 공중에 흩뿌렸다. 이렇게 황량하고 암울하며 살을 에는 추위가 음습하는 밤에는, 번듯한 집에서 따뜻한 화롯가에 둘러앉아 있다는 사실을 하느님께 감사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이나 굶주리고 비참한 처지의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쓰러져 죽기 십상이었다. 이런 날에는 굶주림에 지친 부랑자들이 수도 없이 텅 빈 거리에서 눈을 감는다. 이들의 죄가 무엇이건 이보다 더 쓰라린 세상에서 눈을 뜨는 일은 없을 터였다. (362/88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가장 정을 쏟은 사람들은 전부 무덤에 묻혀 있지. 내 평생의 행복과 즐거움이 그 무덤에 함께 묻혀 있긴 하지만, 내 마음속 가장 값진 감정까지 묻어놓진 않았단다. 오히려 깊은 불행으로 인해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이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지
(223/883p)

무대 위 관습처럼 모든 극악한 멜로드라마에서는 비극적인 장면과 희극적인 장면이 베이컨의 켜켜이 쌓인 붉은 줄과 흰 줄 마냥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269/883p)

한 마디로, 이 교활한 유대인 노인이 올리버를 올가미에 얽어맨 셈이다. 맨 처음에 올리버를 고독하고 우울한 상태로 내버려 둠으로써, 이제 황량한 곳에서 혼자 슬픈 생각에 잠겨 있느니, 누구라도 함께 있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페이긴은 서서히 올리버의 영혼에 암울한 독을 주입하면서 순수한 영혼을 더럽히려 하고 있었다.
(301/883p)

유대인 노인이 돌아다니기에는 딱 맞는 밤 날씨 같았다. 이 추악한 노인이 벽과 문간 아래로 숨어서 미끄러지듯 걸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진흙과 어둠에서 만들어진 징그러운 파충류가 밤에 먹이를 찾아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303/883p)

올리버는 바닥에 놓인 후줄근한 침상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불안으로 하얗게 질리고 슬픔이 가득한 얼굴이라서인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 아니라, 막 숨을 거뒀을 때 보이는 모습 같았다. 어리고 부드러운 영혼은 방금 하늘로 날아갔지만,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에 아직 세상의 역겨운 공기가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 말이다.
(319/88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한 이렇게 인간은 언제나 자기 보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사실은 심오하고 올바른 판단력을 지닌 철학자들이 모든 대자연의 행위와 행동의 주된 원인으로 규정한 공리주의 법칙을 입증해주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철학자들은 아주 현명하게도 대자연의 절차를 공리와 이론의 문제로 좁혀놓았고, 대자연의 높은 지혜와 이치만을 단순하고 멋지게 칭찬함으로써 감정이나 너그러운 기분, 충동의 문제는 고려대상에서 치워버린 것이다. 비록 대자연이 여성에 비유되긴 하지만, 대자연은 여성의 약함이나 수많은 결점을 훨씬 넘어선 존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197/88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s he spoke, he pointed hastily to the picture aboveOliver‘s head, and then to the boy‘s face. There was its living copy. The eyes, the head, the mouth; every feature was the same. The expression was, for the instant, so precisely alike, that the minutest line seemed copied with startling accuracy! (11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