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7

그녀는 빛이 피사체를 감싸는 순간의 온기가 좋아 사진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했는데, 그 말은 승준의 마음 어딘가로 흘러와 고요하게 폭발하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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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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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역사를 관통하는 타임 슬립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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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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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참의 줄타기, 삶

성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같은 또래 청소년 셋 - 지우, 채운, 소리 - 이 각자 화자가 되어 이런 저런 조합으로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가 전개 되는 방식이라 여느 성장 소설의 패턴처럼 아주 낯설진 않습니다. 근데 나름 흡입력이 있습니다.

화자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지우는 어릴적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향적인 그는 그림그리기에서 해방감과 동시에 위안을 얻습니다.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고, 직접 말했을 때보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훼손되는 부분이 적은 어떤 마음을. 그러다보면 자신도 그 과정에서 뭔가 답을 알게 될 것 같았다. 혹은 다른 질문을 발견하거나.“ (77쪽, 전자책)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우는 만화 속 ‘칸’이 때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네모난 울타리처럼 여겨졌다. 둥글고 무분별한 포옹이 아닌 절제된 직각의 수용.” (111쪽, 같은 책)

지우가 제겐 주인공 셋 중 가장 비중이 커 보였고 무엇보다 아마도 그의 고통과 상실감의 깊이가 그를 그렇게 보이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신은 지상에 박힌 압정처럼 하나의 점으로 가까스로 존재하는데, ‘서사 그래프’에 나오는 그 약동하는 선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203쪽, 같은 책)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209쪽, 같은 책)

존재의 상실이든 아니든 그들의 부모들처럼 주위 인물들의 역할이 제겐 더 생동감이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지우에게 용식(도마뱀)이, 채운에게 뭉치(반려견)가 그런 존재였죠. 부모와 반려동물 모두 그들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설정도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중 지우의 보호자, 선호아저씨의 존재감은 그 비중에 비해 단연 압도적이네요. 그의 존재가 아이들과는 달리 이미 스스로 참과 거짓의 경계를 넘어선 듯합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게 ’당위‘, 즉 ’마땅이 그러한 것‘ 임을 알죠. 멋진 어른입니다.

“—그러니 부탁인데 지우야.
—……
—나를 떠나지 말고, 나를 버려라.” (215쪽, 같은 책)

참과 거짓이 존재를 구성하는 빛과 그림자일 수도 있겠다. 그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무언가일 수도 있겠구나. 그게 삶이구나. 짧지만 긴호흡 같은 기시감을 주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교실속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게임으로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설정처럼 스스로 이 게임에 참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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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emember being scared that something must, surely, go wrong, if we were this happy, her and me, in the early days, when our love was settling into the shape of our lives like cake mixture reaching the corners of the tin as it swells and bakes.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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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간 것뿐’이라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 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2

그런데 최근 지우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소리는 자신이 오랜 시간 잊고 지낸 재미와 기쁨을 느꼈다. 내가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그리는 그림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3

‘이야기가 가장 무서워질 때는 언제인가?’
소리가 슬픈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때.’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7

나는 그녀와 산책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연미정입니다.
내 ‘최고의 날’, 내게 일어난 일은 이렇습니다.
내가 말하면 그녀가 듣습니다. 그녀가 얘기하면 내가 듣습니다.
우리는 함께 웃습니다.
그곳에 큰 사건은 없습니다.
대신 그녀가 있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51

소리는 문장을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썼다. 그 일이 마치 지금 눈앞에서 다시 벌어지기라도 하는 양. 게다가 그 글에는 접속사가 없었다. 자신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며 상대에게 빈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인 채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51

자신의 손끝에서 마치 봉숭아물이 빠지듯, 초겨울 단풍 색이 옅어지듯 어떤 능력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도.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85

자신은 지상에 박힌 압정처럼 하나의 점으로 가까스로 존재하는데, ‘서사 그래프’에 나오는 그 약동하는 선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04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09

‘하지만 삶은 이야기와 다를 테지. 언제고 성큼 다가와 우리의 뺨을 때릴 준비가 돼 있을 테지. 종이는 찢어지고 연필을 빼앗기는 일도 허다하겠지.’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19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0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만 거기에는 조금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0

이 소설을 쓰며 여러 번 헤맸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있지만, 작가로서 이 인물들이 남은 삶을 모두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삶은 비정하고 예측 못할 일투성이이나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5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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