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습, 그 눈빛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격변의 시대 행동하는 지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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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자, 갑시다!」 내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하느님뿐만 아니라 악마도!」 조르바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39

그러나 때로 나는 연민에 휩싸였다. 형이상학적인 삼단 논법의 결론만큼이나 차가운 불교적 자비심 같은 것이었다. 인간만을 향한 자비심이 아니라, 발버둥치고 울고 소리치고 소망하며 만사 무상(無常)의 허깨비임을 알지 못하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향한 자비심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42

그래요, 아주 잘 지냈지요. 그런데 악마가 훼방을 시작했습니다. 크레타에 혁명이 일어난 거예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52

이해하다니 뭘?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인이라고 부르는 것, 악행이라고 부르는 것도 세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는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57

「그 길고 긴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 거요?」 조르바의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 「보세요, 내 말씀드립지요만,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60

하나의 정열에서 풀려나와 다른 더 고상한 정열의 지배를 받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예속의 한 형태가 아닌가? 이상을 위하여, 종족을 위하여, 하느님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한다? 우리의 지향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더 길어지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훨씬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의 한계에 이르지 않은 채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자유일까?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61

붓다의 노래가 내가 선 대지에서 솟아나 내 존재의 심연으로 들어왔다. 〈내 언제면 혼자, 친구도 없이, 기쁨과 슬픔도 없이, 오직 만사가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독에 들 수 있을까? 언제면 욕망을 털고 누더기 하나만으로 산속에 묻힐 수 있을까? 언제면 내 육신은 단지 병이며 죄악이며 늙음이며 죽음이란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으로 은거할 수 있을까. 언제면, 오, 언제면?〉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62

희끗희끗한 황갈색 머리카락에 키가 작고 몸집이 실팍한 여자가 안짱다리 걸음으로 아장거리며 포플러 밑을 걸어 나왔다. 턱에는 털까지 돋아난 점이 있었다. 목에는 붉은색이 짙은 벨벳 리본을 돌려 감고 있었고 쪼그라진 뺨에는 자줏빛 분 자국이 드러나 보였다. 조그만 머리 타래가 이마에서 찰랑거리는 품이 연극 「새끼 독수리」에 출연하던 만년의 사라 베르나르 같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2

조르바는 뒤를 따르며 벌써 탐욕스러운 눈길로 뒷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가 속삭였다. 「두목, 저것 좀 보쇼. 저 잡년이 궁둥이 흔드는 것 좀 봐요, 삐뚤빼뚤! 꼬랑지에 기름이 잔뜩 오른 암양 같군그래!」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4

조르바는 실룩거리는 오르탕스 부인의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수염만 쥐어뜯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고는 웅얼거렸다

「하이고, 산다는 게 다 뭔지! 저 잡년이 끝내 사람 속을 뒤집어 놓네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

이윽고 내 가슴도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절박하고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내 내부에서 일었다. 나는 나를 소리쳐 부르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았다. 혼자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이 존재는 끔찍한 예감들과 견딜 수 없는 두려움과 격정에 사로잡혀 내가 해방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내 안에서 울부짖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0

나는 서둘러 내 길동무 단테를 폈다. 그 두려운 악마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그것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0

수백 년 동안 단테의 시편은 시인의 조국에서 애송되어 왔다. 사랑의 노래가 소년 소녀에게 사랑을 준비하게 만드는 것처럼 이 뜨거운 피렌체 사람의 시구는 이탈리아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유의 날을 예비하게 했다. 대(代)를 이어 사람들은 시인의 혼과 대화를 나누었고 마침내 노예 생활을 자유로 바꾸어 왔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2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엾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좀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 싣는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두목을 팽개치고 말 거라고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3

나는 조용히 있었다.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같은 봉우리로 이끌 수도 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조르바가 물었을 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5

내 머릿속은 갓 쪄낸 육반처럼 김이 무럭무럭 납니다.
먼저 먹읍시다. 먼저 배를 채워 놓고 그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지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 하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6

부인은 냄비를 들어다 우리 앞에 놓았다. 그러나 부인은 선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접시가 세 개 놓인 걸 본 것이었다. 기쁜 나머지 얼굴이 빨개진 여자는 조르바를 바라보며 보랏빛 감도는 파란색 조그만 눈을 파르르 깜박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89

우리는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을 실컷 먹이고 마른 목은 포도주로 축여 주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90

영국 제독에게는 오드콜로뉴 냄새가 났고, 프랑스 제독은 바이올렛, 러시아 제독은 사향 냄새, 이탈리아 제독은, 아유, 그러니까 파촐리 냄새가 났어요. 세상에 그렇게 멋진 수염이 또 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95

「궐련을 끊게. 불을 붙여 반쯤 피우다 나머지를 내버리다니……. 담배에 대한 자네 사랑은 고작 1분간이야. 창피한 노릇이지. 파이프로 피우는 게 좋을 걸세. 충실한 마누라 같지. 자네가 집에 가면, 거기 조용히 자넬 기다리고 있거든. 불을 붙이고 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면, 내 생각이 날 걸세!」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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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나는 그때 항구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밝기 직전인데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시로코 바람이, 유리문을 닫았는데도 파도의 포말을 조그만 카페 안으로 날렸다. 카페 안은 발효시킨 샐비어술과 사람 냄새가 진동했다. 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의 숨결은 김이 되어 유리창에 뽀얗게 서려 있었다. 밤을 거기에서 보낸 뱃사람 대여섯이 갈색 양피 리퍼 재킷 차림으로 앉아 커피나 샐비어 술을 들며 희끄무레한 창 저쪽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나운 물결에 놀란 물고기들은 아예 바다 깊숙이 몸을 숨기고 수면이 잔잔해질 때를 기다릴 즈음이었다. 카페에 북적거리고 있는 어부들은 폭풍이 자고 물고기들이 미끼를 쫓아 수면으로 올라올 때를 기다렸다. 서대, 놀래기, 홍어가 밤의 여로에서 돌아올 시각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1

사랑하는 친구와 서서히 헤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쓰라린 일인가! 단칼에 베듯 이별해 버리고서 고독 속에 남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 고독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상태니까. 그러나 그 비 오던 새벽에 나는 친구를 놓아줄 수 없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4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저 동방의 신성한 땅, 신들의 고향, 프로메테우스가 바위에 붙박인 채 울부짖던 높은 산을 생각했다. 우리 그리스 동포들이 바로 그 바위에 붙박힌 채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은 또다시 위난에 처해, 그리스의 자손들을 향해 울부짖으며 구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호소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마치 고통은 한갓 꿈이며, 인생은 재미있는 연극이어서 촌놈이나 바보만이 무대로 뛰어올라가 연기(演技)에 가담한다는 듯이…….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5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 영혼의 지각 능력이란 조잡하고 불확실한 법이다. 그래서 영혼은 아무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는 예견할 수 없다.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20

나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리비아와 마주 보는 크레타 해안에 폐광이 된 갈탄광 한 자리를 임차했다. 이제 책벌레 족속들과는 거리가 먼 노동자, 농부 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새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22

나는 주머니에서 단테 문고판 ─ 내 여행의 동반자 ─ 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벽에 기대어 편안하게 앉았다. 나는 한순간 망설였다. 어디를 읽는다? 「지옥편」의 불타오르는 역청? 「연옥편」의 정화(淨化)하는 불길? 아니면 인간의 희망이 최고의 감정 기준이 되는 대목으로 바로 들어가? 나에겐 선택권이 있었다. 문고판 단테를 손에 들고 나는 자유를 즐겼다. 아침 일찍 고르는 단테의 시행이 하루 전체에 그 리듬을 부여하게 될 터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25

「알렉시스 조르바. 내가 꺽다리인 데다 대가리가 납작 케이크처럼 생겨 먹어 〈빵집 가래 삽〉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지요. 한때 볶은 호박씨를 팔고 다녔다고 해서 〈심심풀이〉 라고 부르는 치들도 있었고…… 또 〈흰곰팡이〉라는 별호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르는 놈들 말로는, 내가 가는 곳마다 장난질을 쳐서 그렇답니다. 모든 게 개판이 된다고. 그 밖에도 별호가 많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합시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30

그래, 알겠다. 조르바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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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싶은 것은 써지지 않고 내가 쓰는 건 뒤죽박죽이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14

도서(倒敍) 추리소설. 범인을 미리 알려 주고 범행을 저지른 과정을 밝히는 방식. 1912년 오스틴 프리먼의 『노래하는 백골The Singing Bone』이란 작품에서 처음 선보였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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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비평을 쓰면서 소위 지식인들을 만족시키는 데는 흥미가 없어요. 예술로서의 문학적 비평이란 오늘날 그 반경이 너무 좁고 독자도 너무 제한적이에요. 마치 시처럼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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