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옷은 그 옷에 합당한 무게를 요구합니다. 옷은 우리에게그 무게를 지고 나갈 것을, 그 옷에 맞는 삶을 살아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지요. 인간의 본성은 늘 자기 문제를 합리화하고 싶어 합니다. 늘 깨어 의식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삶 가운데에서 본인이 입은 옷이 무엇인지, 그 옷의 무게를 잘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 P123

Timidus vocat se cautum, parcum sordidus.
티미두스 보카트 세 카우툼, 파르쿰 소르디두스.
소심한 사람은 자신을 신중하다고 부르고, 욕심쟁이는 자기를 검소하다고 칭한다. - P123

여기에서 잠시 이탈리아어 ‘laicità‘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이단어는 ‘평민에 속한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라이코스 dkds‘에서 유래했는데요. 이를 라틴어가 그대로 차용해 ‘라이쿠스laicus‘ 로 옮겼고, 이것이 훗날 명사화되어 라틴계 유럽어에서 ‘laicité‘ ‘laicita‘라는 명사가 파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정치 또한 종교에 개입하지 않는 ‘정교분리政敎分離’라는 개념이 ‘laicismo‘에서 파생됩니다. - P130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혹은 종교적 가르침을 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행동이 신에게 기쁨을 주는 종교적 실천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이자 오만입니다. 성경에서 예수가 "내가 바라는 것은 나에게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마태오 12, 7)"라고 말했던미를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 공동체가 모른 척하지 않아야 합니다. - P136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자유‘에만 큰 방점을 찍고 행동한다면 사회나 이웃과 불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을 믿고 그뜻을 따라 살고자 한다면, 나와 내가 속한 종교 공동체의 행동이이웃에게 고통을 주거나 이웃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더 나아가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 P137

그리고 첫 천년기에 들어서면서 시민계급이 봉건제도에 맞서 격렬히 투쟁하게 됩니다. 그 결과, 12-13세기 이탈리아 중·북부 지방에서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자치도시 ‘코무네’출현하면서 중세를 대표하는 체제인 봉건제도는 종지부를 찍습니다. 이 도시는 완전한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데, 주목할 것은 도시가 발전하면서 부유한 시민이 출현했다는comune점입니다. - P143

사실 모든 종교는 문명화의 산물이자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나온 부산물일지도 모릅니다. 새로 등장한 지배 세력이 기존의 체제를 장악하고 적폐 청산을 위한 유일한 세력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종교적, 사상적 토대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중요한 도구가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계급 구조와 정치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종교라는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 P143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1600),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철학자. 스물넷에 사제 서품을 받았지만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아리우스파의 이단 학설을 탐구한탓에 이단 시비가 일어 로마로 피신했고, 이후 칼뱅주의로 개종했다. 그러나 신교 역시 비관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리스도교에 등을 돌렸으며, 형이상학, 물리적 우주관, 윤리학, 기억술 등 다방면에 걸친 주제에 대해서 철학적 대화편, 희극, 시의 형식으로 저작을남겼다.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브루노가 처음으로 발견한 우주 개념을 차용하였으며,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브루노가 이미 오래전에 입자파동설을 설명했다고 한다.‘ 훗날 종교재판에 회부된 그는 무려 8년 동안 심문을 받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 P144

Nemo pius est qui pietatem metu colit. Cave putes quicquam esse verius.
네모 피우스 에스트 퀴 피에타템 메투 콜리트, 카베 푸테스 퀵괌 에세 베리우스.
두려움으로 종교심을 가꾸는 자는 결코 경건한 사람이 아니다. 이보다 진실한 말이 있으리라 생각지 말라.

키케로, 《선과 악의 목적(De finibus bonorum et malorum)》. Iliber secundus, 71 - P149

성직자의 결혼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만들었는데, 무엇보다 사제의 결혼은 사제직을 세습하는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부나타나는 목사 세습‘처럼 ‘사제 세습‘이라는 문제가 이미 중세에도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성직자의 결혼은 가족, 친인척에 관한문제를 파생했고, 지역 영주 및 세속 권력과 결탁하는 문제를 낳게됩니다. 그래서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교회 쇄신을 위해 과감하게 사제 독신제를 시행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가톨릭 사제가 독신으로 살게 된 역사적 이유입니다. - P160

원래 ‘의전‘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프로토콜론mporokovov에서 유래했습니다. ‘프로토스 potos’는 ‘첫 번째‘를, ‘콜라 kona‘는접착제‘를 뜻하며, ‘프로토콜론‘이란 용어는 본래 원본의 진위를증명하기 위해 맨 앞에 붙이는 ‘공증 서류의 종이 한 장‘을 의미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프로토콜protocol‘ 이라는 말이 되어 공식적인 외교 문서를 일컫는 용어가 되었지요. - P164

그리고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곧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 여러 가지 생각들이다. 이런 악한 것들은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마르코복음 7장 20절~23절)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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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공부만이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외의 문제는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었어요.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 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실은 나의 마음과 달랐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잠시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없다는 사실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 P77

Desidero ergo exerceo.
데지데로 에르고 엑세르체오.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실천한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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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안으면 풀꽃 냄새가 난다.
세상에 오직 하나 있는 꽃,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는 꽃,
네게서는 나만 아는 풀꽃 냄새가 난다.

딸 / 나태주 - P22

바람 부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서로 찡그리며 사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돌아앉아
혼자서도 웃음 짓는 사람이 된다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네가 있어 / 나태주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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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영적인 존재를 통해 영원과 소통하기를 갈망합니다. 고대 시대부터 생각해보면 그 대상은 때로 나무이기도 했고, 바람이나 태양, 달과 별이기도 했으며, 또 유일신이기도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바람과 갈망, 평화를 기원하고 기도할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저는 그 고요 속에누운 채로 인간이 기도하지 않는 세상이 될 때, 그때야말로 인간세상은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P72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지 그들의 삶을 제삼자의 위치에서 보는 게 아닙니다. 그들 삶 속에 투영된 내 삶을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우리는 내 삶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거나 풀 길이 없는 문제를 내려놓는 힘을 얻기도 합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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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헤맨 지 7시간째. 너무 힘들어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형형색색의 올드 카(클래식 차)가 도로를 으르렁거리며 지나갔다. 단추가 터질 것같이 배가 나온 아저씨들이 만화 속에서나 보던 두툼한 시가를 멋들어지게 피웠다. 도로 끄트머리에 보이는 말레콘비치에는 노을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두 눈이 마카롱마냥 부은 채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나와 쿠바의 화려한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74

햇빛에 녹은 설탕 알갱이처럼 진득한 능구렁이가 다 되었을 때쯤 카리브해를 보러 갔다. 잭 스패로우 선장이 사랑하던 그 카리브해가 맞았다. 이렇게 맑은 바다는 처음 봤다. 신이 이곳에 축복을 내린 것일까. 투명하고 푸른 바다가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작은 오두막집에서는 살사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건강하게 그을린 쿠바 사람들의 모히토 만드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87

오랜만에 텐션을 되찾은 우리의 목소리는 구름을 뚫을 것처럼 높았고,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보다 더 뜨거웠다. 선글라스를 쓰고 수영하는 사람들, 햇빛에 탄 건지 술에 취한 건지 구별되지 않는 붉은 얼굴로 하하 웃는 할아버지들, 네 자리 내 자리 구별 없이 아무 바닥에 드러누워 모히토를 마시며 담배 피우는 여자들과 이가 쏟아질 듯 까르륵 웃으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소리를 한순간에 잠재우는 바다 소리까지. 바다에서 온화한 박력이 느껴졌다.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87

콜카타는 인도에 입문하기 가장 좋은 도시다. 당시에는 모든 게 충격적이었지만, 내가 여행한 인도의 지역 중에서 적당함을 가장 잘 아는 지역이었다. 콜카타는 적당한 강도로 상식을 부숴 버렸다가 적당한 강도로 인도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었다. 콜카타를 먼저 여행했기 때문에 그다음 더한 것들을 대비할 수 있었다.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105

꾸역꾸역 올라탄 인도 버스는 살면서 만난 버스 중에서 제일 정신없었다. 쇳덩어리 버스는 승객들이 쏠리든 말든 요단강을 휘젓는 뱃사공처럼 차체를 여기저기 흔들면서 달렸다. 인도인들은 땅 위를 걷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다. 보따리에 목만 빼놓은 닭들의 꽥꽥대는 소리는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귓구멍을 따갑게 때렸다. 따가운 건 귓구멍뿐만이 아니었다. 버스를 꽉 채운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다. 뒤통수가 따갑다 못해 뚫릴 지경이었다.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113

그는 죽음이란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이기 때문에 전혀 무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머니의 강에서 태워지면 좋은 곳으로 가기 때문에 슬피 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힘겹게 릭샤를 몰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갠지스강에서 죽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일하셨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죽음은 슬픈 게 아니야.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거야. 누구나 죽으니까 나도 언젠가 그 세상으로 갈 거야. 우리는 다시 만날 거니까 슬퍼하지 말자.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135

자연스레 집시 아저씨가 피운 모닥불로 옹기종기 모였다. 어디선가 젬베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맞춰 내 심장도 둥둥 울렸다. 꿈만 같았다. 나무토막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주황빛 불꽃을 피워 냈다. 게슴츠레 뜬 내 눈두덩이 위로 연기와 고운 모래가 춤을 추면서 날아가고, 모래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등 뒤로 모래의 서늘함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집시 아저씨들이 넓적한 은쟁반에 인도 쌀밥과 커리와 난을 담아 줬다. 딸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작 불빛, 낙타 몰이꾼과 집시 아저씨들이 도란도란 떠드는 소리가 잔잔하게 퍼졌다. 커리를 다 먹고 장작불에 구워진 닭고기와 고구마도 호호 불어 가며 먹었다. 어둠 속에 딸랑거리는 낙타 종소리와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계속해서 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795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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