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퍼오드 오두막에서 한 그날 밤의 저녁 식사는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행복한 동시에 기묘했다. 그 자리에는 로버트와 그의 연인, 나, 그리고 제독과 그의 부인이 있었다.
그 아가씨가 얼마나 똑똑하고 따뜻하며 아름답던지 나는 그 아가씨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듯 아렸다. 그런 까닭에 그 저녁 식사가 무척 기묘했던 것 같다. 그 아가씨는 정말 탐나도록 매력적이었고, 그녀와 로버트 사이의 사랑이 너무나도 달콤하고 순수했기에 어느 누구도 바보 같은 사소한 말 말고는 할 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주로 조용히 먹기만 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265

우리는 케네디 집의 진입로에서 나오는 차 두 대의 전조등 불빛에 눈이 부셨다. 그 차 두 대는 럼퍼오드 오두막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구든 럼퍼오드 오두막을 철저히 살피고 있는 듯했다.
제독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베란다에서 그곳이 잘 보이는 쪽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앞에 선 차에서 나오는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
"럼퍼오드 제독," 대통령이 말했다. "제독의 골드워터 표지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무 일도 없습니다, 대통령 각하." 제독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골드워터 표지판에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오늘 밤은 그냥 불을 켜놓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각하." 제독이 말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의 사위가 저와 함께 계십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그분이 골드워터 표지판을 무척 보고 싶다는군요."

*케네디 대통령 집권 당시 소련의 국가 원수 겸 공산당 서기장.

"예, 알겠습니다, 각하." 제독이 말했다. 그는 바로 그 스위치 옆에 있었다. 그는 그 스위치를 켰다. 그곳 인근 전체가 번쩍거리는 불빛으로 뒤덮였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그리고 그 표지판을 켜진 상태 그대로 놔둬 주시겠습니까?"
"네?" 제독이 말했다.
그 차 두 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두면," 대통령이 말했다. "제 집으로 가는 길이 잘 보이거든요."
(1963년)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268

두 번의 행운에는 공통된 요소가 딱 하나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주사위를 던지기 직전에 똑같은 일련의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 일련의 생각이 반하우스 교수의 뇌세포를 정렬시켜 그런 행운을 가져왔고 이후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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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는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라고 하던걸요. 그래서 난 멘타트의 첫 번째 법칙을 인용했죠. ‘어떤 과정을 멈춘다고 해서 그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과정의 흐름과 함께 움직이면서, 흐름에 합류해 함께 흘러야 한다.’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5

한 행성은 많은 것들의 총합이라던 대모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것이 사람, 흙, 생명을 가지고 자라나는 것들, 달, 조수 간만, 태양 등의 총합이며 자연이라 불리는 미지의 총체이고, ‘현재’라는 지각이 전혀 없는 막연한 집합체라고 했다.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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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포에 맞서는 기도문’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베네 게세리트의 기도문이었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9

"옛날에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능을 기계에게 넘겼다. 그러면 자기들이 자유로워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기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노예로 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인간의 정신을 본뜬 기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폴이 경전의 말을 인용했다.
"버틀레리안 지하드와 『오렌지 가톨릭 성경』에서 나온 말이구나." 대모가 말했다. "하지만 사실 『오렌지 가톨릭 성경』에는 이렇게 말해야 했다. ‘인간적인 정신을 위조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희 집에서 일하는 멘타트를 연구해 본 적이 있느냐?"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26

여러분은 무앗딥이 칼라단에 있을 때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친구를 사귈 경우 그 위험이 너무나 컸다. 그러나 무앗딥에게는 아주 훌륭한 친구이자 스승들이 있었다. 음유 시인이자 전사인 거니 할렉. 여러분은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거니의 노래를 몇 편 보게 될 것이다. 늙은 멘타트인 투피르 하와트도 있었다. 암살단의 대장인 그는 패디샤 황제조차 겁에 질리게 만든 사람이었다.기나즈 가문의 검술 대가 던컨 아이다호도 있었다. 그리고 지식 면에서는 밝게 빛나지만 배신자라는 오점을 남긴 이름, 웰링턴 유에 박사, 아들을 베네 게세리트 방법으로 지도한 레이디 제시카, 그리고 물론 레토 공작이 있었다. 그가 훌륭한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간과되어 왔다.
— 이룰란 공주의 『무앗딥의 어린 시절』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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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좋은 사람은 권력자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죠." 하와트는 그렇게 말했다.
아라키스, 듄, 사막의 행성.
폴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라킨에 있는 동굴의 꿈을 꾸었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침묵 속에서발광구12)의 희미한 빛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의 신전 같았다. 어디선가 ‘똑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꿈을 꾸는 동안에도 폴은 잠에서 깼을 때 이 꿈을 기억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예언이 담긴 꿈을 잊어버리는 법이 없었다.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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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등 문관 야꼬프 뻬뜨로비치 골랴드낀이 긴 잠에서 깨어나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 마침내 눈을 번쩍 치켜 뜬 시각은 아침 여덟 시쯤이었다. 하지만 잠에서 깬 건지 아직 자고 있는 건지, 자신의 옆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지러웠던 간밤 꿈자리의 연속인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처럼, 그는 한 2분 동안 꼼짝 않고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골랴드낀 씨의 오감은 그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일상의 느낌을 차츰 뚜렷하고 명료하게 분별해 가고 있었다. 그의 자그마한 방을 둘러싸고 있는, 연기에 그을리고 먼지가 앉아 지저분한 녹색의 벽, 마호가니 서랍장, 적갈색 의자들, 빨간 페인트가 칠해진 탁자, 녹색 꽃무늬의 불그죽죽한 터키 제 방수(防水) 소파, 거기에 어제 급하게 벗어서 구깃구깃 소파에 내동댕이친 옷까지 모두 그를 친근한 모습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잔뜩 화가 난 것만 같은, 그래서 곧 부어터질 듯 언짢은 모습의 칙칙하고 찝찝한 잿빛 가을날이 탁한 창을 통해 방 안의 그를 찾았을 때, 골랴드낀 씨는 마침내 자신이 어느 멀고먼 이야기 속 왕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인 뻬쩨르부르그 시 셰스찌라보츠나야 거리[1]의 꽤 크고 웅장한 건물 4층 자기 집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어떻게 의심해 볼 여지가 없었다.

분신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6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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