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노카가 세상을 떴을 때, 그는 아무런 칭호도 받지 못했었고 많은 빚만을 남겼다. 아들인 오콩코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뜻밖의 일인가? 다행히도 세상은 아버지가 아니라 본인의 가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였다. 분명 오콩코는 큰일을 할 재목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중에서 - P12

하지만 그는 평생 어떤 두려움 속에 살았는데, 그것은 실패와 유약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악과 변덕스러운 신 그리고 주술에 대한 두려움, 숲에 대한 두려움, 잔혹함으로 눈이 벌건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한층 더 컸고 뿌리가 깊었다. 그 두려움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것이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 즉 그가 아버지를 닮은 것같이 보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중에서 - P19

그래서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증오하는 감정에 지배받게 되었다. 그 하나가 친절함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게으름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중에서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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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훌륭한 예술가란 그 아무도 닮지 않은 자기 자신의 흔적을 지구라는 돌 위에 새겨놓은 사람일 것이다. 마리 로랑생이 이십대에 그린 자화상은 슬프고 고독하게 보이지만, 아무도 꺾을 수 없는 굳은 의지와 자유로운 정신이 엿보인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19

요즘은 나혜석의 예언이 딱 들어맞아 신기한 기분도 든다.

"조선의 남성들아.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니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리라. 그러니 소녀들이여, 깨어나 내 뒤를 따라오라. 일어나 힘을 발하라."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1

늙음과 죽음이라는 숙명을 타고난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자코메티 조각의 힘은 훌륭한 장인을 넘어서는 위대한 철학가가 작품 안에 있는 덕분이다. 자신이 살았던 20세기의 절망을 그토록 극명하게 표현한 예술가는 드물다. 그는 매일 전진한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고자 했다. "나는 계속한다.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이 더 멀어진다는 걸 알면서."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2

말하자면, 이것은 사랑에 빠질 때와도 비슷한 존재의 원근법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의 객관적인 본질을 왜곡시켜, 자신만의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이전 조각 작품들과 전적으로 다른 것은 그 실물 크기에 관한, 실재와 무 사이의 변증법이다. "인간이 걸어 다닐 때면 몸무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 가벼움이다." 그의 작품은 참을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면서, 반대로 참을 수 없는 인간 상황의 무거움을 암시한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3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걸어야만 한다." 마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 씨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자코메티의 말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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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화가인 나는 고흐의 이런 말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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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 풍경을 자주 그리는 건 죽은 뒤에는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숨길 수 없는 게 기침과 가난과 사랑이라 해도, 올겨울엔 모두 사랑하기를.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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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은 인간에게는 추구해야 할 옳은 행동, 즉 미덕이 있고, 정의의 문제를 논함에 있어 공동선이라는 미덕을 중심에 두지 않는 것은 공허하다고 본다. 이러한 그의 입장을 ‘공동체주의’라고 부른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66

롤스는 차등 원칙보다 기회균등 원칙 및 정의의 제1원칙인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 우선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대부분은, 최소 수혜자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때 일어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67

‘날로 먹는’ 행위를 고급지게 표현하면 ‘지대地代 추구 행위’가 된다. 지대란 땅을 빌려주고 받는 돈이다. 여기서 비롯하여, 어떤 기득권에 기반해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행위를 지대 추구 행위라고 부른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 중 상당 부분은 이러한 지대 추구 행위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1

반칙과 특혜가 난무하는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분노는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동력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2

F. 스콧 피츠제럴드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최고의 지성이란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품으면서도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는 능력이다"라고 썼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2

그렇기에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경쟁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장치들이 발전한 것이다. 헌법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3

무한경쟁을 통한 공정한 지옥이 우리가 지향할 방향일까, 아니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더 적게 일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가 나은 방향일까.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5

당시 ‘시민적 법치국가’의 유일한 관심사는 국가로부터 시민사회의 자유 영역을 확보하는 것뿐이었다. 국가는 일종의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졌다. 국가는 국방과 외교 등 최소한의 역할만 하면 족하고, 시민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 더 능력 있고 더 노력하는 이는 더 큰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이는 덜 보상을 받게 되어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사고방식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7

실질적 평등은 민주주의 원리, 법치국가 원리와 함께 우리나라 헌법의 근본 원리를 이루고 있는 사회국가 원리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8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사회국가 원리와 실질적 평등은 자유방임으로 인한 극심한 빈부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등장했다.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과도한지 여부는 논쟁하고 검증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 일체를 부정한다면 자유방임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사회국가 원리에 반하는 반헌법적인 주장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9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피로증을 호소하는 반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언더도그마underdogma’에 대한 반발감이다.
‘언더도그마’라는 용어 자체가 반발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신조어다. 미국의 극우 세력인 티파티 논객 마이클 프렐이 2011년 저서 『언더도그마』에서 처음 사용한 이 말은 약자를 의미하는 언더도그underdog와 독단적 신념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고 인식하는 사회적 현상 또는 오류’를 뜻한다고 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0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 앞의 평등’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에 의한 평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34조
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3

인공지능 플랫폼과 로봇을 소유한 극소수와 그렇지 않은 프레카리아트 사이의 불평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를 수밖에 없다. 프레카리아트란 이탈리아어 ‘불안정하다precario’와 노동자를 뜻하는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비정규직·아르바이트 형태의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면서 저임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계층을 말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6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도 이득이 될 경우여야 정당화될 수 있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원칙이 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도입을 주장한 ‘로봇세’도 롤스의 『정의론』에 부합하는 제도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므로 노동자를 대체한 로봇에게도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로봇을 소유한 기업에 대해 과세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혁신은 그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는 최소 수혜자에게도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9

앤드루 양은 이를 더욱 확장하여 실제 금전적 가치까지 얻을 수 있는, 중앙정부가 후원하는 강화된 타임뱅킹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신용Digital Social Credits, DSC이라는 새로운 통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타인을 돌보고 돕는 일, 환경을 개선하는 일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할 때마다 정해진 DSC를 획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부자는 욕을 먹지만 DSC 부자는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의 자기실현 욕구, 인정 욕구를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로 유도하는 넛지 효과가 생겨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03

헌법은 결국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의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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