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장 회복이 덜 되어서인지, 항생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음 섭취 후 계속 설사를 하였다. 담당 간호사는 처음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한 날은 많은 환자들이 설사를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계속 설사를 하게 되면 알려 달라고 하였다. - <아빠 잠깐 병원 다녀올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283 - P156

단, 모든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배가 불편하거나 구토나 설사를 하면 바로 먹기를 중단하고 일정 기간 금식 후 다시 미음 단계로 되돌아간다. - <아빠 잠깐 병원 다녀올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283 - P160

이전까지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자세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엉덩이와 허벅지에 모든 체중이 실렸다. 그런 자세가 오래되니 엉덩이와 허벅지 살의 감각이 내 살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무게에 짓눌려 있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서 생기는 증상이라 한다. 해당 부위에 마사지를 자주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감각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담당 간호사가 귀띔해 주었다. - <아빠 잠깐 병원 다녀올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283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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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던 지붕, 어제 보던 길거리, 어제 보던 논밭이 하얀 바다처럼 변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찬란한가. 눈 뜨면 달라진 세상, 그런 경이로움을 문학에서는 ‘낯설게 하기(ostranenie)’라고 하네. 그런 면에서 눈과 비는 느낌이 아주 달라. 비는 소리가 나잖아. 밤새 비 내리면 들창에 사납게 들이치거든. 비에는 경이가 없어. 그런데 눈은? 고요하지. 고요한데 힘이 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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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내리는 4월의 비가 3월의 가물었던 땅 속으로 깊이 파들어갔다. 그 비는 꽃을 피우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대지의 모든 나뭇가지를 촉촉이 적셨고, 서풍은 감미로운 입김으로 숲과 들판의 연약한 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눈을 뜬 채 밤을 지새운 작은 새들은 저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연이 그들의 본능을 일깨웠던 것이다. - <캔터베리 이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618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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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인 율라 비스Eula Biss는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라고 썼다. ‘내 몸은 내 것’이라며 백신을 거부하든 ‘나부터 살고 보자’며 접종 새치기를 하든, 면역을 ‘사적 계좌’로만 보는 건 마찬가지다. ‘공동 신탁’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예컨대 현재 접종 선택권조차 없는 16세 이하 영유아와 청소년,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이 방패가 되어야 한다. 백신 접종은 발코니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의료진을 응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연대 행위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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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양극화는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곳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한 반대 진영의 반발도 컸다.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단순히 음모론이나 개인의 자유라는 키워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혼란해진 게 아니라, 이미 혼란스러운 세상이 팬데믹이라는 창을 통해 조금 더 뚜렷이 드러났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75

스위스에서는 개인의 권리가 거의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권한은 각종 법으로 까다롭게 제한돼 있다. 국민투표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고, 이 때문에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바이러스 억제 조치를 여론에 맡겨도 되는 걸까. 다수의 의견은 늘 옳은가.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개인의 권리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일까. 그렇다면 대체 연대란 무엇일까. 철저히 다수결의원리로 작동하는 국민투표와 포퓰리즘의 차이는 뭘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협상, 경제적 지원, 시민 의식 등 모든 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이나 정치적 입장에 충실한 개인들의 투표 결과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절대적인 것인 양 신성시돼선 안 된다(스위스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78

백신은 ‘뉴 노멀’이 아니라 현재 서구 사회가 번성하는 기반이 된 과학과 합리주의의 상징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백신을 만들어낸 곳에서 21세기에 안티 백신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78

두 세기쯤 전인 1798년, 영국의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당시 만연했던 천연두에 대해 연구하던 중 소에게 주목했다. 소에게 일어나는 비슷한 병인 우두牛痘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는 실험을 한다. 8살 소년에게 우두 고름을 접종하고 6주 뒤 천연두 고름을 접종한 결과,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우두 바이러스에 대항하며 생긴 면역이 나중에 들어온 천연두 바이러스에 맞서 작동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예방접종, 종두법의 탄생이었다. 이 기법은 당시 제너가 우두를 불렀던 이름인 ‘바리올라이 바키나이Variolae Vaccinae’로 널리 알려졌다. 라틴어 소(vacca, 바카)가 예방접종에 제 이름을 남기게 된 사연이다. 예방접종을 뜻하는 현대 스페인어(vacuna, 바쿠나)와 영어(vaccine, 백신)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82

백신의 중요성, 안전성, 효율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나라로 한국이 꼽힌다(함께 꼽힌 나라들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이다). 논문은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안아키’를 언급한다. ‘안아키’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이며, 어린 시절의 예방접종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단체라는 설명도 들어가 있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85

집단면역은 여러 이유로 백신 접종을 못(안) 받거나, 받아도 항체를 못 만드는 사람까지 보호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인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되어야 하는데 그 비율은 질병마다 다르다. 홍역은 95퍼센트, 소아마비는 80퍼센트, 계절 독감은 30~40퍼센트다. 코로나19의 경우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초기엔 전문가들이 인구의 70~80퍼센트가 집단면역에 필요한 수치라고 판단했으나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이 가설도 무너졌다. 백신 접종률이 70퍼센트를 웃도는 국가에서도 여전히 감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접종률이 70퍼센트를 넘어도 감염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은 백신 반대론자들의 ‘백신 무용론’에 그럴듯한 근거를 제공했다. 한편으로는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일상으로 복귀를 하되 여전히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위드 코로나’ 논의를 확장시켰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89

약자를 희생시켜 얻은 집단면역으로 특권층을 보호한 셈이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은 먼저 접종을 받는 게 특권이다. 선진국이, 왕족이, 정치인이 새치기를 한다. 거울처럼 반대되는 상황이지만 접종이 ‘힘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은 같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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