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연방 종말국에서 생긴 일, 세계 명작 단편소설
커트 보니것 / 본투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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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시선이 담긴 문체와 조력자살(존엄사)이란 소재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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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의 실패로 받아들여지고, 삶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그 어떤 삶을 위한 목소리도 낼 수 없게 된 세상이다. 마치 범죄를 형무소에 격리하고 감염병을 음압병실에 격리하듯이 죽음 역시 부정한 것이 되어 철저히 삶의 영역에서 격리된다. 그러한 현대인의 인식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늘날의 죽음 문화는 개별화, 범속화, 의료화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게 되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63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The individualized society》에서 현대인의 삶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고, 나는 홀로 소멸한다."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적 유대가 사라진 오늘날 개인들은 삶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성 앞에 고독하게 흔들리면서 방황하게 된다. 그렇게 각자 존재하며 생존경쟁을 벌이다가 어느 순간 고독하게 홀로 소멸하게 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라고 바우만은 성찰한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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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 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도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줬거든. 내가 말하지 않는데도 눈치챘다는 듯 괜히 호들갑 떨며 위로나 걱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없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냥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애써 나를 부연 설명하거나 지금의 나를 거부하지 않게 됐던 것 같아. 나이가 드니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405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405

"안고 갈 수 없는 걸, 안고 가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어. 잘 산다는 게 잘 정리하면서 사는 거라는 걸 이번에 알았어. 두려워서, 남 눈치 보여서, 후회할까 봐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 나도 그랬지. 그런데 이젠 홀가분해."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411

영주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는 것, 영주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다는 것, 그러니 사랑에 너무 겁먹지 말고 외로울 때, 혼자 있기 싫을 때, 저에게 오라는 것, 영주가 문을 두드리면 언제든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
승우는 영주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422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일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428

저는 일을 계단 같은 것으로 생각했어요. 제일 꼭대기에 도달하기 위해 밟고 지나가는 계단. 하지만 실제 일은 밥 같은 거였어요. 매일 먹는 밥. 내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에 영향을 끼치는 밥이요. 세상에는 허겁지겁 먹는 밥이 있고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먹는 밥이 있어요. 나는 이제 소박한 밥을 정성스레 먹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위해서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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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기는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다.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81

"한번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엔 꿈을 좇는 삶을 살아보는 거죠.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삶을 살 땐 나한테 더 잘 맞았던 삶을 사는 거예요. 아주 즐겁게."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81

얼른 틀을 깨고 나와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살아보라는 거겠지.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틀에 갇히지 않은 삶, 생각에 갇히지 않은 삶, 그리고 과거에 갇히지 않은 삶.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85

"저한테 조르바는 자유의 종류 중 하나일 뿐이에요. 이 세상엔 여러 자유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유는 조르바인 거죠. 조르바처럼 살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엄두도 나지 않아요. 저도 애초에 그 소설 속 화자로 태어난 사람이니까요. 조르바 같은 사람을 동경할 뿐인, 그런 사람. 그게 저예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86

"제가 결혼을 파투 낸 장본인이에요. 그래서 그래요. 상대방에게 상처를 많이 줬어요. 제 마음대로 이기적으로 관계를 끝낸 거예요. 그 사람을 사랑했어요. 제 방식으로는 분명히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보다 제가 더 소중해졌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느라 내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사랑을 포기하고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지금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언제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내 삶의 방식을 위해서 또 사람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곁에 두기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93

승우는 이대로 영주를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는 법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는 법이라고, 영주도 그때 그런 것뿐이라고, 영주도 이미 알고 있을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승우는 감정을 누른 채 말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95

료타가 삶에 그처럼 서툰 이유. 그건 물론 그 역시 처음 살아보는 삶이기 때문일 거였다. 그 역시 소설가를 꿈꿔본 것이 처음이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버림받은 것도 처음이며, 사랑하는 아들에게 변변치 않은 아빠가 된 것도 처음인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서툴게 행동하고 저렇게 서툴게 말하고 저렇게 쓸쓸해 보이는 거겠지.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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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 판결 이후 의학적 최선이라는 미명 아래 연명의료가 일반화되었다. 말기 환자든 노인 환자든 미리 심폐소생술 거부 서약서를 작성해 놓지 않으면 어김없이 중환자실에서 기계호흡장치를 달고 최대한 끌다 심폐소생술까지 겪은 후에야 비로소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연명의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결과, 살면서 평생 지출한 의료비보다 사망 직전 1년 동안의 의료비가 더 커지게 되었다. 특히 다양한 연명의료 기술과 장치가 개발되면서 이는 더 심화되고 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46

한국인은 좋은 죽음의 마지막 요건으로 행복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산 후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맞이하는 죽음을 꼽았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47

이 지표들로 한국인의 삶을 요약해 본다면 어릴 때는 학습에 대한 부담에 내몰려 정신적으로 힘들고, 어른이 되어서는 높은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노인이 되어서는 빈곤으로 내몰리는 삶이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OECD 37개국 중 36위로 바닥에 위치하고 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49

이상을 종합해 보면 한국인은 청년기 시절부터 학업과 성공에 대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실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이후 노화에 따른 육체적 질병으로 삶의 의지가 위축되고, 은퇴 후 경제적 빈곤까지 겹치면서 결국은 자살로 내몰리게 된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52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경주마와 같은 삶은 현대인들을 더욱 치열하고 가혹한 경쟁으로 내몬다. 더 뛰어나야 하고, 더 아름다워야 하며, 더 빨라야 한다. 실패와 노화를 포용하지 못하는 이런 삶의 태도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문화를 대신하여 의료를 도구 삼아 죽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항抗 노화 의학과 연명의료를 발전시켰다.
이제 의학은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넘어 남보다, 혹은 과거의 나보다 더 젊고 아름답고 힘과 능력을 증강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결국 노화와 죽음에 대한 부정은 현대인의 죽음의 질과 이해에 있어 큰 결핍을 낳게 되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58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연명의료에 심폐소생술까지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죽음에 이를 수 있었다. 이제 병원에서의 죽음이란 마치 규범과 의료가 처참해진 개인에게 판사가 사면을 내리듯 환자에게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허락하는 보상이 되어버렸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59

우리가 경제성장에만 몰두하면서 죽음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살아온 결과 오늘날의 죽음은 더 이상 준비하고 맞이하는 주체적 사건이 아닌, 강도처럼 갑자기 엄습하는 재난과 같은 사태로 체험되고 있다.1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59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피로사회》에서 이런 현대인들이 더 잘할 수 있고, 더 높게 성공할 수 있다며 긍정을 강요하면서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쫓기는 삶에 피로한 현대인은 불안을 잊기 위해 군중 속에서 쾌락을 좇을 뿐 고독 속에서 죽음을 사유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불확실성을 홀로 견뎌야 하는 그들에겐 생존 자체가 공포여서 굳이 죽음의 불안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60

자기 생존에 몰두하며 신뢰와 연대가 소실된 한국 사회에서 홀로 고립된 개인은 생존의 위험과 공포를 전적으로 홀로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전남대 사회학과 정수남 교수는 이를 공포의‘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라고 말한다.2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235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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