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란 관념은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모순은 바로 생명체의 고통 속에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헤겔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퐁투아즈 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간 지 두 해째였다. 간호사가 전화로 알려 왔다. 「모친께서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운명하셨습니다.」 10시쯤이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 해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7

내가 쓰려고 하는 것은 가족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접점에, 신화와 역사의 접점에 위치하리라. 나의 계획은 문학적인 성격을 띤다. 말들을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는 내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진들도, 나의 기억도, 가족들의 증언도, 내게 진실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학보다 아래 층위에 머무르길 바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9

나무에 톱질하기, 나무를 흔들어 사과 따기, 닭 모가지 깊숙이 가위를 찔러 넣어 한 번에 암탉 멱 따기 등, 사내아이들과 똑같은 처세술을 터득한, 영락없는 시골 여자아이의 삶. 유일한 차이라고는 <짬지>를 남이 만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23

대규모 공장의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함. 미개인들, 여전히 암소 뒤꽁무니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시골 처녀들에 비해 문명화되었고, 그리고 노예들, <주인님의 밑이나 닦아>드려야 하는 부르주아 가정의 하녀들에 비해 자유롭다고 할 만한 구석이 존재하니까.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26

두 사람은 삶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겪어 냈다. 둘 다 신분 상승의 욕구는 같았지만, 아버지에게는 닥쳐올 투쟁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고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더 강함. 반면, 아내에게서는 자신들에게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더 강함.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34

묻혀 가는 고통, 우울증이 가져다준 침묵, 기도, 그리고 <하늘에 오른 어린 성녀>에 대한 믿음. 1940년 초, 다시 한 번 삶이 시작된다. 그녀는 또 다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9월에 태어날 거다.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가 보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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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나는 내 부모를 그들의 몸짓과 말, 영광스러운 몸으로부터 정제했다. 나는 그들이 《엘(그녀)》이라고 발음하는 대신에 《아》라고 발음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 방식을 새롭게 들었다. 이제 내게 자연스러워진 그 《점잖은》 몸짓과 올바른 언어 없이 그들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다시 만나게 됐고, 나는 나 자신과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1

나는 오래 머무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남편에게 전해 주라며 코냑 한 병을 내게 줬다. 《그래, 다음에 보면 되지.》 그는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2

그는 65세에 사회 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약국을 다녀오면, 식탁에 앉아 행복해하며 보험금 청구용 증지를 붙였다.

그는 점점 더 삶을 사랑하게 됐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3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자신이 위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말뿐이었지만, 세상에 매달리는 그의 노력이 그가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1

나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을 읽으며 아이를 지켜봤다. 이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가 더는 살아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1

내가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일을 마쳤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4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비가 와도, 해가 쨍쨍해도, 두 강 사이를 건너는 뱃사공이었다.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5

아니 에르노가 기억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녀는 ‘민족지(Ethnography)’라는 표현을 썼다. 민족지란 특정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기술적 설명, 인간 관습에 대한 분석을 뜻한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기억의 관습을 분석하고, 그것의 기술적 설명을 이뤄낸다. 분석과 기술적 설명에는 미화가 없다. ‘나(아니 에르노)’도 ‘그(아버지)’도 이미 거기 없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 않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단조로운 글쓰기다. 필요한 단어로만 기억의 세계로 뛰어드는 일.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9

문학은 인생이 아니에요. 문학은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이거나 혹은 밝혀야만 하는 것이죠.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1

기억 속 불투명한 혹은 어두컴컴한 곳에 불을 밝히는 것, 나는 그것이 작가, 아니 에르노의 문학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저 보여주는 것, 화자의 감정에 붙잡히지 않도록 칸막이를 없애는 것. 이 모든 것은 불투명한 인생을 밝히기 위함이다.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완벽한 오마주가 어디 있을까? 그녀의 글은 아버지를 향한, 그녀가 내려놓고 떠났던 세상을 향한 오마주다. 그리고 이 오마주는 예술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삶이 먼저, 문학은 그다음이다. 삶이 문학이 되기 위해 꾸며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1

‘자리, 사람이나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란 뜻의 ‘La place’가 과연 한 남자, 아버지의 자리만을 의미할까? 내게는 그 자리, 혹은 공간이 한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버지가 있었고 내가(작가) 있었던 자리, 다른 세상으로 가면서 문턱에 버리고 간 자리. 나는 그 ‘자리’의 가능성을 이곳에라도 적어 두고 싶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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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rage shrunk as the air from the pressure cooker escaped. And she felt her eyes were welling up. She was too exhausted for another fight. Her daily life was an ongoing fight with herself, her daughter, and her ex-husband. And with all the misgivings and prejudice she had to face as a third-world citizen in the Netherlands. - P18

They were all seen in the category of "Asian women who married European men for a better life than home." The possibility that these women all had their own stories and the reality that it wasn’t always better than the home was often overlooked. - P19

"Your wifi is not working now?" Frank thought of lying to her. Yes, it is working fine, thank you very much, none of your business, you nosy mother of a student. But he changed his mind because everyone had the same router, and lying about it would deteriorate his already gravely damaged reputation. "No. As you see, it is not." She slowly nodded. - P21

Frank somehow didn’t want her to go. - P21

"You can call me Jane." "Call me, Frank, too." Both of them fell into silence, and Ms. Lee, no Jane, quietly sipped her espresso. - P21

"Apology accepted." Frank felt half-relieved and half-bewildered by her prompt, no-nonsense acceptance. - P22

She was wearing a black woolen dress, with black leggings and black ankle boots. Her shoulder-length hair and eyes were ink-black, so anything that was not black on her was her red lipstick and a thin golden chain over her neck. Oh, and her rather pale face. She had a shadow of light purple colour on her eyelids, so she must have been wearing some make-up, although Frank wasn’t an expert on that subject. - P23

Jane was clearly concerned with her daughter’s school and interested enough to care so much about her grade. Frank wondered why her ex-husband was slagging about her like that the last time they met. - P23

Jane must have read what he was thinking. - P23

Jane looked almost startled to hear the sympathetic words from a stranger. She smiled again, off-guarded. - P23

"Why is he so mean to you?"
It came out before Frank could stop himself. - P23

"No. Because to understand someone, you would have to be like the person. I would have to think like him and feel like him. Full of hatred, bitterness, and disparagement. To understand him would be accepting and acknowledging his logic and action. I can’t. I refuse it." - P24

Then a slight smile, "As all the Dutch people say, entitled to my opinion, I am too." - P24

"Oh, no, I am used to that saying. You don’t know how many times I’ve heard it here. In fact, I’ve come to appreciate that Dutch attitude more than before. I’ve seen the benefit of such a stance. Because it gives people a voice, doesn’t it? Better than the ‘keep your mouth shut’ attitude." - P24

"Talking about people’s attitudes brought me a painful memory." Then she took a deep breath. "Do you know that there was a ferry accident in South Korea last year?" - P25

"Stay still." Jane stayed still. Frank stayed still, too. - P25

"For many years, I used to find it impossible to say what I thought and do as I believed. Everyone else here was doing so, except for me, and I felt people walked all over me. But seeing these children losing their precious lives made me realize that I needed to speak up too. I can’t still do it very well, but I am trying." - P25

He looked into Jane’s eyes, big and round like Mia’s. They were dark as the tree and shining like the moon of Van Gogh’s The Starry Night. - P26

He pointed at the yellow ribbon on her bag. - P27

"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 - P27

"You don’t know how many people told me to forget and move on. I tried, but it didn’t go away. Time heals many things but not everything. So I decided to live with it. I remember to remember. Otherwise, it would mean nothing, and it is such a shame to waste the suffering." - P28

"If we had to and were able to suffer the sufferings of everyone, we could not live." [1] "Primo Levi." - P28

Then he couldn’t say anything anymore. He was bewildered by this unreal visitor of his, and the only thing going through his disheveled head was, ‘What an extraordinary woman!’ - P28

"Thank you for coming." Frank could hit his head against the wall. As if he had invited her for a nice cup of coffee! "Well, I think it was needed." Jane smiled her little smile, and the muscles around Frank’s heart twitched. "Yes, I agree that it was needed." He murmured when the door closed, and there was a whiff of warm, flowery scent left in his empty hall. - P29

Jane was afraid unless she fed Mia the most delicious meal that her daughter might forget her and not come back.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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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이르러 영화산업이 텔레비전으로 인해 사양산업이 되면서 대규모 주류영화가 아닌 적은 예산의 관습 파괴적인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미국의 뉴 할리우드 시네마, 일본의 재패니즈 뉴웨이브● 영화들은 영화산업의 축소가 기여한 역설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144

Japanese New Wave. 1970년대에 들어 텔레비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의 영화산업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제작편수가 급감하고 기존의 스튜디오 중심의 고예산 영화들이 아닌 신인 감독들이 주체가 되는 독립 프로덕션이 부상했다. 오시마 나기사의 등장은 이러한 일본영화의 새로운 물결에 대한 시초로 볼 수 있다. 오시마 나기사를 필두로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마스무라 야스조 등은 오즈 야스지로, 미소구치 겐지, 구로자와 아키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전 거장들의 작품을 거부하며 새로운 주제, 스타일과 성과 폭력의 묘사에 있어 수위가 높은 도발적 이미지를 추구했다. 영화학자들은 이들의 영화들이 가진 비관습성과 파괴적인 에너지 등을 하나의 경향으로 읽고 재패니즈 뉴웨이브로 칭한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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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히 이렇게 설명해보려 한다.

글쓰기란 우리가 배신했을 때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 장 주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

리옹의 라크루아루소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중등 교원 자격 실기 시험을 쳤다. 새로 지은 고등학교였다. 녹색 식물이 있는 교무실과 교직원이 쓰는 공간, 바닥에 모래색 카펫이 깔린 도서관이 있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

나는 분노와 일종의 수치심을 느끼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 의식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같은 날 저녁, 부모님께 《정식》 교사가 됐다고 편지를 썼다. 어머니는 내게 매우 기쁘다는 답장을 보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

그들은 삶이 지극히 당연하게 흘러가던 순간을 세세하게 상기함으로써 그들의 이성에 아버지의 죽음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음을 표현하려 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5

나는 마지막 줄에서 아버지를 알아봤다. 그는 심각하다 못해 거의 근심스럽기까지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웃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오려 둔 신문은 사범학교 입학시험 결과를 성적순으로 발표한 것으로, 내 이름이 두 번째로 적혀 있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9

불현듯 《나는 이제 정말 부르주아구나》라는 생각과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0

나중에 첫 발령을 기다리며 여름을 보내면서 《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아버지와 그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사춘기 시절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이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다. 계층 간의 거리나 이름이 없는 특별한 거리에 대해. 마치 이별한 사랑처럼.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0

나는 아버지의 말과 제스처, 취향, 아버지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나 역시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모아보려 한다.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내가 부모님께 중요한 소식을 말하기 위해 썼던 글과 같은 글이.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1

그의 못된 성질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었고, 가난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으며, 자신이 남자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집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책 혹은 신문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읽거나 쓰는 일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계산, 그건 할 줄 알았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2

프루스트나 모리아크를 읽으면, 그들이 내 아버지가 어릴 때, 그때 그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들과 비교하면 아버지가 살던 시절은 중세 시대나 다름없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5

아버지는 글자를 틀리지 않고 읽고 쓸 줄 알게 됐다. 그는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사람들은 ‘마신다’ 또는 ‘먹는다’처럼 그냥 배운다고 말했다). 사람 얼굴이나 동물도 그렸다. 열두 살에는 초등 교육 수료증 준비반이 됐으나 할아버지는 그를 학교에서 빼내어 자신이 일하는 농장에 집어넣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버지를 더 이상 먹여 살릴 수는 없었다.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땐 모두가 그랬으니까.》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6

변함없이 돌아오는 계절, 단순한 기쁨 그리고 들판의 고요. 아버지는 남의 밭에서 일했고,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대지의 어머니의 장엄함과 다른 신화들은 그를 비껴갔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9

제대 후에 그는 다시 농사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땅으로 먹고사는 일을 그렇게 불렀는데, 농사일(culture)이라는 단어가 가진 또 다른 의미, 정신적인 의미는 그에게 필요하지 않았다.4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30

글을 쓰며 하류라 여겨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예 회복과 그에 따른 소외를 고발하는 일 사이에서 좁다란 길을 본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우리의 것이었고 심지어 행복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살던 환경의 수치스러운 장벽들(《우리 집은 잘살지 못한다》는 인식)이기도 했으니까. 행복이자 동시에 소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이 모순 사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50

그 일요일에 그는 낮잠을 잤다. 그가 다락방의 천창 앞을 지나간다.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해군 장교가 우리 집에 놓고 간 상자 안에 다시 넣으려 한다. 마당에 있는 나를 보며 살짝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은 음란 서적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2

나는 《진짜》 문학을 읽었고, 내 《영혼》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인생을 표현해준다고 믿는, 《행복은 빈손으로 걷는 어느 신이다》 (앙리 드 레니에) 같은 문장과 운문을 옮겨 적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4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8

죽음에 대해서는 격언을 말하듯, 암시적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85

이제는 내가 아무나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혹은 불안한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는 자신이 모아 놓은 돈으로 이 젊은 신혼부부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한없이 베풀어서 그와 사위 사이를 갈라놓는 문화와 권력의 차이를 만회하길 바랐던 것이다. 《우린 이제 필요한 게 별로 없어.》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89

고학력자,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라서 늘 《빈정거리는》 말투를 쓰는 그가 어떻게 이 용감 무식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겠는가. 그도 그들이 선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이 중요한 결핍, 재기발랄한 대화의 부재는 대신할 수 없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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