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에 나는 반쯤은 연구 목적으로, 반쯤은 나 자신도 딱히 생각해 낼 수 없는 다른 이유들로 영국에서 벨기에로 수차례 오갔는데, 때로는 하루 이틀, 때로는 몇 주 동안 머물곤 했다. 나를 항상 아주 멀리 낯선 곳으로 이끄는 듯한 이 벨기에 답사 여행 중 한번은 해맑은 초여름날, 그때까지 이름만 알고 있던 도시 안트베르펜으로 가게 되었다. 기차가 양쪽에 기이한 뾰족탑이 달린 아치를 지나 어두운 정거장으로 서서히 들어와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 당시 벨기에에서 보낸 시간 내내 떠나지 않던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내가 얼마나 불안한 걸음으로 시내를, 예루살렘가(街), 나이팅게일가, 펠리칸가, 파라디스가, 임머젤가, 그 밖의 많은 다른 거리와 골목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지, 그리고 마침내 두통과 유쾌하지 않은 생각에 시달리며 중앙역 바로 옆, 아스트리트 광장에 면한 동물원으로 들어가 쉬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 W. G. 제발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5630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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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신뢰, 따뜻함, 적극성. 주어진 문제를 자기 일처럼 해결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리 매킨타이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0483 - P21

나는 가장 최근에 쓴 책 《과학적 태도: 과학 부정론과 사기와 유사 과학으로부터 과학을 수호하기(The Scientific Attitude: Defending Science from Denial, Fraud, and Pseudoscience)》에서 과학의 고유한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론을 개진했고, 이를 통해 과학을 비난하는 이들에게서 과학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마련하고자 했다. -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리 매킨타이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0483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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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P8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김남주 옮김,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남풍, 1988)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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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
나직하면서도 자주 당혹스러워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사람은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 그리고 과거에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 앞에섰을 때 놀라고 당황한다. 과거는 사라졌다. 과거는 뜨거운 소용돌이를일으키며 눈을 멀게 하고는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사람은 남았다. 평범한 보통의 삶 한가운데 사람만 남은 것이다. 자신의 기억 외에는 주위의 모든 것이 평범하다. 나 역시 목격자가 되어간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어떻게 기억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또 무엇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거나 기억의 저 깊은 구석으로 밀쳐버리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장막을 쳐버리고 싶어하는지를 보고 듣는 목격자.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절망하면서도,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온전한 표현을 찾아내리라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과거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본다. - P256

"마음이 ・・・・・・ 너무 아파. 우리는 너무 이른나이에 전쟁터로 갔어. 아직 어린애나 다름없었는데, 얼마나 어렸으면 전쟁중에 키가 다 자랐을까.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내 키를 재보았는데…… 그동안 10센티미터나키가 컸더라니까……" - P85

길은 오로지 하나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사랑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 P268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하늘을 보기가 두려웠어. 하늘을향해 고개도 들지 못했지. 갈아엎어놓은 들판을 보는 것도 무서웠어. 그땅 위로 벌써 떼까마귀들이 유유히 돌아다녔지. 새들은 전쟁을 빨리도잊더라고…… -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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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소설이란 사람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아직도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잘 모른다. 모른다기보다 어렵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술 없이 말을 시작하고, 술 없이 누군가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게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어렵다. 그래서 술을 마신다.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2896 - P258

나를 술꾼으로 키운 건 팔 할은 문창과다. 그 시절 문창과는 주사파가 주류였다. 흔히 아는 그 주사파가 아니라 술 酒 주사파. 술을 마시지 않는 자는 작가가 될 자격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2896 - P260

내가 술꾼이 아니었다면 이 책 또한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술이 있어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한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도 내 곁에 있다. 이 책이 그들에게 혹여 실례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 내 기억은 상당 부분 소설적으로 가공된 상태다. 어떤 왜곡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실과 다르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하시길. 이 책을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과 나의 블루와 요즘 나의 벗이 된 참이슬에게 바친다.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2896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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