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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잰다.
빛은 1초에 약 18만 6000마 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 즉 지구 7바퀴를 돈다.
빛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8분이면 온다. 그러므로 태양은 지구에서 약 8광분 光分만큼 떨 어져 있다.
빛은 1년이면 10조 킬로미터, 약 6조 마일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光年이라고 부른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그것도 엄청 나게 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38p)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10")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10" x 10"=10의 22승이 된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에 숨은 듯이 박혀 있는 우리에게만 어찌 그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우리의 특별한 행운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가 생명으로 그득그득 넘쳐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그럴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41p)

두 별이 서로 상대방 주위를 도는 하나의 쌍성계雙里系를 이룬다. 그리고 겨우 별 셋으로 이루어진 항성계에서 시작하여, 여남은 별들이 엉성하게 모여 있는 성단, 수백만 개의 구성원을 뽐내는 거대한 구상 성단球狀星團까지 천차만별의 항성계들이 은하에 있다. 쌍성계들 중에는두 구성 별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 상대방 ‘별의 물질‘을 서로 주고받는 근접 쌍성계들도 있다. 대부분의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태양과목성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초신성超新星같이 저혼자 내는 빛이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을 만큼 밝은 천체가 있는가 하면, 블랙홀 black hole과 같이 겨우 몇 킬로미터만 떨어져도 보이지않는 어두운 별이 있다. (43p)

푸른색의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의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이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 가는 별이며,
작고 하얀 별이나 검은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이다.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4000억 개 정도 있다. 이 별들이 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이다. (43p)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모든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이다. 태양의 중심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용광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용광로가 태양계를 두루 비추는 빛의 원천인 것이다. (45p)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것들은 대체로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발견되고 만들어졌다. 지구가 ‘조그마한 세계‘라는 인식 역시, 현대인들이기원전 3세기라고 부르는 시절에 당시의 거대 도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비롯되었다. 그 무렵 알렉산드리아에는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를 시기하고 경쟁의 상대로 여겼던 어떤 사람은 그를 "베타" 라고 불렀다고 한다. 베타는 알다시피 그리스 어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무슨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여지없이 세계 둘째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베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라토스테네스가 손을 댄 거의 모든 분 야에서 그는 ‘베타‘ 가 아니라 아주 확실한 ‘알파‘ 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천문학자이자, 역사학자, 지리학자, 철학자, 시인, 연극 평론가였으며 수학자였다. 『천문학Astronomy』에서 시작하여, 『고통으로부터의 자유On Freedom from Pain 까지 그가 쓴 책의 제목만 보아도 그의 관심이 광범위 하고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또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책임진 도서관장이었다. (47p)

그림자 길이의 차이로 따져 보니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는 지구 표면을 따라 7도정도 떨어져 있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두 막대의 끝을 지구 중심까지 뚫고 들어가도록 연장한다면 두 막대의 사잇각이 7도가 된다는 뜻이다. 지구 둘레 전체가 360도이므로, 7도는 전체의 50분의 1 정도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사람을 시켜 시에네까지 걸어가게 한 다음 그 거리를 보폭으로재 봤기 때문에 시에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대략 800킬로미터 떨어져있다고 알고 있었다. 800킬로미터의 50배이면 4만 킬로미터, 이것이 바로 지구의 둘레인 것이다. (50p)

콜럼버스는 고지도古地圖를 파는 떠돌이 도붓장수였다. 그는 옛 지리학자들에 관한 서적과 또 그들이 쓴 책들을 열성적으로 읽었다. 그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스트라본,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술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인도로 가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그 긴긴 여정에서 배와 사람이 견뎌 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예측한 지구의크기가 너무 컸다. 그래서 콜럼버스는 잔꾀를 부려 자기의 계산을 조작했다. (54p)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약 600년 동안 인류를 우주의 바다로 이끈 지적 모험을 잉태하고 양육한 곳이다. 그러나 그 대리석 도시의 위용과 영광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피지배층이 느꼈던 배움에 대한 두려움과 그들이 겪어야 했었던 지배층으로부터의 억압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옛 알렉산드리아의 영광은 대중의 기억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지고 말았다. (55p)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그 부속 박물관들이었다. 박물관 museum이란 사실 이름을 그대로 옮기면 뮤즈muse라고 불리던 아홉 여신의 전공 분야에 각각 바쳐진연구소였다. 그 전설의 도서관은 거의 모두 사라져 버렸고, 오늘날에는 당시 별관에 불과했던 세라피움 Serapeum 이라는 축축하고 잊혀진 지하실만 하나 남아 있다. (56p)

도서관 소속 학자들은 코스모스 전체를 연구했다. 코스모스 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 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56p)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활동한 학자들 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이외에도, 별자리의 지도를 작성하고 별의 밝기를 추정한 히파르코스 Hipparachos가 있었고, 기하학을 명쾌하게 체계화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로 끙끙거리던 임금에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라는 말을 건넨 유명한 유클리드 Euclid가 있었다. 기하학에 유클리드가 있었다면, 한편 언어학에서는 트라키아 Thracia의 디오니시우스 Dionysius가 있어 말의품사를 정의하고 언어학의 체계를 확립했다. 생리학자였던 헤로필로스 Herophilos는 지능이 심장이 아니라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고, 알렉산드리아의 헤론 Heron은 톱니바퀴 열차와 증기 기관을 발명하고 로봇에 관한 최초의 책 <오토마타 Automata>를 저술했다. 페르가 Perga의 아폴로니우스 Apollonius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원추곡선임을 밝힌 수학자였다.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행성, 혜성, 별들의 궤도는 원추곡선으로 기술된다. 아르키메데스 Archimedes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천재적인 공학자였다.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 Ptolemaeos는 오늘날의 사이비과학이라 할 점성술을 수집하여 정리했다. (57p)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히파티아 Hypatia는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으로서, 초석을 쌓은 지 700년이 된 이 도서관이 파괴되고 약탈당할 때 그곳에서 함께 순사했다. (58p)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서가에는 사모스 Samos의 아리스타르코스 Aristarchos라는 천문학자가 쓴 책이 한때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으로서 여타의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으며, 별들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모두 다 옳았지만 이 사실을재발견하기까지 인류는 거의 2,000여 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아리스타르코스의 업적이 소실됐기에 느끼게 되는 우리의 애석함에 10만 배를 곱하면, 고전 문명이 이룩했던 업적의 숭고함과, 그의파괴가 얼마나 큰 비극을 인류에게 안겨 줬는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59p)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우주의나이가 적어도 가장 최근에 부활한 우주가 —— 약 150억 ~ 200억 년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이것은 ‘대폭발‘ 또는 ‘빅뱅‘ 이라고 불리는 시점에서부터 계산한 우주의 나이다.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은하도별도 행성도 없었다. 생명도 문명도 없이, 그저 휘황한 불덩이가 우주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막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 온 진화의 과정은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 변환이었다. (60p)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 (61p)

모든 철학 사조들 가운데 진화에 관한 생각이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 논의가 스콜라 철학에 손발이 묶인 채, 1,000년의 세월을 칠흑의 지하에서 완전히 죽어 지내야 했다. 그러던 중 다윈이 나타나 고대의 그리스 사상 체계에 새로운 생명의 피를 수혈했으니, 비로소묶였던 손발의 족쇄가 풀려서 오늘에 부활할 수 있었다. 환생한 먼 조상들의 생각이 그동안 인류의 사상계를 지배해 오던 그 어떤 법칙들보다 삼라만상의 우주적 질서를 더 잘 표현할 뿐 아니라 그 질서의 의미를 우리에게 더욱더 그럴듯하게 설명해 준다. 70여 세대를 이어 온 우리 후손들의 고지식함과 줄기찬 맹신 그리고 미신을 오늘에 탓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토머스 헉슬리, 1887년
(63p)

나는 지금까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왔던 모든 유기 생물들이 단 하나의 어떤 원스 성에서 유래했다고 거의 화시하다. 새명의 숨결이 최초로 불어 보어진 그 생물에서 다양한 형태의 모든 생물들이 비롯됐다고, ..... 이러한 생명관에는 모종의 중고함이 서려 있어 .....… 우리의 행성 지구가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태양 주위를 거듭 도는 동안에, 그리도 간단하기만 했던 원시 생물이 고 진화의 과정을 밟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생물 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 원시 유기체가 우리 지구에서이렇게 아름답고 저렇게 놀라운 생물들로 진화할 수 있었으며 그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859년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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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인류를 억눌러 온 생각은 이 우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신 또는 신들이 실을 당겨 조종하는 꼭두각시연극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살고 있다.
그러다가 2,500년 전 이오니아에서 새로운 깨달음의 기운이 일기 시작했다. 이 깨달음의 진원지는 사모스 섬이었다.
그리고 동부 에게 해 주변의 섬과 해안가에서 번성하기 시작한 그리스 령의 식민지가 이 깨달음의 진앙이었다.
배들의 왕래가 활발한 무역의 중심지에서 모든 것이 다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기시작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이 원래는 아주 단순한 형태에서 발생했다는 생각도 태동했다.
질병은 악마나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도 고개를 들었다.
지구는 단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별이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러한 사고의 혁명을 통해서 사람들은 혼돈 Chaos에서 질서 Cosms를 읽어 내기 시작했다.
(342p)

그리고 다른 문명권들과는 달리 이오니아 인들은 한 문명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문명이 교차하는 길목에 있었다. 페니키아의 음성 알파벳 기호를 처음으로 그리스 어에 사용한 곳이 이오니아였다. 곧바로 이오니아에는 글을 읽고쓸 수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더 이상 글을 읽고 쓰는 게 사제나 서기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검토와 논의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344p)

그래도 최초는 있다. 그것이 바로 이오니아였다.
과학은 이오니아에서 태어났다.
인류 사상사에서 위대한 혁명이 기원전 600년과 400년 사이에 일어났다. 혁명의 열쇠는 손이었다. 이오니아의 뛰어난 사상가들 중에항해사, 농부, 직조공의 자식들이 있었다.
(346p)

이오니아의 첫 번째 과학자는 밀레투스 Mileus의 탈레스 Thalls였다. 밀레투스는 좁은 해협을 두고 사모스 섬 건너편에 있는 아시아의 한 도시이다. 그는 이집트를 두루 여행했고 바빌로니아의 지식에도 정통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일식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탈레스는 피라미드 그림자의 길이와 수평선 위에 떠오른 태양의 고도를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쟀다. 오늘날에도 달 표면에 있는 산들의 높이를 잴 때 똑같은 방법을 쓴다. 3세기 후 유클리드가 정리의 형식으로 기술한 기하학의 여러 성질들을 탈레스가 이미 증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347p)

물론, 탈레스는 물이 모든 물질의 근본을 이루는 공통의 원리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쿼크에 근거해서 만물을 설명하듯이 말이다. 탈레스가 내린 결론의 옳고 그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가 택한 접근 방식에 있다. 신들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야 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탈레스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에서 이오니아로 가져온 천문학과 기하학 등의 새로운 씨앗이 그곳의 비옥한 토양 덕분에 튼실한 싹을 틔우고 과학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349p)

탈레스의 친구이자 동료인 밀레투스의 아낙시만드로스 Anazimandros는 연구에서 실험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최초의 인물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수직으로 세워 놓은 막대의 그림자가 이동하는 것을 관찰하여 1년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했고 계절의 시작과 끝도 제대로 알아냈다. (350p)

유기 생물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훌륭히 적응하는 모습을 설명하려는 이와 같은 시도를 놓고 볼 때, 엠페도클레스는 아낙시만드로스와 데모크리토스와 같이 ‘자연 선택에 따른 진화‘ 라는 다윈의 위대한 생각의 일면을 분명히 다윈보다 앞서 구상할 수 있었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354p)

이와 관련해서 데모크리토스는 원뿔 또는 피라미드의 부피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점점 넓이가 좁아지는 지극히 얇은 판들을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쌓아올리면 원뿔이나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기고 얇은 판들의 부피를 더하면 피라미드나 원뿔의 부피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 수학에서 극한의 원리라고 불리는문제를 데모크리토스는 이런 식으로 기술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미적분의 문턱에 까지 간 셈이었다. 미분과 적분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도구로서, 문헌상으로는 아이작 뉴턴이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데모크리토스의 연구 결과는 거의 완전히 파기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않았더라면 이미 예수의 시대에 미적분법이 사용되고 있었을 것이다. (358p)

현대의 모든 과학 연구에서 필수적인 수학적 논증의 전통은 피터고라스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코스모스‘ 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도 바로 피타고라스였다. 그는 우주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전체", 즉 코스모스로 봄으로써 우주를 인간의 이해 범주 안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364p)

피타고라스학파는 모든 면이 동일한 정다각형으로 만들어진 삼차원적 구조물, 즉 정다면체에 특별히 매료돼 있었다.
여섯 개의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정육면체가 정다면체의 가장 간단한 예이다.
정다각형의 종류는 무한하지만, 정다면체는 오로지 다섯 가지만 가능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면이 정오각형으로 구성된 정십이면체에 관한 지식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들은 정십이면체를 코스모스의 신비와 연관시켰던 것이다.
나머지 네 종류의 정다면체들은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구성하는 4대 원소로 여겼던 흙, 불, 공기, 물과 연관시켰으므로 정십이면체와 연관시킬 수 있는 대상이란 결국 하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해서 생긴 다섯 번째의 원소라는 개념이 바로 ‘제5원소 quintessence’ 라는 단어의 기원이다.) 그리고 정십이면체에 관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로 간주했다.
(366-367p)

피타고라스학파는 정수整數를 특별히 좋아했다. 그들은 다른 수들은 물론이고 만물의 근원도 모두 정수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과 관련해 아주 곤란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정사각형의 한 변에 대한 대각선의 길이의 비를 나타내는 2의 제곱근이 무리수로 판명됐던 것이다.
아무리 큰 정수를 쓰더라도 루트2는 두 정수의 비로는 정확하게 표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지, 루트2가 무리수라는사실은 다름 아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통해서 밝혀졌다.
원래 ‘무리수無理數, irrational number‘는 두 정수의 비ratio로 표현될 수 없는 숫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학파는 무리수를 모종의 위협적인 요소로 받아들였는데, 이것은 무리수의 존재가 그들 세계관의 불합리성과 오류를 암시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irrational‘ 이라는 단어가 ‘불합리’라는 두 번째 뜻을 갖게 된 연유이다.
(367p)

피타고라스학파의 사상이 가져다준 득得과 실失은 요하네스 케플러의 일생과 업적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비록 감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이지만 피타고라스학파는 완벽하고 신비한 세계의 존재를 확신했다. 기독교도들은 그들의 이러한 생각을 쉽게 받아들였다. 사실상 이것은 케플러가 받은 초기 신학 교육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케플러는 자연에는 수학적인 조화가 존재한다고 확신했으며, "우주는 곳곳마다 조화로운 비율로 꾸며져 있다." 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즉 간단한 수학적 관계가 행성의 움직임을 결정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368p)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 노동에 있었다. 육체 노동은 바로 노예임을 뜻했다. 한편 과학 실험도 육체 노동이었다. 노예 소유자들은 당연히 육체 노동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과학을 할 만큼의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사람들도 일부 사회에서 체면치레로 gentle-men 이라 불러 주는 바로 노예주들뿐이었다. 그러니 과연 누가 과학을 했는가? 거의 아무도 과학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370p)

따라서 중상주의의 전통은 기원전 600년경 이오니아의 위대한 깨달음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노예 제도를 통하여 200여 년 후에는 과학적 사고의 몰락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인류사의 모순 중 모순을 바로 여기에서 볼 수 있다.
(372p)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코스모스가 설명될 수 있는 실체이고,
자연에는 수학적인 근본 얼개가 있다고 가르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속에 과학을 하려는 동기를 크게 불어넣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지를 불안하게 할 소지의 사실들이 유포되는 것을 억압하고, 과학을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로 제한하고, 실험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 주고, 신비주의를 용인하고, 노예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위대한 모험심에 큰 좌절감을 안겨 주고, 과학의 발전에도 어쩔 수 없는 퇴보를 불러왔다.
과학 탐구의 이오니아적 접근 방법이 신비주의에 눌려 긴 잠을 자는 동안 과학 탐구의 도구들은 하릴없이 먼지만 덮어쓰고 있다가, 그 일부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학자들을 통해 후대에 전해지면서 재발견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서양 세계에 두 번째 깨달음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실험 위주의 연구 방법과 개방적 탐구 정신이 다시 한 번 존경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잊혀졌던 고대의 저술과 단편적 지식이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374p)

아리스타르코스의 이와 같은 생각은 우리가 ‘코페르니쿠스’ 하면 떠올리게 되는 생각과 그대로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갈릴레오는 코피르니쿠스를 태양 중심 우주관을 "복귀시킨 사람이며 입증한 사람" 이라고 기술했지 태양 중심 우주관의 창시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리스타르코스와 코페르니쿠스 사이에 있었던 1,800년이라는 긴긴 세월 동안, 어느 누구도 행성의 배열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이것은 이미 기원전 280년경에 완벽하고 명확하게 밝혀졌던 것이다. (376p)

아리스타르코스가 우리에게 남겨 준 위대한 유산은 지구와 지구인을 올바르게 자리 매김한 것이다.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은 위로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보편성으로 확장됐고 옆으로는 인종 차별의 철폐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통찰이 성공을 거두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반대쪽으로 흐르는 물결을 끊임없이 거슬러 가며 저항해야 했다. (3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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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자료의 사이코그래프 모형을 다듬어 더 적은 범주 유형으로도 더 정확히 사람들을 분류하는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이 있었다. 에밀리는 그래프에 있으면 안 되는 파란 선들에서 살짝 융기된 부분들이 있는지 확인했고, 가능한 사이코그래프의 겹침과 범주 경계의 모호함, 그리고 새로운 범주 정의 방법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456/773p)

개인들 사이의 연결 관계, 즉 사람들을 하나로 무리지어 공통된 단어로 통제할 수 있는 신경학적 공통점을 찾는 것이 에밀리의 일이었다.
(457/773p)

사실상 엘리엇은 브론테에게 첫눈에 반했다. 음, 아니,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이분법적 논리, 즉 사랑하지 않는다는 상태에서 사랑한다는 상태로 이동해 그 뒤로 같은 감정으로 남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509-510/773p)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다음 엘리엇은 자각의 상태와 구부러짐, 즉 육체를 명령에 복종하게 하는 낮은 자각의 상태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511/7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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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건 욕망이야. 그게 사람들을 규정하지.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 정말로 원하는 것을 내게 말해 주면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말해 줄 수 있어. 너는 설득될 수 없어. 고로 너는 욕망을 느낄 수 없어.」
(339/773p)

「아니, 네 시간이면 돼. 급행료를 낸다면 말이지. 그런 뒤 우리는 우회해서 시드니로 갈 거야. 우리의 가짜 서류가 발각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하지만, 동시에 안면 인식 기술을 쓰는 공항들을 피해서 가야 하니 균형을 잘 맞춰야 해. 나는 밴쿠버, 그리고 서울을 거쳐 갈까 생각 중이야. 대한항공은 우리 목적에 딱 맞는 항공사니까. 데이터 공유를 하지 않거든. 네 질문에 답이 됐나?」
(342/773p)

「난 말이야 생리적 욕구인 음식, 물, 공기, 잠, 섹스가 필요할 때 욕구를 느끼지 않으면서 그걸 만족시키기 위한 프로토콜에 따르지. 그래,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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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바깥세상은 물 빠진 녹색이 계속 이어지다가 뱀 껍질 색깔로 변했다. 에어컨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고, 에밀리는 이따금 작은 땀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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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 공기는 불타는 듯했고, 열기가 콧구멍으로 기어올라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아까 표지판에서 본 인구는 오랫동안, 아마도 20년 정도는 갱신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파리는 수만 마리가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에밀리는 건널목에 섰다. 거리들은 양방향 모두 1차선이었지만, 도로의 폭만큼은 고속 도로 수준으로 넓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떨어진 듯한 건물 몇 채가 보였다. 하늘은 마치 찍어 누르는 것처럼 위압적일 정도로 낮게 느껴졌으며, 발아래에서 이글거리는 땅과 힘을 합쳐 이 마을을 으깨 버리려는 듯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에밀리는 마치 몸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잡아 줄 것이 없는 우주에서 그러하듯 몸 안의 세포들이 모조리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집에 온 거구나.」 에밀리가 말했다. 웃겨야 마땅했지만, 에밀리는 죽는 날까지 엉엉 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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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도착했을 때 호주 원주민들은 대략 250~400가지 언어를 썼던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가 존재했던 곳이었다.
거의 모든 원주민 언어들에는 공통적으로 몇 가지 독특한 음운학적 특징이 있었는데(예를 들어 마찰음이 없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종류의 어원이 존재했거나 또는 단 한 가지 언어만 존재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왜 이들이 다른 부족 간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인 한 가지 언어를 포기했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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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성경적 권능을 가진 물체에 네가 핵심적 역할을 해. 그쪽에서는 대체품에 관심이 없어.」 엘리엇은 양팔을 쭉 폈다. 「그리고 내가 <성경적>이라고 말했을 때, 그건 문자 그대로 성경에서 나왔다는 걸 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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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에밀리, 별들이 뭘 하는지 알아? 별들은 먹어. 주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모든 것을 태우지. 그러고 나면 빛을 먹기 시작해. 네가 하는 일이 그거라는 걸 너도 알지?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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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윌이 말했다. 「어떻게 단어가 반사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요.」
「단어들은 단순히 소리나 모양이 아니야. 그것들은 의미야. 언어가 바로 그렇잖아.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약속. 네가 영어를 배울 때, 넌 네 두뇌가 특별한 소리에 특별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훈련시켜.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약속을 해킹할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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