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잰다. 빛은 1초에 약 18만 6000마 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 즉 지구 7바퀴를 돈다. 빛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8분이면 온다. 그러므로 태양은 지구에서 약 8광분 光分만큼 떨 어져 있다. 빛은 1년이면 10조 킬로미터, 약 6조 마일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光年이라고 부른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그것도 엄청 나게 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38p)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10")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10" x 10"=10의 22승이 된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에 숨은 듯이 박혀 있는 우리에게만 어찌 그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우리의 특별한 행운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가 생명으로 그득그득 넘쳐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그럴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41p)
두 별이 서로 상대방 주위를 도는 하나의 쌍성계雙里系를 이룬다. 그리고 겨우 별 셋으로 이루어진 항성계에서 시작하여, 여남은 별들이 엉성하게 모여 있는 성단, 수백만 개의 구성원을 뽐내는 거대한 구상 성단球狀星團까지 천차만별의 항성계들이 은하에 있다. 쌍성계들 중에는두 구성 별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 상대방 ‘별의 물질‘을 서로 주고받는 근접 쌍성계들도 있다. 대부분의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태양과목성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초신성超新星같이 저혼자 내는 빛이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을 만큼 밝은 천체가 있는가 하면, 블랙홀 black hole과 같이 겨우 몇 킬로미터만 떨어져도 보이지않는 어두운 별이 있다. (43p)
푸른색의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의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이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 가는 별이며, 작고 하얀 별이나 검은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이다.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4000억 개 정도 있다. 이 별들이 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이다. (43p)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모든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이다. 태양의 중심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용광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용광로가 태양계를 두루 비추는 빛의 원천인 것이다. (45p)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것들은 대체로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발견되고 만들어졌다. 지구가 ‘조그마한 세계‘라는 인식 역시, 현대인들이기원전 3세기라고 부르는 시절에 당시의 거대 도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비롯되었다. 그 무렵 알렉산드리아에는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를 시기하고 경쟁의 상대로 여겼던 어떤 사람은 그를 "베타" 라고 불렀다고 한다. 베타는 알다시피 그리스 어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무슨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여지없이 세계 둘째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베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라토스테네스가 손을 댄 거의 모든 분 야에서 그는 ‘베타‘ 가 아니라 아주 확실한 ‘알파‘ 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천문학자이자, 역사학자, 지리학자, 철학자, 시인, 연극 평론가였으며 수학자였다. 『천문학Astronomy』에서 시작하여, 『고통으로부터의 자유On Freedom from Pain 까지 그가 쓴 책의 제목만 보아도 그의 관심이 광범위 하고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또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책임진 도서관장이었다. (47p)
그림자 길이의 차이로 따져 보니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는 지구 표면을 따라 7도정도 떨어져 있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두 막대의 끝을 지구 중심까지 뚫고 들어가도록 연장한다면 두 막대의 사잇각이 7도가 된다는 뜻이다. 지구 둘레 전체가 360도이므로, 7도는 전체의 50분의 1 정도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사람을 시켜 시에네까지 걸어가게 한 다음 그 거리를 보폭으로재 봤기 때문에 시에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대략 800킬로미터 떨어져있다고 알고 있었다. 800킬로미터의 50배이면 4만 킬로미터, 이것이 바로 지구의 둘레인 것이다. (50p)
콜럼버스는 고지도古地圖를 파는 떠돌이 도붓장수였다. 그는 옛 지리학자들에 관한 서적과 또 그들이 쓴 책들을 열성적으로 읽었다. 그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스트라본,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술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인도로 가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그 긴긴 여정에서 배와 사람이 견뎌 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예측한 지구의크기가 너무 컸다. 그래서 콜럼버스는 잔꾀를 부려 자기의 계산을 조작했다. (54p)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약 600년 동안 인류를 우주의 바다로 이끈 지적 모험을 잉태하고 양육한 곳이다. 그러나 그 대리석 도시의 위용과 영광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피지배층이 느꼈던 배움에 대한 두려움과 그들이 겪어야 했었던 지배층으로부터의 억압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옛 알렉산드리아의 영광은 대중의 기억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지고 말았다. (55p)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그 부속 박물관들이었다. 박물관 museum이란 사실 이름을 그대로 옮기면 뮤즈muse라고 불리던 아홉 여신의 전공 분야에 각각 바쳐진연구소였다. 그 전설의 도서관은 거의 모두 사라져 버렸고, 오늘날에는 당시 별관에 불과했던 세라피움 Serapeum 이라는 축축하고 잊혀진 지하실만 하나 남아 있다. (56p)
도서관 소속 학자들은 코스모스 전체를 연구했다. 코스모스 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 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56p)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활동한 학자들 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이외에도, 별자리의 지도를 작성하고 별의 밝기를 추정한 히파르코스 Hipparachos가 있었고, 기하학을 명쾌하게 체계화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로 끙끙거리던 임금에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라는 말을 건넨 유명한 유클리드 Euclid가 있었다. 기하학에 유클리드가 있었다면, 한편 언어학에서는 트라키아 Thracia의 디오니시우스 Dionysius가 있어 말의품사를 정의하고 언어학의 체계를 확립했다. 생리학자였던 헤로필로스 Herophilos는 지능이 심장이 아니라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고, 알렉산드리아의 헤론 Heron은 톱니바퀴 열차와 증기 기관을 발명하고 로봇에 관한 최초의 책 <오토마타 Automata>를 저술했다. 페르가 Perga의 아폴로니우스 Apollonius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원추곡선임을 밝힌 수학자였다.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행성, 혜성, 별들의 궤도는 원추곡선으로 기술된다. 아르키메데스 Archimedes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천재적인 공학자였다.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 Ptolemaeos는 오늘날의 사이비과학이라 할 점성술을 수집하여 정리했다. (57p)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히파티아 Hypatia는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으로서, 초석을 쌓은 지 700년이 된 이 도서관이 파괴되고 약탈당할 때 그곳에서 함께 순사했다. (58p)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서가에는 사모스 Samos의 아리스타르코스 Aristarchos라는 천문학자가 쓴 책이 한때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으로서 여타의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으며, 별들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모두 다 옳았지만 이 사실을재발견하기까지 인류는 거의 2,000여 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아리스타르코스의 업적이 소실됐기에 느끼게 되는 우리의 애석함에 10만 배를 곱하면, 고전 문명이 이룩했던 업적의 숭고함과, 그의파괴가 얼마나 큰 비극을 인류에게 안겨 줬는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59p)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우주의나이가 적어도 가장 최근에 부활한 우주가 —— 약 150억 ~ 200억 년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이것은 ‘대폭발‘ 또는 ‘빅뱅‘ 이라고 불리는 시점에서부터 계산한 우주의 나이다.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은하도별도 행성도 없었다. 생명도 문명도 없이, 그저 휘황한 불덩이가 우주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막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 온 진화의 과정은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 변환이었다. (60p)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 (61p)
모든 철학 사조들 가운데 진화에 관한 생각이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 논의가 스콜라 철학에 손발이 묶인 채, 1,000년의 세월을 칠흑의 지하에서 완전히 죽어 지내야 했다. 그러던 중 다윈이 나타나 고대의 그리스 사상 체계에 새로운 생명의 피를 수혈했으니, 비로소묶였던 손발의 족쇄가 풀려서 오늘에 부활할 수 있었다. 환생한 먼 조상들의 생각이 그동안 인류의 사상계를 지배해 오던 그 어떤 법칙들보다 삼라만상의 우주적 질서를 더 잘 표현할 뿐 아니라 그 질서의 의미를 우리에게 더욱더 그럴듯하게 설명해 준다. 70여 세대를 이어 온 우리 후손들의 고지식함과 줄기찬 맹신 그리고 미신을 오늘에 탓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토머스 헉슬리, 1887년 (63p)
나는 지금까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왔던 모든 유기 생물들이 단 하나의 어떤 원스 성에서 유래했다고 거의 화시하다. 새명의 숨결이 최초로 불어 보어진 그 생물에서 다양한 형태의 모든 생물들이 비롯됐다고, ..... 이러한 생명관에는 모종의 중고함이 서려 있어 .....… 우리의 행성 지구가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태양 주위를 거듭 도는 동안에, 그리도 간단하기만 했던 원시 생물이 고 진화의 과정을 밟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생물 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 원시 유기체가 우리 지구에서이렇게 아름답고 저렇게 놀라운 생물들로 진화할 수 있었으며 그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859년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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