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에 있어서 두 성(性)의 관계는 전기의 음극(陰極)과 양극(陽極)의 관계처럼 꼭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일상 서양어(西洋語)로 남자라는 단어가 인간 전체라는 단어와 동시에 쓰이는 것처럼 남자는 양(陽)과 중성(中性)을 동시에 대표한다. 그 반면에 여자란 단지 음(陰)으로만 생각되기 때문에 그 성질을 표시하는 데는 상호 작용이 없고 제한된 것으로만 여겨진다. - P12
여자는 우발적인 존재이다. 여자는 본질적인 것에 대하여 비본질적(非本質的)인 것이다. 남자는 ‘주체(主體)‘이다. 남자는 ‘절대(絶對)‘이다, 그러나 여자는 ‘타자(他者)‘이다. - P14
주체(主體)는 대립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다. 자기를 본질적인 것으로 주장하고 타자를 비본질적인 객체(客體)로 설정함으로써 자신을 확립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 P15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자기의 주체를 확립하려는 개인의 윤리적 충동과 더불어 자유를 피하여 자기를 사물로 만들려는 유혹이 존재한다. 그것은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버려진 그 사람은 초월(超越)에서 이탈되고 모든 가치를상실하여 다른 사람의 의지의 제물로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그것은 안이한 길이다. 이와 같이 해서 마땅히 인수해야 할 실존(實存)의 고뇌와 긴장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모(共謀)를 발견할 것이다.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상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남에게 복종하는 것을 필연적인 기반(羈絆)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대개 ‘타자‘의 역할 속에서 만족하고있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 기반 [羈絆] (1)(기본의미)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 *유의어: 굴레, 기미(羇縻) (2)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얽매는 일. - P20
겉으로 보기에 그런 사회적 차별 대우는 대단치 않은 것 같으나, 그 정신적·지적(知的) 반향이 여자에게는 매우 깊어서 그 근원이 여자의 천성(天性)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여자에게가장 동정적인 남자도 여자의 구체적인 처지는 좀처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그 한도도 헤아리지 못하는 특권을 방어하려고애쓸 때, 그 남성들의 말을 믿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수(數)와 횡포에 가만히 앉아 위협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다운 여자‘에게 보내는 흥미 있는 찬사에 그냥 속아넘어 가지도않을 것이며, 어떠한 일에 있어서 여자의 운명과 같이하기를 원치 않으면서도 그 운명에 감탄을 보내는 그런 남자들의 수작에 가만히 말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 P27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관념에는 따르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채택하는 전망은 실존주의 모럴이다. 모든 주체는 투기(投企)를 통하여 자기 초월로써 구체적으로 확립된다. 그것은 다른 자유를 향한 부단한자기 초월에 의해서만 자기의 자유를 완성한다. 무한히 열려 있는 미래를 향하여 자기 신장(伸張)을 도모하는 외에는 목전의 실존을 정당화하는 길은 달리 없다. 초월이 내재(內在)로 떨어질 때마다 실존은 ‘즉자 존재(即自存在)’로 타락하고, 자유는 사실성(事實性)으로 타락한다. 이런 전락(轉落)은 만약 그것이 주체에 의하여 동의된다면 하나의 도덕적인 과실(過失)이다. 만약 그것이 주체에 강제된다면 그것은 좌절과압박의 형태를 취한다. 그래서 그것은 두 가지 경우에 다 절대악(絶對惡)이다. 자기 실존의 정당화를 희구하는 모든 개인은 이 실존을 자기초월의 무한한 욕구로 경험한다. 그런데 여자의 상황을 특이한 것으로한정하는 것은,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주적인 자유이면서, 남자들이 타자(他者)로서 살도록 강제하는 세계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선택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초월은 다른 본질적 · 주권적 의식에 의하여 영구히 초월될 것이기 때문에 여자는 객체로 응결시키고 내재(內在)속에 갇혀 있기를 요구당한다. 여자의 비극은, 부단히 본질적인 것으로서 자기를 확립하려는 모든 주체의 기본적인 요구와, 여자를 비본질적인 것으로서 형성하려는 상황의 요청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여성의신분에서 어떻게 인간 존재가 완성될 수 있는가? 여성에게는 어떤 길이 열려져 있는가? 어떤 길들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가? 종속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독립을 찾아내야 하는가? 어떠한 환경이 여자의 자유를 제한하며, 여자는 그 환경을 뛰어넘을 수가 있는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들이야말로 이제부터 우리가 구명(光明)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개인의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행복이라는 용어(用語)로써가 아니라 자유라는 용어로써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 P30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문제는 여자에게 짐이 되고 있는 생리적·심리적 또는 경제적인 운명을 상정(想定)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에 관한 문제를 생물학 · 정신 분석·유물사관의 관점에서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다음에 우리는 ‘여성의현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여자는 왜 ‘타자‘로 규정되어졌는가, 남자들의 견해에서 어떤 결과가 생겼는가를 실증적으로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여자의 입장에서 여자들에게 부과된 세계를있는 그대로 그리도록 하겠다. 그러면 현재까지 갇혀 있던 구역으로부터 탈출하여 인간 공존에 참여하려고 할 때, 여자들이 어떠한 곤란에 부딪치게 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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