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을 나간 후, 저는 조심스럽게 그의 서재로 들어가보았습니다. 그의 서재는 여느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어요. 그런데 책꽂이 옆에 이상한 나무 상자가 놓여 있는 거였어요. 책 상자인가 싶어서 들춰보았죠. 하지만 그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다시 뚜껑을 닫고 나서야 전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건 관이었습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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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맥주 제조 공정을 법으로 규제하기까지 했다.
대표적인 예가 1516년 4월 23일, 바이에른의 잉골슈타트 시에서 반포한 ‘맥주 순수령’이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선포된 이 법령은 맥주를 만들 때 맥아(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해서 말린 것으로, ‘엿기름’이라고도 한다.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효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식혜나 엿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물, 홉 이외의 재료를 쓰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그런데 이 법령도 알고 보면 유구한 전통의 결과물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0832 - P15

이란 고원에서 석기 시대의 토기가 발견되었는데, 현대식 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발아 곡물과 발효 곡물을 저장했던 용기로 밝혀졌다.
물론 처음에는 곡물을 담은 용기에 습기가 차면서 의도치 않게 싹이 나고 발효되었겠지만, 인류는 곧 발효의 결과가 유익함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0832 - P16

더 나아가 곡물을 맥아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맥주를 빚는 기술은 인류에게 효모를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ㅕ그 덕분에 빵을 구울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주장이 옳다면 맥주는 빵보다도 역사가 깊은 식품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0832 - P17

맥주가 ‘약간 상한 보리즙quodammodo corruptum’이라는 타키투스의 추가 설명은 오랫동안 남부 유럽 문화권을 지배했던, ‘맥주는 품위 없는 술’이라는 견해의 기틀을 다졌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0832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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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 P101

야, 김우현이. 내 이름을 저렇게 부르는건 선생들과 짭새들뿐이다. 얼굴이 밤탱이가 된, 배꼽에 화살 문신을 한 여자애가 짭새들에게 알몸으로 달려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그애 배꼽 화살표 끝에다가 EXIT라고 새겨줄걸, 내 이름도 박아주고 말이다. 너무 늦었다. 나는 창문을 타넘어 옆집 지붕 위로 뛰어내린다. 그리곤 앞만 보고 달렸다. 발 밑으로 기왓장 부서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두두두둑, 형사들은 열심히 쫓아오고 있다. 야이씨팔새끼들아, 내가 니네 형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어라고쫓아와? 좆같은 새끼들아.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해대면서도 내 발은계속 지붕에서 지붕으로 넘어다녔다. 다행히 타넘을 지붕은 얼마든지 있었다. 니미 씨팔이다.
(『문학과사회』, 1998년 여름]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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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구상회화가 아닌 ‘마음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추상회화를 그립니다.
화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에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을 그리는 것은 오히려 감정 표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419

회화로 지은 교향곡! 칸딘스키의 추상회화는 마치 캔버스 위에 ‘점, 선, 면 그리고 색’이라는 악기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 그는 자신의 작품을 교향곡처럼 인상, 즉흥, 구성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구성 Ⅳ〉처럼 작품 번호를 붙이죠. 회화를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자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422

그는 주로 자연에서 느낀 감정,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려고 노력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미술 세계를 개척했습니다.
외부의 가시적인 것이 아닌 내면의 정신적인 것을 그림에 담으려고 했죠.
그것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미술 세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신의 미술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추상미술’ 대신 ‘실재적 미술’이라고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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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에 있어서 두 성(性)의 관계는 전기의 음극(陰極)과 양극(陽極)의 관계처럼 꼭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일상 서양어(西洋語)로 남자라는 단어가 인간 전체라는 단어와 동시에 쓰이는 것처럼 남자는 양(陽)과 중성(中性)을 동시에 대표한다. 그 반면에 여자란 단지 음(陰)으로만 생각되기 때문에 그 성질을 표시하는 데는 상호 작용이 없고 제한된 것으로만 여겨진다. - P12

여자는 우발적인 존재이다. 여자는 본질적인 것에 대하여 비본질적(非本質的)인 것이다. 남자는 ‘주체(主體)‘이다. 남자는 ‘절대(絶對)‘이다, 그러나 여자는 ‘타자(他者)‘이다. - P14

주체(主體)는 대립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다.
자기를 본질적인 것으로 주장하고 타자를 비본질적인 객체(客體)로 설정함으로써 자신을 확립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 P15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자기의 주체를 확립하려는 개인의 윤리적 충동과 더불어 자유를 피하여 자기를 사물로 만들려는 유혹이 존재한다. 그것은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버려진 그 사람은 초월(超越)에서 이탈되고 모든 가치를상실하여 다른 사람의 의지의 제물로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그것은 안이한 길이다. 이와 같이 해서 마땅히 인수해야 할 실존(實存)의 고뇌와 긴장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모(共謀)를 발견할 것이다.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상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남에게 복종하는 것을 필연적인 기반(羈絆)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대개 ‘타자‘의 역할 속에서 만족하고있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 기반 [羈絆]
(1)(기본의미)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 *유의어: 굴레, 기미(羇縻)
(2)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얽매는 일. - P20

겉으로 보기에 그런 사회적 차별 대우는 대단치 않은 것 같으나, 그 정신적·지적(知的) 반향이 여자에게는 매우 깊어서 그 근원이 여자의 천성(天性)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여자에게가장 동정적인 남자도 여자의 구체적인 처지는 좀처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그 한도도 헤아리지 못하는 특권을 방어하려고애쓸 때, 그 남성들의 말을 믿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수(數)와 횡포에 가만히 앉아 위협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다운 여자‘에게 보내는 흥미 있는 찬사에 그냥 속아넘어 가지도않을 것이며, 어떠한 일에 있어서 여자의 운명과 같이하기를 원치 않으면서도 그 운명에 감탄을 보내는 그런 남자들의 수작에 가만히 말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 P27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관념에는 따르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채택하는 전망은 실존주의 모럴이다.
모든 주체는 투기(投企)를 통하여 자기 초월로써 구체적으로 확립된다. 그것은 다른 자유를 향한 부단한자기 초월에 의해서만 자기의 자유를 완성한다. 무한히 열려 있는 미래를 향하여 자기 신장(伸張)을 도모하는 외에는 목전의 실존을 정당화하는 길은 달리 없다.
초월이 내재(內在)로 떨어질 때마다 실존은 ‘즉자 존재(即自存在)’로 타락하고, 자유는 사실성(事實性)으로 타락한다.
이런 전락(轉落)은 만약 그것이 주체에 의하여 동의된다면 하나의 도덕적인 과실(過失)이다. 만약 그것이 주체에 강제된다면 그것은 좌절과압박의 형태를 취한다. 그래서 그것은 두 가지 경우에 다 절대악(絶對惡)이다.
자기 실존의 정당화를 희구하는 모든 개인은 이 실존을 자기초월의 무한한 욕구로 경험한다.
그런데 여자의 상황을 특이한 것으로한정하는 것은,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주적인 자유이면서, 남자들이 타자(他者)로서 살도록 강제하는 세계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선택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초월은 다른 본질적 · 주권적 의식에 의하여 영구히 초월될 것이기 때문에 여자는 객체로 응결시키고 내재(內在)속에 갇혀 있기를 요구당한다.
여자의 비극은, 부단히 본질적인 것으로서 자기를 확립하려는 모든 주체의 기본적인 요구와, 여자를 비본질적인 것으로서 형성하려는 상황의 요청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여성의신분에서 어떻게 인간 존재가 완성될 수 있는가?
여성에게는 어떤 길이 열려져 있는가?
어떤 길들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가?
종속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독립을 찾아내야 하는가?
어떠한 환경이 여자의 자유를 제한하며, 여자는 그 환경을 뛰어넘을 수가 있는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들이야말로 이제부터 우리가 구명(光明)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개인의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행복이라는 용어(用語)로써가 아니라 자유라는 용어로써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 P30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문제는 여자에게 짐이 되고 있는 생리적·심리적 또는 경제적인 운명을 상정(想定)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에 관한 문제를 생물학 · 정신 분석·유물사관의 관점에서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다음에 우리는 ‘여성의현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여자는 왜 ‘타자‘로 규정되어졌는가, 남자들의 견해에서 어떤 결과가 생겼는가를 실증적으로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여자의 입장에서 여자들에게 부과된 세계를있는 그대로 그리도록 하겠다.
그러면 현재까지 갇혀 있던 구역으로부터 탈출하여 인간 공존에 참여하려고 할 때, 여자들이 어떠한 곤란에 부딪치게 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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