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쑥색 멜라민 접시에 떡볶이가 나오고 나는 순순히 먹는다. 지금 기억하기에도 맛이 좋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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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취미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가령 ‘45=3×3×5’라는 식으로 번호판의 숫자들을 소수●로 해체하곤 했다. 흔히 인수분해라고 불리는 이것은 내가 심심할 때 즐겨 하던 놀이였다. 한창 수학에 맛을 들여가던 나는 특히 소수에 매료됐다. 수학에 대한 내 풋사랑은 곧 열정으로 발전했다. 열네 살 때는 수학 캠프에 참가해서 받은 루빅큐브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게 있어서 수학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서 정연한 도피처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8780 - P21

금융 세상의 붕괴는 한때 나의 질서 정연한 도피처였던 수학이 세상사에 깊이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주택시장의 붕괴, 주요 금융기관들의 파산, 실업률의 급등. 이 모든 문제가 마법의 공식을 휘두르던 수학자들의 원조와 사주로 발생한 재앙이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수학의 놀라운 능력들은 금융 기술과 결탁해 혼란과 불행을 가중시키는 독이 됐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8780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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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진실을 내놓기 전에

고트족처럼 적어도 두 번은 문제를 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로렌스 스턴은

이 점 때문에 고트족을 좋아했는데,

고트족은 먼저 술에 취한 상태로 토론하고

이후 술이 깬 상태에서 또 한 번 토론했다."

_『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내 진짜 조상을 찾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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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옛날 ‘미미네 떡볶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을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다. ‘분위기’ 말이다. 홀로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홀로 책방에서 시집을 고를 때, 혹은 홀로 술집에서 생맥주 혹은 싱글몰트 따위를 홀짝일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분위기’ 하나를 같이 먹는다. 그 ‘분위기’를 먹으면서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런저런 생각이라는 것을 하거나 혹은 그 어떤 생각도 필사적으로 하지 않으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어찌 됐든 결국 더욱 자신다움으로 단단해진 채 거리로 나오게 된다. 그런 경험이 과연 떡볶이집에서도 가능할까. 나는 옛날 조그맣던 ‘미미네 떡볶이’에서 유일하게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못하고 있다. 나는 정말이지 그때의 가게가 그립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5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공룡의 이름을 끝도 없이 줄줄 외우는 제하(달리는 공룡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은 인간의 눈동자와 입술과 손가락을 보면서 나는 귀여움의 공포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진짜 무서운 것은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악마가 시커멓고 꼬리가 길고 눈알이 빨갛고 이빨이 뾰족하기 때문에 세상이 아직 안전한 것이다. 제하 같은 애가 악마였다면 세상은 진즉에 끝났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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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에의 참가와 생식의 예속에서의 해방이란 두 요소의 합류로부터여성의 상황의 진화는 설명된다.
엥겔스가 예언한 바와 같이, 여성의사회적·정치적 신분은 필연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콩도르세에 의하여, 영국에서는 매리 울스톤크라프트에 의하여 그의 저서 여권의 옹호〉에서 발단되고, 19세기 초에 생 시몽 파가이를 계승한 여권 운동은 구체적인 지반(地盤)이 결여된 동안은 목적을달성할 수가 없었다.
오늘날에는 여성의 권리 요구가 그 중요성을 완전히 인정받게 되었다. 부르주아와 사회의 한가운데서도 그들의 소리는 무시할 수 없게끔 되었다.
공업 문명의 급속한 발달의 결과로 부동산은 동산(動産) 때문에 후퇴하게 되었다. 따라서 가족 집단 단위의 원칙은 그 세력을 잃어 가고 있다.
가동 자본(可動資本)의 소유자는 여태까지처럼 재산에 소유되는 대신에 그것을 일방적으로 소유할 수도 있고 자유로이 처분할 수도 있게 되었다.
여자가 실질적으로 남편에게매여 있던 것은 세습 재산을 통해서이다. 그러므로 세습 재산이 폐지되면 부부는 1대 1의 관계가 성립되며, 어린애들까지도 이해(利害)의견고성에 비할 만한 견고성의 유대를 이루지 못한다. 이와 같이 해서개인은 집단에 대하여 자기를 확립하게 된다. - P191

가정은 사회의 기본 세포로 간주되며, 여성은 노동자인 동시에 가정 주부이다. - P202

우선 결론을 말한다면, 여성의 모든 역사는 남성에 의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 흑인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백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또 "반유태주의는 유태인의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인 것처럼" 여성의 문제는 항상 남자의문제였다.
어떤 원인에서 남성들이 출발점에서 육체적인 힘과 함께 정신적인 권위를 장악하였는가는 이미 본 바와 같다.
남자들은 가치 · 풍습·종교를 만들었다.
여성들은 이 점에 있어 남성들과 다툰 일이 한번도 없었다. - P202

여성의 운명을 늘 장악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남자들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여성의 운명을 여성의 이익을 위하여 이끌려고 하지는 않았다. 남자들이 존중한것은 자기네들의 계획이요, 자기네들의 염려요, 자기네들의 욕구였다.
남자들이 어머니인 여신을 숭배한 것은 자연(自然)이 그들을 두려워하게 했기 때문이다. 청동(靑銅)의 도구가 그들로 하여금 자연에 대항해서 자기를 주장하게 되자마자, 남자들은 곧 부장제(父長制)를 마련하였다. 그 때 이후로 여성의 운명은 가족과 국가의 항쟁이 결정해 갔다.
기독교도가 여자에게 지정해 준 조건 속에서 반영된 것은 신(神) 앞에서, 세계 앞에서, 자기 자신의 육체 앞에서의 기독교도의 태도였다. 중세에 "여성에 관한 싸움"이라고 불려진 것도 결혼과 독신을 둘러싼 남자 성직자와 속인 사이의 논쟁이었다. 결혼한 여자의 후견 제도를 가져온 것도 사유 재산에 기초를 둔 사회 제도였다. 그리고 오늘날 여성을 해방시킨 것도 남자들에 의하여 실현된 기술 혁명이었다. - P203

타자의 현존은 타자가 그 자신으로서 엄연히 존재한다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즉 진정한 타성(他性)이란 나의 의식(意識)과는 별개의, 그러면서도 나의 의식과 동일한 의식의 타성이다. 각자를 그 내재성(內在性)에서 떼어 내서, 그 인간이 그의 참된 존재를 완성하고, 초월로서, 목적으로 향하는 탈출로서, 투기(投企)로서 자기 완성을 가능케 하는 것은 다른 인간의 실존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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