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이 인간을 상이한 얼굴들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이한 종류의 심성과 기질로 만든다고 믿는다. 그 결과, 모든 인간은 자신의 심성과 기질의 경향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러므로 시대와 상황이 다양함에 따라서, 어떤 인간들은, 자신들의 처신방식이 시대에 부합하면, 자신들의 목적을 완전하게 성취한다. 반면에 자신의 처신방식이 시대와 상황에 잘부합하지 않는 인간은 성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상이한 방식으로 행동한 두 사람이 동일한 결과를 얻는 사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방식은 주어진 상황이 나라나 국가마다 광범위하게 다르다는 점을 전제할 때, 각자가 행동하는 상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은 종종 변화하고(일반적으로도 그렇고 또한 특정한 장소에서도 그렇다), 인간은 자신의 관념이나 방법을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어떤때는 성공하고 다른 때는 실패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기실 시대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사려 깊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성공할 수 있을 것이며(아니면 적어도 실패는 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은 별과 숙명을 통제할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 셈이 된다. 그러나 그토록 사려 깊은 사람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란, 첫째, 인간은 근시안적이고, 둘째, 자신들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명은 가변적이고 인간을 자신의 굴레에 씌우며 인간 위에 군림한다. (군주론 부록. 192-193)
principe는 통상 ‘지배자(ruler)’를 의미한다. 「군주론」에서 이 단어는 거의 항상 군주국의 지배자, 곧 군주국(principato, principality), 왕국(regno ; kingdom), 군주정(monarchia ; monarchy) 또는 제국(imperio; empire)을 지배하는 자를 지칭한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영역본에서 거의 항상 그 단어를 ‘지배자(ruler)’로 번역했지만, 몇 군데에서는 군주(prince)로 번역하기도 했다(「로마사 논고」에서 그 단어는 간혹 공화국의 지배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자들은 프라이스의 용례를 따르지 않고 전통적인 용례에 따라서 주로 군주로 번역했음을 밝혀둔다. (194p)
「군주론」에서 스타토(stato)는 주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그것은 일정한 영토적 경계 내에 존재하는 정치공동체의 정부는 물론 그러한 정치공동체를 지칭한다(물론 이는 16세기 중반 이래 영어 단어인 ‘국가(state가 지닌 두 가지 정치적 의미이기도 하다). 이 번역본에서는 정치공동체라는 의미를 보통 ‘국가‘로 번역했지만, 때로 영토나 지역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라는 의미 역시 상당히 자주 사용했다. 따라서 그 경우 ‘정부’ 또는 ‘권력’으로 번역하기도 했지만, 간혹 ‘공직‘ 또는 ‘정권’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stato는 정부의 유형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funo stato di pochi(직역으로는 ‘소수의 국가)가 그런 경우인데, 이 번역본에서는 과두정부 또는 과두정으로 옮겼다. (195p)
virtú, virtuoso 라틴어 virtus(이 단어는 ‘남성(man)’을 의미하는 vir에서 유래함)에서 유래한virtú(초기 및 당대의 저술가들은 물론) 마키아벨리 역시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간혹 이 단어는 악덕(vizio, vice)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미덕(virtue)’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로 사용된 사례는 제15장과 제16장에서 발견된다. 복수인 le virtú는 통상 ‘좋은 성품들’ 또는 ‘미덕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자주 virtú는 다양한 의미들(또는 그 의미들의 결합)을 지니고 있다. 즉 ‘역량‘, 능력(ability)’, ‘기술(skill)‘, ‘활력(energy)‘, ‘결단력(determination)’, ‘힘(strength)‘, ‘기백(spiritedness)’, ‘용기(courage)’, ‘용감함(prowess)‘, ‘용맹’, ‘무훈‘ 등을 의미한다. 옮긴이들은 그 단어를 맥락에 따라서 상이하게 번역했는데, 통상 역량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virtú는 군사적인 맥락에서 사용될 때, 간혹 ‘용감함‘, ‘용기‘, ‘용맹’ 또는 ‘무훈‘으로 번역했다. 지배자는 virtú는 지칭하는 다양한 성품들을 결여할 때, 경멸을 받게 된다. (196p)
fortuna 마키아벨리(및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 일반)에 의해서 사용된fortuna는 영어 단어인 ‘fortune(운명)’보다 몇 가지의 의미를 더 가지고 있고, 번역하기에 어려운 용어인데, 통상 여섯 가지로 그 의미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 하다. 즉 비인간적인 ‘힘(force)’, ‘운(Luck)‘, ‘호의(favour)’ 또는 ‘도움(help)‘, ‘조건(들)(condition[s)‘, ‘상황(cirumstances)‘, ‘성공(success)’과 ‘실패(failure)’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좋은 ‘운’과 ‘호의’는 종종 병행하고, ‘조건들’과 ‘상황‘은 때로 단지 같은 사물의 상이한 ‘측면’에 불과하며, ‘성공‘과 ‘실패‘ 역시 특정한 종류의 조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옮긴이들은 세 가지 의미로 분류하며, 이 가운데 둘째와 셋째의 범주(특히 후자)는 집합적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197p)
necessità 명사인 necessità, 형용사인 necessario 그리고 과거분사인 necessitato를 번역하는 데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필연(necessity)과 필요한 또는 필연적인(necessary)이 정확한 상응어이다. necessitated(하는 것이 불가피하 게 되다)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옮긴이들은 ‘할 의무가 있다(obliged)’나 ‘하도록 강요되다(forced)‘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였다. 또한 때로 necessità를 ‘necessity‘로, necessario를 ‘necessary‘로 번역하는 대신 전자에 대해서는 ‘필요(need)‘와 ‘제약(constraint)’ 그리고 다양한 동사형태를, 후자에 대해서는 ‘강요된(forced)‘, ‘해야 한다(must)’, ‘필수적인(essential)’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했다. (200p)
libertà, libero 이 단어들의 일차적 의미는 물론 ‘자유(freedom 또는 liberty)’와 ‘자유로운(free)‘이며, 마키아벨리는 이 단어들을 통상 개인보다는 공동체와 관련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두 개의 다소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첫째는 (군주국에 대응한) 공화국이고, 둘째는 (공화국이든 군주국이든)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않는, 즉 ‘독립적’인 국가를 의미한다. indipendenza와Indipendente는 거의 16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조어(造語)되지 않았다.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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