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금기에도 차례차례 도전해서 야나기사와 그룹의 사카모토 료마8라고도 하지요. <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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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고 살펴보니 케이스 안에 명함이 들어 있었다. 인쇄되어 있는 내용을 보고 레이토는 흠칫 놀랐다. ‘월향신사 종무소 관리주임 나오키 레이토’라고 찍혀 있었다. <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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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만난 레이토는 한창 개구쟁이 초등학생으로 커 있었다. 투병생활을 지켜보았기 때문인지 엄마의 죽음에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후미는 치후네를 "옛날에 엄마와 할머니가 신세를 졌던 사람이야"라고 소개했다. 레이토는 꾸벅 머리를 숙였다.
눈꼬리가 살짝 처진 게 미치에를 꼭 닮은 모습이었다.
이 아이를 만날 일은 아마 더 이상 없겠구나―.
그때 치후네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받아들고 살펴보니 케이스 안에 명함이 들어 있었다. 인쇄되어 있는 내용을 보고 레이토는 흠칫 놀랐다. ‘월향신사 종무소 관리주임 나오키 레이토’라고 찍혀 있었다.

기존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금기에도 차례차례 도전해서 야나기사와 그룹의 *사카모토 료마라고도 하지요.
* 坂本龍馬. 1835~1867. 일본 에도시대 말기의 정객. 막부 시대를 종식시키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도 항상 그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철이 들었을 때는 아버지가 안 계셨고 어머니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서 살아왔어요.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했습니다. 오늘까지 그랬으니까 분명 내일부터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잃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두렵지도 않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게, 앞에서 돌이 날아오면 잽싸게 피하고 강이 있으면 뛰어넘고, 뛰어넘지 못할 때는 뛰어들어 헤엄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흐름에 몸을 맡길 겁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죽을 때 뭔가 하나라도 내 것이 있으면 되니까요.

유미가 오디오 스위치를 켰다. 곧바로 흘러나온 것은 J-POP도 K-POP도 서양 노래도 아니었다. 곡명은 전혀 모르지만 클래식이라는 건 레이토도 알 수 있었다.

고민하던 참에 만난 것이 연극이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주인공 역할을 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평생 조연밖에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 자기 자리가 있었다. 그것이 연극의 세계였다.

그런 기쿠오를 다카코는 내내 지켜봐주었다. 음악의 길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보다 그녀가 가슴 아팠던 것은 자신이 아들의 인생을 일그러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념(疑念)이었다. 피아노나 음악은 단순한 취미로 하라고 했더라면 좀 더 즐겁고 풍성한 청춘을 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라도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 그게 어떤 것이든 남에게 해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끝까지 응원해주자, 라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모범생 환자였어요." 요양원 여직원이 도시아키에게 알려주었다. "항상 카드를 몇 장씩 갖고 다니셨어요.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손수 써넣은 카드예요. 우리와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매번 그중 한 장을 꺼내 보여주시는 거예요."
귀가 안 들리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했던 것이리라. 그렇게까지 회복되었던 건가, 하고 놀랐다.

명백히 인지증이었다. 기쿠오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놓쳐버리자 다카코를 버텨주고 있던 뭔가가 뚝 끊겼던 것인지도 모른다.

"언어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모두를 언어만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녹나무에게 맡기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믐날 밤에 녹나무 안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염원합니다. 그것을 저희는 예념(預念)이라고 합니다. 염원을 맡긴다는 뜻이지요. 예념을 하는 사람은 예념자라고 합니다. 녹나무는 예념자의 그 모든 생각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보름날이 다가오면 그것을 뿜어냅니다. 그때 녹나무 안에 들어가면 그 염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혈연관계인 사람뿐이지요. 이런 편지를 남기신 것을 보면 형님께서는 어머님이 받아주시기를 원했던 것 같군요."
야나기사와 치후네는 편지를 도시아키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쿠오는 다시 음악에의 길을 찾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연주 같은 건 할 수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라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억에 남은 피아노 소리를 되살려 하나하나 짜맞추면서 이 곡을 만든 것이다.
다카코를 위해서. 지금까지 자신을 뒷받침해준 어머니에게 바치기 위해서.
이 소리를 들어주었으면 하고 기쿠오는 그 편지를 남겼던 것이다. 녹나무에 맡겼던 것은 후회와 감사의 마음뿐만이 아니었다. 기쿠오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이 선율이었다.

"아버님은 믿으셨던 거예요. 설령 염원이 전해지지 않더라도 내 아들이라면 자신의 모든 생각을 이어가줄 것이라고."

"네,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곳이 과연 어떤 세계인지, 치후네 씨도 아직은 알지 못하잖아요. 잊어버렸다는 자각도 없다면 그곳은 절망의 세계 같은 게 아니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세계예요. 데이터가 차례차례 삭제된다면 새로운 데이터를 자꾸자꾸 입력하면 되잖아요. 내일의 치후네 씨는 오늘의 치후네 씨가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뭐, 그래도 좋잖아요? 나는 받아들입니다. 내일의 치후네 씨를 받아들일 거예요. 왜요, 그러면 안 됩니까?"

"지금의 내 기분을 예념하고 싶네요. 언어 같은 걸로는 안 돼요. 녹나무를 통해 치후네 씨에게 전하고 싶다고요."
"고마워요. 하지만 녹나무의 힘은 필요 없어요. 방금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져오는 게 있다는 걸."
치후네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여윈 손을 레이토는 두 손으로 감쌌다.
치후네의 마음이, 염원이, 전해져오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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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만난 레이토는 한창 개구쟁이 초등학생으로 커 있었다. 투병생활을 지켜보았기 때문인지 엄마의 죽음에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후미는 치후네를 “옛날에 엄마와 할머니가 신세를 졌던 사람이야”라고 소개했다. 레이토는 꾸벅 머리를 숙였다. <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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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는 애증의 관계였다.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절룩거라는 다리처럼 아프로디테의 불륜을 통해 인생의 절룩거림을 맛보았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사랑하였고, 그녀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주었다.
그는 심지어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불륜으로 낳은 자식 에로스를 위하여 그의 절대적인 무기인 황금의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었다. 또한 그는 아프로디테가 누구에게도 머물지 않는 바람이라 생각하고는 그녀를 자신의 속박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인 아이네이아스를 위해 헤파이스토스에게 훌륭한 무기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였다.
(326p)

투르누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아이네이아스는 라비니아와 결혼하였다. 그리고 이미 라티누스 왕으로부터 라티움의 통치권을 물려받았다. 그는 트로이유민과 라틴족을 결합시킨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라비니아의 이름을 따서 나라의 이름을 라비니움이라고 명명하였다.
라비니아와 아이네이아스 사이에서는 아들 실비우스가 태어났다. 하지만 아이네이아스는 실비우스의 탄생을 보지 못하고 그 전에 숨을 거두었다. 실비우스는 유복자로 태어난 것이다. 아이네이아스가 죽은 뒤 라비니움의 왕위에 오른 사람은 아이네이아스와 전장(戰場)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고투했던 트로이에서 데려온 아들 아스카니우스였다.
(470p)

그런데 신을 섬기는 레아 실비아는 강가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이 모습을 본군신 아레스가 그녀를 보고는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아레스는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를 겁탈하였다. 그러나 레아 실비아는 자신이 겁탈당하는지 몰랐다. 그 녀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레아 실비아는 임신하였다.
(474p)

두 아이는 늑대의 젖을 먹고 컸기 때문에 각각 로물루스와 레무스(젖꼭지를 뜻하는 ‘루마‘에서 유래되었다)라 불렸다.
(477p)

이 도시가 창건된 날짜를 일반적으로 4월 21일로 보고 있다. 로마인은 이날을 도시의 탄생일로 삼고 해마다 신성하게 기리고 있다.
로물루스는 도시를 세운 뒤 군대를 조직하고, 가장 뛰어난 100명을 뽑아 정무회를 만들었다. 또 그들을 파트리키안, 즉 귀족으로 삼고 그 모임을 원로원 이라 명명했다.
(482p)

로물루스는 세력이 있고 부유한 사람들은 아버지와 같은 사랑과 관심을 갖고아랫사람들을 돌보아야 하고, 평민들은 그들을 아버지처럼 사랑하고 존경해야한다고 생각하고 파트리키안으로 부르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렇게 원로와 평민을 구분하고, 또 귀족과 평민을 구별해 전자는 보호자라는 뜻의 파트론이라부르고, 후자는 피보호자라는 뜻의 크리에트라 불렀다.
로물루스는 이런 방법으로 두 계급이 서로 화합하며 친근하게 지내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파트론은 언제나 크리엔트의 법정 변호인과 친구가 되어 주고, 크리엔트는 파트론을 존경하며 충실하게 섬겼다.
(484p)

사비니의 딸 헤르실리아의 중재로 인해 양군은 휴전할 것을 약속하고 양쪽대표인 로물루스와 타티우스가 만났다. 여자들은 남편과 자식들을 아버지와 형제에게 소개하고 음식을 대접했다. 결국 휴전 협정이 맺어져, 남편과 같이 살고 싶은 여자는 그대로 살되 실을 잣는 일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로마인과 사비니인은 시내에 함께 살되 시의 이름은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로마라 하고, 주민은 타티우스의 출생지 이름을 따서 쿠리테라 부르기로 하는 한편, 로물루스와 타티우스가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갑자기 시의 인구가 2배로 늘어나자, 사비니인 가운데서 100명의원로를 더 뽑고 군대도 더 늘렸다. 그리고 시민을 람넨세스, 타티엔세스, 루케레스 등 세 부족으로 나누었다.
(493p)

부족을 가리키는 ‘트리베‘란 단어가 이때의 부족 숫자가 셋이었음을 가르쳐준다. 사비니인은 로마인의 달력을 채택하고, 로물루스는 아르고스풍의 둥근방패를 버리고 사비니인의 긴 방패를 사용하기로 했다.
(4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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