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악은 거의 무지에서 비롯되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차라리 선량한 존재이며,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 무식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구원될 수 없는 악덕은 스스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그럼으로써 스스로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이며, 가능한 한 총명을 갖추지 않고서는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영웅적인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랑이 보건대의 서기 비슷한 역할을 맡기로 작정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랑이야말로 리외나 타루 이상으로 그러한 보건대의 일을 원활하게 하고 있던, 그 조용한 미덕의 사실상의 대표자였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그렇다, 인간이 이른바 영웅이라는 것의 전례와 본보기를 세워 놓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한 사람 그런 존재가 꼭 필요하다면, 필자는 바로 이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영웅, 몸에 지닌 것이라고는 다소의 선량한 마음과 약간의 고운 마음씨와 표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이상밖에 없는 그 영웅을 여기에 내놓는 바이다.

이 침묵, 이 색채와 움직임의 죽음은 재화에 의한 침묵과 죽음인 동시에 여름의 침묵과 죽음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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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의 목소리가 무디게 들려왔다. "5월 어느 아름다운 아침에 어느 우아한 여인이 훌륭한 밤색 암말을 타고 불로뉴 숲의 꽃이 만발한 오솔길을 달리고 있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고민하는 도시의 분명치 않은 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랑은 종잇장을 내려놓고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치떴다.

황혼은 마치 회색 물결처럼 방 안으로 침노하고 있었고, 황혼의 장밋빛은 유리창에 반사되고 있었으며, 식탁의 대리석은 스며드는 어둠 속에서 무기력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랑베르는 쓸쓸한 실내 한가운데서 짝을 잃은 유령처럼 보였다. 그래서 리외는 지금이 바로 그의 체념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 도시에 감금된 모든 포로가 허탈감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으므로 그 해방을 재촉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인가 해야만 했다. 리외는 돌아섰다.

그렇다, 그 시간에는 모두 잠을 잔다. 그리고 또 그 시간은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지없이 소유하고 싶다거나 또는 완전히 독점하기 위해서는 다시 만나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깨어나지 않을 꿈도 없는 깊은 잠 속에 빠뜨려두고 싶은 것이 애처로운 애정의 거창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 첫더위가 매주 7백에 가까운 숫자를 보여준 희생자 수의 쏜살같은 상승과 일치했기 때문에 일종의 절망감이 우리 시를 휘어잡았다.

봄은 이미 시들어버렸고 가는 곳마다 잇달아 피어난 몇천 가지 꽃들 속에 기민맥진하여, 이제는 페스트와 더위라는 이중의 압력 밑에 차차로 짓눌려 오그라들는 것이 눈에 띄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타루는 페스트에 휩쓸린 우리 도시의 한 날에 대해 꽤 세세한 묘사를 꾀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이번 여름 우리 시민들의 관심사와 생활에 대한 하나의 정확한 생각을 알 수가 있었다. ‘주정꾼들 이외에는 아무도 웃는 사람이라고는 없다’고 타루는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 웃는다.’ 그러고는 그날의 묘사가 시작되어 있었다.

그 시간이 바로 아무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한길에 나가보는 때이다. 대부분은 자기네들의 사치를 늘어놓음으로써 페스트를 털어버리는 것을 일삼고 있었다.

질병이 확대되면 도덕도 역시 허물어질 것이다. 우리는 무덤 근처에서 벌어진 그 밀라노의 사투르누스 축제를 다시 보게 될 판이다.

2시경이면 이 도시는 차츰 한산해진다. 그 시각이야말로 침묵과 먼지와 햇볕과 페스트가 거리에서 서로 만나는 순간이다. 잿빛의 커다란 집들을 타고 끊임없이 더위는 달음질친다. 기나긴 감금의 시간은 인구의 출입이 많아 이 도시에 벌겋게 불이 붙는 시끄러운 저녁때가 되어야 끝난다.

그리고 거리는 7월의 붉은 하늘 아래 쌍쌍의 남녀들과 소음으로 가득 채워져 숨 가쁜 밤을 향해서 표류한다.

모든 사람은 그와 반대로 잘 알 수 없는 그 무엇, 아마도 신보다 더 긴요하게 여겨지는 그 무엇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낮동안 사람들의 얼굴에 그려져 있던 그 모든 고뇌가 스르르 풀어져서 뜨겁고 먼지투성이인 황혼 속에서 일종의 흉포한 흥분, 모든 민중을 열로 들뜨게 하는 서투른 자유에 싸이고 만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다. 그래, 어쨌단 말이냐! 나 같은 인간에게 죽음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근면한 일생이 그녀의 얼굴에 새겨놓은 침묵의 그 모든 것이 그때면 생기를 띠는 듯싶었다.

"이 세상의 모든 병이 그렇죠.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불행 중에서 진실인 것은 페스트에 있어서도 역시 진실입니다. 하기야 몇몇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구실도 될 수 있을 테죠. 그러나 병이 가져오는 비참과 고통을 볼 때, 페스트에 대해서 체념한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거나 눈먼 사람이거나 비겁한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는 어둠 속에 있고, 거기서 뚜렷이 보려고 애쓴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특이하게 보이지 않게 된 지 벌써 오래입니다."

의사는 그늘에서 얼굴을 내밀지도 않은 채 이미 대답을 했으며, 만약 자기가 전능의 신을 믿는다면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일을 단념하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신을 믿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파늘루까지도그런 식으로 신을 믿는 이는 없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자기를 포기하고 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며,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리외 자신도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상의 질서는 죽음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이상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기를, 그렇게 침묵하고 있는 하늘을 우러러볼 것 없이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그런 계산은 무의미합니다. 다 아시는 것 아닙니까. 백 년 전에 페르시아의 어느 도시에 페스트가 유행해서 모든 시민이 죽었지만, 시체를 씻기는 사람만은 살아남았답니다. 매일같이 자기 일을 멈추지 않고 해왔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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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의 문들이 폐쇄되자 그들은 모두(필자 자신도 그러했지만) 독 안에 든 쥐가 되었으며, 거기서 그냥 견딜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의 문을 폐쇄함으로써 생긴 가장 중요한 결과들 가운데 하나는, 사실 그럴 줄은 꿈에도 모르고 당하게 된 돌발적인 이별이었다.

왜냐하면 그 귀양살이의 감정이야말로 우리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있던 공허였고, 과거로 되돌아가려고 하거나 또는 반대로 시간의 걸음을 재촉하려는 구체적인 감정이었으며, 어리석은 욕망이었고, 추억에 대한 불타는 듯한 화살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그 심연과 정상의 중간 지점에 좌초되어 산다기보다는 차라리 둥둥 떠돌면서 기약 없는 그날그날과 메마른 추억 속에 몸을 맡긴 채 스스로 고통의 대지 속에 뿌리박기를 수락함으로써만 힘을 얻을 수 있는 방황하는 망령이 되었다.

이와 같이 그들은 아무 소용도 없는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모든 유형수의 깊은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그들이 끊임없이 되새기곤 하는 그 과거조차도 후회의 쓴맛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자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또는 그녀와 옛날에 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해서 슬퍼하는 모든 것을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덧붙여보려 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들의 현상(現狀)에 진저리가 나고 과거로 되돌아갈 전망도 없으며 미래를 박탈당한 우리는 마치 인간적인 정의와 증오 때문에 철장 속에 갇힌 사람들 같았다.

어떤 유령을 상대로 계속해온 그 기나긴 마음속의 대화에서 끌려 나오자마자 아무런 변천의 여유도 없이 흙의 가장 무거운 침묵 속으로 내던져지고 말았다. 그는 전혀 시간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유행성 열병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은 즉시로 그 환자를 끌려가게 만드는 일이 되었다. 그럴 때면 정말 추상과 곤란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병자의 가족은 환자가 완치되거나 죽기 전에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동정이 아무 소용이 없을 때는 동정하는 것도 피곤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자기 마음이 점점 닫혀가는 것을 느끼고서, 의사는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나날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위안을 찾았다. 그는 자기의 임무가 그것으로 말미암아 수월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러한 나날을 기뻐했다. 그의 어머니가 새벽 2시에 아들을 맞아들이면서 자기를 바라보는 아들의 공허한 눈길을 슬퍼했는데, 그때 그녀는 리외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을 그야말로 한탄하는 것이었다. 추상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소 추상을 닮을 필요가 있다.

그처럼 리외는 꾸준히, 그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개개인의 행복과 페스트라는 추상 사이에서 그 기나긴 기간에 걸쳐 우리 도시의 생활 전체를 지배했던 그 우울한 투쟁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눈에 추상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리로 보였다.

그들에게는 페스트가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불쾌한 방문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단 찾아왔으니까 말이다. 겁은 났지만 절망하지는 않았으며, 페스트가 그들의 생활 형태처럼 보이게까지 되고 또 그때까지 영위할 수 있었던 실존 자체를 잊어버리게까지 되는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여러분, 여러분은 불행을 겪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그 불행을 겪는 것이 당연합니다"라고 격렬하고 단호한 한마디를 청중에게 던졌을 때, 일종의 소용돌이가 군중을 헤치고 성당 앞뜰에까지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파늘루 신부는 그 말 다음에 애급에서 있었던 페스트에 관한 <출애굽기>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재화(災禍)가 처음으로 역사에 나타났을 때, 그것은 신에게 대적한 자들을 쳐부수기 위해서였습니다. 애급 왕은 영원의 뜻을 거역하고 있었는데, 페스트가 그를 굴복시켰습니다. 태초부터 하느님의 재화는 오만한 자들과 눈먼 자들을 그 발 아래 꿇어앉혔습니다. 이 점을 잘 생각하시고 무릎을 꿇으십시오."

그는 우리 시민들이 매일같이 겪고 있는 참상과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말이요 또한 사랑의 말인 유일한 말을 하늘을 향해 외치기를 그 어떤 희망보다도 더 원하고 있었다. 그 나머지 일은 하느님이 하시리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 설교는 그때까지 막연했던 어떤 생각, 즉 자기들은 미지의 어떤 죄악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감금 상태의 선고를 받았다는 생각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리외에게는 밤이 신음 소리로 가득 차 있는 듯싶었다. 가로등 위 어두컴컴한 하늘 어딘가에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는 보이지 않는 재앙이 더운 공기를 지칠 줄 모르고 휘젓고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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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층인 3층에서 왼편의 문턱에 선 리외는 붉은 분필로 쓴 "들어오시오, 나는 목을 매달았소"라는 글을 읽었다.
(50/871p)

이튿날인 4월 30일에는 벌써 푸르고 눅눅한 하늘에서 훈훈한 산들바람이 불고 있었다. 산들바람은 가장 먼 교외에서 오는 꽃향기를 실어다 주었다. 거리에서 들리는 아침의 소음은 여느 때보다 더 활발하고 더 즐겁게 들렸다. 한 주일 동안 겪었던 그 무거운 걱정에서 벗어나, 이 조그만 우리의 도시는 봄날을 맞았다.
(59/871p)

"이제는 가망이 없나요, 선생님?"
"죽었습니다." 리외가 말했다.
(62/871p)

쥐 사건에 대해 그처럼 떠들어대던 신문이 이젠 아무 소리도 없었다. 쥐들은 눈에 띄는 거리에서 죽고 사람들은 방 안에서 죽었으니, 그것은 당연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신문은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을 둔다. 그러나 현청과 시청은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의사들이 제각기 두서너 건의 사례를 알고 있을 때만 해도 누구 하나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95/871p)

그러나 그런 망상은 이성 앞에서는 견뎌내지 못했다. ‘페스트’라는 말이 입 밖에 나온 것도 사실이고, 바로 그 순간에도 재화가 두서너 명의 희생자를 들볶아 쓰러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수롭잖게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인정해야 할 것은 단호히 인정하고, 결국에는 쓸데없는 공포감을 쫓아버려 적당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페스트는 멎을 것이다.
(110/871p)

시장은 우리 도시의 거대한 실업가인데, 결국에는(그리고 시장은 자기 이론의 모든 비중이 걸려 있는 이 말에다 힘을 주었다) 여태껏 우리 시에서 배고픔으로 죽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강력히 단언했다. 어쨌든 사실 조제프 그랑이 영위하고 있던 거의 회의적인 생활은 마침내 이런 계통의 모든 근심에서 그를 해방시켜주었다. 그는 여전히 자기가 할 말을 모색하고 있었다
(124/871p)

"장티푸스 같은 열병이지만, 멍울과 구토증이 동반됩니다. 저는 멍울 수술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으로 병리 검사를 요청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 연구소에서는 확실한 페스트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좀 더 정확한 결과를 말씀드리면, 그래도 그 균의 어떤 특수한 변화들이 과거의 기록과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131/871p)

"어떤 세균이," 하고 잠시 잠잠하던 끝에 리외가 말했다. "사흘 동안에 비장(脾臟)을 네 배나 크게 하고 장간막(腸間膜)의 림프샘을 오렌지만 한 크기와 죽처럼 끈적끈적한 액체 상태로 만들었다면, 더는 주저할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전염의 중심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병세가 전염되는 속도로 보아 만약 저지하지 못한다면 2개월 이내에 온 도시의 생명 반 이상이 위태롭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그것을 페스트라고 부르건 전염성 열병이라고 부르건,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절반을 죽음에서 구하는 일입니다."

온종일 의사는 페스트 생각을 할 때마다 매번 일어나는 가벼운 현기증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는 자기가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앉은 카페에 두 번이나 들어갔다. 그도 역시 코타르처럼 인간적인 훈훈한 공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리외는 그 일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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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181p)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슬렌포니아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안나의 개인 우주선은 워프 버블조차 만들 수 없는구식 셔틀에 불과했다.
그리고 슬렌포니아 행성계는, 빛의속도로 가더라도 수만 년은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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