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로버트 퍼시그 - P7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과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종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당신이 그들 중 하나라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무신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적인 열망이고, 용감한 행위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 당신은 균형이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첫 번째 사실이다. 그 외에도 당신에게 일깨워주고 싶은 사실이 세 가지 더 있다. - P9
어쩌면 당신은 불가지론이 합당한 입장이고, 무신론은 종교만큼이나 교조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2장을 읽고 마음을 바꾸기를 바란다. 2장에서는 신(God)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우주에 관한 과학적 가설 중 하나로서 다른 모든 가설들처럼 회의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 P12
아마 당신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신을 믿어야 할 타당한 이유들을 내놓았다고 배웠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의 존재와 관련된 각종 논증들을 다룬 3장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논증들은 사실 대단히 취약하다. - P12
아마 당신은 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가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마치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온갖 다양한 종들을 자랑하는 생명은 또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겠는가. 당신의 생각이 그렇다면, 4장을 읽고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생물 세계에서 나타나는 설계라는 환각은 설계자가 있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자연선택설을 통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우아하게 설명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선택 자체는 생물 세계만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주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그에 필적하는 설명 능력을 지닌 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가 일깨워주고 싶은 두 번째 사실은 자연선택설과 같은 이론들이 지닌 힘이다. - P13
한편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는 모든 문화권에는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어쩌면 당신은 이를 근거로 하나든 그 이상이든,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5장을 참조하기를. 종교가 그렇게 보편적인 이유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 P14
아니면 도덕심을 지니려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선해지려면 신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다면 6장과 7장을 읽어보기를. - P14
당신 자신은 신앙을 버렸으면서도, 종교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8장은 종교가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논증한다. - P14
어린 시절의 종교 문제는 9장의 주제다. 9장에는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세 번째 사실도 들어 있다. - P15
페미니스트들이 ‘그 또는 그녀’가 아니라 ‘그’, ‘휴먼(human)’이 아니라 ‘맨(man)’이라는 단어를 쓰면 질겁하듯이, ‘가톨릭 아이’나 ‘이슬람 아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모두가 질겁하기를 바란다. 굳이 종교를 언급하고 싶다면 ‘가톨릭 신자의 아이’라고 말하라. 누군가 가톨릭 아이라고 말할 때마다 말을 가로막고,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경제나 정치 문제는 물론이고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정중히 지적하기를. 내가 이 글을 쓴 목적은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을 여기에서뿐 아니라 9장에서 되풀이하리라는 사실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몇 번을 되풀이해도 부족하다. 내친 김에 한 번 더 말하겠다. 이슬람 아이가 아니라, 이슬람 신자의 아이다. 그 아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이 이슬람교도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이슬람 아이 같은 것은 없다. 가톨릭 아이 같은 것도 없다. - P16
1장과 10장에서는 종교화하지 않고도 현실 세계의 장엄함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이로써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감을 주었던 종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것이다. - P17
내가 네 번째로 일깨우고자 하는 것은 무신론자의 자긍심이다.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구차하게 변명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당당히 나서야 할 일이다. 무신론은 거의 언제나 마음의 건전한 독립성 즉, 건강한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P17
미국에서 무신론자의 지위는 50년 전 동성애자의 처지와 다를 바가 없다. - P19
존 스튜어트 밀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가장 명석한 사람들, 지혜와 덕을 겸비한 사람들 중에 종교적 회의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다면 세상은 경악할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는 더욱더 옳다. 그에 대한 증거를 나는 3장에서 제시할 것이다. 무신론자가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히지 않아서다. 나는 무신론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게이 운동이 그랬듯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무신론자들도 이에 동참하기가 쉬워진다. 연쇄 반응이 시작되는 어떤 임계 질량이 있는 듯하다. - P20
《펭귄 영어 사전》에 따르면 망상은 잘못된 믿음이나 인상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그 사전은 필립 존슨의 문장을 예문으로 사용한다. "다윈주의는 자신보다 더 고등한 권능자가 자신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망상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다." - P22
또 다른 사전은 망상을 "모순되는 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을 고집하는 것, 특히 정신장애의 한 증상"이라고 정의한다. 그 정의의 앞부분은 종교의 특성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다. - P23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조에 호킨스 박사, 비어타 애덤스 박사, 폴 세인트존 스미스 박사와 대화를 나눌 때 나온 이야기다.
이 책이 내가 의도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책을 펼칠 때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은 책을 덮을 때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주제넘은 낙관론인가!
물론 독실한 신앙인은 논증에 면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수백 년간 발전되어온 다양한 방법들(진화된 것이든 설계된 것이든)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교화되어온 결과다. 단순하지만 더 효과적인 면역학적 장치는 아예 이런 책은 펼치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일 것이다. 사탄의 책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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