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말해보자면, 고모가 그 집의 악역이었다. 집안마다 한 명씩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다른 가족들이 일하는 동안 본인 앞으로 들어온 조의금을 세어보는 사람. 식구들이 모이면 사정 뻔히 알면서 너는 성적이 어느 정도이고 취직은 언제 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 너 친구는 있니? 살이 너무 찐 거 아니야? 운동을 해라 운동을, 응? 그리고 몇 년 만에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이렇게 묻는 사람. 너는 아직도 용돈 받니? 우리 애는 이제 독립했는데, 너는 결혼은 안 해? 남자친구는 있니?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9
바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이구나. 다른 식구들의 신경을 긁어대는 인간. 미움받을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못돼처먹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싫은 사람. 그래, 바로 그녀였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2
그러나 그는 거실만 계속 둘러볼 뿐이었다. 새집 냄새가 아직도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주변을 살피는 그의 눈빛은 조금씩 자주 변했다. 염려하다가 안심하다가, 다시 살짝 불안해하다가 고민하다가.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걱정이 잠잠해지는 것을 보았다. 서서히, 고요하게, 모든 그늘이 사라진 얼굴.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4
생각해보면 내가 시어머니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녀는 이십 년 넘게 간호사로 일했고, 그때도 요양병원의 야간근무를 자임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사회생활에 능숙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을 전달할 줄 알았달까. 때문에 그녀를 만나고서 나는 남편의 일부를, 그러니까 내가 그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건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5
그 음식, 제수(祭需), 제찬(祭饌), 제물(祭物). 새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뼈가 붙은 큼지막한 고깃덩어리. 제사상 한가운데 그 요리가 놓여 있었다. 그걸 왜 그때야 발견했을까? 다진 셀러리와 싱싱한 고수가 양념 위에 듬뿍 얹혀 있고, 덕분에 주홍빛 양념 색깔이 더욱 강렬하게 두드러지는 그 요리를. 고추장이라고 하기에는 양념 색이 좀 묽고 옅었다. 그럼 토마토인가? 어디 요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동남아? 중국? 아니면 유럽? 하지만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건, 그 이국적인 요리가 딱 봐도 지름이 삼십 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검은색 르크루제 무쇠 냄비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었다. 제기에 얌전히 담긴 나물 반찬과 생선조림, 깎은 생밤과 삶은 달걀, 사과와 배 같은 음식들 사이에 말이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8
그런데 너는 고모가 얼마나 짜증나는 인간인지는 고사하고, 할아버지의 베트남 참전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던 거지.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9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처음으로 나는 고모가 짜증나지 않았다. 그 대화, 한 명은 계속 말을 빙빙 돌려가며 공격하고 다른 한 명은 전혀 알아듣지 못한 채 쾌활하게 웃는 그 기괴한 대화가 이들 사이에 아주 여러 번 반복되어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알아차렸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1
그리고 내 남편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여전히.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4
할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짙은 눈썹 사이가 좁고 볼이 툭 불거진,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자. 고요한 얼굴.
놀라울 정도로 남편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8
남편은 복을 누리는 것 같았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토마토 고기찜을 앞접시 한가운데 가득 퍼 담았다. 그리고 큰 고깃덩어리를 손으로 집어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붉은 양념이 그의 입가에서 접시로 뚝 떨어졌다. 언제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더니,
사실 네가 좋아하는 거였구나.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0
그 풍경 속에서 시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아버지를 흘겨보는 고모의 날카로운 시선. 자리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는 시아버지. 그리고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할머니만 생각난다. 그리고 남편.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3
시어머니는 남편 앞에 토마토 고기찜을 아예 냄비째 갖다놨다. 벌써 요리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도 남편의 손은 쉼없이 냄비 안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가 이 요리를 왜 이렇게 많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4
그래. 처음부터 내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었다. 내내 그 사람을 보고 있었다. 화를 내며 숟가락을 던진 사람. 죽을까봐 마음을 졸이며 삼 년을 기다린 사람. 살아 돌아와서 일 년 동안 집에 처박혀 있던 사람. 아내가 매일 출근하며 차려놓은 밥상엔 손도 대지 않은 사람.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6
그래서 이후 해마다 생일이면 그 요리를 먹어야 했다. 해마다 월남에서 돌아왔던 날이면 그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러니까 아내가 만들 수 없는 음식, 먹고 싶지 않은 음식,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 함께 먹을 수 없는 음식, 그 제수, 제찬, 제물, 그것을 먹어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혈관이 지방으로 막혀버렸다. 터져버렸다. 죽어버렸다. 그래서 부디 제발, 이제는 꺼져버렸으면 좋겠는데, 되풀이되는 기억 속에서 귀신처럼 들러붙어 계속 나타나는 사람.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않은 사람. 그래. 바로 그가 내 옆에 있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7
토마토 고기찜은 더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들었다.
대신 아주 가끔 내가 만든다. 시어머니가 준 르크루제 냄비에.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8
그러니까 내가 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말이다. 이를테면 시어머니가 할머니를 모시며 함께 살고, 제사를 열심히 챙기기로 한 대신 시아버지는 너의 삶에 어떤 상관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 약속에는 나의 삶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며느리인 내게만 말해주기로 역시 약속했다는 것.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까. 나는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내용이 담긴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시어머니는 글 말미에 이렇게 썼다.
‘그러니까 앞으로 제사에 오지 않아도 된단다.’
그녀는 강조했다.
‘정우는 다 모르게 해줘.’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39
네 부모님이 고모의 그런 성질머리를 내버려둔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 함께 사는 건 아들이었지만, 할머니가 의지하는 사람은 딸이었기 때문이다. 하소연하고, 짜증을 내고, 온갖 말을 다 쏟아내는 그런 사람. 그녀의 모든 걸 이해하는 사람.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40
왜냐하면 나는 엄마가 우는 걸 자주 봤으니까. 외할머니가 외삼촌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큰딸을 여러 번 아프게 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대학교를 갈 수 없게 했고, 결혼식에 돈을 보태주지 않았고, 사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그 사위가 보증 빚을 졌을 때 매일 전화를 해서 한숨을 쉬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누군가에게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몇 시간이고 떠들어댔다. 울었다. 하소연하고 속을 풀었다.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해주니. 네가 나를 이해해줘야지. 그리고 다시 전화를 해서 말했다. 너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래? 너 때문에 내가 잠이 안 와.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41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지.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의 얼굴에서 걱정이 잠잠해지는 것을 보았다. 서서히, 고요하게, 모든 그늘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45
"딸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46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래서 나는 계속 그날을 떠올린다. 이 이야기를 계속 중얼거린다. 너. 너와 나로 인한 너. 무심코 생각하면 나를 닮은 모습으로 불쑥 떠오르는 너. 그래서 나를 겁나게 했던 너. 어떤 계획도 세우고 싶지 않게 만들었던 너. 하지만 나는 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디 너를 위해 이것만큼은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날 대답했던 거야. 이것이 너의 드라마, 복(福)이 되길 바라며.
어둠 속에서 나는 대답했다.
"걔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참…… 시시하지?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47
스릴러는 일반적으로 앎과 모름이라는 인지의 시차를 이용하여 공포감을 자극하고, 그 기울기 조정을 통해 쾌락을 구성해나가는 장르다. 그리고 그 인지의 시차가 단지 객관적인 시각 차이가 아니라 성을 근간으로 한 권력의 차이임을 밝힐 때, 스릴러 장르의 문법은 여성주의 인식론과 결합한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51
"아내가 만들 수 없는 음식, 먹고 싶지 않은 음식,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 함께 먹을 수 없는 음식"인 토마토 고기찜은 바로 시할머니, 시고모, 시어머니의 울분과 노동력으로 빚어진 음식으로, 시어머니가 양껏 마련한 그 슬픈 음식에 지금 손을 대는 이는 시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와 겸상할 수 있었던 장손인 남편뿐이다. 대체 여성이 일하고 남성이 누리는 이 가족 내 불평등구조는 어떻게 양산된 것인가.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56
그녀는 한국어 억양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어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원어민처럼 영어로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섞인 강의실에서 한국어 억양이 강한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일지 어림하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66
그녀는 강의 소개를 끝내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다. 유창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질문을 했다. 그녀는 학생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한번 더 말해달라고 요청하고는 성실하게 답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67
첫번째 수업시간에 우리는 조지 오웰이 버마에서 경찰관으로 일했을 때 쓴 에세이들을 읽었다. 그녀는 에세이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내려가며 강독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67
"그곳은 용산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썼다. 영어 페이퍼백 소설들을 읽으며 그녀는 용산으로부터도, 자신의 언어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었다. "영어는 나와 관계없는 말이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쓰던 말이 아니었다. 내게 상처를 줬던 말이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78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내 글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순응주의, 능동적인 순종. 그런 말들에서 나의 글이,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93
나는 아직도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기억하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자신의 영혼을 증명하는 행동이라는 말을.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95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글이나 번역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십 년 전의 내 눈에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강해 보였던 그녀가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하고, 글이나 공부와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때로는 나를 얼어붙게 한다. 나는 나아갈 수 있을까.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머물렀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떠나게 된 숱한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렇게 사라질까. 이 질문에 나는 온전한 긍정도, 온전한 부정도 할 수 없다. 나는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06
선생님.
어느 날 퇴근하던 길, 나는 그녀를 마음속으로 부르고 긴 숨을 내쉬었다. 나의 숨은 흰 수증기가 되어 공중에서 흩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언젠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긴 숨을 내쉬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일 것처럼 떠올랐다.
그 모습이 흩어지지 않도록 어둠 속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08
‘여성 서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소설 읽기를 시작하며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개인적인 일이란 무엇인가. 공과 사를 구분하고 공적 영역에서의 자기와 사적 영역에서의 자기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통념처럼 정말 가능한가? 분리된 영역에 대한 인식은 어떤 삶의 오류/어려움을 발생시키며 어떤 식으로 봉합되고 추슬러져 삶을 다음으로 나아가게 할까. 소설의 제목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처럼 보인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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