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막연하던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상상에 강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흑사병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살아서 생지옥을 겪었던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흑사병 생존자들은 지옥을 그린 그림을 보면서 보다 더 실감을 느끼고 무서워했을 겁니다.
참고로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도 흑사병 시대에 집필되었어요.
1350년경에 쓰인 『데카메론』은 흑사병이 발발하면서 시골로 피신한 피렌체 젊은이들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기들이 알고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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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마리암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더 친절한 세월이 아직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 같은 하라미는 결코 보지 못할 것이라고 나나가 말한 축복된 삶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기치 않은 새로운 꽃 두 송이가 그녀의 삶에 피어올랐다. 마리암은 눈이 내리는 걸 바라보면서, 파이줄라 선생이 염주를 돌리며 몸을 기울인 채 부드럽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마리암, 그것들을 심으시는 분은 신이시다. 네가 그것들을 가꾸는 것이 그분의 뜻이다. 그분의 뜻인 게야."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11

라일라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서서, 공기가 부족해 가슴이 터지려 하고 눈이 깜빡거리려고 몸부림을 칠 때까지 타리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그는 기적적으로 아직도 거기에 서 있었다. 타리크는 아직도 거기에 서 있었다.
라일라는 그를 향해 한 걸음을 떼었다. 또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532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떨며 그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편지를 "수없이" 썼다는 타리크의 말이 마음속을 맴돌았다. 또 다른 전율이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슬프고 고독한 물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간절하면서도 무모하게 희망적인 물결이 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561

라일라는 마리암의 말에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과일나무를 심고 닭을 키우는 일에 대해 어린애처럼 조리 없이 말했다. 그녀는 이름 모를 도시에 있는 작은 집들, 송어로 가득한 호수로 산책을 나가는 것에 대해 계속 얘기했다. 결국 말이 말랐다. 그러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라일라가 할 수 있는 건 도무지 공격할 여지가 없는 어른의 논리에 압도당한 어린애처럼 백기를 들고 우는 것뿐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돌아누워 마리암의 따뜻한 무릎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묻는 것뿐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586

라일라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잘마이의 손을 잡았다. 그들이 구석을 돌기 직전, 라일라는 뒤를 돌아봤다. 마리암은 문에 서 있었다. 마리암은 머리에 흰 스카프를 두르고, 앞단추가 달린 짙은 감색 스웨터를 입고, 흰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흰머리가 이마 위로 내려와 있었다. 햇볕이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스쳤다. 마리암이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모퉁이를 돌았다. 라일라는 마리암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588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스무 걸음을 걸으면서 조금 더 살았으면 싶었다. 라일라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와 같이, 별들이 떠 있는 하늘 밑에서 차를 마시고 먹다 남은 할와를 먹었으면 싶었다. 마리암은 아지자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녀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는 걸 못 본다는 게 슬펐다. 그녀의 손톱을 헤나로 칠해주고 결혼식 날에 노쿨(사탕)을 뿌려주지 못한다는 게 슬펐다.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다는 게 슬펐다. 늙어서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참 좋을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05

마리암은 이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많은 걸 소망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 그녀에게 엄습해온 건 더 이상 회한이 아니라 한없이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그녀는 천한 시골 여자의 하라미로 이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쓸모없는 존재였고,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불쌍하고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잡초였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이자 벗이자 보호자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되어, 드디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렇게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이건 적법하지 않게 시작된 삶에 대한 적법한 결말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05

그때, 기억의 어두운 저편으로부터 바비가 카불에 작별을 하려 할 때 암송했던 두 줄의 시가 떠오른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36

그때, 땅 아래에서 무엇인가가 그것들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잡초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오두막의 흙이 가시로 덮인 마지막 잎들을 집어삼킬 때까지, 점점 아래로 떨어진다. 거미줄이 기적적으로 풀어 헤쳐진다. 새둥지가 어디론가 없어지고, 잔가지들이 하나씩 부러져 오두막 밖으로 날아간다. 보이지 않는 지우개가 러시아어로 된 낙서를 벽에서 지운다.
마룻바닥이 돌아와 있다. 라일라는 두 개의 간이침대, 나무식탁, 두 개의 의자, 구석에 놓인 스토브, 벽을 따라 질러진 선반, 그 위에 놓인 다기와 냄비, 그을린 찻주전자, 컵과 숟가락들을 본다. 그녀는 닭들이 밖에서 꼬꼬댁거리고 멀리서 시내가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어린 마리암이 석유램프 불빛으로 식탁에서 인형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뭔가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부드럽고 발랄하다. 머리는 감아서 뒤로 넘기고 있다. 이는 모두 나 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52

라일라는 마리암이 인형의 머리에 실 가닥을 붙이는 걸 바라본다. 몇 년 후에 이 작은 소녀는 삶에 요구하는 게 별로 없는 여인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자신에게도 슬픔과 실망이 있으며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꿈이 있다는 걸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 여인이 될 것이다. 강바닥에 있는 바위처럼 아무런 불평 없이 견디고, 자신을 덮쳐오는 물살에도 불구하고 품위를 잃지 않고 나름의 형상을 갖춰가는 그런 여인이 될 것이다. 벌써 라일라는 이 소녀의 눈 뒤에 있는 뭔가를 본다. 라시드나 탈레반이 깰 수 없는 깊은 마음속을 본다. 석회암처럼 단단하고 굳은 어떤 것. 결국 그녀 자신의 삶을 끝내고 라일라에게 구원이 될 어떤 것.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52

마리암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그녀는 이곳에 있다. 그들이 새로 칠한 벽, 그들이 심은 나무,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담요, 그들의 베개와 책과 연필 속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 있다. 그녀는 아지자가 암송한 시편, 아지자가 서쪽을 향하여 절하면서 중얼거리는 기도 속에 있다. 하지만 마리암은 대부분, 라일라의 마음속에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73

하지만 이 놀이에서는 남자 아이의 이름만이 거론된다. 딸의 이름은 라일라가 이미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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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드와 누르가 카불을 떠나 북쪽의 판즈시르로 가서 아마드 샤 마수드 사령관 밑에서 지하드에 참여했을 때, 라일라는 두 살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5

늘 그런 식이었다. 두 사람 다, 시치미를 떼고, 의무적인 질문에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열기라곤 하나도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낡고 지겨운 일종의 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8

그런데 어느 날 밤, 라일라는 거리 아래쪽에서 자그만 플래시 불빛이 비치는 걸 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침대에서 재빨리 자신의 플래시를 찾았지만 작동이 안 됐다. 라일라는 손바닥으로 플래시를 쿵쿵 치면서 닳아버린 전지를 욕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돌아왔다. 안도감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아 그 아름다운 노란 눈이 깜빡깜빡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04

이 방은 라일라와 타리크가 숙제를 하고, 카드로 탑을 쌓고, 서로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던 방이었다. 비가 오면, 그들은 창턱에 기대어 오렌지 맛이 나는 따뜻한 환타를 마시며 굵은 빗물이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12

타리크의 찡그린 표정을 보고, 라일라는 이 점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우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말을 하고 싶은 충동도,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라일라는 그녀의 오빠들도 이랬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라일라는 남자들이 태양을 대하는 것처럼 우정을 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때, 그것의 광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존재. 태양.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16

이따금 라일라는 수심에 잠긴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재앙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느꼈다. 가능성의 부정, 희망의 좌절.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엄마의 상실감을 실제로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존재로 느낀 적이 없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슬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에게 아마드와 누르는 언제나 말로만 듣던 사람들 같았다. 우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왕들처럼 말이다.
피와 살을 가진 진짜 사람은 타리크였다. 그녀에게 파슈토어로 욕을 가르쳐주고, 소금에 절인 클로버 잎을 좋아하고, 음식을 씹을 때면 인상을 쓰며 낮은 신음 소리를 내고, 왼쪽 쇄골 밑에 만돌린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옅은 핑크색 반점이 나 있는 타리크는 진짜였다.
그렇게 그녀는 엄마 옆에 앉아서 아마드와 누르의 죽음을 열심히 슬퍼했다. 그러나 진짜 오빠는 라일라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8

라일라는 침대에 누워 귀를 기울이며 자신은 샤히드(순교자)가 되지도 않았고 이처럼 살아 있으며, 희망도 있고 미래도 있다는 걸 엄마가 알아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라일라는 자신의 미래가 오빠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죽을 때도 그녀는 그들에 가려 미미한 존재일 터였다. 엄마는 오빠들의 삶을 보관한 박물관의 큐레이터였 고 라일라는 그곳을 찾은 방문객일 뿐이었다. 그녀는 오빠들의 신화를 위한 피난처에 불과했다. 그녀는 엄마가 그들의 신화를 기록하는 데 필요로 하는 양피지일 뿐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31

라일라는 엄마가 바비에게 언젠가, 신념이 전혀 없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엄마는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는 거울을 들여다보면, 삶에 대한 그의 무한한 신념이 자신을 마주 쳐다볼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47

라일라가 열한 살이 되기 3개월 전인 1989년 1월, 어느 춥고 흐릿한 날이었다. 그녀는 부모와 하시나와 함께 마지막 소련군이 도시를 떠나는 걸 보러 갔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51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동안, 아니 몇 주 동안, 라일라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기억하려고 해봤다. 불타고 있는 박물관을 뛰쳐나가는 예술품 애호가처럼, 그녀는 표정, 속삭임, 신음 등 잡을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나 잡으려 했다.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나지 못하게 잡으려는 거였다. 그러나 시간은 불길 중에서도 가장 용서를 모르는 것이어서, 그녀는 결국 모든 걸 구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남아 있는 게 있었다. 저 아래에서 느껴지던 굉장한 첫 고통. 양탄자 위를 비추던 비스듬한 햇살. 성급하게 드러난 그녀의 발꿈치가 그의 서늘하고 딱딱한 다리에 닿던 감촉. 그의 팔꿈치를 감싸던 그녀의 손. 뒤집어진 만돌린 모양의 반점이 그의 쇄골 밑에서 붉게 빛나던 모습. 그녀의 얼굴 위에 떠 있던 그의 얼굴. 그녀의 입술과 턱을 간질이던 그의 검은 고수머리. 들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믿기지 않는 그들의 대담함과 용기. 고통과 섞이던 낯설고 표현할 수 없는 쾌감. 타리크의 얼굴에 어리던 무수한 표정. 불안, 부드러움, 미안한 마음, 당혹감, 하지만 대부분, 굶주린 표정.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96

"하루 종일, 카불에 관한 한 편의 시가 머리에 떠돌더구나. 사이브에타브리지라는 시인이 17세기에 썼던 시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전에는 전체를 다 외웠었는데 지금은 두 줄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10

라일라는 발밑으로 책들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때 거대한 소리가 났다.
그녀의 뒤에서 하얀 빛이 번쩍였다.
그녀의 발밑이 기울어졌다.
뭔가 뜨겁고 강력한 것이 뒤에서 그녀를 덮쳤다. 그것은 그녀에게서 샌들을 벗겨냈다. 그리고 그녀를 들어올렸다. 이제 그녀는 비틀리고 돌아가며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이 보였다. 그 다음에 땅이 보이고 다시 하늘이 보이고 다시 땅이 보였다. 불이 붙은 커다란 나뭇조각이 날아갔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조각들도 날아갔다. 하나하나가 주위에서 날아가고 겹겹이 튀어 오르고 햇볕을 받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작고 아름다운 무지개들…….
라일라의 몸이 벽에 부딪쳤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과 팔 위로 먼지와 작은 돌과 유리가 쏟아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근처에서 쿵 소리를 내며 뭔가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피로 범벅이 된 물체. 짙은 안개 속으로 보이는 금문교의 끝이 그 위로 보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14

대신, 그녀는 무릎에 손을 축 늘어뜨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마음이 날아가도록 했다. 그녀는 그것이 아름답고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계속 날아가게 했다. 푸른 보리밭이 있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수천 개의 사시나무 씨가 공중에서 춤추고, 바비는 아카시아나무 밑에서 책을 읽고, 타리크는 가슴에 손을 얹고 낮잠을 자고, 그녀는 시내에 발을 담그고, 햇볕에 하얘진 바위로 된 불상들의 눈길 밑에서 좋은 꿈을 꾸는 아름답고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35

하지만 마리암은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그녀는 마음의 먼 구석에 갇혀 그러한 세월을 살았다. 희로애락과 꿈과 환멸을 초월한 메마른 불모의 땅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는 사랑이라는 것이 해로운 착각이요, 그것의 공범인 희망은 믿을 수 없는 환상이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독성이 있는 그 쌍둥이 꽃들이 메마른 땅에서 돋아나기 시작할 때마다 마리암은 그걸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녀는 그것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뽑아서 시궁창에 던져버렸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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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은 조약돌 열 개를 집어 세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이것은 나나가 보지 않을 때 그녀가 이따금 하는 놀이였다. 그녀는 첫 기둥에 네 개의 조약돌을 쌓았다. 그건 하디자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 기둥에는 아프순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세 개의 조약돌을 쌓았고, 셋째 기둥에는 나르기스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세 개의 조약돌을 쌓았다. 그녀는 거기에 넷째 기둥을 덧붙였다. 외로운 열한 번째 돌.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50

아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부풀었다. 살아오면서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 그녀가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과 비참한 느낌이 씻겨 내려갈 때까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신이 그 먼 길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47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50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조약돌과 피와 두 개의 깨진 어금니 조각을 뱉어내도록 마리암을 남겨두고 가버렸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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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 진이 나나의 몸에 들어갔다. 이것은 마리암에게는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눈으로 여러 번 그걸 목격했다. 마리암은 나나가 갑자기 쓰러져서는 몸이 굳어지고, 눈이 뒤집히고, 무엇인가가 그녀의 목을 안에서 조르는 것처럼 팔다리를 떨고, 입에 흰 거품을 물고, 그것도 때로는 피가 섞인 분홍색 거품을 물고, 그러다가 졸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걸 여러 번 목격했던 터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

나나는 이쯤 해서 언제나 무거운 미소를 서서히 짓곤 했다. 미련이 남은 비난의 미소인지, 아니면 마지못해 하는 용서의 미소인지 마리암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린 마리암의 머릿속엔 자신이 태어난 방식에 대해 미안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

열 살이 되었을 무렵, 마리암은 자신이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녀는 잘릴의 말을 믿었다. 잘릴은 자신이 떠나 있긴 했지만 나나를 병원에 입원시켜 의사가 보살피도록 했으며, 그녀는 훤한 방에 있는 깨끗하고 제대로 된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잘릴은 마리암이 칼에 관한 얘기를 하자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또한 마리암은 자신이 어머니를 이틀 동안이나 고통스럽게 했다는 사실도 의심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

나나는 마리암이라는 이름이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따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잘릴은 마리암(월하향)이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3

나나는 마리암에게 반죽을 하는 요령과 탄두르에 불을 붙이고 납작해진 반죽을 안쪽 벽에 바짝 붙이는 요령을 알려줬다. 나나는 바느질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순무로 만든 스튜, 시금치 요리, 생강과 꽃양배추를 넣어 밥을 하는 법도 가르쳐줬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7

하지만 마리암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잘릴을 예외로 치면, 마을의 아훈드(코란 선생)인 늙은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그는 나나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마리암에게 다섯 개의 일일기도와 코란을 가르쳤다. 마리암에게 읽기를 가르쳐준 사람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마리암이 글자에서 의미를 쥐어짜려고 하는 것처럼, 손톱 뿌리가 하얘질 때까지 집게손가락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소리 없이 발음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참을성 있게 지켜본 사람도 그였다. 연필을 쥔 그녀의 손을 잡고 글자의 형태에 따라 올라가고 돌아가고 점을 찍는 걸 가르친 것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9

어느 날, 마리암은 산책을 하다가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 진짜 학교 말이에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싶어요. 우리 아빠의 다른 자식들처럼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0

마리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학교 얘기는 안 할게요. 엄마가 나의 전부예요. 그들에게 엄마를 잃을 수는 없죠. 저를 보세요. 학교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게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3

1973년 여름, 마리암이 열네 살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카불을 40년간 통치해온 자히르 샤 왕이 무혈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는 얘기를 해준 사람도 그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0

그는 호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줬다. 그는 때때로 이런 식으로 작은 선물들을 가져다줬다. 언젠가는 홍옥수紅玉髓 팔찌를 가져왔고. 또 언젠가는 청금석靑金石 묵주를 가져다줬다. 그날, 마리암이 상자를 열자 달과 별들이 그려진 작은 동전들이 달린 나뭇잎 모양의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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