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내가 해명할게요…….

나는 평생 이런 말을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날 아침 그 정신과 의사와의 일도 그랬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40

내가 기억하는 한 옛날부터 나는 좋은 첫인상을 주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41

모든 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따끈하고 맛있는 비스킷과 버터를 주었다. 물론 아침을 먹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나는 걸신들린 듯 먹어치웠다. 그때부터 매일 쥐덫에 걸린 쥐 두세 마리를 치우고 다시 쥐덫을 놓는 일을 하는 대가로 비스킷뿐 아니라 점심 식권으로 쓰이는 성크리스토퍼 메달도 받았다. 10센트짜리 동전을 메달과 교환하려고 수업 전에 줄을 설 때의 쑥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45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나한테 날벼락을 쳤다. 아빠가 엄마보다 나한테 더 자주 편지를 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내가 아빠한테 더 자주 편지를 보내니까 그렇지. 아니, 넌 네 아빠 강아지니까.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54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수녀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그 눈에 어린 동정심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나를 잡고 있는 수녀님의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다 잘못해서 수녀님을 쳐서 넘어뜨렸다. 수녀님의 머릿수건이 외투 걸쇠에 걸려 벗겨졌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빡빡 깎은 머리는 아니었다. 수녀님은 비명을 지르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그날 나는 수녀님을 때렸다는 이유로 성요셉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에 보내졌다. 세실리아 수녀님이 어떻게 내가 때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56

42—피드몬트. 잭런던광장행 완행버스. 청소부들과 할머니들. 나는 한 눈먼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는 점자책을 읽고 있었다. 손가락이 소리 없이 한 줄 한 줄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할머니 어깨 너머로 그것을 보고 있자니 나는 마음이 차분해졌다. 할머니는 29가에서 내렸다. 이곳 표지판 ‘국영 맹인 제작물’에서 ‘맹인’을 제외한 모든 글자가 떨어져나가 없었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58

청소부들은 사실 물건을 훔친다. 하지만 우리를 고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염려할 것들은 아니다. 결국 우리를 돌게 만드는 건 과잉 반응이다. 우리는 작은 재떨이에 놓아둔 잔돈 따위는 탐내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59

청소부를 위한 조언: 마님이 주는 건 무엇이든 받고 고맙다고 말한다. 나중에 버스에서 좌석 틈에다 버리고 내리면 된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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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숲에 혼자 서 있었다. 그녀는 그들과 함께 헤엄칠 수 없었기에 언덕에서 목을 길게 빼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어야 했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데 문득 그게 떠올랐다. 40년 전 일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6855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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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부(그리고 나)는 적어도 어린 시절에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의 마지막 문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덤불에서는 새들이 노래하고, 온갖 곤충들이 날아다니고, 축축한 흙 속에서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무성한 강둑"이라는 대목 말이다. 그가 만일 그 문장을 알았더라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을 것이고, 성직자가 되는 대신에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주위에서 작용하는 법칙들을 통해 생겼다"라는, 다윈과 같은 견해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27202 - P39

칼 세이건(Carl Sagan)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이렇게 썼다.
주요 종교가 과학을 보면서 "이쪽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아! 우주는 우리 예언자들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더 원대하고 더 미묘하고 더 우아해"라는 결론을 과연 내릴 수 있을까? 그 대신에 그들은 "아니, 아니, 절대 아니야! 나의 신은 작은 신이며, 나는 그가 그 상태로 머물러 있기를 원해"라고 말한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장엄함을 강조하는, 오래되거나 새로운 종교는 기존 신앙이 거의 손대지 못했던 차원의 존경과 경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27202 - P40

훨씬 더 불행한 혼란은 아인슈타인식의 종교와 초자연적인 종교를 구분하지 못함으로써 빚어진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종종 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그런 무신론자 과학자가 그만은 아니다), 그런 유명한 과학자가 자신들의 편이기를 너무나 바라는 초자연주의자들의 오해를 자초하곤 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27202 - P42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극적인(혹은 장난기 어린?) 말로 끝을 맺음으로써 대단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그 구절을 읽고서, 물론 잘못된 생각이지만 호킹이 종교인이라고 믿게 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27202 - P43

인간의 사유와 감정은 뇌 속의 물리적 실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단히 복잡한 상호 연결을 통해 출현한다.
이런 철학적 자연학자라는 의미의 무신론자는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관찰 가능한 우주의 배후에 숨어 있는 초자연적인 창조적 지성은 없다고, 몸보다 오래 사는 영혼은 없다고 믿는다.
그들은 오직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 현상들이라는 의미로만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라본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27202 - P45

"종교 없는 과학은 불구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흔히 인용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도 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27202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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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두려움을 다른 말로 치장해 부른다. 바로 ‘낙관적인 부정’이란 말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87

당신은 1년 전보다, 한 달 전보다, 일주일 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사정도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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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미래의 내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하는 희열(?) 속에서 보석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나의 "돈 해피, 비 워리Don‘t happy, be worry" 상태 중에서 틀림없이 가장 빛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내 여행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최악의 것, 내가 가장 끔찍하게 여길 악몽 같은 미래는 어떤 게 있는지 꼽아 볼까?
에라, 최악은 틀림없이 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사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고장이 중간에 잘못되는 바람에 전달되지 않아 내가 고소당한다. 내 사업은 문을 닫게 되고 재고는 선반 위에서 썩어 나간다. 그동안 나는 아일랜드의 차가운 해안가에서 불행을 느끼며 고독하게 발가락이나 후비고 있겠지. 빗속에서 울면서….’라고 나는 상상한다. 은행 잔고는 바닥날 것이고 차고 속의 내 차와 오토바이는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내가 길 잃은 개에게 음식물 찌꺼기를 먹이는 동안, 누군가 높은 발코니에서 내 머리 위에 침을 뱉을 것이고, 그 때문에 놀란 개는 내 얼굴을 정통으로 물어 버린다. 오, 신이시여, 인생은 잔인하고 냉혹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84

그러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겠다는 불굴의 목표 속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거꾸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악몽이자 최악의 시나리오를 정의함으로써 막연한 불안과 모호한 걱정거리로부터 빠져나오게 되자, 나는 여행에 대해 전만큼 걱정스럽지 않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84

1에서 10까지의 단계 중에서 1이 아무 변화도 없는 것이고 10이 영구적으로 인생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른바 최악의 시나리오는 3이나 4단계 정도의 일시적인 충격만 주리라는 걸 나는 깨달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85

반면에 내가 가진 최상의 시나리오나 적어도 있을 법한 시나리오를 실현한다면 영구적으로 9나 10 정도의 긍정적인 인생 역전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그럴듯하고 영구적인 9나 10을 위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일시적인 데 불과한 3이나 4 정도를 거는 것이고, 원한다면 조금 더 추가로 일함으로써 원래 있던 일중독의 감옥 속으로 쉽게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중요한 깨우침이었다.
이 시도가 실제로는 별 위험이 없으며 오히려 엄청난 인생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그리고 이미 기울인 것 이상의 별다른 노력 없이도 내가 이전 단계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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