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걷기 운동을 시킨 다음에는 아버지를 휠체어에 앉히고 잘 묶어두었다. 아버지가 달아나려다 넘어지지 않도록. 나도 달아나고 싶어요. 그런 체하거나 비위를 맞추려고 한 말이 아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아버지와 어디론가 떠나리라고 생각했다. 애리조나주 파타고니아 산속의 트렌치 광산으로. 그때 나는 피부에 자줏빛 백선이 있는 여덟 살 먹은 아이였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133
글을 겨우 읽고 쓸 줄 알 뿐인데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지 나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성경』은 어렵다. 마찬가지로 온 세상 무학의 재봉사들이 소매와 지퍼 다는 법을 어떻게 알아서 옷을 만드는지도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140
그들을 모두 밴에 태우고 시원찮은 리프트로 휠체어들을 싣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날은 메모리얼데이 다음 날로 매우 더웠다. 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대부분 오줌을 지렸다. 차창이 김으로 흐려졌다. 노인들은 줄곧 웃었고 신이 나 있었다. 버스가 우리 차 옆을 지나갈 때나 사이렌 소리가 나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는 움찔하며 겁을 먹기도 했다. 아버지는 시어서커 양복을 입어 근사해 보였지만, 파킨슨병 때문에 침을 흘려 가슴 부분이 젖어 퍼래졌고, 한쪽 바짓가랑이를 따라 흘러내린 오줌 자국 또한 퍼렇게 보였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142
"사는 게 끔찍하죠, 아버지?"
"암, 그렇다마다."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풀었다. 휠체어가 벽돌 길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그냥 바라보며 주저했다. 그러나 곧 담배를 던져버리고, 본격적으로 굴러내려가려던 휠체어를 얼른 붙잡았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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