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 P101

야, 김우현이. 내 이름을 저렇게 부르는건 선생들과 짭새들뿐이다. 얼굴이 밤탱이가 된, 배꼽에 화살 문신을 한 여자애가 짭새들에게 알몸으로 달려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그애 배꼽 화살표 끝에다가 EXIT라고 새겨줄걸, 내 이름도 박아주고 말이다. 너무 늦었다. 나는 창문을 타넘어 옆집 지붕 위로 뛰어내린다. 그리곤 앞만 보고 달렸다. 발 밑으로 기왓장 부서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두두두둑, 형사들은 열심히 쫓아오고 있다. 야이씨팔새끼들아, 내가 니네 형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어라고쫓아와? 좆같은 새끼들아.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해대면서도 내 발은계속 지붕에서 지붕으로 넘어다녔다. 다행히 타넘을 지붕은 얼마든지 있었다. 니미 씨팔이다.
(『문학과사회』, 1998년 여름]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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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구상회화가 아닌 ‘마음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추상회화를 그립니다.
화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에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을 그리는 것은 오히려 감정 표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419

회화로 지은 교향곡! 칸딘스키의 추상회화는 마치 캔버스 위에 ‘점, 선, 면 그리고 색’이라는 악기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 그는 자신의 작품을 교향곡처럼 인상, 즉흥, 구성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구성 Ⅳ〉처럼 작품 번호를 붙이죠. 회화를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자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422

그는 주로 자연에서 느낀 감정,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려고 노력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미술 세계를 개척했습니다.
외부의 가시적인 것이 아닌 내면의 정신적인 것을 그림에 담으려고 했죠.
그것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미술 세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신의 미술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추상미술’ 대신 ‘실재적 미술’이라고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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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에 있어서 두 성(性)의 관계는 전기의 음극(陰極)과 양극(陽極)의 관계처럼 꼭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일상 서양어(西洋語)로 남자라는 단어가 인간 전체라는 단어와 동시에 쓰이는 것처럼 남자는 양(陽)과 중성(中性)을 동시에 대표한다. 그 반면에 여자란 단지 음(陰)으로만 생각되기 때문에 그 성질을 표시하는 데는 상호 작용이 없고 제한된 것으로만 여겨진다. - P12

여자는 우발적인 존재이다. 여자는 본질적인 것에 대하여 비본질적(非本質的)인 것이다. 남자는 ‘주체(主體)‘이다. 남자는 ‘절대(絶對)‘이다, 그러나 여자는 ‘타자(他者)‘이다. - P14

주체(主體)는 대립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다.
자기를 본질적인 것으로 주장하고 타자를 비본질적인 객체(客體)로 설정함으로써 자신을 확립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 P15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자기의 주체를 확립하려는 개인의 윤리적 충동과 더불어 자유를 피하여 자기를 사물로 만들려는 유혹이 존재한다. 그것은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버려진 그 사람은 초월(超越)에서 이탈되고 모든 가치를상실하여 다른 사람의 의지의 제물로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그것은 안이한 길이다. 이와 같이 해서 마땅히 인수해야 할 실존(實存)의 고뇌와 긴장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모(共謀)를 발견할 것이다.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상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남에게 복종하는 것을 필연적인 기반(羈絆)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대개 ‘타자‘의 역할 속에서 만족하고있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 기반 [羈絆]
(1)(기본의미)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 *유의어: 굴레, 기미(羇縻)
(2)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얽매는 일. - P20

겉으로 보기에 그런 사회적 차별 대우는 대단치 않은 것 같으나, 그 정신적·지적(知的) 반향이 여자에게는 매우 깊어서 그 근원이 여자의 천성(天性)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여자에게가장 동정적인 남자도 여자의 구체적인 처지는 좀처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그 한도도 헤아리지 못하는 특권을 방어하려고애쓸 때, 그 남성들의 말을 믿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수(數)와 횡포에 가만히 앉아 위협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다운 여자‘에게 보내는 흥미 있는 찬사에 그냥 속아넘어 가지도않을 것이며, 어떠한 일에 있어서 여자의 운명과 같이하기를 원치 않으면서도 그 운명에 감탄을 보내는 그런 남자들의 수작에 가만히 말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 P27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관념에는 따르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채택하는 전망은 실존주의 모럴이다.
모든 주체는 투기(投企)를 통하여 자기 초월로써 구체적으로 확립된다. 그것은 다른 자유를 향한 부단한자기 초월에 의해서만 자기의 자유를 완성한다. 무한히 열려 있는 미래를 향하여 자기 신장(伸張)을 도모하는 외에는 목전의 실존을 정당화하는 길은 달리 없다.
초월이 내재(內在)로 떨어질 때마다 실존은 ‘즉자 존재(即自存在)’로 타락하고, 자유는 사실성(事實性)으로 타락한다.
이런 전락(轉落)은 만약 그것이 주체에 의하여 동의된다면 하나의 도덕적인 과실(過失)이다. 만약 그것이 주체에 강제된다면 그것은 좌절과압박의 형태를 취한다. 그래서 그것은 두 가지 경우에 다 절대악(絶對惡)이다.
자기 실존의 정당화를 희구하는 모든 개인은 이 실존을 자기초월의 무한한 욕구로 경험한다.
그런데 여자의 상황을 특이한 것으로한정하는 것은,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주적인 자유이면서, 남자들이 타자(他者)로서 살도록 강제하는 세계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선택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초월은 다른 본질적 · 주권적 의식에 의하여 영구히 초월될 것이기 때문에 여자는 객체로 응결시키고 내재(內在)속에 갇혀 있기를 요구당한다.
여자의 비극은, 부단히 본질적인 것으로서 자기를 확립하려는 모든 주체의 기본적인 요구와, 여자를 비본질적인 것으로서 형성하려는 상황의 요청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여성의신분에서 어떻게 인간 존재가 완성될 수 있는가?
여성에게는 어떤 길이 열려져 있는가?
어떤 길들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가?
종속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독립을 찾아내야 하는가?
어떠한 환경이 여자의 자유를 제한하며, 여자는 그 환경을 뛰어넘을 수가 있는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들이야말로 이제부터 우리가 구명(光明)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개인의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행복이라는 용어(用語)로써가 아니라 자유라는 용어로써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 P30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문제는 여자에게 짐이 되고 있는 생리적·심리적 또는 경제적인 운명을 상정(想定)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에 관한 문제를 생물학 · 정신 분석·유물사관의 관점에서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다음에 우리는 ‘여성의현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여자는 왜 ‘타자‘로 규정되어졌는가, 남자들의 견해에서 어떤 결과가 생겼는가를 실증적으로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여자의 입장에서 여자들에게 부과된 세계를있는 그대로 그리도록 하겠다.
그러면 현재까지 갇혀 있던 구역으로부터 탈출하여 인간 공존에 참여하려고 할 때, 여자들이 어떠한 곤란에 부딪치게 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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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物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됐다.
10억의 10억 배의 또 10억 배의 그리고 또 거기에 10배나 되는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우주의 한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 P682

지금으로부터 약 360만 년 전 오늘날 탄자니아 북부 지역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인접한 사바나 대초원 전역이 화산재의 구름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얼마 후 재는 가라앉아 두꺼운 층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360만 년이 흐른 1979년에 고인류학자인 메리 리키 Mary Leaky가그 화산재의 층에서 발자국을 찾아냈다. 그녀는 이 발자국이 원인原人의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어쩌면 그 발자국의 주인이 현재 지구인모두의 조상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탄자니아에서부터 물경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사람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인간은 달을 보면서 늘 낙천적인 생각을 해 왔다. 낙천적 생각에서 달의 한 지역에 ‘고요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곳은 실은 물이라고는 단 한방울도 없는 아주 건조한 평지이다. 바로 거기에 사람의 발자국이 남겨졌다. 리키가 원인의 발자국을 발견하기 꼭 10년 전의 사건이었다.
그것은 지구 바깥 천체에서 나들이할 수 있었던 최초의 사람이 남긴발자국이다. 발자국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읽는다. 발자국에서 우리는 거리를 상상한다.
여울져 흐르는 억겁의 시간을 이제 세 토막으로 나누어 생각하자.
360만 년, 46억 년 그리고 150억 년, 수소의 재에서 시작한 인류는 광막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지금 여기까지 걸어왔다. - P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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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가 영원무궁 팽창하는 우주인지, 아니면 팽창과 수축을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우주인지 누구나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구별할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주 물질의 재고를 조사하는 것이 그 한 가지방법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코스모스의 끝, 영원의 벼랑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 P520

그것은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 구조, hierarchy of univerves)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전자 같은 소립자도 그나름의 닫힌 우주이다. 그 안에 그 나름의 은하들이 우글거리는가 하면 은하보다 작은 구조물들도 있고 또 그들의 세계에 맞는 소립자들이존재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소립자들 하나하나도 역시 또 하나의 우주이다. 이 계층 구조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우주들의 계층 구조‘가 이렇게 아래로만 연결되라는 법도 없다. 위로도 끊임없이 연결온몸에 묘한 천를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하, 별, 행성, 사람으로 구성된 이 우주도, 바로 한 단계 위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소립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층 구조는 무한히 계속된다. 아, 내 사고의 흐름을 절벽 같은 것이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 P532

우리가 그들의 세계로 달려가서 그 행성들의 지평선 위로 은하수 은하가 떠오르는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팔을 넓게 벌리고 휘돌아 감도는 나선 팔 구조의 위용,
4000억 ‘인구‘를 자랑하는 성단에서 벌어지는 별들의 퍼레이드,
중력 수축의 고통과 충격에 소리 없이 신음하는 암흑 성간운들,
그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행성계,
초거성들의 휘황한 광채,
중년에 이른 주계열성들의 늠름한 모습,
적색 거성들의 빠른 팽창,
백색 왜성의 단아함,
행성상 성운의 미려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신성, 초신성, 중성자별, 블랙홀등은 어찌하고?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 우리의 내면과 겉모습 그리고 인간 본성의 형성 기제 모두가 생명과코스모스의 깊은 연계에 좌우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 P479

고래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아주 최근에 기계 기술 문명의발달로 고래와 바다에서 경쟁하게 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동물이다. 고래의 전 역사에서 99.99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 고래들은 심해나 대양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없었다. 이 긴 시간에 걸쳐서 고래는 소리를 이용한 아주 특별한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긴수염고래는 20헤르츠Hz의 소리를 아주 크게 낸다.
20헤르츠는 피아노가 내는 가장 낮은 옥타브의 소리에 해당한다. - P540

인간의 문명이 고래들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천만 년 동안 서로 의사소통을 해 오던 고래들에게 바로 우리 인간이 잔인하게도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 P541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같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문화와 언어와 전통이 다른민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저 깊은 바다의 지적 지배자인 위대한 고래들과의 교신 또한 외계와의 교신에 우선돼야 할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 P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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