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이와 돼지 아이는 종의 장벽을 넘어 교감하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대화하고 있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10

십순이의 여덟 새끼 중 막내. 이름이 있고 삶이 있었던 아기 돼지 돈수는 그렇게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고 고기가 되었다. 그리고 유기농 축산물을 취급하는 마트에 전시된 후 양질의 고기를 찾는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올랐을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30

육체적인 위험보다 더 나쁜 것은 정서적인 피해야. 스티커(도축장에서 동물의 목을 찌르는 일을 하는 사람) 일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동물을 죽이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돼. 도살장에서 걸어 다니는 돼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 세상에, 이 돼지는 정말 귀엽게 생겼군.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야. 도살장에 있는 돼지들은 내게 강아지처럼 다가와서 코를 문질러대지. 그런데 2분 후에 난 그 돼지들을 죽여야 해.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46

1906년, 미국 사회를 뒤흔든 한 편의 소설이 발표된다. 시카고 식육 공장 지대의 비인간적 상황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The Jungle》이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건장한 청년 유르기스가 그의 애인 오나,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신대륙이라 불리는 미국으로 이주해온 뒤 겪는 비극적인 삶을 그린 이 작품은, 도축장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동물 학대와 노동자 인권 유린, 그리고 경악할 정도로 불결한 위생 문제를 묘사하고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48

유르기스와 오나 가족의 비극적인 붕괴는,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곳이 자본주의의 메카인 시카고였기 때문이고, 그들이 얻은 일자리가 도축장이었기 때문이며, 그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었기 때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50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비교적 문턱이 낮은 일자리는 20세기 초인 그때나 21세기인 지금이나 도축장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50

<비포 선라이즈> 같은 로맨스 영화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미국 식육 산업의 실태를 그린 <패스트푸드 네이션 Fast Food Nation>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에릭 슐로서의 동명의 책(국내에서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으로 번역 출간됨)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픽션 영화는 햄버거 패티가 얼마나 먹을 게 못 되는지를 고발할 뿐 아니라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도축장과 육가공 업계의 민낯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52

도축장의 벽은 너무 높았고, 나는 돈수와 십순이를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었다. 축산 공장의 벽이 점점 더 투명해져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라면서. 옥자는 가상의 생명체이지만 한국에는 1,150만 마리의 십순이와 돈수가 공장에서 살고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58

지금 숨 쉬기 힘든 고통을 받는 건, 그동안 우리가 동물들을 공장에서 숨 막히게 하고, 땅에 산 채로 묻으면서 숨 막히게 한 업보, 카르마(Karma)인 것만 같아. 어느 지혜로운 부족이 이렇게 말했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고,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이들에게도 일어난다고.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66

황선미 작가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주인공 암탉 잎싹이가 목만 내밀고 갇혀 살던 곳이 배터리 케이지다. 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곳. 잎싹이는 배터리 케이지를 빠져나오기 위해 죽은 척을 한다. 농장주는 잎싹이를 꺼내 구덩이에 던져버린다. 잎싹이는 그렇게 지옥 같은 배터리 케이지를 빠져나와 자유의 몸이 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84

배터리 케이지는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닭의 움직임과 사료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드라마틱한 생산량 증가는 닭의 고통도 드라마틱하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85

2014년 초,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터졌다. 2016년 11월 중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또 터졌다. 이 두 번의 전염병으로 정부는 대한민국 인구만큼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88

조류독감과 살충제 달걀은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원인은 똑같다. 그 둘은 닭의 습성과 복지를 무시한 채 오로지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닭들의 생명을 쥐어짜는 공장식 축산이 만들어낸 샴쌍둥이인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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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느낀 공장식 축산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면, 그것은 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무정한, 혹은 비정한 산업이다. 유정有情한 생명체를 자본의 논리와 인간의 탐욕으로 무정無情하고 비정非情하게 사육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63

도영: 엄마, 돼지는 죽으면 뭐가 돼?

나는 어린 아들에게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말로 다 할 수 없어서 영화를 만든다. 만물이 죽어 흙으로 돌아가지만 소, 돼지, 닭, 오리는 공장에서 고통받다가 도살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사람의 욕심일 수는 있어도 우주의 법칙일 리는 없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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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돼지를 탐욕스럽고 더러운 동물로 여긴다. 이것은 네 번째 이상한 점과 맞물린다. 우리는 돼지를 먹고 돼지가 우리 몸의 일부가 되는데도 돼지를 멸시하고 혐오한다. 더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에게 "돼지 같은 놈"이라고 욕한다. 실제로 돼지가 탐욕스럽고, 더러운 동물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돼지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더럽다고 욕하는 인간의 속성이 참 모순되게 느껴졌다. 돼지가 굉장히 다층적이고 희한한 동물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돼지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점점 돼지를 주인공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8

한국에서 사육되는 1,000만 마리의 돼지들 중 두 돼지의 삶을 따라가보기로 한다. 공장식 양돈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돼지와 소규모 친환경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돼지. 이름 없이 ‘번호’만 있던 이들에게 각각 ‘돈오’와 ‘돈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2

돼지의 이름을 뭐라고 붙일까 고민하다가 ‘돈오’, ‘돈수’라는 이름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돈오돈수頓悟頓修’는 불교에서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물론 ‘돼지 돈豚’의 발음을 살린 이름이기도 하다. 부처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변화한다는데, 깨달음의 화신化身처럼 갑작스럽게 내 인생에 나타나 화두를 던진 돼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3

돈수가 태어난 날 원중연 선생님은 일기를 쓰셨다.

 돼지 영화를 촬영했다. 십순이가 여덟 마리 새끼를 순산했다. 기다림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 끝자락이 아름다운 것은 그 끝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눈이 온다. 모두를 축복하는 눈인가 보다. 내 안에서 또다시 발견된 십순이. 순산 과정에서 함께 얻은 희열. 태고부터 날마다 일상처럼 빚어지는 일들이 영혼과 순간, 그 모두를 아우른다. 어느 먼 훗날 오늘을 되짚어볼 때 기다림도 경이로움도 모두 내게 감동일 것이다.

가을날 국화꽃이 동토를 가르며 시작했듯 산고의 아픔을 통해 또다시 이어지고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나와 돼지의 인연이었으리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76

가톨릭 신자들의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찌 감히 돼지를 성모마리아에 비하느냐고 하겠지만, 성녀와 인간 엄마와 돼지 엄마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생명의 힘, 사랑의 힘이다. 모든 탄생의 순간은 경이롭다. 온 우주가 도와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순간.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하며, 동등하다. 누구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점에서. 고통이 아닌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77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에라스무스 다윈이 1794년에 쓴 《동물 생리학, 혹은 생물의 법칙Zoonomia or Laws of Organic Life》을 보면 다음과 같은 관찰 기록이 나온다.

 돼지들이 입에 지푸라기를 물고 시끄럽게 울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은 분명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거라는 신호다. 돼지들은 잠자리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짚을 모으며, 시끄럽게 우는 것은 다른 돼지들을 불러서 함께 잠자리를 더 따뜻하게 하자는 뜻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82

돼지들은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장난을 좋아하고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쾌적한 잠자리를 좋아하고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좋아한다. 사람과 똑같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96

어린 아들의 부드러운 이마에 입 맞추고 재우며 자장가를 불러주다 보면 돈수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까맣고 순진한 그 눈동자, 쌍꺼풀 진 동그란 눈, 기다란 속눈썹, 보송보송한 털… 사람 아기와 다를 바 없이 사랑스러운 돈수와 돈수의 형제들을 보며 나의 진짜 딜레마가 시작됐다. 더 이상 돼지를 돈가스나 삼겹살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98

"퇴비를 써서 비옥해진 땅에 작물을 기르고, 그렇게 키운 채소에서 나온 부산물을 돼지에게 주고, 돼지가 그걸 먹고 똥을 싸면 또 좋은 퇴비가 생기고. 순환이죠. 좋은 작물 먹고 건강하게 자란 돼지들의 똥이 밭으로 가면 또 거기서 최고의 균형이 맞춰진 무, 배추, 인삼이 나오는 거죠. 자연은 순환이 철칙이에요. 이 순환이 자꾸 단절되어서 문제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01

‘가축家畜’의 한자를 보면 ‘家(집 가)’는 지붕 밑에 돼지가 있는 형상이다. 즉, 지붕 밑에 돼지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집이었다. 다시 말하면 집에는 돼지가 있었다. 한자를 쓰는 농경 문화권에서 돼지는 집의 구성원으로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畜(짐승 축)’은 ‘밭 전田’ 위에 ‘검을 현玄’을 썼다. 짐승은 퇴비로 밭을 검게, 비옥하게 만드는 존재다. 집에 살면서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동물이 가축인 것이다. 가축은 이렇게 인간과 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 농경에 이로움을 주는 존재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01

원가자농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기농 경축순환 농장이다. 경축순환이란, 작물의 부산물을 가축이 먹고 가축의 퇴비를 작물 재배에 이용하는 순환을 말한다. 과거에는 이런 농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극히 소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02

"똥, 땅은 원래 하나예요. 발음도 비슷하잖아요?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을 먹어서 똥이 더러워진 것이지, 올바른 음식을 먹으면 똥이 더러울 게 없지요. 똥이 땅으로 가고, 땅에서 난 것이 몸으로 와서 다시 똥이 되는 순환이 이루어지면 땅과 인간 모두 건강할 수 있어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03

현대의 모든 재앙은 순환의 깨짐, 단절에서 왔다. 가축의 분뇨는 땅과 강을 오염시키고, 남은 음식은 쓰레기가 되어 골칫거리가 되고, 빗물도 자원으로 순환되지 못하고 하수구로 흘러가버리고, 에너지도 방사능 폐기물을 남기는 핵에너지, 심지어 사람들의 혈관도 콜레스테롤로 막혀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재앙의 해결은 막힌 곳을 뚫고 끊어진 순환을 연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04

선생님의 책꽂이에는 가령, ‘돼지를 빨리 살찌우는 법’ 이런 책 대신, 제레미 리프킨의 명저 《육식의 종말》, 실천윤리 철학자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 환경운동가 니콜렛 한 니먼이 쓴 《돼지가 사는 공장Righteous Porkchop》 같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돼지 농장주가 육식을 비판하는 책들을 읽고, 동물 해방 철학서를 읽는다니!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11

가축, 가축이 먹는 사료, 가축이 싸는 똥, 똥이 뿌려지는 땅, 그 땅에서 난 작물, 작물과 가축을 먹는 사람의 건강,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사람복지, 동물복지가 다른 게 아니에요. 가축이 좋은 것을 먹고 편안하게 살면 사람복지가 자동으로 되는 거예요. 한 고리예요. 하나가 온전하면 나머지가 온전해지는 거예요. 하나가 그릇되기 때문에 다 사슬처럼 어그러지는 거예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17

내 자식, 남의 자식, 사람, 돼지, 흙, 작물, 야생초… 만물이 하나로 연결된 순환의 고리. 그러므로 모든 것을 귀하게 대하고 모든 것에 친절하라. 땅에서 땀 흘리며 배운 농부의 철학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19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Never Cry Wolf》 같은 책이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늑대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포악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동물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20

서구 문화에서 늑대는 오랜 세월 부당한 박해의 대상이 되어왔다.
신화, 전설, 동화, 그림책, 영화에서, 늑대는 인간에게 해로운 잔인한 짐승, 죽여 마땅한 존재로 묘사돼 왔다. 《빨간 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양》, 《아기 돼지 삼 형제》, 《피터와 늑대》 같은 이야기에서 늑대는 착한 주인공들을 간교하게 속여 괴롭히고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악당으로 묘사된다. 착한 사람들이 못된 늑대를 잡아 가위로 배를 싹둑싹둑 가르고 돌을 집어넣고 다시 실과 바늘로 배를 꿰매 강물에 풍덩 빠트리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늑대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내재되고 문화로 전승된다. 이런 옛날 이야기들을 뒤집거나 재해석하는 작품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22

‘교활한 여우’, ‘미련한 곰’, ‘사악한 뱀’이라는 표현은 정당한가? 종교나 문화에서 전승된 이런 통념은 생태적으로 볼 때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비인간 동물에게 던져 그들에게 ‘누명’을 씌워왔다. 그래야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들의 가죽을 벗기거나 잡아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두 번의 죽음을 겪는다. 실제로 죽음과 멸종으로 몰리고, 문화 속에서는 인간을 해치는 포악한 가해자로 곡해됨으로써 또 죽는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24

대중문화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돼지를 이용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하는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부모를 돼지로 변하게 한 상투적 상징에는 실망했다. 그 영화에서 돼지가 된 부모는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는데, 실제 돼지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명예 훼손이다. 지구상의 동물계에서 토할 정도로 먹고 소화제를 먹는 동물은 호모사피엔스라는 종뿐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30

신선한 고라니 똥을 보다가 앨런 와이즈먼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진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기술한 저서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이 떠올랐다.
인간이 사라지면 불과 1년 만에 야생동물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 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던 코끼리는 인간이 사라지고 100년이 지나면 개체 수가 20배로 늘어난다.
인간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우리의 몸 구석구석을 집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충치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같은 균들과 인간의 주거 공간에 세 들어 살아온 바퀴벌레들뿐일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36

뛰어난 후각을 가진 돼지가 자신들의 분뇨 위에서 먹고 자고, 신선한 공기 한번 마셔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돼지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너무 가혹했다. 그런 환경에서 온갖 약물을 투여 받으며 억지로 사육된 돼지를 먹는 우리의 삶도 그다지 나을 것은 없어 보였다. 어떻게 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의 창밖으로 숱한 고깃집 간판이 번쩍였다. 간판 속에서 요리사 복장을 한 돼지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42

약물과 스톨이라는 강력한 관리 도구를 통해, 이 많은 분만을 직원 몇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명의 몸에 맞게 농장이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목표 생산량에 맞춰 생명의 몸을 통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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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의 눈금은 자주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윤리적 소비’를 하려고 노력했다. 먹을거리는 물론 세제, 휴지 등 생필품을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구입했다. 그것이 아이의 건강은 물론 땅과 강, 사람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6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Beyond Beef》. 교양인의 필독서로 알려진 책이라 사놓기는 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아 책꽂이에 꽂힌 채 먼지만 쌓여 있던 책이었다. 책을 꺼내 펼쳤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1

세 번째 이상한 점, 돼지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상징한다. 돼지는 예부터 풍요와 복의 상징이었다. 돼지꿈은 길몽이다. 오래된 식당이나 이발소에는 아직도 새끼 돼지들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 돼지의 그림이 걸려 있다.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십이지신 중에도 돼지가 있다. 돼지신은 악귀로부터 집을 지키고 왕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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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의 삼황삼황을 수인(燧人) · 복희(伏羲) · 신농(神農)으로 보는 학설도 있다.
그에 의하면 삼황은 역사 속의 인물이아니라 신화적인 존재로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쳤다.
즉 수인은 천신(天神)으로서하늘에서 준 나무를 마찰시켜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내고, 백성들로 하여금 음식을 익혀 먹을 수있게 하였다.
복희는 지신(地神)으로서 땅의 이로움을 발견하고 가축을 기르며 유목생활을 하였고,
신동은 인신(人神)으로서 농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 P13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오제(五帝)는 황제 · 전욱·제곡·요·순 등 다섯황제를 말한다. 이중에서 황제시대는 BC 2700 ~ 2600년으로, 역학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여 산술(算術)·역법(易法) · 60갑자 등이 만들어졌다. 또한 오장육부의 기혈을 설명한 한의학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황제내경』이 씌어졌다. - P13

은(殷)나라(BC 1751 ~ BC 1111) 때에는 1년을 12개월로 나누어 큰달은 30일, 작은달은 29일로 정하고, 윤년에는 1달을 더하였다. 이미 이 시기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간지를 사용하였는데, 60갑자의 시작인 갑자(甲子)에서 마지막인 계해(癸亥)까지 60일을 1주기로 하여 날짜를 기록하였다. 또한 1년에 한번씩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사(社)라고 불렀다. 은나라 때부터 일진(日辰)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 P14

주(周)나라는 은나라가 멸망하기 전에 세워진 나라로, 문왕(文王)은 왕위에 있는 동안 주나라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역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즉 황하의 지류인낙수(洛水)에 나타난 신령한 거북이의 등에 박힌 점을 보고 후천수(後天數)를 발견하였고, 문왕 8괘를 만들었다. 또한 사마천에 의하면 『주역』의 64괘와 괘사, 효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문왕의 아들인 주공(周公)은 384개의 효(爻)에 사(辭)를 붙여서 『주역』을 완성하였다. - P14

춘추전국시대는 BC 8세기에서 BC 3세기에 이르는 중국 고대의 변혁기다. 당시는 학문적인 부흥기로서 유가, 도가, 법가 등 다양한 사상을 가진 학자들이 등장하였다.
들을 제자백가라고 하는데, 각 나라마다 능력 있는 학자를 널리 중용하면서 이들 제자백가는 동양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 P15

이중에서 유가는 공자(孔子, BC 551 ~ BC 479)에 의해 창시되었고, 이후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 자사의 제자인 맹자(孟子), 그 외에 순자(荀子) 등의 사상가들이 유교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 특히 공자는 책을 맨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정도로 『주역』 에 심취하였고 『십익(十翼)』이란 해설서를 붙였다.
『주역』은 유가의 학문과 사상, 그리고 중국의 전통사상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경전이다. 은나라 때의 음양학을 주나라에 와서 8괘와 64괘 중심으로 풀이하고, 다시 공자에이르러 체계적으로 정리한 『주역』의 음양사상에서 동양철학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한편 제(齊)나라 학자 추연(鄒衍)은 오행설(五行說)을 주창하며 제왕의 운명과 인간의 길흉화복을 설명하였다. 이처럼 사주명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음양설과 오행설은 서로 시작이 다른데, 낙녹자와 귀곡자가 사주명리학을 창시했다는 견해도 있다. - P15

산통(算筒)은 원래 산통점을 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산통점은 주역점의하나로, 길이 10cm 내외의 산가지 8개에 1~8까지 숫자대로 눈금을 새겨서 대나무통 즉 산통 속에 넣고 흔들어 4번을 뽑아 길흉화복을 판단하였다.
이때 산통이 깨지면 점을 칠 수 없게 되어 미래의 일들을 예측하여 미리 대비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산통을 깨다‘ 라는 말은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그르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P15

치우는 중국의 여러 고서와 우리 나라의 『한단고기』 등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치우천왕, 자오지천왕, 자오지천황, 자오지환웅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치우 역시 한민족으로 추정하고 있는 인물이다.
전쟁의 신으로 통하며, 사마천의 『사기』 「봉선서에는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전쟁에 나아가기 앞서언제나 치우에게 제사를 지냈으며, 한나라를 세운 뒤 치우의 사당까지 세웠다고 한다. 중국의 지리서인『산해경』에서는 치우가 탁록의 싸움에서 황제(黃帝)와 싸우다 죽었다고 했지만, 우리 나라의 기록은 이와 달리 치우가 12개의 제후국을 합병하면서 70여 회의 전쟁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고, 헌원을 황제로 임명하였다고 되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때 한국 응원단인 붉은악마의 깃발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치우(도깨비)의 이미지를 본뜬 것이다. - P17

사람의 운명을 미리 알고자 하는 최초의 시도는 점(占)이다.
8괘, 육효, 오행 등의 방법이 모두 점에 포함된다.
복희는 용마의 등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천문지리를 연구하였고, 만물의 변화를 살펴서 복희 8괘(또는 선천 8패)를 만들었다. 이어서 주나라문왕이 64개의 괘사를 만들었고, 주공이 384개의 효를 만들었다. 선천 8괘는 약7,500년 전에, 후천 8괘는 약 3,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주나라에 이르러 『주역』으로 완성되었다. 『주역』에는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소성괘(小成卦)와 2개의 소성괘가 위 아래로 짝을 지어 이루어진 대성괘(大成卦)가 있는데, 이를 통해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고 사람의 앞날을 점쳤다. - P17

연주 중심의 사주명리학을 일간(日干) 중심으로 판단하여 사주명리학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인물은 송나라의 서자평이다. 그는 생일을 위주로 하고 생월을 용신(用神, 사주에서 필요한 오행)으로 삼아 생년, 생월, 생일, 생시로 사주를 판단하였다. 이러한 일간 중심의 사주명리학은 현대 사주명리학의 중심으로 튼튼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 P18

토정비결
조선 선조 때의 학자 토정 이지함이 쓴 책으로, 1년 12달의 운수를 판단한다. 태세(太歲) · 월건(月建) · 일진(日辰)을 숫자적으로 따져서 상·중·하의 세 괘를 만들고 이것을 주역의 음양설에 비추어 판단한다. 4언시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른 점서와 마찬가지로 비유와 상징적인 표현이 많다. 작괘법(作卦法)을 보면, 백단위(상) · 십단위(중) · 일단위(하괘)가 모여서 하나의 완성된 괘가 이루어진다. - P31

서양의 점성술.
천체현상을 관찰하여 인간의 운명이나 미래를 점치는 방법이다.
춘분점을 기준으로황도의 둘레를 12등분한 황도12궁을 놓고 운명을 판단한다.
황도12궁을 순서대로나열하면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다.
각각의 자리 이름은 신화 속의인물이나 동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생년월일(양력)에 따라서 별자리가 정해지고, 그별자리가 성격과 기질, 그리고 운명을 암시한다. - P31

태초에 태극(太極) 또는 무극(無極)에서 음과 양이 생겨났다. 음양은 사상(四象)을생(生)하고, 사상은 8괘를 생한다. 8괘가 위아래로 짝을 지어 64괘가 탄생한다. 64괘를 해석한 것이 괘사(卦辭)이고, 한 괘를 이루는 각 효(爻)의 뜻을 설명한 것이 효사(爻辭)이다. 64괘와 384효 속에 우주와 세상 만물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렇듯무(無)에서 시작된 음양은 삼라만상을 통제하고 모든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이다.
오행은 음양의 변화가 한 단계 더 세분화된 것으로, 만물을 생성하는 5가지 요소인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를 말한다. - P38

음양은 우주 속에서, 세상 속에서, 그리고 철학 속에서 다양하게 존재한다. 음과 양은 좋은 것, 나쁜 것으로 나눌 수 없다. 음과 양 그 자체로 있음이고 존재함이다. 자칫음은 나쁘고 양은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음도 긍정적이고 양도 긍정적이다. - P39

목(木) 굵고 곧은 것, 뻗어 나가려는 의지, 의욕, 성장, 명예 등을 상징한다.
화(火) 타오르고 솟아오르는 열정, 정열, 자신감 등을 상징한다.
토(土) 만물을 중재하고 포용하며 중용, 안식, 고집, 끈기 등을 상징한다.
금(金) 안으로 강하게 다지는 의지, 절제, 단단함 등을 상징한다.
수(水) 땅 속에 스며들어 계속 흘러가는 것처럼 생각, 지혜, 욕망, 본능 등을 상징한다. - P42

오행 · 오행학 · 오행론의 구분
오행은 사주명리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양학 분야에서 학문적인 기초를 이룬다.
오행(五行)은 말 그대로 ‘5가지 성분이 돌아다닌다‘는 의미로, 5가지 성분이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를 말한다.
이 5가지성분은 서로 만나고, 도와주고, 충돌하고, 다투고,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호관계를 맺는다.
이러한오행의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오행학(五行學)이다.

• 오행 : 다섯 오(五) 다닐 행(行)으로 5가지 성분, 즉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주변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 오행학 : 오행이 변화하면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
• 오행론 : 오행이 변화하면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전개 논리. - P44

오행의 상생과 상극
사주명리학은 음양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의 원리에 바탕을 둔다.
생(生)은 말 그대로 낳는다, 도와준다는 의미이고,
극(剋)은 자극하고 억누른다는 의미다.
제(制)는극과 비슷하지만 적절하게 극이 되어 통제하는 것이고,
화(化)는 일반적인 이론이 변화하는 것이다. - P45

오행의 상생
목생화(木生火) : 나무는 자신을 태워 불을 살린다.
화생토(火生土) : 불이 다 타면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토생금(金) : 흙 속에서 바위와 금속이 생산된다.
금생수(金生水) : 바위 속에서 물이 나온다.
수생목(水生木) : 물은 나무에게 수분을 주어 자라게 한다. - P46

오행의 상극
목극토(木剋土) : 나무는 뿌리로 흙을 붙잡아준다.
토극수(土剋水) : 흙은 둑이 되어 물을 가두어둔다.
수극화(水剋火) : 물은 불을 꺼뜨린다.
화극금(火剋金) : 불은 바위(쇠)를 녹인다.
금극목(金剋木) : 바위(쇠)는 나무를 자른다. - P47

오행과 숫자역학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는 음양과 오행으로 우주의 이치를 파악하였다. 특히 완전수(全數)로 통하는 ‘5‘는 천지조화를 상징하는 신비로운숫자이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 7색을 즐겨 사용하지만, 동양에서는 청적황백(赤黃白黑)의 5색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또한 동양에서는 동서남북에 중앙을 더해서 오방(五方)이라 하고, 서양은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칠음계를 쓰지만 동양에서는 궁상각치우(宮商角)의 오음계를 사용한다. 5가지 맛인 오미(五味), 5가지 복인 오복(五福), 신체 장기를 크게 다섯으로 나눈 오장(五臟), 정신적 상징인 오상(五常) 역시 5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예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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