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무시해버리는 이러한 태도는 즐거움을 뒤로 미루겠다는 의지가 없음을 말해준다. 이미 말했듯이 문제와 직면하는 것은고통스러운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자발적으로 문제와 직면한다는 것은, 더 고통스러운 것을 위하여 덜 고통스럽게나 즐거운 일을 제쳐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고통이 꼭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를 바라면서 현재의 즐거움을 지속하는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미래의 즐거움을 기대하면서 차라리 지금고통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 P42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위 신경증(노이로제)이 아니면 성격 장애로 고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모두 책임감에 장애가 있다. 그런데 세상과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서로 상반된다. 신경증인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책임을 지려 하고 성격 장애인 사람들은 응당 져야 할 책임조차 피하려든다. 신경증인 사람들은 세상과 갈등이 생기면 곧바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버린다. 성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곧바로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P48

"나를 맡아주세요. 당신이 내 보스가 돼주세요!"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할 때 우리는 항상 그 책임을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나 존재에 떠넘기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운명‘ 이나 ‘사회‘, 혹은 정부나 기업이나 보스든, 그것은 우리의 권한을 그 존재에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리히 프롬ErichFromm이 나치즘과 독재주의에 대한 연구서의 제목을 아주 적절하게도 《자유로부터의 도피》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책임이 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매일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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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즐거움을 나중으로 미루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아이들은 스스로 훈육할 줄 아는 역할 모델과 자기 존중감이 있어야하고 존재의 안전함을 신뢰해야 한다. 이러한 자산들은 부모의자기 절제와 순수하고 일관된 보살핌을 통해서 획득된다. 이것이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부모에게서 이러한 선물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곳에서 획득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 그 획득 과정은 힘든 투쟁이 된다. 때에따라서는 평생 걸릴 수도 있고 그나마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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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커 장군이 기분 나쁜 듯 고개를 치켜들고는 말했다. "교수님, 당신의 전문 분야가 심리학이니 나는 그 분야에 대해서는 주제넘게 당신에게 조언하려고 하지 않소이다. 나의 전문 분야는 국방이오. 나는 국방 분야에서 30년 동안 경력과 성과를 쌓아 왔소, 교수 양반. 그러니 내 전문 분야에 대한 내 판단을 비난하지 말아 줬으면 하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00

커트럴 씨가 바커 장군에게 살짝 싫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불행히도 바커 장군의 말이 그 나름으로 맞습니다." 커트럴 씨가 말했다. "세상이 교수님처럼 이상적인 분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형제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아니라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가 전쟁 위기에 처한 건 식량이나 자원의 부족 때문이 아니에요. 전쟁은 권력을 두고 벌이는 다툼이란 말입니다. 누가 세계를 책임지게 될까요? 우리? 아니면 저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01

반하우스 교수는 마지못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서 일어났다. "두 분께 실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를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자격은 두 분이 더 잘 갖추고 계시지요. 저는 뭐든 두 분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기밀 괘종시계 태엽 감는 것과 비밀 고양이 내보내는 것 잊지 말게." 그는 침울하게 말하고는 계단을 올라 자신의 침실로 갔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02

나는 큰 소리로 그 쪽지를 읽었다. "여러분, 양심을 지닌 첫 번째 초강력 인간 병기로서 나는 여러분의 국방 비축 무기 목록에서 나 자신을 삭제하고자 합니다. 군수품 작동에 새로운 선례를 만들면서 나는 인도적인 이유로 이곳을 떠납니다. 아서 반하우스 드림."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06

그날 이후, 당연히 반하우스 교수는 전 세계의 무기를 체계적으로 파괴해 오고 있고 급기야 지금은 돌멩이나 뾰족한 막대기 외에는 군대를 무장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그의 활약이 정확히 평화로 귀결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폭로 전쟁’이라 불릴 수 있는 무혈의 재미있는 전쟁을 촉발시켰다. 모든 나라는 적국의 간첩들로 넘쳐 나고 있으며 이 간첩들의 유일한 임무는 군사 장비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뒤 그 군사 장비를 언론에 보도해 반하우스 교수의 주의를 끌기만 하면 그 군사 장비는 즉각 파괴되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06

간단히 말해 나는 사라질 작정이다.
결국 언젠가 반하우스 교수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훨씬 전에 나는 준비를 마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무모한 군국주의자들에게, 그리고 바라건대 내일의 그들에게도 전하는 바는 ‘충고를 들어라. 반하우스 교수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반하우스 효과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어젯밤 나는 다시 한 번 그 종잇조각 편지에 적힌 애매모호한 지시사항들을 따라 해 봤다. 나는 반하우스 교수의 주사위를 손에 쥔 채 악몽 같았던 그 마지막 문장을 마음속에 떠올리면서 주사위를 굴렸고 50번 연속으로 합이 7이 나왔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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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퍼오드 오두막에서 한 그날 밤의 저녁 식사는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행복한 동시에 기묘했다. 그 자리에는 로버트와 그의 연인, 나, 그리고 제독과 그의 부인이 있었다.
그 아가씨가 얼마나 똑똑하고 따뜻하며 아름답던지 나는 그 아가씨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듯 아렸다. 그런 까닭에 그 저녁 식사가 무척 기묘했던 것 같다. 그 아가씨는 정말 탐나도록 매력적이었고, 그녀와 로버트 사이의 사랑이 너무나도 달콤하고 순수했기에 어느 누구도 바보 같은 사소한 말 말고는 할 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주로 조용히 먹기만 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265

우리는 케네디 집의 진입로에서 나오는 차 두 대의 전조등 불빛에 눈이 부셨다. 그 차 두 대는 럼퍼오드 오두막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구든 럼퍼오드 오두막을 철저히 살피고 있는 듯했다.
제독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베란다에서 그곳이 잘 보이는 쪽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앞에 선 차에서 나오는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
"럼퍼오드 제독," 대통령이 말했다. "제독의 골드워터 표지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무 일도 없습니다, 대통령 각하." 제독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골드워터 표지판에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오늘 밤은 그냥 불을 켜놓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각하." 제독이 말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의 사위가 저와 함께 계십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그분이 골드워터 표지판을 무척 보고 싶다는군요."

*케네디 대통령 집권 당시 소련의 국가 원수 겸 공산당 서기장.

"예, 알겠습니다, 각하." 제독이 말했다. 그는 바로 그 스위치 옆에 있었다. 그는 그 스위치를 켰다. 그곳 인근 전체가 번쩍거리는 불빛으로 뒤덮였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그리고 그 표지판을 켜진 상태 그대로 놔둬 주시겠습니까?"
"네?" 제독이 말했다.
그 차 두 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두면," 대통령이 말했다. "제 집으로 가는 길이 잘 보이거든요."
(1963년)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268

두 번의 행운에는 공통된 요소가 딱 하나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주사위를 던지기 직전에 똑같은 일련의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 일련의 생각이 반하우스 교수의 뇌세포를 정렬시켜 그런 행운을 가져왔고 이후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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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는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라고 하던걸요. 그래서 난 멘타트의 첫 번째 법칙을 인용했죠. ‘어떤 과정을 멈춘다고 해서 그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과정의 흐름과 함께 움직이면서, 흐름에 합류해 함께 흘러야 한다.’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5

한 행성은 많은 것들의 총합이라던 대모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것이 사람, 흙, 생명을 가지고 자라나는 것들, 달, 조수 간만, 태양 등의 총합이며 자연이라 불리는 미지의 총체이고, ‘현재’라는 지각이 전혀 없는 막연한 집합체라고 했다.

-알라딘 eBook <듄 1부 :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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