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가 냉장고에서 오늘 웰시코기의 보호자가 선물한 오렌지 주스 두 병을 꺼냈다. 산책을 좋아하는 녀석인데 일주일 전에 산책하다가 깨진 병 조각에 찔려 발바닥이 찢겼다. 피를 철철 흘리며 병원에 도착해 발을 봉합하고 붕대로 싸맨 그 녀석에게는 안타깝게도 산책 금지령이 내려졌다.

"인간들이 못됐어요. 바닥에 유리병을 왜 버려요? 그런 거 법으로 막을 수 없나."

속상함에 투덜거리는 보호자에게 복희는 웃으며 말했다.

"방법이 하나 있긴 있어요. 인간도 맨발로 다니면 돼요. 그럼 거리는 실내처럼 깨끗해질걸요." - <천 개의 파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6644 - P238

하지만 콜리는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보는 도리어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대화였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보경은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를 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생 보경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노라 약속했던 사람이 오래도록 비워둔 자리를 뜻하지 않은 것이 채웠다. - <천 개의 파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6644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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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해석이 옳든, 텍스트의 의미는 그 텍스트의 저자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어떤 텍스트가 저자의 입과 손을 떠나 공적인 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 의미는 정치적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저자의 원래 의도가 무엇이든, 어떤 것에 대한 침묵이 다른 것에 대한 발화로 해석되기도 하고, 다른 것에 대한 발화가 어떤 것에 대한 침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엄혹한 나치즘의 시대를 살았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노래한적이 있다. "나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세상에 널린 끔찍한 짓에 대한 침묵이므로 거의 죄악이라면/그 시대는 어떠한 시대인가." (「후손들에게」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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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논어』에서 공자孔子(기원전 551~479)는 말하거나 혹은 침묵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나아가 명시적으로 자신은 특정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자함을 표명한다. "나는 말하지 않고자 한다."(子欲無言, 『논어』 ‘양화陽貨 편)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논어』 텍스트 전체는 발화한 것, 침묵한 것, 침묵하겠다고 발화한 것, 이 세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를 염두에 두고, 독해자는 의도된 침묵마저 읽어낼 자세를 가지고 『논어』를 탐사해 나가야 한다. - P29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고자 한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들은 무엇을 좇는단 말입니까?" 선생님께서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子日, 子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 子日,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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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스트라우스의 추종자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종종 침묵의 의미에 대해 주목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박해가 두려워서 침묵한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순간, 그 발화로 인해 이익이 침해당하는 사람,
자존심이 상하는 사람, 시샘을 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못남을 증명할 의무라도 있는 듯 그 발화자를 박해하려 든다. - P28

그리하여 발화자는 침묵한다. 그러나 끝내 침묵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비범한 사상가라면발화가 아닌 침묵의 방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안다. 자신의 말뜻을 이해해줄 사람을 기다리며, 관점을 이동시킬 수 있는 예민한 독해자만 알아보도록, 자신의 진의를 텍스트 어딘가에 침묵의 형태로, 혹은 모호한 표현의형태로 매설해 놓는 것이다. 후대의 누군가 그 텍스트 위를 지나가며 전두엽이 폭발할 수 있도록. - P29

레오 스트라우스의 추종자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종종 침묵의 의미에 대해 주목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박해가 두려워서 침묵한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순간, 그 발화로 인해 이익이 침해당하는 사람, 자존심이 상하는 사람, 시샘을 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못남을 증명할 의무라도 있는 듯 그 발화자를 박해하려 든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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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friend is your needs answered.
He is your field which you sow with love and reap with thanksgiving.
그대들의 친구는그대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입니다.
친구는 사랑으로 씨를 뿌리고 감사함으로 거두어들이는 그대들의 밭입니다. - P187

Love gives naught but itself and takes naught but from itself.
Love possesses not nor would it be possessed;For love is sufficient unto love.
사랑은 그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지 않고 또 누군가의 소유가 되지도 않습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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