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계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에피칵은 팻과 내가 편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난 뒤 그렇게 적어 놓았다. "팻이 저를 사랑할 수 있도록 저도 원형질로 만들어져서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숙명이 저를 기계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풀 수 없는 유일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제가 풀고 싶은 유일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 나갈 수가 없습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의 친구여, 행운을 빕니다. 우리의 팻에게 잘해 주십시오. 저는 제 스스로 저의 회로에 전기 합선을 일으켜 당신의 삶에서 영원히 벗어나려 합니다. 이 테이프의 나머지 부분은 당신의 친구인 저 에피칵이 당신에게 주는 소소한 결혼 선물입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88
나는 사랑의 승자였고 에피칵은 사랑의 패자였지만 그는 내게 적의를 품지 않았다. 나는 언제까지나 그를 정정당당한 친구이자 신사로 기억할 것이다. 눈물 골짜기인 이승을 떠나면서 그는 우리의 결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에피칵은 내게 결혼기념일에 팻에게 바칠 시들을 선물했다. 앞으로 5백 년 동안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시였다. 디 모투이스 닐 니시 보넘(De mortuis nil nisi bonum)-죽은 자에 대해서는 좋은 점만 말하라.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89
그는 독일에서 자신의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치에게 끌려가 살해당하는 바람에 결국 열 살 나이에 혼자만 살아남게 되어 네히트만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조금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와 그의 아내 애브천은 가시철조망 뒤에서 자랐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91
공중전화 부스가 다섯 개 더 있었는데 모두 빈 상태로 이 세상 어디로든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활짝 열려 있었다. 하인츠는 숨을 헐떡이며 그 부스 가운데 하나에 허둥지둥 뛰어들어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가 전화를 걸 사람이, 그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97
그리하여 이제 대기실에 혼자 남게 된 그 사내는 드라이클리닝 공장의 다리미 직공인 하인츠 네히트만이었다. 몸집이 작은 그는 손목이 얇고 척추가 안 좋아 등이 약간 구부정해서 늘 피곤에 찌든 사람처럼 보였다. 얼굴은 길고 코가 크고 입술은 얇았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한없이 겸손한 인상 덕분에 아름다워 보였다. 커다란 갈색 눈은 움푹 들어가고 속눈썹이 길었다. 그는 겨우 스물두 살이었지만 외모도 분위기도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그는 독일에서 자신의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치에게 끌려가 살해당하는 바람에 결국 열 살 나이에 혼자만 살아남게 되어 네히트만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조금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와 그의 아내 애브천은 가시철조망 뒤에서 자랐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92
"루, 여보, 난 당신을 실패자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실패자가 아니란 건 하늘이 알아요. 할아버님이나 그분 세대의 나머지 어른들이 떠나서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이어받게 하게끔 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은 어떤 중요한 존재가 되거나 어떤 특별한 것을 가질 기회를 얻지 못한 것뿐인걸요."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08
때로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 동안 머물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대신에 그런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시계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그냥 갑자기 죽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해요.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08
"가끔 난 세상에 질병이 두어 개쯤은 남겨져서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하고 바라요. 내가 그 질병에 걸려서 잠시 자리에 누울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09
"스-키-넥-터-디." 왕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됐어." 그의 표정이 놀랍도록 달라져 있었다. 그의 얼굴 근육이 풀린 것 같았다. 매섭고 심술궂은 표정이 있던 곳 속에서 다정하고 평온한 표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꼭 시험용 슈퍼 앤티제라손이 이미 도착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텔레비전에 뭔가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그는 가까스로 입을 일자로 꽉 다무는 대신 이제는 마음 편히 씨익 웃었다. 인생은 즐거웠다. 그는 다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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