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작고 따뜻한 가게에서 느지막이 커피를 마시며 추위 속에서 서둘러 걸어가는 행인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마차를 잡아서 미술관으로 갔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천장이 높은 전시관들을 돌아다녔다. 그림에 반사된 빛이 풍요롭고 은은했다. 그 조용함, 그 따스함, 오래된 그림들과 조각상들 덕분에 시간을 초월한 듯한 그 분위기 속에서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과 나란히 걷고 있는 섬세한 키다리 아가씨를 향해 사랑이 마구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른 조용한 열정은 따스했으며, 관능적이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았다. 사방에 걸린 그림에서 솟아나온 색깔들과 같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02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가 애정을 담아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몸을 만지면, 그녀는 그를 외면하고 내면으로 숨어 들어가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전보다 한층 더 힘들게 새로운 한계까지 자신을 혹사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침대를 쓰는 것만은 고집스럽게 그만두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그녀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그에게 닿을 때가 있었다. 또한 결혼생활에 대한 스토너의 깨달음과 결의가 사랑 앞에서 무너져 내려 그가 그녀를 향해 움직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 그녀가 깊은 잠에 빠져 있지 않으면, 긴장해서 몸을 뻣뻣하게 굳힌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베개에 묻고서 자신을 범하는 그의 몸짓을 견뎌냈다. 그럴 때 스토너는 최대한 빨리 사랑의 행위를 하면서 이렇게 서두르는 자신을 증오하고, 그녀에 대한 열정을 후회했다. 그녀가 잠기운 때문에 반쯤 무감각해져 있을 때도 가끔 있었다. 그럴 때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졸린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녀가 항의를 하는 건지 놀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이런 드문 순간들을 고대하게 되었다. 그녀가 잠에 취해 그의 행동을 묵인할 때에는 마치 그녀가 자신에게 모종의 반응을 하는 것처럼 자신을 속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11

그들은 각자 맥주를 한 잔씩 마시며 핀치의 술 빚는 솜씨를 칭찬했다. 술맛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쌉쌀하고 가벼우며 색깔도 좋았다. 심지어 이디스도 한 잔을 다 마시고 또 한 잔을 받았다.
다들 조금 술에 취해서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감상에 잠겨 웃어댔다. 서로가 색다르게 보였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15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바스락거리는 인동덩굴의 섬세한 이파리들에 섞여 따스한 공기 속에서 흔들리는 층층나무의 달콤한 냄새가 사방에 짙게 깔려 있었다. 흐릿한 글자들을 집중해서 읽느라 눈이 따가웠고, 머릿속에는 방금 읽은 내용이 묵직하게 들어 있었다. 손가락은 낡은 가죽표지와 양장본과 종이의 느낌을 여전히 간직한 채 얼얼하게 감각이 마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걷고 있는 주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아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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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유머와 풍자의 대가인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반전(反戰) 작가인 커트 보니것은 1922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나 1944년 독일군 포로가 되는 바람에 드레스덴에 수용되어 드레스덴 폭격 당시의 참상을 직접 체험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30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그는 작가로서는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지만 개인으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직전 우울증으로 인한 어머니의 자살, 참혹한 전쟁 포로 생활과 이로 인해 찾아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누나가 암으로 죽은 바로 뒷날 매형이 열차 사고로 죽는 연이은 비극, 이혼과 아들의 정신 질환 등 불우한 개인사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나머지 1984년 한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담배를 피우다 죽는 것이 평생의 바람’이라거나 ‘흡연은 확실하고 명예로운 자살 행위’라고 블랙 유머의 대가답게 냉소적으로 말하곤 했던 그는 2006년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 열두 살인가 열네 살부터 ‘팰맬’ 담배를 매일 같이 피워 왔고 팰맬 담배 패키지에는 분명 담배를 피우다 보면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약속해 놓았지만 자신이 83세가 된 지금까지도 멀쩡히 살아 있다면서 허위 광고를 한 죄로 담배회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7년 담배와는 상관없이 자택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몇 주 뒤 8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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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 P9

삶이 쉽지 않은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좋은 모레, 매일매일 행복한 나. 제멋대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망에 홀리는 것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죄를 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결락되어 있는 인간은 무력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삶을 사랑한 나머지 지나치게 행복을 꿈꾸어도 죄를 짓게 되고, 아예 꿈을 꾸지 않아도 무력해진다. 자기 아닌 것을 너무 갈망하다 보면 자기가 소진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자신이 왜소해 진다. 그래서 인간은 가끔은 탁월한 무언가가 되고 싶기도 하다가 또 어떨 땐 정녕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기도 하다. - P11

삶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데 있다.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는 의식주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사회에서 책임 있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한 한 무임승차자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 낸다는 뜻이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 혹은 타인과 더불어 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다. 즉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그러나 타인과 함께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에세이스트 스가 아쓰코는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없었기에 벌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 P12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 P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중 - P25

모두가 소풍을 원했지만 아무도 갈수 없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상대를 설득할만한 의견을 내야 하고, 상대는 그 의견에 동의해 주어야 하고, 그렇게 모인 총의(總意)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꼭 가야겠거든, 소풍에 대한 결정을 타자에게 위임하기라도해야 한다. 그저 자기 선호를 메마르게 뱉어놓는 행위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님‘이 보시기에 네 의견은 거슬린다는 태도만 유지해서는 결코 자연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나만 망가질 수없으니 너도 망가져봐라‘라는 시대정신을 가지고는 결코 자연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자연 상태를 벗어난 상태, 즉 ‘정치적’ 사회는 그냥 선물로 주어지지 않는다. - P36

귀찮음에 주목해보라. 그러면 많은 인간사가 설명되는 것 같다. 더러운 사람이 있다. 아, 씻기 귀찮았구나. 갑자기 수척한 사람이 있다. 아, 먹기 귀찮았구나. 착한 사람이 있다. 아, 남을 괴롭히기 귀찮았구나, 너그러운 사람이 있다. 아, 화내기 귀찮았구나. 정숙한 사람이 있다. 아, 연애하기 귀찮았구나. 변온 동물이 있다. 아, 체온 조절하기 귀찮았구나. 버스 종점에서 내린다. 아, 중간에 내리기 귀찮았구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아, 피임하기 귀찮았구나. 자살률이 줄어든다. 아, 죽기 귀찮았구나. - P40

이 모든 과정에서 권력이 동원된다.
즉 욕망과 목표가 있으면 권력은 존재하게 되어 있다. - P52

권력을 싫어하거나 좋아하기 이전에 권력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이 세상이 현상대로 유지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권력이 필요하다. 현상의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권력이 필요하다. - P53

권력을 냉소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 권력이라는 엄청난 상대를 두고 차갑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어떤 권력을 발휘한 결과다. 권력이 진짜 없는 사람은 권력에 대해 냉소하기도 어렵다. 권력이 없다는 것은 당장 어떤 것을 도모하기도 어려운 힘겨운 상태라는 말인데, 어떻게 권력을 냉소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이들은 최저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도 힘겹기 때문에 권력을 냉소하기보다는 권력을 갈망하기 쉽다. 일정한 권력이 있으면서 권력에 대해 냉소를 퍼붓는 일은 자신을 애써 약자로 위치시키는 행위에 가깝다. - P56

예술은 ‘완벽‘이라는 말을 재정의함으로써 국가를 구제한다.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은 국가의 열망, 관리 욕망, 관리로부터 벗어나려는 고양이의 본능, 탈주하려는 예술적 충동을 차곡차곡 그려 넣은 뒤, 마침내 ‘완벽‘이라는 말을 재정의한다.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의 마지막 페이지. 난장판이 된 수박밭을 보며 앙통은 말한다. "수박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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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학급 환경에서는 어린이들이 교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한다. 이 내재적 갈등 구조, 즉 한 어린이의 성공이 다른 학생들에게 위협이 되는 구조가 해로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데, 인종통합 학교 정책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이미 몇 년째 그 학교를 다니고 있던 많은 백인 어린이는 다른 인종 어린이들을 침입자, 심지어는 열등한 침입자로 여겼다. 따라서 다른 인종 어린이들이 백인 아이들의 적대감에 위협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17

에런슨이 개발한 이 학습법을 ‘직소모형jigsaw method’이라고 하는데, 한 모둠 내 각각의 구성원에게 정보 일부를 전달하고, 서로 협력하여 조각을 맞추는 방식으로 정보를 완성하는 상호의존적 수업 방법이다.1 일주일에 단 몇 시간만 이 모형을 적용해 수업했을 뿐인데 겨우 6주가 지났을 무렵 엄청난 효과가 나타났다. 에런슨은 어린이들이 모두 인종에 상관없이 자신의 모둠원을 같은 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자존감도 더 높아졌다. 직소모형 학습법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상황에도 더 쉽게 공감했다. 아이들이 친구가 되고 나자, 더 표준화된 경쟁적 수업법을 다시 도입하는 것도 안전해졌다. 다른 인종의 어린이들은 모든 점에서 더 크게 개선되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19

협력은 우리 종의 생존에 핵심이다. 우리의 진화적 적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적자’라는 개념이 ‘신체적 적자’와 동의어가 되었다. 이 논리를 야생에 대입하면, 덩치가 클수록 더 싸우려 들며 그럴수록 덤비려는 자가 적고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최상의 먹이를 독차지할 수 있고 가장 매력 있는 짝을 얻을 것이며 가장 많은 후손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150년 동안 이 잘못된 ‘적자’의 해석이 사회운동,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의 바탕이 되어왔으며, 정부 무용론의 근거로, 타 인구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또 그런 평가가 야기하는 결과의 참혹함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왔다. 하지만 다윈과 근대의 생물학자들에게 ‘적자생존’이란 아주 구체적인 어떤 것, 즉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개념이 아니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20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썼다. 다윈을 위시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20

협력은 아주 오래된 전략이다. 수백만 년 전 떠다니는 박테리아로 존재하던 미토콘드리아는 더 큰 단위의 세포 속으로 들어갔고, 미토콘드리아와 더 큰 세포가 힘을 합치자 동물의 몸에 힘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되었다.17 우리 몸의 미생물 군집은, 다른 기능도 많지만, 특히 우리 몸이 음식물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장내 물질을 생성하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게 해주는데, 이 협력관계는 미생물군과 우리 몸에 공히 이로운 결과물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22

이 책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물의 행동을 탐구하는데(특히 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또한 다정함의 이면, 즉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는 잔인해지는 능력에 관해서도 탐구할 것이다. 우리의 이 이중적 본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전 세계의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적·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22

네안데르탈인들은 꽥꽥거리는 동굴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들처럼 그들에게도 발화에 필요한 섬세한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FOXP2 유전자가 있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26

막강한 사냥 기량을 가졌음에도 중간 포식자 이상은 되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웬만한 포식자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신기술로 무장한 호모 사피엔스가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차지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28

하지만 후기 구석기시대로 분류하는 이 시기의 놀라운 점은 무기의 발명과 생활 조건이 향상되었다는 점뿐만이 아니었다.35 이 시기에는 우리 종 특유의 인지형식의 근거, 특히 사회적 관계망의 확장이라는 특성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30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31

친화력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 가축화징후*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 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33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 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7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35

여당이 정치적 계산하에 정부 예산을 특정 지역구에 투입하는 사업인 포크배럴pork barrel은 낡은 관행이 되었다. 쓸모없는 관행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포크배럴이 중대 법안을 관철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39

자기가축화 가설을 단순히 또 하나의 창조론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우리 종의 경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진정한 해법으로 고려해볼 강력한 도구다. 또 이것은 우리 종이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의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경고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40

손짓은 심리학에서 ‘마음이론Theory of Mind’3이라고 부르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43

세계를 각기 다르게 이해하는 두 개인의 생각에서도 동일한 행동이 나올 수 있는 법이다. 복잡한 인지능력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절약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Parsimony8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개연성 있는 더 간단한 가정들을 다 배제하기 전까지는 복잡한 가정을 추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실험이야말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53

자연이 일반적으로 수천 세대에 걸쳐 성취하는 것을 벨랴예프와 류드밀라는 인간의 한 생애 안에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로 하나의 공식을 수립했다. 즉, 사람에게 친화적인 동물이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보일 때 가축화가 발생한다는 공식 말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76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를 읽어내는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 사람 아기가 가진 마음이론 능력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협력적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잘 읽어내는 개가 이 기술을 새끼에게 물려주는 데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91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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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918년 여름에 그는 죽음을 자주 생각했다. 매스터스의 죽음은 인정하기 싫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유럽에서 발생한 최초의 미군 사상자 명단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전에는 죽음을 문학적 사건 또는 불완전한 육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조용하게 마모되어 가는 과정으로만 생각했다. 전장에서 터져 나오는 폭력이나 파열된 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죽음이 존재하는 까닭, 그리고 그 차이가 지니는 의미가 궁금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친구 데이비드 매스터스의 살아 있는 가슴속에서 언뜻 보았던 씁쓸함이 자신의 마음속에서도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9

이렇게 해서 스토너는 처음 시작한 곳에서 다시 출발하게 되었다. 키가 크고, 깡마르고, 구부정한 소년의 모습으로 자신을 지금의 이 길로 이끌어준 강의에 귀를 기울이던 바로 그 강의실에서 키가 크고, 깡마르고, 구부정한 남자의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예전에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흘깃 바라보며, 매번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곤 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63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문을 열더니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문간으로 훅 들어와서 스토너의 뜨거운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몇 번 눈을 깜박였다. 색이 연한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거의 대담해 보일 정도였다.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오셔도 돼요." 미소는 짓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1

이디스는 그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키가 크고, 더 약해 보였다. 얼굴은 갸름했고, 입술은 계속 꼭 다물린 채 다소 강해 보이는 이를 감추고 있었다. 투명해 보이는 피부는 아주 작은 일에도 잘 달아오를 것 같았다. 붉은 기운이 있는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굵게 땋아서 머리 위에 여러 층으로 틀어 올렸다. 하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그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녀의 눈이었다. 몹시 커다란 그 눈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연한 파란색이었다. 그 눈을 보면 그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로 끌려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4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자신과 그녀가 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그런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는 또한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확신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78

그 내면의 사적인 공간으로 지금 윌리엄 스토너가 침범해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의 내면에 있는 줄도 몰랐던 어떤 것, 아마도 본능 같은 것이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불러 세운 뒤, 필사적으로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전에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고, 그 뒤로도 다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81

그날 밤 손님방에서 윌리엄 스토너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을 빤히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왠지 낯설고 이상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자신이 하려는 일이 현명한 행동인지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이디스를 생각하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갑작스러운 불안감과 회의를 느끼는 것은 모든 남자가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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