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좋게 말하면 냉소주의였고, 정확하게 말하면 비겁했다. 불의를 질끈 잘 참는다. 타인들이 원하는 연기를 잠시 해주면 내 자유가 더 확보된다는 걸 일찍 영악하게 깨우친 거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
게다가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인간의 성격조차 타고난 요소, 즉 유전자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말해준다. 그 바탕 위에 인간관계, 일, 독서 등을 통해 쌓아온 직간접 경험들이 결국 ‘나’라는 고유한 개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1
나와 아무 상관없는데도 지하주차장에서 일하며 힘겹게 공부하는 젊은이가 부잣집 사모님 앞에 잘못 없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이는 꼴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 앞이 아득해진다. 한남대교를 지날 때마다 십 년 넘도록 마주치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현수막은 여전히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그 현수막을 아이 아빠가 16년째 새것으로 바꿔 걸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
그리고 나뿐 아니라 모두가 경험한 순간이 있다. 눈앞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시퍼런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순간. 몸이 떨리고 무섭고 무력하고 울음조차 안 나오는 시간들을 경험하며 조금씩 깨달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평온한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깨져버리는 유리 같은 것인지. 우리 하나하나는 얼마나 무력한지.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고 사회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나와 아무 상관없어도 타인들이 고통을 당하는 옆에서 나 혼자 행복한 일상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죄스럽고 마음 무거운 일인지.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
솔직히 내가 쓰는 글의 출발점에는 ‘나같이 이기적이고 무심한 사람조차 자꾸 접하다보니 결국은 깨닫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더라. 하물며 나보다 훨씬 따뜻한 가슴을 가진 많은 분이 이런 일들을 보고 듣는다면 어떻겠나. 내가 겪은 것들을 알려드리기라도 하고 싶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
독자님들은 이제부터 어쩌면 낡은 일기장을 꺼내 읽어볼 때처럼 거칠고 두서없는 느낌이나 생각들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사회에 나와 지금까지 겪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누구나 자기 몫의 아픔은 안고 살고 있더라는 거다. 굳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나 자신의 몫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직업병 때문일까. 어떤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고통만큼은 평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도 권력자도 스타도 화려한 겉껍질 속에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가득했다. 건강 때문에 가족 때문에 자식 때문에 때로는 자기 자신 때문에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물며 돈도 권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 흔하디흔해 보이는, 건강하게 자라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 아이를 갖고 키우며 사는 일들이 실은 얼마나 전쟁같이 힘든 일인지……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라고 격려해주면서도, 끝에는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라며 알아주는 마음. 우리 서로에게 이것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
나는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가능한 한 남에게 폐나 끼치지 말자. 그런 한도 내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며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인생을 즐기되, 이왕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에게도 좀 잘해주자. 큰 희생까지는 못하겠고 여력이 있다면 말이다. 굳이 남에게 못되게 굴 필요 있나. 고정되고 획일적인 것보다 변화와 다양성이 좋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선호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다양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가고 싶은 것이 최대의 야심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
인간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니 과잉 기대도 말고 과장된 절망도 치우고 서로 그나마 예쁜 구석 찾아가며 참고 살자 싶다. 큰 기대 않고 보면 예쁜 구석도 꽤 있다. 이건 결국 자기변명이다. 그래야 남들이 나도 참아줄 테니. 어차피 사람들을 피해 혼자 살 것도 아니면서 인간의 본질적 한계, 이기심, 위선, 추악함 운운하며 바뀌지도 않을 것들에 대해 하나마나한 소리 하지 말고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존재답게 최소한의 공존의 지혜를 찾아가자. 그게 각자의 행복 극대화에도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쓰고 보니 난 여전히 소년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정 많은 휴머니스트보다는 도구적으로 최소한의 도덕을 찾는 현실주의자다. 그게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소수보다 ‘찌질한’ 다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에 그 다수의 하나로서 간증하는 거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
‘세상과 전면적인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다’가 내 초기 상태다. 사춘기 소년이 아니니까 ‘세상과 일체의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아니다. 그건 불가능한 망상이다. 다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다. 내 공간을 침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 내 본능이고 솔직한 욕망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0
나이를 먹으며 조금 나아지는 것이 있다면 관성의 법칙으로 멈춰 있을 때 조바심 내지 않고 몸을 맡겨두는 여유가 생겼다는 거다. 몸도 머리도 비워서 가볍게 놔두면 또 움직일 동력도 생기기 마련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0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집단이라는 리바이어던은 바다괴물로 돌아가 개인을 삼킨다. 집단 내에서의 서열, 타인과의 비교가 행복의 기준인 사회에서는 개인은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예가 되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사다리 위로 한 칸이라도 더 올라가려고 아등바등 매달려 있다가 때가 되면 무덤으로 떨어질 뿐이다. 행복의 주어가 잘못 쓰여 있는 사회의 비극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2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중고등학교 때 지루하게 배우던 로크, 밀, 몽테스키외, 루소 등의 이름과 함께 나오는, 지금의 서구식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다는 그 개인주의 말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3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4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6
자기 이익을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하고 타협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합리성이다. 이와 동전의 양면처럼,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는 개인의 이익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도록 ‘반대 인센티브(불이익)’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 사회의 합리성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6
반면 합리적 개인주의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 사회적 연대와 공존한다.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톨레랑스, 즉 차이에 대한 용인, 소수자 보호, 다양성의 존중은 보다 많은 개인들이 주눅들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36
서교수에 따르면, 행복감이란 결국 뇌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뇌가 특정한 종류의 경험들에 대해 기쁨, 즐거움, 설렘 등의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실증적 연구 결과, 인간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자주 느끼는 원천은 바로 인간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많은 쾌감을 느끼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이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0
서교수가 이야기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행복의 메커니즘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이다. 이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옛말의 지혜와 같은 이야기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0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6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지인들과의 소모임, 젊은 판사들과의 독서 모임, 수준은 극히 낮지만 연습하는 과정이 즐거운 법원 합창단 등의 소소한 모임이 즐겁다. 책 읽기를 좋아하다보니 조금씩 글도 쓰게 되었고 운좋게 책도 내게 되고 신문에 칼럼도 쓰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출판문화계 사람들, 작가들, 언론인들을 알게 되고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한마디씩 던지는 반응을 읽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법조계와는 상관없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긴 것이다. 내가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 고령화사회에서 새로운 행복의 원천이 생긴 거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8
일본사회에 매이지 않은 채 로마에 일 년, 크레타 섬에 일 년, 세계를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자유롭게 떠돌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과 소소하고 유치한 수필을 끝도 없이 써대던 예전의 하루키다. 뭐, 그 와중에 돈도 잘 벌었으니 더욱 부러울 뿐이고…… 그렇다고 내가 이제 와서 이런저런 잡문을 써댄다고 하여 하루키 같은 작가가 될 가능성이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상관없다. 팔리든 말든 내 나름대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하는 소소한 일상 자체가 내게 즐거움을 준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9
나는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을 채워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에는 주저 없이 자기 힘닿는 범위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고 싶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0
어차피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라면, 개인의 행복이 골방 속에서 누리는 자유에 그치지 않게 사회와 함께하는 행복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1
책, 글쓰기, 여행, 인간관계. 모두 내게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과분한 행운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2
나는 전두환 총통 각하 덕에, 과외와 사교육 없이 변별력 있는 전국 단위 시험 한 방으로 승부 내는 그분 스타일의 단순 무식 명쾌한 입시제도의 혜택을 듬뿍 받은 세대의 한 사람이다. 그 은혜를 입은 나로서는 그분의 전 재산 상당액(29만 원)을 무이자로 그분에게 빌려드릴 용의가 있을 정도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1
교과서 및 자습서, 『성문종합영어』 『수학의 정석』 등 입시를 위해 봐야 할 필수 텍스트도 거의 표준화돼 있던 시절. 강북에서 혼자 알아서 공부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고사를 잘 친 것이 아니라 ‘그래서’ 잘 친 거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1
수험생의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다. 난 그럴 시간에 국사 교과서에 실린 자료사진 아래의 깨알 같은 글씨를 외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입장을 바꿔 교과서 중심이라는 제약하에서 변별력 있게 출제해야 하는 출제위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유심히 보지 않는 교과서 구석의 시시콜콜한 곳에서 문제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1
어찌 흘러흘러 가다보니 나 또한 뒤늦게 나이 먹어서 법관 해외연수 덕에 팔자에 없는 하버드 로스쿨을 일 년짜리로나마 다녀오게 되었고, 체계적인 법리 실력은 없이 구체적 분쟁 해결에만 관심 많은 야전형 판사로 일하고 있다. 이런 쓸데없는 글이나 쓰며 말이다. 뭐,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5
한 왕조가 건설되어 발전하는 시기와 쇠락하여 망해가는 시기의 특징이 몇 천 년에 걸쳐 놀라울 만큼 비슷하게 반복된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6
공부 하나 달랑 잘해서 먹고살고 있는 불균형한 인성의 나는 그 우아하고 세련된 분들 사이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서민계층 자제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공부 하나밖에 없다. 도서관 덕분에 돈 안 드는 독서가 가장 큰 취미요 특기일 수밖에 없다. 서민계층 자제들에게 가장 유리한 시스템은 사교육 없는 공교육이다. 교과서와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참고서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확실히 좋은 점수를 받는 아주 단순한 제도다. 이건 상류층 내지 중산층 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시골 깡촌이나 달동네에서 우연히 돌연변이로 달랑 공부 하나 잘하게 태어난 ‘불균형한 인성의 공부 기계’가 자기 아이의 자리를 빼앗아갈지 모르니 말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9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사회는 역사가 증명하듯 근본적 기반이 흔들린다. 모든 곳에 희망이 있어야 사회가 유지된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5
현재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에 관한 원칙인 존 롤스의 『정의론』은 사회의 최소 수혜자를 배려하기 위한 불평등은 정의에 부합한다고 하여 실질적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6
하지만 뭔가를 할 용기도 없었고, 당시 대학가를 지배하던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는 것도 체질적으로 어려웠다. 역사의 필연이 어떻고 민족이 어떻고 계급이 어떻고 하는데 나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가장 중요한 인간이다. 아무리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심하다지만 거창한 이념을 다 떠나서 나 자신은 한국에서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것 같고, 미국에서도 잘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북한, 소련, 중국 같은 전체주의사회에 사는 것은 상상만도 끔찍했다. 자기 자신이 살고 싶지 않은 체제를 남들에게 권하는 건 죄악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2
자본주의의 허위의식에서 깨어나 사회주의적 인간형으로 거듭나면 된다는 식인데 이건 종교일 뿐이다. 개미 연구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평이 정확하다. "이론은 훌륭한데 종種이 틀렸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2
결국 나는 마음속으로 무거운 부채의식은 있지만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책만 엄청나게 읽어대고, 영화제 다니고, 연애하고, 나이트 록카페 다니는 날라리 학생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3
젊은이의 마음은 심히 비장했으나 몸은 비루했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처음 겪은 지랄탄 몇 방에 이미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멘붕.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만 다니다 겨우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에게 질질 짜면서 이렇게 시민들이 가만 계시면 안 된다고 호소 비슷한 것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옆에 후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투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생긴 대로 살아야지.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4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전근대성, 근대성, 탈근대성이 공존하던 1930년대 독일사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특징이 같은 시대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6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4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진심으로 친구의 비만을 걱정해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옳은 충고도 ‘싸가지 없이’ 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심이 담긴 필요한 말이라고 해도 배려심 없이 내뱉으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4
경영자야말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 그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는 조직 내 관료주의의 벽을 부수는 능력. 그리고 더 중요한 능력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는 능력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1
이런 능력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 부모 잘 만나 경영자의 막중한 책임을 물려받고, 학벌과 연줄로 자리를 차지한 중간관리자들은 일생 파벌 다툼이나 하며 진입장벽을 쌓고, 장그래 같은 젊은 인재들을 소모품으로만 쓰고 버리는 기업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물론 ‘미국식 능력주의meritocracy’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고, 거기서 소외되는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할 거면 우선 제대로 된 자본주의부터 하면서 그다음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능력들이 각기 다른 기준을 통해 정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자본주의 말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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