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백인이었는데 잔인한 요정인 계모가 아름다운 내 모습을 질투해서 나를 검정 곱슬머리에 두 발은 마당만 하고 이와 이 사이가 넘버- 연필이 들어갈 만큼 벌어진 몸집 큰 검둥이 계집애로 만들어버렸다.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061259 - P11

남부의 흑인 여자아이에게 성장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추방당한 느낌을 의식한다는 것은 목구멍을 위협하는 면도날에 슬어 있는 녹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모욕이다.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061259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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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터 팬처럼 어른이 되기 싫은 어린이, 늙기 싫은 늙은이다.12 우리는 혈기 어린 탈선을 하며 생물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젊은이들은 20세부터 동거를 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들은 가벼운 연애를 즐긴다. 나이를 먹는다고 철이 들지는 않는다. 늦바람이 죽을 때까지 갈 수도 있다. 중년 이후의 주책맞은 애정행각이 우습거나 추접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서히 무덤이나 소독약 냄새 나는 병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관습에 도전하는 것보다 짜릿한 게 있을까?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8

나이에서 황폐한 장식을 벗겨내고 노년을 유머와 멋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한계는 밀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생은 어떤 단계에서든 불가역성에 반발할 수 있다. 심연으로 가라앉기 전까지는, 언제라도 그럴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9

나이는 예고 없이 우리를 덮치고, 우리가 아닌 또 다른 자아가 우리에게서 태어나게 한다. 게오르크 헤겔은 그런 게 운명이라고 했다. 타자의 모습을 한 나 자신 말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51

한편, 프랑스대혁명이 낳은 문제아인 낭만주의는 개인적 창조의 결실, 독창성을 높이 샀다. 시인, 음악가, 화가, 극작가는 관습을 뒤엎고 화석화된 전통을 부수고 굉음과 위반을 통해서 창조해야 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56

그렇지만 습관은 찬양해야 한다. 습관은 우리의 행위에 입히는 옷, 우리를 구조화하는 집, 우리 일상의 정신적 소재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 된 기질로서 심리적 낭비를 크게 막아준다. 우리는 늘 습관의 피조물일 수밖에 없다. 신념보다 더 뿌리 뽑기 힘든 게 습관이다. 전위파들은 규칙성은 죽음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규칙성이 운명의 존재론적 기반이요, 생존의 조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규칙성을 폐기하고 예측 불가능성과 영원한 창의성을 떠받들면 끔찍한 진부함은 없을지 모르겠으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58

루틴은 역사 없는 존재들이 우발적으로 빚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로 세우는 뼈대다. 이 자동적 행위들의 집합이 우리를 구성하는 동시에 억압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59

운명이 빈약할수록 픽션은 건실해진다. 픽션이 한없이 작은 것을 파고들 때, 보일 듯 말 듯한 뉘앙스를 잡아낼 때,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비극의 반열에 올려놓을 때는 실로 그렇다. 성장이란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썰물의 나날에도 미세한 격랑은 일어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서사 구조는 있다. 그게 바로 소설적인 것이다. 픽션은 이야기라는 복된 짐을 진 욕망에서 나온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1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연속성이 새로움을 이긴다. 삶의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이미 있는 좋은 것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1

우리는 줄거리를 알면서도 같은 기대, 같은 전율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런 것이 안심되는 반복의 위안이다. 좋아했던 목소리, 늘 선호하는 장르의 영화와 음악, 익숙한 얼굴, 모국어의 울림은 위안을 준다. 향마다 고유한 화학식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우리에게 가장 잘 맞기 때문에 더는 바꾸고 싶지 않은 공식을 찾아낸다. 우리는 여전히 왁자지껄한 법석에도 마음이 끌리지만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 여전히 바라도 되는 것, 욕심내서는 안 될 것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잘 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3

우리 삶은 소설이 아니요, 늘 그날이 그날 같다.
뭐 새로운 것 없나?
별일 없이 사는 거지, 뭐.
그런데 인간은 일화 형식의 일상을 소재 삼아,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살아간다.
평범함의 과제는 폭풍 같지 않은 폭풍의 일상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시시해 보이는 폭풍이 계속 이어지면
가장 강인한 마음도 무너뜨릴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4

하루하루가 완전한 인간 극장이다. 하루는 삶을 잘라내 보여주는 상징체계다. 눈부신 새벽, 의기양양한 정오, 수고로운 오후, 차분한 황혼을 보라.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일상의 죽음에서 벗어나는 작은 부활이다. 아침마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밤이 앗아간 기운을 돌려받는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은 여전히 우리 삶의 리듬을 구획 짓는다. 날씨가 화창하고 흐리고에 따라서 기분이 널뛰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대우주와 우리 인간이라는 소우주는 연결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5

신체를 전체적으로 감싸는 날씨는 부분적으로 우리의 기쁨과 번민을 좌우한다. 빛은 우리를 경쾌한 기운으로 채우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개인적 징벌처럼 우리를 짓누른다. 해는 매일 아침 선물을 한아름 안고 떠오른다.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찍으면 세상에 첫걸음을 떼는 기분이 든다. 눈을 감고 잠들면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새벽이 눈부신 빛으로 솟아오르려면 어둠이 필요하다. 힘든 날들은 지나간다. 우리는 1년에 365번이나 그런 날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5

잠은 이런 면에서 망각과 소생의 놀라운 상징이다. 잠은 우리에게 다시 태어난 느낌을 준다. 푹 쉬고 난 뒤 세상을 바라볼 때 드는 그런 기분은 착각이지만 좋은 자극이다. 허물을 벗는 뱀처럼, 옛 모습을 버리고 어둠에서 빠져나와 모든 일이 다시 가능하리라 느끼는 것은 기적이다. 밤의 피조물들은 흩어지고 허깨비로 돌아간다. 떠오르는 새벽의 은근한 취기, 새들의 지저귐에 우리는 얼떨떨하다. 어제의 낡은 나를 벗고 새로운 나를 만든다. 아침의 아름다움이란 그런 것, 세상과 다시 맺은 결합의 아름다움이다. 이 아름다움이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여권이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샤워를 하고, 커피나 차를 마시는 이 단순한 몸짓들이 사물과 내밀한 연대를 맺고 우리를 다시 세상으로 내보낸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6

프랑스 낭만파 작가 스탈 부인은 책과 사상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지만 죽기 전 몇 주 동안 계속 잠을 자지 못하자 이렇게 신음했다. "잠이 없는 삶은 너무 길다. 24시간을 때우기는 너무 지루하다."5 그러므로 단 하루가 매일매일이고 새벽부터 석양까지 단 하루가 한평생이다. 니체는 우리가 영웅처럼 매일 저녁 황혼에 죽고 이튿날 다시 나타난다고 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6

위대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동프로이센제국의 발트해 연안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메트로놈처럼 정확한 일과에 맞춰 살았다. 그는 늘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며, 매일 같은 길로 산책했다. 그가 산책을 빼먹은 일은 평생 딱 두 번뿐이었는데, 한 번은 1762년에 루소의 《에밀》을 정신없이 읽느라 그랬고, 다른 한 번은 1789년에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때였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7

질서와 기강은 스쳐 지나는 시간의 괴로움에서 우리를 구해주고, 권태마저도 안전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일과에 복종함으로써 내적 시간의 흐름을 죽이다니, 기막힌 역설 아닌가. 시간을 죽이고 싶거든 일분일초도 어김없이 일과표대로 살아가라.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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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주어진 조건 너머를 넘보는 자들은 벌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우리를 다른 고도로 데려가고 기발한 상상의 장소로 끌고 가는 이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삶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행위와 계획을 시적이고 서사적으로 치장한다. 역마살과 소설 같은 공상, 청소년기부터 앓던 이 두 가지 병은 평생을 간다. 우리는 끝까지 우리 인생에 소설처럼 일관된 흐름이 있기를 바란다. "정신은 필요한 것을 획득할 때보다 필요 이상의 것을 획득할 때 한층 더 흥분한다. 인간은 욕구(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바람)의 창조물이 아니라 욕망(삶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것을 바람)의 창조물이다."(가스통 바슐라르)24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

1970년대에 시몬 드 보부아르는 50세 여성을 쓸데없이 여력은 있고 경제적으로는 자립하지 못한 모습으로 그렸다. 해야 할 일은 없고, 애들은 이미 다 키웠고, 할머니 역할은 아직 하고 싶지 않다. 기력과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권태의 사막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야 할 기약 없는 나날을 관조하며 속삭였다.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아.’"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1

서양에서 삶은 딱 한 번이다. 불교나 힌두교와는 달리, 만회할 수 있는 보충수업이 없다. 그 두 종교는 카르마karma라는 개념에 따라 시험적인 운명을 고안했다. 이번 생에서 우리는 전생의 과오를 갚는다. 그렇게 생을 거듭하면서 우리의 미약함을 정화하다가 열반에 이른다. 동양은 ‘생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고, 서양은 ‘생 안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동양에서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 구원이고, 서양에서는 동일한 시간 동안 여러 번 거듭나는 것이 구원이다. 그리스도교도는 영생을 걸고 단판 게임을 하고 힌두교도는 존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혼이 정화될 때까지 윤회라는 긴 게임을 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3

반쯤 기계인 존재, 사이보그라고 해야 할까. 50세가 넘으면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경, 보청기, 심장 박동 조절 장치, 판막, 임플란트, 다양한 종류의 전자칩을 달고 산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6

우리는 끊임없이 ‘약속’과 ‘예정’ 사이를, ‘활기’와 ‘엔트로피’ 사이를 오간다. 태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를 약속받는 것이다. 하지만 많이 뽑을수록 색이 흐려지는 복사물처럼, 우리 몸의 세포는 교체를 거듭할수록 회복 능력이 떨어져 우리는 결국 죽고 말 것이다. 약속이 예정보다 우세한 동안은 우리도 끄떡없다. 물론, 우리는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는 동안 그 선물은 권리로 변하고, 우리는 최대한 오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한다. "술을 마시고 술지게미까지 들이켜는 것이 진짜 술꾼이다.(…) 삶은 못 견딜 건 아니지만 잉여에 불과하다."11 세네카가 남긴 이 단상은 에밀 시오랑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존재의 피로가 어릴 때부터 우리를 덮칠 수 있다 해도, 마지막 한 바퀴까지 완주하는 자세에는 대단한 면이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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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ess is impossible without change; and those who cannot change their minds cannot change anything. —George Bernard Shaw - P15

The problem is that we live in a rapidly changing world, where we need to spend as much time rethinking as we do thinking. Rethinking is a skill set, but it’s also a mindset. We already have many of the mental tools we need. We just have to remember to get them out of the shed and remove the rust.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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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책하던 곳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네다섯 군데의 산책 코스, 언제나 같았던 소박한장소들. 생세르넹 숲, 베르리 공원, 위숑 근처의 길.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시간이 남으면, 너는 나를 그곳들로 데려간다. 너는 한숨을 쉬며 도착한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은 너는 지쳐 있다. 끝도 없이 피곤하고, 시간은 영원히 부족하다. 결혼, 아이들, 일로 인해 지친일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이 생을 가장 훌륭하게 보내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너는 이 진정한 사치를 거의 맛보지 못할 것이다. - P63

짧지 않았다. ‘단’ 5분뿐이었어도 전혀.
지슬렌, 산책은 완벽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웃으며 거기 있었으니까.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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