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트럼프가 사용한 미디어와의 기생적 동맹은 매우 유사하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을 통제하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언론(lying press)’이라는 개념을 시시때때로 차용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6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선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여성 혐오, 난민 혐오, 성소수자 혐오, 타 종교 혐오, 빨갱이 혐오 등의 혐오정치를 기반으로 극우 보수 정치인들과 공동 전선에 선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7

위협적 존재를 ‘공동의 적’으로 삼은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들은 히틀러에게 그리고 트럼프에게 지지를 모아준다.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 혐오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 혐오의 대상을 ‘공동의 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독교의 신과 성서를 소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8

인류의 역사에서 야욕에 찬 정치인들은 언제나 기독교를 이용한다. 그리고 비판적 성찰이 부재한 반지성주의에 빠진 기독교인들은 그러한 정치인들과 동맹을 맺은 기독교 지도자의 선동에 넘어가서 이용당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8

비판적 ‘물음 묻기’가 부재한 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이 될 때, 종교·정치 영역에서 비판적 사유를 작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판적 사유의 부재, 물음 묻기를 억누르는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의 사유 기능은 정지된다. 그들은 다만 ‘선동’될 뿐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

개인의 종교적·정치적 자유는 공동선(common good)을 해치거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최소한의 책임성이 수반될 때,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

교육·정치·종교·미디어 등 특정한 한 부문의 개혁은 사회 전체 개혁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결코 충분조건이 아니다. 각 영역이 총체적으로 변화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각각의 권력 확장과 이득의 극대화를 위해 뭉친 파괴적 삼각 동맹을 끊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동맹 관계가 지속될 때 종교는 마약이 되고 미신이 되며, 그 종교가 위치한 사회에 성숙한 민주정치와 미디어가 뿌리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개혁은 상호의존적’임을 기억하자.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은 진실과 사실의 추구이다. 아렌트의 발제는 거짓과 이미지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다. 소위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이 진실과 사실을 거짓으로 대체해 특정한 인물에 대중의 증오심을 부추기는 현상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가져온다. 아렌트는 "지속적인 거짓"에 의해서 "진실과 거짓의 차이가 부식되어 버린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거짓이 진실과 사실을 덮어버리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

뉴욕 타임스의 "거짓말과 이미지"라는 기고문에서 톰 워커는, 아렌트의 발제는 전체주의 사회의 정치에서 어떻게 ‘거짓말’이 진실과 사실을 대체하고 정치와 사회를 왜곡시키고 타락시키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

문제는 거짓과 증오에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진실과 사실을 거짓과 선동적 이미지로 대체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지식인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짓에 중독이 된다. 그 중독증은 추종자들에게도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

특정한 문제에 대한 거짓과 가짜뉴스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사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거짓과 허위보도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더욱 자극적으로 과장되어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확산된다. 거짓에 중독이 된 이들은 후에 사실과 진실이 밝혀져도, 특정한 인물이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오류를 결코 수정하지 않는다. 오류를 바로 잡을 경우 증오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후에 진실과 사실이 밝혀지면, 그 사실을 뒤틀면서 또 다른 거짓과 허위 정보의 릴레이를 이어간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

아렌트의 표현대로 하면 거짓과 가짜뉴스가 ‘삶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진실이나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고도의 인내심과 복합적인 접근이 요청된다. 반면 거짓말이나 가짜뉴스는 아무런 인내심을 작동시킬 필요도, 사유할 필요도 없다. 많은 사람이 사실과 진실보다 거짓과 가짜뉴스에 더 환호하는 이유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

여유시간이 있어도 거의 독서를 하지 않고 주로 TV만을 본다고 알려진 트럼프와, 아렌트에게 직접 편지까지 보내서 발제문을 읽고자 한 조 바이든의 ‘공부’에의 열정은 참으로 대조적이다. 정치인만이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읽기란 이 현실 세계를 읽어내고 이해하기 위한 정치적 책임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8

아렌트는 그의 발제를 다음과 같이 매듭짓는다.
"사실들이 되돌아왔을 때, 적어도 그 사실들을 환영합시다."
진실과 사실이 우리에게 되돌아왔을 때, 또 다른 선동적 이미지와 거짓의 세계로 도피하지 말고 그 진실과 사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면서 거짓의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를 위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서.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8

사유하기를 포기한 고립된 대중은 전체주의적 운동이 뿌리내리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고립된, 사유하지 않는 개인들이 폭도로 전이되면서 전체주의라는 절대 악의 덫으로 빠져들게 되는 배경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9

아렌트는 전체주의 사회의 특성에 대하여 이론화한다. 전체주의적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전체주의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지, 왜 전체주의적 구조가 등장하는지를 분석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0

《전체주의의 기원》은 제목에서 예상되는 것과는 달리 전체주의에 대한 역사적 거시 접근을 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적 움직임에 대하여 분석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0

진실과 사실이 아니라 오직 자기편의 주장만이 중요한 사람들이 다수로 자리 잡게 될 때, 한 사회는 표면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지만 내면적으로는 전체주의의 덫이 곳곳에 드리우게 된다. 개인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집단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1

아렌트에 따르면 전체주의적 운동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립감과 분노에 빠진 사람들의 존재다. 사유 부재의 고립감은 이 세계에 자신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뜨리고, 그 고립된 삶을 구원해줄 것 같은 정치적·종교적 서사에 의존하게 만든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1

고립되었던 개인들은 정치적·종교적 선동에 따라 집단행동을 하면서 비로소 소속감을 느끼며, 존재이유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진실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탈진실’과 의도적 거짓 정보의 혼돈세계에 발을 내디딤으로써, 내면적 전체주의 사회로 이양하게 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2

전체주의적 사유방식의 강한 특징은 강력한 혐오와 차별의 서사다. 이러한 혐오와 차별의 서사는 ‘우리(선)-그들(악)’이라는 대립적 이원론의 파괴성에 의해 작동된다. ‘우리’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모두 파괴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면서, 혐오와 독설의 서사를 서슴지 않고 표현한다. 이러한 내면적 전체주의 세계 속에 발을 디딘 이들은 선동가들에 의해 재현된 현실만을 맹신하게 되며, 결국 전체주의의 감옥에 자신을 집어넣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3

악을 ‘비판적 사유의 부재’라고 규정한 아렌트의 통찰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유의 부재를 통해 작동되는 의식 속에서 전체주의는, 혐오와 음모의 정치학을 확산시키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4

사유하기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넘어서서 한 개인을 사유 주체(thinking subject)로, 판단 주체(judging subject)로 그리고 행동 주체(acting subject)로 자리 잡게 한다. 또한 정치적·종교적 선동에 의해서 집단화돼 움직이는 전체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게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4

한국어로는 "아는 것은 힘이다"로 알려진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명제는 "지식은 권력이다(knowledge is power)"로 번역해야 보다 분명한 의미를 전한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베이컨의 명제를 "권력은 지식이다(power is knowledge)"로 뒤집는다. 권력의 중심과 지식의 중심은 분리불가하다는 푸코의 통찰은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 성찰에 중요한 통찰을 준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6

권력과 지식은 분리불가하며 권력의 중심과 지식의 중심은 일치한다고 본 푸코의 분석은, 베이컨의 모토가 짚어내지 못하는 깊이와 복합성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7

언론은 ‘다중적 보기 방식’으로 이 현실 세계의 현장들을 찾아내야 한다. 중심부만이 아니라 주변부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9

지속적인 비판적 성찰은 미디어 권력이 파괴적인 무기로 사용되는 위험을 방지해준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50

의학대학원, 신학대학원 그리고 법학대학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는 것이다. 의학은 육체적 생명, 신학은 정신적 생명, 법학은 사회정치적 생명을 다룬다. 인간은 누구나 이 세 차원의 생명보호가 필요하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이들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에서 훈련을 받고 최소한의 성숙한 의식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 되어 공부해야 한다.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최소한 이 세 가지 존재방식에서 보호를 필요로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52

정의는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사건에나’ 공평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어야 비로소 그 진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선택적 정의는 정의의 이름을 빌린 ‘불의’일 뿐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55

인류 역사의 변화는 주류에 매몰되지 않고 생명보호를 우선적 책무로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 가능했다. 이 소수들이야말로 보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한국을 만들기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이다. 그들과 연대하고 더 나아가서 그들과 같은 ‘소수’가 되는 연습을 하는 것, 이것이 암담한 한국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몸짓이리라.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57

"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열정적으로 궁금해할 뿐이다(I have no special talents. I am only passionately curious)."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58

배움이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하기를 배우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변화는 단순한 해답을 가져오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져 왔다. 좋은 질문은 보다 풍성한 사유의 세계로 초대하는 초대장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60

《아름다운 질문들의 책(The Book of Beautiful Questions)》 그리고 《더 아름다운 질문(A More Beautiful Question)》이라는 책을 출판한 저널리스트 워렌 버거W. Berger는 왜 ‘올바른’ 질문이 중요한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올바른 답들에 굶주려 있다. 그러나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질문을 물어야만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63

한국은 교육과 문화구조에서 물음표를 박탈하는 사회다. 비판적 물음을 묻는 것은 반항이나 불복종으로 간주되곤 한다. 우리가 넘어서야 할 벽이다. 물음 묻기가 삶의 방식인 저널리스트는 물론, 우리 모두 ‘좋은’ 질문하기를 부단하게 연습해야 한다. ‘좋은’ 질문이 부재한 개인이나 사회에서, 좋은 해답이나 새로운 변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65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사람들, 기계처럼 계속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대가를 치르는 이들이다. 우리의 편리함은 바로 이들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 일상이 되어 버린 한국 사회가 상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익숙한 것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마치 외부인처럼 낯선 것으로 돌리는 의도적인 ‘낯설게 하기’가 필요하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68

기업에서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다. 노동자가 사망했을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72

인간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극단적 이윤 추구와 편이성 추구는 택배 노동자나 배달 노동자 같은 사람들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자연 생명도 서서히 죽음으로 내몰며 결국은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73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다가 불필요하면 처분하는 도구나 수단으로 사람을 간주하는 사회는 죽음의 그림자가 깃든 ‘수단의 나라’다. 사람을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나라에서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삶의 조건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 어디에선가 기계처럼 살아가도록 몰리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사회는 깊은 병에 걸리게 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명사를 가진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때, 인간이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가 되는 칸트의 ‘목적의 나라’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될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74

첫째, 진실과 사실이 아닌 왜곡된 정보를 고의로 조작하고 확산한다. 둘째, 사회의 공적 이득이나 공동선이 아니라,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기적 이득만을 생각한다. 셋째, 왜곡된 정보나 거짓의 정체가 밝혀져도 사과하거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77

언론의 막중한 책임은 바로 공동선을 지향하는 판단기준에 따라, 포괄적인 사실을 확보하여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양태의 데이터와 정보 중에서 어떤 사실을 선택하여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 과정은 특정 언론이 지닌 각기 다른 가치관을 반영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79

직업이 무엇이든, 어떠한 정황에서 살아가든 사람은 대부분 세 종류의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 매니저 그리고 리더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4

매니퓰레이터는 ‘반쪽 사실’을 가지고 ‘전체 사실’로 왜곡하고, 후에 진실과 사실이 드러나도 결코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법이 없다. 매니퓰레이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집착’과 ‘일그러진 인간성’이다.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특정한 사회, 종교, 정치집단, 또는 특정한 미디어도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5

‘매니저’는 누구인가. 매니저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현재 현상에 대하여 아무런 비판적 물음을 묻지 않는다. 매니저의 주요 기능은 현상 유지다. 물론 한 공동체, 집단 또는 사회에서 이러한 매니저 같은 역할은 필요하다.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차원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6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재개념화된 리더다. 흔히 생각하듯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이가 아니다. 리더란 학력의 고하 또는 권력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7

첫째, 이중적 보기 방식(double mode of seeing)을 지니고 있다. 권력의 중심부만이 아니라, 주변부에 있는 이들까지 동시적으로 본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7

둘째, 리더란 관계가 깨어지고 왜곡될 때, 사실과 진실을 토대로 그 관계를 올바르게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7

셋째, 리더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정의에의 예민성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8

넷째, 리더는 현재만이 아니라 늘 미래를 늘 기억하는 이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보다 나은 관계, 지금보다 나은 공동체,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생각하면서 그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억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8

다섯째, 진정한 리더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주변 사람들이 그 목표를 추구하고자 에너지를 가지도록 ‘설득의 예술’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리더로 이미 정해진 사람은 없다. 리더란 끊임없는 비판적 성찰, 자기 학습 그리고 타자들과 열린 대화를 하면서 리더로서 만들어지는(becoming) 존재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88

그런데 한 개인에 대한 미화나 폄하는 그 기능에 있어서 동일하다. 각 개인이 지닌 실제의 모습이나 개별성(singularity)을 보지 않으며, 개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질성(heterogeneity)을 외면하고 부정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개성 있는 ‘단수적 존재’로서의 고유성을 상실한 존재다. 나이집단에 따른 표지에 제한된 ‘복수(複數)적 존재’일 뿐이다. 한 인간을 개별적 존재로 보지 않게 하는 그 장치 자체가, 바로 한 존재에 대한 폄하의 정치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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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에 의미물음을 하고 그 물음에 대하여 성찰하는 삶이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모색해야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

인간은 그 누구도 고립된 섬에 살지 않는다. 그렇기에 살아감이란 언제나 ‘함께-살아감(living-with)’이다. 성찰하는 것이란 나의 삶만이 아니라 타자들, 그리고 우리가 몸담은 사회와 세계에 대하여 성찰해야 함을 의미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

이러한 ‘성찰하는 삶’의 출발점은 ‘질문하기’다. 왜냐하면 질문이 없으면, 답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질문은 관심과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무엇인가에 대하여 또는 누군가에 대하여 알고자 할 때,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4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쓴 《아이히만 보고서》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evil)’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아렌트에 의하면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다. 아렌트의 이러한 악의 개념 규정은 한국 사회에 이미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정작 그 의미가 나 개인의 삶이나 우리가 몸담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은 대중화되지 않았다. 소위 ‘선량한 사람’이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을 때, 왜곡된 정치적 이데올로기 또는 왜곡된 종교적 가치에 의해 ‘선동’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인류에 대한 범죄’에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늘 상기해야 하는 중요한 점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5

비판적 사유 없이 주어진 대로 현상 유지적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삶을 방치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타자의 삶까지 파괴하는 위험성에 노출된다. 종교적 선동에 의해서 타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이들은 소위 ‘착하고 선량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사랑의 이름으로, 신의 이름으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고 확산하고 있다. 난민 혐오, 성소수자 혐오, 여성 혐오, 가난한 사람 혐오뿐만이 아니라 저학력자, 택배 노동자, 비정규직, 장애인, 지방대 등 갖가지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한국 문화는 결국 비판적 사유의 부재, 질문의 부재, 그리고 질문의 빈곤이 가져온 ‘질병’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10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질문하지 않는 삶은 생물학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생존하는 것일 뿐(surviving), 사는 것(living)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11

마르틴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만이 죽는다. 동물과 식물은 소멸할 뿐이다." 여기에서 ‘인간만이 죽는다(die)’는 것은 인간만이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시간 개념을 지닌 존재라는 의미다. 시간 개념을 지니지 않은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자신의 미래에 다가올 죽음을 예견하면서 보다 행복하고 의미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인간은 미래의 죽음을 인식하면서 두려움과 자신의 유한성을 넘어서는 삶을 살고 싶은 욕구와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주는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행복의 추구, 또한 의미로운 삶의 추구는 인간에게 철학과 종교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고 철학과 종교의 커다란 주제인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동물적 ‘생존’을 넘어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질문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질문한다, 고로 존재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12

일기란 무엇인가.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일기를 쓴다. 한 인간이 스스로 ‘개체성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일기란 자기 자신과 나누는 가장 사적인 대화이다. 일기의 유일한 독자는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자신의 일상사를 기록하기도 하고, 복잡한 상념을 정리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하고, 자신만의 고민과 딜레마를 적기도 하는 공간이다. 일기에는 사실적 표현, 상징적 표현 또는 특정한 정황을 알아야만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표현도 있다. 객관적 정보만을 기록한 ‘일지’와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일기란 개별인으로서 한 인간의 고유한 존재방식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18

베르나르-앙리 레비Bernard Henri Levy는 그의 책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의 야만성’에 대하여 예리한 분석을 한다. 그의 분석은 권력을 가지게 된 이들이 어떻게 권력의 유지와 확장 그리고 절대화를 위하여 폭력적 ‘야만성’을 드러내는가를 보여준다. "권력 없는 사회는 없고, 남용 없는 권력은 없다"는 레비의 말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다층적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구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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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96716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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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면 유달리 반갑다. 책에 관한 한 쇼핑중독자, 허영투성이, 고집불통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고르고 서점에서 사서 책장에 꽂는 것까지 책과 관련된 모든 순간을 샅샅이 사랑한다. 1만 7천 권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독서에 대해서는 싫증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책과 글에 대한 과욕, 나를 둘러싼 세상을 좀 더 넓게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 결국 끊임없이 책을 읽는 삶으로 이끌었다. -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96716 - P4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한낮의 카페 한가운데 좌석에서든,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공간을 울리는 한밤의 방 한구석에 홀로 기대 앉아서든, 모두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96716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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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 카라 플라토니의 『감각의 미래』, 에릭 브린욜프슨의 『제2의 기계 시대』 같은 책들인데, 실제 지구 곳곳의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실험과 발명 이야기들이 어린 시절 읽던 SF소설보다 더 신기하고 흥미진진해서 놀라곤 한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2

결국 최첨단의 과학이 알고자 탐구하는 대상은 우리 자신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감각은 어떻게 사물을 인식하는지,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의 감정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진화되었는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우리의 도덕 감정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주 오래된 존재인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고 연구하여 그중 극히 일부를 모방하고 재현한 결과물이 하나씩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3

인간은 미지의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 자신이야말로 가장 미지의 존재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자들을 배척해왔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하지만 그런 하찮은 차이를 압도하는 더 중요한 공통점들을 차례로 알아간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4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는 고독한 남자가 인공지능인 자신의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정통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처연하고, 아름답고, 쓸쓸하고,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여기서 사랑은 목소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도 하루종일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귓속에 속삭이는 목소리. 나 자신보다 더 나의 소소한 변화까지 눈치채곤 하는,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몰래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질투하고 토라지기도 하는, 애기같이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 많은, 그러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훌쩍 성장해가는 그런 목소리가 낮에도 밤에도 귓가에 속삭이는 거다(심지어 그 목소리가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 보이스……). 어떻게 러브스토리가 아니겠는가.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5

우리는 왜 기계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상만 할 뿐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우리는 노는 상상은 하지 못할까.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과거 시대 사람들 눈에는 그냥 쓸데없는 놀이나 미친 짓일 뿐일 거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 궁금하면 지금 이 사회가 탑골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과 편의점 알바 청년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의 눈부신 과학 발전이 낳을 부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보면 된다. 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또는 그와 결합한 신인류가 평범한 인간들을 어떻게 취급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7

신용카드로 모으고 모은 외국 항공사 마일리지로 평생의 꿈이었던 갈라파고스 여행을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비행기 목적지를 서울이 아닌 발리로 하고, 서울은 11개월간의 중간 기착지(스톱오버)로 하여 발권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도 미주-아시아 구간이기는 마찬가지라 마일리지는 똑같이 사용하는 거여서 그 다음해의 발리행 편도 항공권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 11개월간 일도 바쁘고 사람 때문에 지치는 일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다음 곳으로 떠날 비행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중간 경유지에 잠시 체류중이었으니까.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0

그때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서 읽은 구절들을 불현듯 떠올렸다. "근대화가 우리 머릿속에 새긴 집단적 무의식인지 또는 자본주의의 의식화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다. 노는 것은 항상 죄악시됐다." "나는 호모 루덴스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1

그 모든 냄새와 지린내를 맡으며 깨달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영적인 공간은커녕 온갖 감각과 욕망의 끝, 쥐스킨트의 『향수』의 세계였던 것이다. 류시화씨, 싸울래요?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4

세상은 원리적으로 불공평하지만, 고통만큼은 냉정할 만큼 평등하게 개개인의 삶을 찾아온다. 그걸 감히 위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건 단지 아무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7

조금이라도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시선을 바쁘게 움직인다. 타인은 참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도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양옆에 사람이 앉는 게 싫어서 구석자리를 찾아 맨 앞 칸까지 가곤 한다"는 『개인주의자 선언』의 프롤로그는 이 통근길에서 탄생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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