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에 생명은 정보의 결과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물질에서 정보로 전환되는 중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병렬로 연결되어야 힘을 발휘하는데 그게 안 되니 인간은 대신 ‘언어’를 개발했다.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뇌와 네트워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문명이 발생했다. 이후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문자’를 발명했다. 인류 문명의 발생에 큰 공헌을 한 언어와 문자는 이처럼 사람의 뇌를 병렬로 네트워크시키는 발명품이자 케이블인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96

자동차 보유가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산업에는 위기지만 건축과 도시에는 기회다. 자동차가 10~30퍼센트로 줄어든다면 현재 도로와 주차장의 70~90퍼센트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99

디지털 기술은 전통적인 부동산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소유할 수는 없는 공간이라도 그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내 SNS에 올리면 그게 내 공간이 된다. 내가 실제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공간을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서 인터넷상에 내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는 실제 소유와 디지털 소유의 개념이 중첩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해진 것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06

현대사회에서 나는 내가 소유한 공간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비한 공간으로 대변된다. 1987년에 미국의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면, 30년이 지난 2018년 현대사회에서는 "나는 인스타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제작한 디지털 자료로 만든 나의 사이버공간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07

DNA 개념이 도입되면서 생물학이 유기체의 연구에서 정보의 연구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인해서 우리 삶도 정보로 해석되고 삶의 의미도 정보를 통해 부여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07

생명체는 순환계가 먼저 발생하고 이후에 신경계가 진화, 발전한다. 그리고 신경계가 계속 발전하면 중추신경계가 나온다. 지금의 영장류는 그런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마찬가지로 로마가 만든 상수도는 동맥 네트워크로, 파리가 만든 하수도는 정맥 네트워크로, 뉴욕의 통신망은 생명체의 신경계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전을 경험했다. 이는 모두 신경계가 진화해 온 모습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08

도시에서 중추신경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IoT와 5G 기술일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09

기계끼리의 소프트웨어 언어 통합, 음성인식, 동시통역이라는 세 가지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모든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통의 고리가 완성된다. 이것이 중추신경계의 완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의 완성 시기를 202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 10년 동안 2035년까지 엄청난 산업의 혁명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10

19세기 후반에 록펠러가 휘발유를 만들고, 카네기가 강철을 만들고, J. P. 모건이 전기발전소를 만들었을 때 이들은 초재벌이 되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든 초재벌들이 나오면서 권력이 이들 몇 명에게 집중되었다. 애석하게도 권력이 집중되면 사회는 불균형을 이룬다. 이런 시대에 등장한 인물이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11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방수다. 비를 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비를 피하게 해 주는 건축 요소는 다름 아닌 지붕이다. 고로 지붕이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자에서 집을 나타내는 글자 ‘家(가)’를 보면 지붕 아래에 돼지가 있는 모습이다. 집의 기본인 이 지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둥이다. 기후대에 따라 기둥 대신 벽을 세우기도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19

자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은 아마도 나무가 자라는 모습일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은 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되어 있다. 돌은 굴러서 아래로 내려가고 물도 아래로 흐른다. 그런데 유독 나무만 점점 위로 자란다. 이 나무줄기의 모습이 건축에서 기둥이다. 지구의 중력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요소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20

길은 사람이 외부와 소통하고 이동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로마가 유럽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통팔달의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만한 국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속도로의 원조 격인 아우토반이 있었다. 그 뒤를 잇는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이 가장 많은 고속도로와 가장 많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길과 국력은 분명 연관이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24

역사상 그 많은 전쟁을 만든 주범이 ‘말’인 것이다. 말은 인간의 공간 이동 능력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이후에 기차와 자동차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건축에서는 길이 말과 자동차를 도와서 이동 공간을 축소시킨다. ‘길’은 인간의 공간 개념을 변화시킨 건축 요소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25

이런 관점에서 다리는 장애물로 나누어진 두 공간을 하나로 연결해서 소통하게 해 주는 건축 요소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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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이나 서점처럼 책이 있는 공간이 인기다. 아마도 서점에서는 매번 콘텐츠가 바뀌기도 하고 종이 책을 손으로 넘기면서 느끼는 촉감이 주는 만족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용하다. 따라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도서관만큼 좋은 곳도 없는 듯하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73

강남의 건축적 문제는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강남은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도 공짜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78

강남의 거리는 돈 없이도 갈 곳이 많아져야 하며, 자동차 중심 거리보다는 보행 친화적인 거리가 관통해서 옆 동네에서도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79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는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소통하는 자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81

소통을 늘리고 지역의 개성을 찾아가면서 지역 편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고 ‘우리의 도시’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면 좋겠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81

그렇다면 범선의 도입처럼 우리나라 건축 역사를 결정적으로 나눈 기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보일러’라고 생각한다. 보일러는 우리 사회를 근대화시킨 주역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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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선 이하의 도로가 블록 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차선 도로는 무단 횡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단 횡단이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길 건너편을 그냥 건너갈 만큼 가깝게 느낀다는 것을 뜻한다. 교통법규상으로는 문제가 되지만 보행자 중심의 도시 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단 횡단이 가능한 폭의 길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보행 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48

건물을 오랫동안 쓰고 싶다면 기둥식 구조로 지어야 한다. 그게 친환경 건축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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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미디어가 권력을 만드는 세상이다. 즉 시청률이 권력이 되는 세상이다.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PD는 과거의 건축가가 했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권력 창출자다. 앵커맨은 화면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큰 권력을 갖는다. 손석희 앵커같이 시청률이 높은 뉴스의 앵커는 이 시대의 중요한 권력자다. 이들도 고대의 신전 꼭대기에 서 있는 제사장과 같다. 권력이 생겨나면 함께 따라오는 것이 중독이다. 권력에 취한다는 말이 있다. 연예인들이 인기가 내려갈 때 힘든 것은 이러한 권력의 중독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금단현상 때문이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특히나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권력은 찰나성이 더욱 심하다. 우리는 건축과 미디어를 통해 권력을 만드는 법을 안다. 이제 더 중요한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을 어떻게 잘 분배해서 균형을 맞추고 상호 견제하게 만드느냐다. 그리스는 인류 역사 최초로 객석과 무대로 구성된 극장을 만듦으로써 시민사회를 완성했다. 지금은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시킬 수 있는 새로운 건축 장치가 필요한 때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01

건축에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게 해 주는 특별한 장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계단’이다. 계단을 살펴보면 우선 재미난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지리적으로는 그리스부터 잉카문명까지, 시기적으로는 수천 년의 건축 역사 동안 계단 한 단의 높이는 대략 18센티미터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02

계단은 고관절, 무릎, 발목, 발가락이라는 신체 관절 부위를 가지고 직립보행하는 인간이 좁은 면적 안에서 다른 높이의 공간으로 가기 위해 고안한 장치다. 인체 모양이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계단의 모양과 크기는 유지될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02

건축가 지오 폰티는 계단은 두 개의 다른 공간을 연결해 주는 멋진 건축 요소라고 말했다. 계단을 올라가면 걷기만 할 뿐인데 우리의 키가 자라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반대로 내려갈 때는 줄어드는 체험도 하게 된다. 계단 위에서는 우리의 눈높이가 계속 바뀌는데, 눈높이의 변화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10

이제 미국인들은 밴더빌트가 깐 기찻길 위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밤에는 록펠러가 공급하는 등유로 램프를 켜고, 카네기가 만든 강철로 세운 고층 건물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때 새로운 사업가가 등장하는데 바로 현대식 금융을 만든 J. P. 모건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18

이제 미국 국민은 포드가 만든 자동차에 록펠러가 만든 휘발유를 넣어 달리고, 카네기가 만든 강철로 지은 고층 건물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 후 저녁에는 모건이 만든 발전소 전기를 이용해 에디슨이 만든 전구를 켜고 지내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20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가 있다. 그는 종이를 구긴 것 같이 생긴 이상한 모양의 건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낙후된 도시 빌바오를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게리가 비정형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유년 시절에 물고기를 쳐다보며 놀았던 기억 때문이다. 명절 때 요리를 하려고 대야에 담아 놓은 살아 있는 물고기를 보면서 그 역동성과 햇빛에 반짝거리는 비늘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역동하는 비정형의 건축을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의 실험적 세월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곡면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잘라 붙여 보기도 했고, 이후 철판을 리본처럼 잘라 엮어 만들다가, 최종적으로는 자동차 제작 기술을 접목해서 곡선형 철판의 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인 ‘카티아’는 전투기를 디자인할 때 쓰는 소프트웨어다. 디자인이 끝나면 자동차를 만들듯이 강철 프레임을 만들고 차체를 만들듯이 철판을 프레임에 부착하여 곡면을 완성한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의 기술 지원이 없었다면 게리의 건축은 아직도 종이 모형에 불과했을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22

이처럼 최초의 문명은 건조기후대에서 시작되었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북으로 북으로, 비가 오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29

한옥의 형태는 형이상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필연적인 이유로 나온 디자인이다. 우선 농경 사회에서는 수확한 벼를 탈곡하고 각종 작업을 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운데 마당을 두고 주변으로 집을 지었다. 우리 조상들 집의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지 않다. 한옥의 마당은 정원이 아니라 작업장이기 때문이다. 당시 구할 수 있는 주요 건축 재료는 나무였다. 달구지 같은 교통수단과 노동력으로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규모는 지금 우리가 보는 한옥의 좁은 변의 길이 정도였다. 왜냐하면 그 정도 크기의 나무만 숲에서 마을로 가지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나무를 가져올 수 있었다면 더 큰 건물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운반도 어렵고 가져왔다 해도 크레인 같은 기계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의 힘만으로는 통나무를 들어 올려 큰 보를 만들기 어려웠다. 겨우 대들보 정도만 제일 큰 나무를 사용했고 엄청 고생해서 지붕 높이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전통 건축을 지을 때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을 대단하게 기념하는 것이다. 대들보를 올리는 것이 당시 공사 과정 중에서 제일 힘든 일이어서다. 많은 방이 필요하면 기둥을 한 방향으로 이어서 옆으로 길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33

우리나라는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는 몬순기후이기 때문에 연강수량 1천 밀리미터 이상에서나 가능한 벼를 재배해서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오면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벽돌을 한 장씩 쌓는 조적식 벽을 세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건축물은 최대한 가볍게 지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거운 돌보다는 가벼운 나무를 주자재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무는 물에 젖으면 썩는다. 우리 전통 건축의 디자인은 나무를 물에 젖지 않게 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나무 기둥은 하부가 물에 잠겨서 썩지 않게 주춧돌 위에 세웠다. 땅이 습하니 마루는 땅에서 들린 높이에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대청마루는 디딤돌을 밟고 올라간다. 나무 기둥이 비에 젖어서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서까래를 길게 뽑아서 처마를 만들었다. 지붕의 코너 부분의 처마는 대각선상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처마보다 더 길어진다. 이 코너 부분을 ‘추녀’라고 한다. 처마의 길이가 길다 보니 그림자는 더 깊게 드리워진다. 그런 이유에서 코너 부분을 받치는 나무 기둥이 물에 젖으면 그늘에서 마르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마를 들어 올리는 디자인을 해야 했다. 처마의 끝이 올라간 것은 코너의 나무 기둥에 햇볕이 더 들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해의 입사각이 높아져서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처마는 더 급하게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보다 위도가 낮은 동남아시아 지역 지붕의 추녀는 더 급하게 올라간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처마의 곡선은 낮아진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34

도시와 건축의 진화는 주어진 기후 속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환경의 변화는 삶의 형식을 바꾼다. 바뀐 경제, 정치 구조는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든다.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 환경과 도시환경은 다시 사람을 바꾼다. 바뀐 사람은 다시 정치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조직을 바꾼다. 이는 다시 건축과 도시와 주변 자연환경을 바꾼다. 전체적으로 그 규모와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35

당시 문자는 극히 일부 특권층의 권력의 근원이었다. 당시는 금속활자가 발명되기 전이었고, 책들은 모두 필사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서 일반 대중은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일례로 성경책 한 권의 가격은 작은 농장 열두 개 정도의 가격이었다. 책을 만드는 일은 대부분 수도원에서 했고 성직자들과 일부 귀족만 글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종교 집단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극동아시아의 경우에는 성경책 대신에 공자와 맹자의 서책들이 그 역할을 했다. 옛 선현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양반들만이 권력에 접근 가능했던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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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집중되게 만드는 공간적 배치는 없던 권력도 만들어 낸다. 기원전 5백 년경에 만들어진 최초의 극장인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을 보자. 극장의 무대는 관객의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무대에는 국민 누구나 배우가 되면 설 수 있다. 그 말은 국민 누구나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건축적으로 특이한 사항은 이때 시선의 집중을 받는 무대의 높이다. 기존의 권력자가 시선을 받는 공간은 높은 곳이었다. 지구라트가 대표적인 예다. 지구라트에서는 가장 높은 곳의 정점에 신전을 두고 그곳에 제사장이 위치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반면 디오니소스 극장에서는 시선 집중을 받는 무대가 객석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이로써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무대로 시선을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양도하지만 동시에 내려다보면서 권력의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건축에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권력을 가지는 자의 시선이다. 따라서 원형극장에서는 평면상으로는 무대 위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고 단면상으로는 관객이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관객과 배우, 이 둘은 서로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이로써 객석과 무대에 있는 사람 사이의 균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왕이나 제사장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언제든지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평등한 권력의 공간 구조를 제공하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92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 시위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내 반전 시위나 마틴 루터 킹의 정치 집회도 워싱턴 DC의 역사적 축인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 사이에 위치한 넓은 공간에서 열렸다.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중요한 축의 선상에 위치한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은 권력의 장악을 보여 주는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96

왜 권력의 공간은 모두 좌우대칭일까?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규칙을 찾는데,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규칙 중 하나가 시각적 좌우대칭이다. 어느 공간이 하나의 규칙을 보일 때 그 공간은 하나로 인식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군복을 입고 있을 때 하나의 군대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좌우대칭의 공간은 하나의 규칙하에 놓인 하나의 큰 공간이 되는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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