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모리스의 열한 번째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Why the West Rules-For Now: The Patterns of History and What They Reveal about the Future가 2010년에 출판되어 ‘걸출하고’ ‘기발하고’ ‘감동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규모와 박식함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서사를 자랑한다. 또한 1만 5천 년을 관통하면서 동서양 사회가 상대적 영락을 반복하며 서로 다른 발전 과정을 밟아 온 이유를 해부한다. 마지막에는 인간의 존속을 위협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험들을 타진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기후변화, 기아, 국가 파탄, 인구 이동, 그리고 질병은 그동안 많은 사람을 이롭게 했던 맹렬한 경제적·사회적 발전의 의도치 않은 부산물들이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0

모리스의 이론을 간단히 추리면 다음과 같다.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쯤 기본적인 인간 가치라고 할 만한 것들이 처음 출현했다. ‘공평, 공정, 사랑과 증오, 위해 방지, 신성한 것에 대한 합의’ 같은 것들이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1

하지만 인간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총명한 동물종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독보적으로 앞서 나간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지력은 문화의 발명과 재발명을 가능하게 했다. 인간은 복잡한 가치, 규범, 기대수준, 문화 체계를 개발하고, 이것들은 이러저러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다시 이 협력 체제는 환경 변화에 맞서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2

모리스는 인간 가치관의 거시적 역사를 제시한다. 인간 발전 과정을 연속적 3단계로 나누고, 그 단계들을 관통하는 유사성을 광범위하게 통찰한다. 각 단계의 인간 문화 유형을 결정하는 요인은 에너지 획득 방식이고, 이는 생산성 향상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 방향으로 수렵채집, 농경, 화석연료 이용이라는 세 가지 에너지 획득 방식이 연속적으로 출현했다. 모리스 이론의 핵심은 에너지 획득 방식이 해당 시대에 유효한 사회 체제와 해당 시대에 득세할 사회적 가치들을 ‘결정’하거나 최소한 ‘한정’한다는 것이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3

여기에 한편으로는 인간의 창의성이 활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성공적인 사회 체제가 경쟁 체제들을 압도하고 만연하는 추세가 작용한다. 이것은 ‘기능주의적’ 설명이다. 기능주의적 견해는 인간 가치관을 "일종의 적응형질로 본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이 변하면 자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치관을 조정한다"(1장).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3

"에너지 획득 방식이"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 농경에서 화석연료 이용으로 이동했고, 이것이 "인구 규모와 밀도를 결정했고, 이것이 특정 사회 체제에 상대적 유용성을 부여했고, 다시 이것이 특정 가치관에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주었다"(5장). 이에 따라 수렵채집으로 살았던 초기 사회들은 주로 평등주의 사회 구조와 가치관을 채택했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3

마지막으로 18세기에 출현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화석연료 사회는 정치적 위계와 성별 위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반대하지만 부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고, 폭력성은 앞선 사회들보다 많이 낮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14

모리스는 인간의 미래를 다시 타진하고 우리 종이 멸종의 무덤을 파고 있을 가능성을 짚어 보는 것으로 이 책의 폭넓고 다각적인 논의를 마무리한다. 또한 대재앙 이후의 삶을 부단히 상상해 온 마거릿 애트우드의 업적에 공감과 감사를 표하며 본인 버전의 데이터 기반 예측을 제시한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논의는 놀랍도록 생생하고 자극적인 지적 모험이 될 것이다. 모험의 가이드는 인간 경험의 광대한 영역을 종횡무진 누비며 박식함의 폭과 깊이 모두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학자다. 이제 그가 우리의 가치관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깜짝 놀랄 만한 답을 건네준다. - <가치관의 탄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366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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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질서도 달라졌다. 연합국 지도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부터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와 무역질서를 구상했고, 종전 후 곧바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출범시켰다. 중앙은행이 개별 상업은행의 부도를 막고 예금주를 보호하는 것처럼 두 국제금융 기구는 개별 국가의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불길이 번지지 않게끔 막았다. 무역전쟁을 예방하고 자유무역을 확산하기 위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만들어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는 시점까지 세계의 교역질서를 관리했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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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은 시장경제의 특성과 결함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시장은 인간의 ‘필요(need)’가 아니라 지불능력이 있는 소비자의 ‘수요(demand)’에 응답한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26

만인이 저마다 자기 욕망을 충족하게끔 허용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사회 전체의 부를 최대로 키워준다고 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이론은 틀리지 않았다. 19세기의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 올렸다. 스미스의 이론은 지금도 ‘대체로’ 옳다고 할 수 있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27

시장경제는 경쟁과 혁신을 통해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체제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28

대공황은 이러한 믿음을 흔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무정부성’을 가리키는 말 같았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29

그들은 19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Jean-Baptiste Say)가 제출한 가설을 절대 진리로 여겼다. 오랜 세월 ‘법칙’이라고 했던 세의 가설이 경제학계에서 누린 지위는 ‘평행선 공리(公理)’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차지한 지위에 견줄 만하다. 한 사회 최종생산물의 가치는 임금·이윤·이자·지대 등으로 분배된다.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생산국민소득과 분배국민소득은 언제나 같다. 따라서 모든 상품을 너무 많이 생산한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사회의 총공급은 같은 크기의 총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 너무 많이 공급됐다면 틀림없이 적정량보다 적게 생산된 다른 상품이 있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30

그러나 세의 가설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민간가계는 소득의 일부를 소비하지 않고 저축한다. 따라서 사회의 최종생산물이 모두 민간가계에 분배된다 하더라도 총수요가 총공급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가 항구적으로 최저 생존수준의 임금을 받는다고 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주목하지 않은 문제였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 문제를 우아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사회의 총수요에는 민간가계의 소비지출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지출도 들어 있다. 투자지출은 공장과 기계를 포함한 ‘생산재’를 만들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여기에도 가격시스템이 작동한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자본시장은 공급과잉 상태가 되고 이자율이 하락한다. 이자율 하락은 민간가계의 저축 감소와 기업의 투자 증가를 유발해 자본시장의 공급과잉을 해소한다. 반대로 투자가 저축보다 많으면 이자율이 상승해 투자는 줄고 저축은 늘어난다. 상품시장의 작동 원리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도 이자율 등락을 통해 일시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는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31

케인스의 이론에 따르면 순수출은 사회적 총수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만약 어느 한 나라만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쓴다면 그 나라는 순수출을 늘려 총수요를 증대하고 경기를 진작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면 어느 나라도 순수출을 늘리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 교역량이 줄어든다. 모든 나라의 사회적 총공급이 줄어들어 경기가 더 나빠진다. 이웃 나라를 가난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자기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 수는 없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661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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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사보아는 르 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 건축 5원칙’을 적용한 작품이다. 근대 건축 5원칙은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자유로운 파사드(건축물의 정면)’이다. 이 같은 건축적 특징들은 다름 아니라 철근콘크리트 기둥 구조를 사용하면 나타나는 공간의 특징들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46

당연히 정량적인 가치인 평형수와 부도날 것 같지 않은 건설사의 규모가 우리가 사는 집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땅에 지어진 독특한 가치의 집은 없다. 건축은 땅과 기후와 만든 사람에 의해서 다른 맛이 나는 포도주 같아야 하는데 소주 같은 대량생산된 건축만 만연한 한국 주거 문화가 된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49

지금같이 주택의 가치가 주택 가격으로 결정되는 것은 마치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은 세상에 한 명뿐이기에 모든 사람의 인생은 각각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집이 있는 땅은 타 장소와 다른 색을 가진 세상에 하나뿐인 장소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집은 그만의 고유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각기 다르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그래야 물질 중심적인 건축 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빌라 사보아 같은 집보다는 낙수장 같은 집들이 많아져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50

세상은 살기 고달프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갈등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조금 더 화목해질 수도 있다. 필자는 이 사실을 어렸을 때 어쩌다 학교에서 상을 받아 오면 고부간의 갈등이 있던 할머니와 엄마도 한마음으로 기뻐하시면서 하나 되는 것을 보면서 배웠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50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다. 서술형 답을 써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도 없다. 우리가 써 나가는 것이 곧 답이다. 아무도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자문해 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 곳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여러분 모두가 건축주이자 건축가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공공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도시에 도로가 깔리기 때문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53

건축물을 만들 때 우리는 건축물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 건축물이 담아내는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차를 선택할 때 자동차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외관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동차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를 가느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 때 건축물 자체보다는 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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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이대열에 의하면 생명의 중요한 진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커니즘이 ‘분업과 위임’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다세포 생명체가 등장할 때 체세포와 생식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업을 들고 있다. 생식세포가 번식 기능을 완전히 도맡아 하게 됨으로써 체세포는 번식 이외의 모든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체세포는 개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기 복제라는 생명의 근본적인 기능을 생식세포에게 일임한 것이다. 이같이 생식세포와 체세포가 분업을 하면서부터 생명체의 진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35

이같이 인류는 오랫동안 주거와 종교 기능이 섞여 있는 공간인 동굴이나 움집에서 살다가 어느 순간 종교 기능만 가진 건축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기원전 1만~8천 년경에 만들어진 ‘괴베클리 테페’다. 괴베클리 테페뿐만 아니라 지구라트, 파르테논 신전, 판테온과 같은 종교 건축은 인간 사회의 진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38

건축의 분업화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의미 있는 건축 내의 분업은 ‘온돌과 아궁이의 분리’다. 인류 최초의 집을 보면 모닥불로 난방도 하고 음식도 해 먹었다. 취사할 때의 불을 난방에 사용하는 행위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온돌이 자리를 잡았지만, 이 시기에도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그것이 안방의 구들을 데우는 식의 ‘취사 + 난방’의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석유곤로’가 도입되면서부터 취사가 난방에서 분리되기 시작했다. 석유곤로의 도입은 엄청난 에너지 혁신이다. 선사 시대부터 우리는 에너지를 항상 장작, 석탄, 연탄 같은 고체 연료에서 얻었다. 그러다가 곤로를 통해서 석유라는 액체 에너지원이 최초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이렇듯 취사를 하는 불과 난방을 하는 불이 분리되면서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진화하게 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39

도시가 아직 고밀화되지 못한 상태였고 상인을 중심으로 한 신흥 계급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농민 중심으로 진행된 1894년 ‘동학혁명’은 실패한다. 하지만 1970년대를 거치면서 비로소 우리도 보일러 덕분에 12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었고 1980년대에는 많은 국민이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고밀화된 도시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1987년 6월항쟁은 성공한다. 이런 내용의 사회학 논문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건축적으로 유추해 보면 도시 고밀화와 사회 진화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도시의 고밀화는 신흥 계급을 만들고 사회의 민주화와 진화를 이루어 낸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변화는 ‘온돌과 아궁이’가 분리되면서 시작된 일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41

건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온돌’ 난방 시스템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도시의 고밀화는 신흥 계급을 만들고 근대화로 이어진다. 온돌을 사용한 우리나라는 단층짜리 주거지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고밀화 도시를 만들 수 없었다. 아마 일본도 우리의 온돌 시스템을 수입하였을 테지만 잦은 지진으로 구들장이 내려앉아서 무거운 온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가벼운 다다미방에 ‘화로’를 놓는 난방 시스템을 사용하였다. 덕분에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수백 년 앞서서 2층집을 지을 수 있었다.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교토의 주거에 이미 2층짜리 주거 형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밀화된 도시 덕분에 두터운 상인 계층이 생겨났고, 중국의 도자기 공장이 파괴된 틈을 타서 일본은 유럽으로 도자기도 수출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개항을 한다. 아마 일본에 지진이 없어서 온돌을 사용했다면 상인 계층도 일찍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도자기 수출도, 근대화도 우리보다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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